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일기 - 어느 독립운동가 부부의 육아일기
양우조.최선화 지음, 김현주 정리 / 우리나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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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1.23.

읽었습니다 269



  그림꽃 《제시 이야기》를 먼저 보면서 고개를 한참 갸우뚱했다. 왜 속 빈 강정 같지? ‘한국판 안네의 일기’ 같은 말은 붙이지 말자. 안네는 푸른철로 접어드는 어린이였고, 《제시의 일기》는 이 나라를 떠나 중국에서 작은집살림(임시정부)을 꾸리는 여러 일꾼 가운데 하나인 어른이었다. 숨막히는 나날이기는 비슷하다지만, 안네는 햇볕조차 쬘 수 없이 다락에 숨어서 살아야 했고, 작은집살림을 하던 분들은 바지런히 바깥일을 보면서 돌아다녔다. 그나저나 《제시의 일기》는 앞뒤로 군글(구태여 덧붙인 글)이 너무 많다. 수수하게 보여줄 글이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 높이려는 티가 아쉽다. 안네하고 구태여 맞댄다면 한결 홀가분하게 햇볕을 쬐며 일하던 분들인데, 어떤 일을 맡고 살림을 꾸렸는지는 썩 드러나지 않는다. 굳이 ‘군글’을 붙이려 했다면, 그무렵 글(독립운동 일기)에 미처 못 담은 여러 속내하고 발자취를 보탤 노릇이었으리라. 지난날 홀로서기(독립운동)에 온힘을 쏟은 분들을 보면 아무런 자취를 안 남기기 일쑤였다. 《제시의 일기》는 돌봄글(육아일기)도 너울글(독립운동 일기)도 아닌, 어정쩡한 글이다. 아쉽다.


《제시의 일기》(양우조·최선화 글, 김현주 엮음, 우리나비, 2019.2.28.)


ㅅㄴㄹ


+


대가족 식솔처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 큰집안처럼 기쁨슬픔을 함께하던

→ 우람집처럼 빛그늘을 함께하던

11쪽


구십을 바라보는 나의 할머니는 조간신문에서부터 시작하여

→ 아흔을 바라보는 우리 할머니는 아침새뜸부터

13쪽


바깥 정세에 의해 오락가락해야 하는 풍전등화 같은 처지이지만

→ 바깥물결에 따라 오락가락해야 하는 바람불 같지만

→ 바깥바람에 오락가락해야 하며 벼랑길 같지만

62쪽


제시의 설사는 오늘로 쾌차되었다

→ 오늘 제시는 물똥이 나았다

63쪽


태산준령을 그 몇 번이나 넘어오기에 일행들의 얼굴은 그을리고 검게 되었지만

→ 고갯길을 몇 판이나 넘어오기에 다들 얼굴은 그을렸지만

→ 높메를 숱하게 넘어오기에 모두 얼굴은 그을렸지만

78쪽


아직까지도 제시의 배탈이 완쾌되지 않아

→ 아직까지도 제시는 배앓이가 안 나아

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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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 우주의 문턱 건축을 읽는 눈 3
티에리 파코 지음, 전혜정 옮김 / 눌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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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1.23.

읽었습니다 268



  우리나라 어느 마을을 찾아가든, 오랜 살림집이 어우러진 자리에는 집집마다 다른 살림빛이 흐릅니다. 똑같은 집이란 한 채조차 없던 우리 터전이었습니다. 이제는 똑같이 찍어낸 잿더미(아파트 단지)가 끝없이 늘어나는 판입니다. 척척 찍어내는 잿더미는 ‘살림집’이 아닌 ‘사슬터(감옥)’ 같습니다. 보셔요. 사슬터는 온통 잿빛에 쇠작대기로 둘러쌉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 하라는 뜻에서 잿빛으로 휘덮거든요. 《지붕, 우주의 문턱》을 읽었습니다. 뜻깊은 책이라고는 느끼면서도 심심합니다. 우리 터전하고 안 맞기도 합니다. ‘집바치(건축가)’라는 눈썰미가 아닌, 살림꾼(생활인)이라는 눈빛으로 집이며 지붕을 헤아린다면 줄거리가 확 달랐을 테지요. 굳이 하늬녘(서양) 지붕 이야기를 옮기기보다, 우리 살림눈으로 우리 살림집을 돌아보면서 우리 지붕빛을 가만히 그려낼 수 있어요. ‘바치(전문가)’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눈으로 보기에 모두 살리거나 짓습니다.


《지붕, 우주의 문턱》(티에리 파코/전혜정 옮김, 눌와, 2014.10.20.)


#LeToit #ThierryPaqu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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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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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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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1.18.

읽었습니다 267



  한겨레신문 글쟁이 임종업 씨는 스스로 다리품을 팔지 않고서, 누리집에서 슬쩍 엿본 글을 버젓이 실으며 ‘특종’으로 내세우곤 했다. 이런 매무새로 낸 《한국의 책쟁이들》은 우습지도 않았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이 다리품과 삶과 사랑을 들여 지은 글을 몰래 훔쳐가지 않을 텐데, ‘책을 안 읽는 버릇’이나 ‘책을 엉뚱하게 읽거나 잘못 읽는 버릇’이 배었다면, 외쏠림조차 아닌 틀린 말을 쏟아내게 마련이다. 서울 용산 〈뿌리서점〉 책집지기님은 ‘민족의 이름으로!’를 외치면서 책값을 깎아주었다. 이 책 10쪽 닷째줄에 나오듯 ‘국민의 이름으로!’를 외치지 않았다. 베트남전쟁 이야기를 누가 꺼낼라치면 생채기가 떠올라서 슬픈 얼굴이던 〈뿌리서점〉 지기님은 함부로 ‘국민’을 읊지 않았다. 책을 많이 샀거나 읽었어야 책쟁이라 할 수 없다. 마음으로 읽고 사랑으로 새기면서 숲을 품고 바람처럼 빛씨앗을 흩뿌려야 비로소 책벌레이지 않겠는가.


《한국의 책쟁이들》(임종업, 청림출판, 2009.9.1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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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구석 부산
강동진 지음 / 비온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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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1.18.

읽었습니다 265



  서울을 알려면 서울에서 살면 됩니다. 부산을 알려면 부산에서 살 노릇입니다. 삶터로 누리지 않으면 알 턱이 없어요. 어느 고장을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더 알아가고 싶다면, 이 고장에서 아이를 낳거나 받아들여서 집안일을 즐기면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살아갈 일입니다. 이러면서 마을책집을 걸어서 다니면 되는데, ‘삶·사랑·살림’ 세 가지를 ‘마음·눈·몸’으로 맞아들이면, 누구나 마을지기로 일어섭니다. 《구석구석 부산》을 읽었습니다. 2001년부터 부산에서 대학교수로 일했다지만, 막상 부산을 영 모르는 듯싶습니다. 여러 책을 뒤적여서 몇 가지 줄거리는 간추릴 수 있되, ‘살아낸 곳’이나 ‘아이 곁에서 살림한 곳’이나 ‘마음으로 사랑하며 푸르게 가꾸는 곳’하고는 너무 멀어요. 우두머리 발자취가 역사일 수 없듯, 글로 남은 몇 가지가 부산 발자취일 수 없습니다. 교수·전문가·작가란 허울이 아닌, 마을사람에 어버이에 숨빛으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볼 수 있어요.


ㅅㄴㄹ


《구석구석 부산》(강동진, 비온후, 2023.7.31.)


+


이 책의 시작은 2001년 3월 경성대 도시공학과 부임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 이 책은 2001년 3월 경성대 도시공학부에 들어오면서부터 엽니다

→ 2001년 3월 경성대 도시공학부에 몸담으면서부터 이 책을 씁니다

6쪽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 자리가 차츰 늘어납니다

→ 터를 더 넓힙니다

14쪽


근자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 요새는 누리그물이 뻗어

→ 이제는 누리판이 발돋움해

14쪽


부산은 예부터 삼포지향三抱之鄕의 도시라 불렸습니다

→ 부산은 예부터 들숲바다 고장이라 했습니다

→ 부산은 예부터 들내바다 고을이라 했습니다

18쪽


해안선의 지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바닷가 이름은 이렇습니다

→ 바닷가는 이렇게 이릅니다

26쪽


첫 번째 여정의 방식은 걷기입니다

→ 첫길은 걷기입니다

→ 처음은 걷기입니다

→ 처음에는 걷습니다

34쪽


부산 산복도로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 부산 멧길과 매우 비슷합니다

→ 부산 고갯길과 무척 닮습니다

→ 꼭 부산 잿마루 같습니다

→ 마치 부산 잿길인 듯합니다

134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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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 - 노래 만드는 사람 백창우의 아이들 노래 이야기
백창우 지음 / 보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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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1.13.

읽었습니다 264



  말을 엮는 재주만 쳐다보는 이들은 서정주를 기리려 하고, 고은을 높이려 하며, 윤석중에 매달린다. 우리나라에 우리말을 우리말결 그대로 살릴 줄 아는 이가 이 셋뿐일까? 그러나 이 셋이 남긴 글을 보면 썩 우리말을 못 살렸다. 아니, 치레하는 말씨는 있되, 살림이나 집안일을 하면서 샘솟는 말씨는 도무지 없다. 고작 서정주·고은·윤석중한테서 말맛을 찾으려 한다면, 그만큼 책을 안 읽고 글을 못 쓴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숱한 시골 할매 할배가 얼마나 아름다이 하루를 노래하면서 어린이를 돌보아 왔던가?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을 스무 해 만에 되읽었다. 백창우 씨가 가락을 붙인 노래가 왜 더는 마음에 안 와닿는지 새삼스레 느낀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입발림으로는 못 한다. 똥기저귀를 갈고, 손수 밥을 차리고, 함께 꿈을 그리고, 들숲바다를 품는 푸른살림으로 나아갈 적에, 저절로 사랑이 샘솟아 글로도 그림으로도 노래로 깨어난다. 말잔치는 힘(권력)하고 맞닿더라.


ㅅㄴㄹ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백창우, 보리, 2003.9.1.)


+


콧등이 찡해졌습니다

→ 콧등이 찡했습니다

40쪽


마음 안에 엄청나게 깊은 노래 우물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 마음에 있는 노래 우물이 엄청나게 깊은 듯합니다

→ 마음에 노래 우물이 엄청나게 깊구나 싶습니다

45쪽


아이들 삶의 다른 한쪽을 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아이들 삶에서 다른쪽을 안 보는구나

→ 아이들이 살아가는 다른켠을 안 보는구나

48쪽


낙천적이고 밝은 빛깔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 밝은 빛깔이기는 하지만

→ 밝기는 하지만

49쪽


온갖 풀과 꽃들이 피고 지고

→ 온갖 풀과 꽃이 피고 지고

→ 온갖 풀꽃이 피고 지고

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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