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시대를 엮다 - 사전으로 보는 일본의 지식문화사
오스미 가즈오 지음, 임경택 옮김 / 사계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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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1.12.17.

읽었습니다 34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쓰는 ‘사전’이란 한자말은 일본스러운 말씨입니다. ‘辭典’이든 ‘事典’이든 우리 스스로 우리 눈으로 보면서 엮는 꾸러미하고 동떨어져요. 조선어학회 일꾼은 ‘말모이’처럼 “말을 모은다”는 얼개를 폈습니다. 이 사전이든 저 사전이든 “삶과 살림을 말로 그려낸 꾸러미”입니다. 그래서 둘은 ‘말꽃·말숲’처럼 갈라서 바라볼 만합니다. 《사전, 시대를 엮다》는 일본에서 ‘말숲(事典)’을 여민 자취를 돌아보면서 드문드문 ‘말꽃(辭典)’을 살피는 줄거리를 다루는데, 글님이 일본 말숲·말꽃을 모두 읽거나 헤아리고서 썼는지는 꽤 아리송합니다. 다 읽고서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켠만 보면서 이 한켠 눈길이 마치 그 꾸러미(말숲·말꽃)를 모두 그려냈다는 듯이 풀어낸 글이지 싶습니다. ‘시대’란 뭘까요? 임금·벼슬꾼·글바치 자취만으로는 그야말로 귀퉁이만 조금 볼 뿐입니다. 삶·살림을 보거나 느끼려면 스스로 살림꾼이 될 노릇입니다.


《사전, 시대를 엮다》(오스미 가즈오 글/임경택 옮김, 사계절, 2014.7.2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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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 히스토리아 001
곽차섭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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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7.

읽었습니다 68



  한때 꽤 말많던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를 처음 나오던 무렵에는 안 쳐다보았습니다. 시큰둥했습니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불티나게 팔려도 읽을 마음이 조금도 안 들었어요. 이러고서 잊었는데, ‘안토니오 코레아 + 루벤스’를 책으로 쓴 분은 대학교수를 하고, 이분이 책으로 쓴 이야기는 틀렸다고 밝힌 이야기가 2015년에 나왔더군요. 2018년에는 루벤스가 그림으로 담은 모습은 중국사람이라고 밝힌 이야기가 〈국민일보〉에 나오기도 합니다. 아무튼 열일곱 해 만에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를 읽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오락가락하면서 ‘종으로 팔린 조선사람이 루벤스를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조차 어물어물 넘어갑니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듯 ‘뭔가 새 이야기를 펴겠노라’ 외친 목소리는 뒤죽박죽으로 흘렀고,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고 끝맺는데, 글쓴이가 이제라도 ‘잘못 읽고 잘못 썼다’고 밝혔는지 궁금합니다.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곽차섭, 푸른역사, 2004.1.10.)


ㅅㄴㄹ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52270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3&oid=262&aid=0000008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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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노 후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 / 고트(goat)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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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4.

읽었습니다 61



  타카노 후미코 님 그림꽃책 《노란 책》을 보고서 《막대가 하나》를 볼 때까지는 제법 읽을 만하네 싶었으나 《친구》를 보고서 ‘아, 내가 잘못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22000원짜리 그림꽃책을 마지막 쪽까지 펼치고서 어느 곳에서 밑줄을 그을 수 없었다고 느끼면서, ‘때로는 이런 일도 있겠지.’ 하고 새삼 되뇌었습니다. ‘마스다 미리’를 앞세워 ‘여자 만화’란 이름으로 장사하는 책은 언제까지 나올까요? 참다운(?) ‘여자 만화’는 ‘여자’를 앞세우지 않습니다. 《80세 마리코》나 《이 세상의 한 구석에》 같은 책은, 또 《은빛 숟가락》이나 《카나타 달리다》 같은 책은, 그야말로 ‘여자’를 내세우지 않으나, 이 땅에서 순이란 자리가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차분히 짚고 밝히면서, 낡은 틀이 아닌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서 짓는 삶빛을 들려줍니다. 무엇보다도 순이를 헤아리는 그림꽃책은 ‘수수한 자리에서 풀빛이 묻어나는 손길’입니다.


《친구》(타카노 후미코 글·그림/정은서 옮김, goat, 2019.9.2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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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옮기는 사람 제안들 37
다와다 요코 지음, 유라주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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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4.

읽었습니다 66



  곰곰이 읽다가 내려놓은, 아니 그래도 끝까지 읽은 《글자를 옮기는 사람》을 덮으며 책값을 다시 봅니다. 100쪽을 살짝 넘기고, 글쓴이 해적이를 느슨하면서 길게 달아 놓으면서 두꺼운종이를 대고서 13000원입니다. 글님이 쓴 다른 책 《여행하는 말들》을 꽤 재미나게 읽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골랐으나, 줄거리로도 책값으로도 뒷통수를 잇달아 맞았네 싶습니다. 옮기는 일이라고 하지만, 새로짓기라고 해야 옳지 싶은 길은, 스스로 고단하다고 여기면 고단하지만, 스스로 징검다리를 놓는다고 여기면 즐겁습니다. 그러나 둘 사이를 오락가락할 수 있겠지요. 두 말 사이를 넘나들다가 지친다면, 다 내려놓고서 별밤을 바라보기를 빕니다. 별은 어느 곳에서나 별입니다. 마감이 빠듯해 힘겹다면 하루쯤 전화를 끄고서 들판에 드러누워 풀내음을 맡기를 바라요. 풀내음은 어느 나라 어느 겨레도 다 다르면서 모두 똑같이 퍼지면서 스미는 푸른 숨결이거든요.


《글자를 옮기는 사람》(다와다 요코 글/유라주 옮김, 워크룸 프레스, 2021.4.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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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 성매매라는 착취와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용감한 기록
봄날 지음 / 반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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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3.

읽었습니다 65



  작고 낮은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을 더 따스히 돌봐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정작 응큼짓을 저지른 사내(옛 서울시장)를 놓고서는 아무 말을 않는다든지, 다음 나라지기가 되겠다며 나선 사람 곁님이 지난날 몸팔이(접대부)를 한 듯 보인다고 깎아내리는 짓은 얼마나 ‘옳’거나 아름다울까요? 서울을 비롯해 온나라에 ‘몸팔이집(성매매업소·유흥업소)’이 넘쳐나지만, 여태 이곳은 버젓이 굴러갑니다. 힘꾼(권력자)이 노닥거리는 자리요, 뒷짓을 하며 손님을 모시고, 여느 사내랑 싸울아비(군인)가 자주 들락거리기 때문입니다. 이 민낯을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에서 잘 볼 만합니다. ‘황제휴가’를 누린 옛 벼슬아치 아들 말썽처럼, 힘꾼이 되면 외곬이 되고, 어깨동무를 안 합니다. 모든 힘·돈·이름은 온누리를 아름답고 즐겁게 돌보는 길에 쓸 노릇 아닐까요? 시골에 일자리가 넘치고, 서울을 버티는 뚝딱터(공장)도 일자리가 많으나 일손이 없어요. 일그러진 이 나라는 언제 제자리로 갈까요.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봄날 글, 반비, 2019.11.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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