하늘타리 책읽기

 


  돌울을 타고 자라는 하늘타리 하얀 꽃이 피었다. 처음에는 무슨 솜뭉치가 바람에 날려 돌울에 붙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낱낱이 가는 실이 타래처럼 엮여 저마다 흐드러진 잎사귀 모양인 꽃봉오리였다. 돌울에 피어났기에 담쟁이꽃인가 생각했는데, 하늘타리꽃이라 한다. 하늘타리꽃은 이렇게 어여쁘면서 하얗게 맑구나. 천천히 타면서 감쌀 울타리 있고, 이 울타리 한켠에서 짙푸른 잎사귀 빛낼 수 있으며, 햇살과 바람과 빗물이 싱그럽게 찾아드는 곳에서 고운 꽃송이 한껏 터지는구나. (4345.6.2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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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중꽃 책읽기

 


  뒷밭에서 풀을 뽑다가 까마중풀은 그대로 둔다. 까마중꽃이 하얗게 피기도 했고, 벌써 꽃이 지면서 푸르게 익는 열매가 보인다. 이제 하루하루 좋은 날이 이어지면, 까마중알은 까맣게 달게 맛나게 익겠지. 내가 따로 심지 않아도 스스로 씩씩하게 나는 어여쁜 까마중풀은 다음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새롭게 어여쁜 빛깔로 찾아오리라. (4345.6.2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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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6-25 13:32   좋아요 0 | URL
작년이었던가 류도 산소에 가서 까마중을 보았는데,,
까맣게 익은 까마중을 따 먹어보라고 했더니 망설이더니 입에 하나 넣고 웃더라구요,
그리고 가끔 엄마네 집에 가서 보게 되면 아주 반가워해요,,ㅎㅎ

숲노래 2012-06-26 03:24   좋아요 0 | URL
아주 어릴 적부터 들열매를 먹어 버릇하지 않으면
누가 건네거나 내밀어도
낯선 먹을거리가 되고 말아요.

아이도 어른도 자연을 느끼는 삶이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 있는데..
모두들 씩씩하게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
 


 그림자놀이 책읽기

 


  해가 움직이는 결에 따라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는 널찍하게 생기기도 하고, 좁다랗게 생기기도 한다. 아이가 들어가 몸을 쏙 숨길 만하게 생기기도 한다. 아이 키보다 훨씬 높으나 어른 키로는 이럭저럭 알맞춤한 빨랫줄에 드리우는 갓난쟁이 기저귀는 조금 큰 아이한테는 그림자놀이를 즐기기에 좋은 놀이터를 마련해 준다.


  그림자놀이는 놀이책에 실리지 않는다. 그림자놀이를 놀이로 여길 어른은 아마 없으리라. 그러나, 그림자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으레 제 그림자를 따라다니고, 다른 그림자를 콩콩 밟으면서 논다. 말없는 벗이요, 언제나 같은 빛깔로 기다려 주고, 모습을 달리하는 예쁜 동무이다. 날마다 보아도 새삼스럽고, 언제 보아도 다른 빛깔과 모습과 무늬와 결로 찾아드는 좋은 손님이다. (4345.6.2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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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과 책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입을 옷입니다. 남이 이 옷을 입으라 해서 이 옷을 입을 수 없습니다. 남이 저 옷이 예쁘다 말하기에 저 옷을 입을 수 없습니다. 내 느낌이 좋은 옷을 입고, 내가 아끼며 사랑할 만한 옷을 입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중학교에 들 적에 학교옷을 똑같이 맞추어 입힙니다. 머리카락 길이와 모양을 똑같이 잘라 맞춥니다. 스스로 좋아하기에 학교옷을 입지 않습니다. 스스로 좋아하기에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요. 아이들이 아름답게 자라리라 생각하며 학교옷을 맞추어 입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어여쁜 꿈과 사랑을 키우리라 느끼며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요.


  아이들이 맑게 빛나며 환하게 웃도록 이끌려고 교과서를 마련하는 어른일는지 아닐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밝게 생각하며 사랑스레 꿈꾸도록 돕는 대학입시 굴레에 내모는 어른일는지 아닐는지 궁금합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가장 좋아할 만한 옷을 입어야 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가장 사랑할 만한 책을 찾아서 읽어야 합니다. 이런 지식을 외우도록 읽을 책이 아닙니다. 저런 시험을 잘 치르도록 하자며 곁에 둘 책이 아닙니다. 처세도 경영도 자기계발도 책이 될 수 없습니다. 책이란, 삶을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책이란,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입니다. 책이란, 삶을 스스로 일구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커다란 회사에서 몇 가지 이름을 붙인 옷을 공장에서 찍어서 내다 팝니다. 옷가게는 넘치지만, 사람들 스스로 사랑할 만한 옷을 누군가 만들어서 즐겁게 다루는지 아리송합니다. 오늘날 책방에는 수많은 책이 알록달록 꽂히지만, 이 책들이 참으로 사람들 넋과 얼을 보듬으며 사랑과 꿈을 북돋울 만한지 알쏭달쏭합니다. (4345.6.2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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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꽃 책읽기

 


  이웃집은 어디나 마늘이 꽃대(마늘쫑)를 높이 뻗어 꽃망울 터질 때까지 놓아 두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마늘을 바지런히 캐고 손질해서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골마을 어느 집이라 하더라도 마늘꽃을 구경할 수 없습니다. 꽃대가 올라오면 뽑아서 먹고, 꽃망울 터질까 싶으면 캐서 손질하거든요. 밭 가장자리에 누군가 마늘을 심고는 가만히 지켜볼 때라야 비로소 마늘꽃을 구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내가 심지 않더라도 배추꽃이나 무꽃은 곧잘 구경할 수 있으나, 마늘꽃만큼은 스스로 심어 돌보아야 비로소 구경할 수 있구나 싶어요. 마늘도 파도 양파도 모두 소담스럽게 꽃망울 터뜨리는데, 이 꽃망울을 아리땁게 바라보자면, 내 삶 한켠에 나 스스로 느긋하게 말미를 마련해 놓아야겠지요. 스스로 말미를 마련하는 사람만 책을 읽고, 스스로 말미를 마련하는 사람만 사랑을 하고, 스스로 말미를 마련하는 사람만 꽃을 누려요. (4345.6.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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