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사우 빛깔있는책들 - 고미술 22
이겸노 지음, 손재식 사진 / 대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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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3.18.

읽었습니다 221



  이제는 ‘문방사우’ 같은 말은 거의 안 씁니다. 낡거나 죽은 한문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예전 배움터에서는 ‘붓먹벼루종이’를 챙겨서 붓글씨를 하는 길을 가르치기도 하고, 셈값(점수)으로 매기기도 했습니다. 붓글씨가 나쁠 일은 없되, 지난날 ‘붓종이·붓살림’을 쥘 수 있던 무리는 ‘나리(양반)’나 ‘힘꾼·임금붙이’였습니다. ‘글붓’은 어깨동무가 아닌 위아래로 단단히 틀어막고서 억누르는 사슬이었어요. 중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은 모두 우리 살림을 비틀거나 쥐어짜면서 괴롭히는 ‘글굴레’였다고 할 만합니다. 《문방사우》는 옛 ‘글살림’을 돌아보는 줄거리를 들려주기는 하되, 지난날 ‘글붓살림’이 ‘글빛살림·글꽃살림’하고는 너무나 동떨어진 벼랑길이었다는 대목을 짚거나 건드리지는 못 합니다. 책 한 자락이 모든 수수께끼나 실타래를 풀 수는 없을 테지만, ‘먹물’이라는 이름이 왜 ‘안 나서는 글꾼(행동 안 하는 지식인·탁상공론)’을 가리키는지 알아야겠지요.


《문방사우》(이겸노 글, 손재식 사진, 대원사, 1989.5.1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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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그리울 때 보라 - 책을 부르는 책 책과 책임 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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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3.12.

읽었습니다 217



  책느낌글을 쓰는 사람한테 책을 보낼 적에는 두 마음 가운데 하나입니다. 첫째, ‘좋게 봐주고서 좋게 알려주기’를 바랍니다. 둘째, ‘어느 쪽에도 안 치우친 눈으로 낱낱이 짚으며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기’를 바라요. 그런데 둘째를 바라며 책을 보내는 글꾼이나 펴냄터는 얼마나 될까요? 예전에는 둘째를 바란 글꾼이나 펴냄터가 제법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다 첫째만 바랍니다. 《아비 그리울 때 보라》를 사읽었습니다. ‘주례사비평은 이렇게 쓰면 된다’를 더없이 잘 보여줬다고 느낍니다. 그저 좋게좋게 봐주면서 널리널리 팔도록 도와주는 ‘동업자 정신’이 환하게 드러나는 책입니다. 그런데 ‘주례사비평 동업자 정신’이야말로 책마을을 좀먹는 짓이 아닌지요? 얄딱구리한 책은 왜 어떻게 어디가 얄딱구리한가를 낱낱이 짚을 노릇이요, 정 낱낱이 짚기가 껄끄러우면 에둘러서 나무랄 노릇입니다. 첫째만 바란다면 에둘러도 펄쩍 뛰겠지요. 둘째를 생각한다면 제발 고개 좀 숙이십시오.


ㅅㄴㄹ


《아비 그리울 때 보라》(김탁환, 난다, 201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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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미디어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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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3.12.

읽었습니다 219



  겨울이 저물고 봄이 찾아들면 바람이 바뀝니다. 그런데 여름바람이라 하더라도 낮하고 밤에 다르게 붑니다. 겨울바람도 매한가지예요. 겨울에는 여름하고 거꾸로 부는 바람이되, 겨울철도 낮이랑 밤이 다른 바람결입니다. 요새는 바람읽기를 하는 이웃을 거의 못 봅니다. 날씨가 궁금하면 하늘을 보며 바람을 읽으면 되는데, 거의 모든 분들이 손전화를 톡톡 눌러서 날씨 단추를 눌러요. 《고르고 고른 말》을 읽다가 얌전히 제자리에 꽂았습니다. 글님은 틀림없이 ‘고르고 고른 말’을 여미어 꾸러미로 선보였습니다. 다만, 하늘빛이며 바람결로 날씨를 읽지 않고서 ‘손전화 날씨 단추’로 날씨를 살피는구나 싶은 글은 너무 뻔해요. 글쓴이 이름을 가려 놓으면 누가 쓴 글인 줄 알 길이 없고, 왜 쓴 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아무개’가 될 뿐입니다만, ‘스스로 꿈짓기’하고 ‘스스로 사랑하기’라는 마음이 아닌 ‘보기좋게 잘 골라서 꾸민 말’이란 반드레한 ‘허울’입니다.


《고르고 고른 말》(홍인혜 글, 창비,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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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를 위한 다섯 단어 - ‘남의 생각’이 아닌 ‘나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십대에게
요시모토 다카아키 지음, 송서휘 옮김 / 서해문집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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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3.12.

읽었습니다 220



  우리는 예부터 누가 누구를 따로 가르치지 않는 얼거리였습니다.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배운다고들 곧잘 말하지만, 막상 어른이란 자리는 아이를 가르치기보다는 아이한테서 배우는 숨결이요, 아이는 어른 삶결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익힐 뿐입니다. 한자말로 ‘교사·교수’는 ‘가르침’을 나타내는데, 우리말 ‘스승’은 “스스로 하는 슬기”를 나타낼 뿐입니다. 우리 터전은 ‘철든 사람으로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모습’을 아이한테 보여주면서 상냥하고 부드럽게 북돋우는 어깨동무라고 하겠습니다. 《십대를 위한 다섯 단어》는 일본에서 꽤 이름난 글바치인 분이 열네 살 푸름이한테 들려주고 싶은 말을 가볍게 모았다고 하는데, 어쩐지 이 핑계 저 토씨를 붙이며 한 발을 빼거나 점잖을 떠는구나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이 일으킨 싸움판’이 일본사람부터 어떻게 망가뜨렸는가를 너무 모르고, 이웃나라를 어떻게 짓밟았는지도 못 깨닫습니다. 이런 책을 뭣하러 옮겨서 읽혀야 할까요?


ㅅㄴㄹ


《십대를 위한 다섯 단어》(요시모토 다카아키/송서휘 옮김, 서해문집, 2015.7.31.)


글쓴이가 ‘요시모토 바나나’ 아버지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이 때문에 나온 책 같다.

그냥 장사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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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네덜란드어사전
김영중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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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2.13.

읽었습니다 215



  1994년에 서울에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화란어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무렵에는 ‘화란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썼고, 이제는 ‘네덜란드어 학과’로 이름을 고쳤습니다. 처음 들어가서 처음 듣는 네덜란드말이었는데 ‘네덜란드’는 ‘네덜란드’도 ‘더치’도 아닌 ‘네이델란뜨’라고 바로잡아 주더군요. 모든 나라는 삶·살림·사람이 달라 말·소리·가락이 다릅니다. ‘반 고흐’란 사람은 없고 ‘환 호흐’가 있을 뿐이고, ‘헤이그’란 마을은 없고 ‘덴 하흐’만 있다지요. 이런 여러 가지를 살뜰히 짚고 상냥하게 가르친 김영중 님은 ‘네덜란드말 꾸러미’를 내려고 안간힘이었고, 새내기였던 몸으로도 셈틀에 글넣기(원고입력)를 거들었습니다. 그때 글치기(타자)를 잘 하는 배움이가 드물었거든요. 2007년에 드디어 태어난 《한국어-네덜란드어 사전》은 ‘사전’이기보다는 ‘단어장’입니다만, 얼마나 피땀이 깃들어 태어났는지 알기에 토닥토닥하면서 읽어 보았습니다.


《한국어-네덜란드어 사전》(김영중 엮음,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7.2.2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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