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책꽂이 옮기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4.19.

 


  아주 커다란 책꽂이를 스무 개쯤 얻은 지 석 주가 지났다. 혼자서 이 책꽂이들을 나르고 자리잡는다. 두 사람이 나란히 마주잡고 들면 그리 어렵잖이 나르거나 자리잡을 수 있지만, 혼자서 하자니 힘이 무척 부친다. 그러나 아이 어머니더러 도와 달라 할 만한 무게가 아니다. 혼자서는 등짐을 질 수 없을 뿐더러, 너비와 길이 모두 참말 크다. 두 짝을 맞붙여 세우면 책을 신나게 꽂을 만큼 좋은 녀석인데, 들어 나르기 참 버겁다.


  줄자로 길이와 너비를 잰다. 교실 문을 지나갈 수 있겠다고 느끼며 혼자 나른다. 골마루 한쪽에 세운 녀석을 십 미터 남짓 끌다가는 한쪽으로 눕히며 낮은 문턱 사이를 지나 밀어넣는데, 이동안 등판과 이마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머리와 등짝과 두 손을 몽땅 써서 무거운 책꽂이를 밀어넣고 나서 한숨을 돌린다. 눕혀서 넣었기에 천천히 일으켜세운다. 그냥 일으켜세우면 천장에 닿는 만큼 옆으로 돌려 눕히며 세운다. 이러다 책꽂이 무게에 그만 손을 놓쳐 쿠웅 하고 넘어진다. 아래쪽 뒷판이 조금 깨진다. 마지막에 놓치다니.


  하나를 들였으니 다른 책꽂이도 이처럼 들이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높고 넓어 먼저 들인 책꽂이 자리하고 어떻게 어울리도록 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창문 쪽에 맞붙이면 해가 너무 잘 들어오니 책이 바래어 안 된다. 창문을 좀 가릴 테지만, 돌려서 붙여야 할까.


  책꽂이 사이를 지르는 나무 한쪽으로 천장하고 이어 보는데, 이렇게 해서는 무게를 못 버틴다. 작은 나무토막으로 네모상자를 만들어 책꽂이가 천장하고 꽉 끼도록 넣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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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씨 날리는 책읽기

 


  아버지랑 둘이서 뒷밭 돌을 고르던 아이가 힘들다고 호미를 내려놓더니, 이내 다시 뒷밭으로 오며 풀꽃 따기를 한다. 다섯 살 어린이더러 몇 시간 밭일을 함께하자고 말하기는 어렵다. 곁에서 거들며 놀다가 쉬다가 되풀이해야 하겠지. 뒤꼍 땅뙈기에 흐드러지려는 풀마다 꽃을 피운다. 들풀은 아이 키만큼 높이 자란다. 아이는 풀숲에 깃들어 꽃을 딴다. 풀씨를 맺은 송이를 입에 바람을 넣고 후후 분다. 꼭 민들레가 아니더라도 후후 불며 날릴 풀씨는 많다.


  누런 빛과 푸른 빛과 파란 빛 사이에 있는 아이를 바라본다. 모든 빛깔이 또렷하고 맑다. 아이가 두 발로 서는 땅과 아이가 두 눈으로 바라보는 풀과 아이가 몸이며 마음으로 받아들일 하늘이 나란히 얼크러지는 곳이 아이한테 가장 아름다운 터전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치려 한다면 세 가지 빛깔 사이에서 가르칠 때에 즐거웁겠다고 느낀다. 이제부터 흙땅 밟는 겨를을 차츰 늘려야겠다. (4345.4.2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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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4-21 01:10   좋아요 0 | URL
류는 민들레씨만 보면 어디든지 달려가곤 했는데,,ㅎㅎ
살이 좀 오른것같네요, ,,너무 귀여워요,,

숲노래 2012-04-21 01:18   좋아요 0 | URL
키카 나날이 크면서 아주 듬직한 시골 어린이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류 어린이가 컸어도 풀씨 날리기는 늘 즐기겠지요~?
 


 단풍나무 푸른 빛깔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4.18.


  사람들은 단풍나무라 말하면 으레 붉게 물든 잎사귀만 떠올린다. 나도 시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살아가기 앞서까지는 단풍나무는 붉은잎으로만 생각했다. 이러다가 시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뒤 단풍꽃과 단풍씨를 보면서, ‘그래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때 학교에서 날마다 보던 단풍나무는 봄부터 가을까지 다른 빛깔이었잖아. 게다가 단풍씨앗으로 얼마나 재미나게 놀았나.’ 하고 떠올렸다.


  4월 15일께만 하더라도 새 잎사귀가 돌돌 말린 채 살짝 푸른 점처럼 보이던 단풍나무였는데 4월 17일이 되니 새 잎사귀는 거의 풀린 모습이고, 4월 18일을 맞이해 단풍잎이 모두 활짝 펼쳐진다. 푸른 잎사귀가 싱그럽다. 푸른 잎사귀 사이사이로 봄맞이 단풍꽃이 새로 피려고 한껏 기지개를 켠다.


  책 갈무리 하고 책꽂이 자리잡고 하는 일로 바쁘지만, 한참 단풍나무를 바라보며 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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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7월에 나온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이라는 사진책이 있습니다. 이 사진책은 언론 소개를 거의 못 받기도 하고, 이래저래 비평이든 비판이든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거의 아무것도 못 받은 책이라 할 만합니다. 이러저러하다 보니, 골목동네 삶을 이야기하는 책으로서도, 골목길 발자취를 돌아보는 책으로서도, 골목사람 웃음눈물을 들려주는 책으로서도, 즐거이 읽히지 못하면서 출판사 창고에 가득 쌓이고 말았어요 ..


.. 출판사에서 창고에 오래도록 잔뜩 쌓이는 책은, 창고 관리비를 많이 물어야 하니 여러모로 버겁습니다. 이리하여 출판사 창고에서 적잖은 책을 제가 받아서 모시기로 했습니다(@.@) ..


.. 그렇다고,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이 새책방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새책방에서 주문하는 분이 있으면 사서 읽으실 수 있어요. 다만, 이번에 출판사 창고에서 저한테 이 책이 여러 상자 들어오는 만큼, 이 책들이 즐겁게 읽히면서 좋은 이야기꽃 피우면서 찬찬히 알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히고 싶습니다 ..


.. 책을 읽고 싶은 분한테 책을 보내는 일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책을 거저로 주는 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저부터 스스로 모든 책을 제 살림돈을 털어 장만해서 사자고 생각하며 살아가거든요. 제 책 또한 제 책을 읽으려 하는 분한테는 제값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를 더 받으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여러모로 도와주셨기에 ‘전남 고흥 시골마을 폐교’ 한켠을 빌린 도서관 삭월세를 즐겁게 낼 형편이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도서관 터가 되는 폐교를 통째로 사들일 꿈을 꾸고 싶어요. 폐교를 통째로 사들이자면, 3만 명한테서 1만 원씩 받을 수 있으면 돼요. 또는 3천 명한테서 열 달에 걸쳐 1만 원씩 받아도 폐교를 통째로 사들일 수 있어요. 1천5백 명한테서 스무 달에 걸쳐 1만 원씩 받으면 스무 달 뒤에 폐교를 통째로 사들일 수 있겠지요.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가 되어 시골폐교 한 곳을 통째로 사들이도록 도와주시는 분한테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을 보내려고 합니다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다달이 1만 원 보내기
  → 한 해에 10만 원 보내기
  → 한꺼번에 200만 원 보내기 +.+
   (어디로?)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도서관 지킴이가 되려는 분은 ‘책 받을 주소·이름·전화번호’를 알려주셔요
  →
hbooklove@naver.com
  → 011.341.7125
 ◈ 도서관 지킴이가 된 분한테는 다른 책도 틈틈이 부칩니다

 


.. 사진책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을 읽는 분들이 저마다 고향이나 보금자리에서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이야기 한 자락 일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 도서관 지킴이인 분한테는 이 책을 모두 1권씩 부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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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케익 책읽기

 


  빵집이라는 곳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다. 빨래집이 생긴 지도, 찻집이 생긴 지도, 술집이나 밥집이 생긴 지도, 옷집이나 기름집이 생긴 지도 얼마 안 되었다. 그렇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이들 가게집이 언제 처음 생겼는가를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고작 백 해조차 안 된 가게집인데 너무 마땅한듯 여기고,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만다.


  나는 아주 어린 나날부터 가게집 물건을 알쏭달쏭하게 여겼다. 왜 가게에서 이런 물건을 팔아야 할까 궁금했다. 왜 집에서 이런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쓰지 못하는가 궁금했다. 나도 모르는 내 어떤 ‘하늘부터 타고난 유전자’에 이런 모습을 생각하도록 하는 넋이 있었다 할 수 있고, 내 어머니가 언제나 거의 모두 집에서 스스로 만들어 써 버릇하셨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이처럼 생각하도록 내 넋을 북돋았다 할 만하다.


  고등학생 때를 되새긴다. 그무렵은 국어사전을 날마다 끼고 한국말을 새삼스레 스스로 제대로 익힐 때인데, ‘가게’라는 낱말이 토박이말이 아닌 줄 깨닫고는 매우 놀랐다. 말밑으로 보면 ‘가게’는 토박이말이 아니다. 다만, 오래도록 널리 썼으니 살그마니 녹아든 한국말이요, 그냥 토박이말로 삼아도 된다. 이를테면 ‘고구마’랑 ‘김치’하고 똑같은 셈이다. ‘고구마’는 일본말이고, ‘김치’는 한자말이다. 그러나, ‘고구마’를 일컫던 일본말 꼴은 모두 사라졌고, ‘김치’ 또한 한자말 꼴이 모조리 사라졌다. 오랜 나날을 거치며 햇볕에 삭아 바스라져 모래가 되듯, 똥오줌이 찬찬히 삭아 거름이 되듯, 주검이 흙 속에서 삭아 또다른 흙으로 녹아들듯, 가게도 고구마도 김치도 그저 그런 토박이말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말을 곰곰이 새기면서 옳게 익히려 한다면 ‘가게’라는 낱말이 왜 토박이말이 아닌가를 짚을 수 있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한겨레가 먼 옛날부터 살아오던 이 땅에는 ‘가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고구마를 먹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뿐 아니라, 먼먼 한겨레는 김치를 안 먹었다. 고구려나 백제나 신라 적 사람들은 김치를 안 먹었다 할 만하다. 또는 옛조선 무렵 한겨레는 김치를 안 먹었다 할 테지.


  역사연속극이나 역사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흔히 ‘주막’이라 해서 술집이자 잠집을 그리곤 하지만, 우리 옛사람 살림마을에 ‘술집이나 잠집’ 구실을 하는 집이란 없었다. 이런 문명은 개화기라 일컫는 일제강점기에 비로소 생겼다. ‘주막’은 한국말 아닌 중국말이다. 게다가 ‘술집’이나 ‘잠집’ 같은 낱말이 쓰인 햇수는 아주 짧다.


  나그네가 밥 한 그릇이나 국수 한 사발이나 막걸리 한 동이 얻어 마신다 하는 집이 아예 없을 턱은 없다. 다만, 나그네가 먼길을 가다가 길모퉁이 어디 살림집에 들어 말씀을 여쭈며 얻어서 먹거나 마실 뿐, 따로 ‘가게’라는 데에서 돈을 치러 사서 먹거나 마시지 못한다.


  곧, 먼 옛날부터 이 나라 이 겨레는 ‘가게’ 문화란 없다. 모든 밥·옷·집을 스스로 마련하고 스스로 지으며 스스로 살림했다. 먼길을 떠나야 하는 일도 없을 뿐더러, 먼길을 떠나야 한다면, 스스로 신·옷·밥을 몽땅 챙겨 봇짐을 꾸려야 하고, 나귀나 노새나 머슴 등에 봇짐을 실어야 한다.

 

 ......

 

  집에서 아이 어머니가 케익이나 빵을 굽는다. 가루 무게를 달아 맞추고, 물을 알맞게 넣어 반죽을 하며, 커다란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 부풀린다. 스텐불판을 미리 달구고는, 가장 여린 불로 맞추어 반죽을 담는다. 이렇게 한참 두고 나면 슬슬 익는 냄새가 나고, 다 익었다 하는 냄새가 날 때에 불을 끄고 뒤집개로 바닥을 슥슥 긁어 척 하고 꺼내면 동그랗게 예쁘장한 케익이나 빵이 태어난다.


  집에서 구운 케익이나 빵을 먹던 아이 어머니가 문득 말한다. 밖에서 케익이나 빵을 사서 먹으면 꼭 배앓이를 하는데, 집에서 구워서 먹으면 배앓이를 하지 않는다고. 오래도록 이 말을 곰곰이 되씹는다. 이달에 한 번 바깥에서 케익을 사다 먹어 보았는데, 참말 이날 저녁부터 이듬날 한낮까지 배가 참 힘들었다. 빵집 케익은 너무 달고 너무 혀가 아프며 너무 느글거린다. 빵집 케익은 온통 설탕덩어리에 기름덩이리라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제서야 깨닫는다. 내가 왜 어릴 적부터 빵집 케익을 싫어했는가를 알아차린다. 나는 어린 나날 빵집 케익을 먹으면 언제나 배앓이를 하면서 몽땅 게웠다. 내 생일에, 그러니까 1980년대 어린이였던 내 생일에, 아버지가 모처럼 ‘비싼’ 케익을 사다 주는데, 어릴 적 나는 이 ‘비싼’ 케익을 한두 조각 먹다가 그만 속이 울컥 하면서 게웠다. 생크림도 생크림이지만, 빵집 케익은 내 몸에 아주 안 맞았다.


  나중에 찬찬히 알지만,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할 때에 값싼 ‘화학조합 설탕’이나 ‘화학조합 소금’이나 ‘화학조합 기름’을 안 쓰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사람이 흙에 풀씨를 심어 거둔 푸성귀로 얻는 설탕이라든지, 바닷물에서 얻은 소금이라든지, 옥수수이든 포도씨이든 깨이든 풀붙이를 짜서 얻는 기름으로 옳게 빚거나 굽는 케익이나 빵은 얼마나 될까. 제대로 흙을 일구고, 제대로 먹을거리를 다루어, 제대로 가게를 꾸리면서, 제대로 값을 받는다면 서로서로 좋을 텐데, 오늘날 도시문명은 온통 더 값싸게 더 많이 사고팔도록 내몰기만 한다. 사람들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을 열지 않을 뿐 아니라,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을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스스로 할 수 있다면 즐겁다.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슬프다. 혼자서 몽땅 해내야 할 까닭이 없다. 스스로 할 수 있으면 된다. 혼자서 이것저것 다 치러야 하지 않는다. 스스로 맞추고, 스스로 생각하며,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에 아름답다.


  스스로 글을 쓰고, 스스로 책을 빚는다. 스스로 글을 읽고, 스스로 책을 삶으로 녹인다. (4345.4.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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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4-19 07:12   좋아요 0 | URL
빵집에서 빵이나 케잌을 사는 데는 돈만 주면 바로 내 손에 들어오지만 집에서 저렇게 빵을 한번 만들려면 발효하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꽤 시간이 걸리고, 수고를 해야하지요. 음식의 성분도 성분이지만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수고와 시간이 들어가있으니 먹는 사람 몸에 해를 입힐 리가 없을거예요.

숲노래 2012-04-19 07:31   좋아요 0 | URL
빵집 일꾼도 무척 애쓰고 힘쓰실 텐데, 또 빵집 아이들이 빵집 어버이가 마련해 주는 빵을 먹기도 할 텐데, 모두들 더 깊이 헤아리지 못하는 탓이라고 느껴요.

삶이 다 같은걸요...
모든 대목에서,
모든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