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 딴딴 시리즈 1
이미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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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3.

읽었습니다 74



  손말을 들려주는 책이라고 여겨 《수어》를 장만했으나, 정작 손말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손말을 배우기 앞서까지 ‘손말을 쓰는 이웃’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글님 모습을 돌아보다가, 손말을 배우는 동안 생각이 조금 바뀐 줄거리로 맺습니다. 얇게 엮은 책이라 더 못 담았다고도 하겠지만, 이보다는 ‘손으로 나누는 말’을 깊거나 넓게 생각하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한자말 ‘聾人 = 귀먹다(聾) + 사람(人)’인 줄 얼마나 알까요? 한자를 써야 이웃을 아낀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입니다. 마음으로 살필 적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어깨동무인 줄 알 테지요. 손말을 쓰는 사람은 ‘손말님’입니다. ‘장애인(청각 장애)’이 아닙니다. ‘비장애인·장애인’이란 이름부터 스스로 사람을 가르는 굴레입니다. 나랑 너는 이웃이거나 동무입니다. 나라(사회·정부)가 아닌 마을이라는 터에서 서로 느긋이 만나는 길을 생각한다면, 손말 이야기가 확 달랐겠지요. 책을 억지로 써내야 하지 않습니다.


《수어》(이미화 글, 인디고, 2021.8.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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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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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1.

읽었습니다 72



  ‘혐·혐오’는 일본사람이 즐겨쓰는 한자말입니다. ‘여성 혐오’는 “순이 까기·순이 깎기”입니다. 까고 깎아내리는 못난짓입니다. “순이 까기”란 순이 마음이며 몸을 “칼이나 도끼로 깐다”는 소리로, 사납게 굴어 몸이며 마음에 생채기를 입히며 피가 철철 흐르도록 짓밟는다는 뜻입니다. 오직 사랑일 적에만 아기를 낳을 수 있는데, 돌이는 왜 바보짓에 몹쓸짓에 허튼짓을 일삼았을까요? 우두머리(지도자·권력자)가 서고, 우두머리가 싸울아비(군인)를 곁에 둘 적에 이 “순이 가기”가 불거집니다. 우두머리·싸울아비가 없던 무렵에는 순이돌이가 오순도순 지냈어요. 숲살림·시골살림을 짓는 들꽃은 어깨동무였습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바보에 멍청한 돌이를 찬찬히 짚습니다. 돌이는 “돌이 까기”를 겪어야 뉘우칠까요? 아니에요. “돌이 까기”는 새롭게 “순이 까기”로 더 불거집니다. 우리는 함께 우두머리·싸울아비를 몰아내어 포근한 보금숲을 지을 노릇입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치즈코/나일등 옮김, 은행나무, 2012.4.2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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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타서전 역사하는 신문 1
정일영.황동하 엮음 / 그림씨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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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1.

읽었습니다 73



  2021년은 전두환 씨가 숨을 거둔 해입니다. 이이는 더 오래 살아남을 만했는데, 그만 미리맞기(백신)를 한 탓에 올해에 죽었을 수 있습니다. 안 아프고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에 오히려 일찍(?) 죽었달까요? 전두환 씨 아들이 ‘시공사’를 차려서 꾸립니다. 저는 시공사에서 낸 책을 《백귀야행》을 빼고는 새책으로 살 마음이 터럭조차 없습니다. 《백귀야행》은 1999년부터 판을 끊기지 않고 꾸준히 옮겨 주기에 이 대목은 손뼉칠 만하다고 봅니다. 나라밖 아름다운 그림책도 기꺼이 옮기니 이 대목도 훌륭하다 할 만하지요. 그러나 ‘전두환 집안’을 스스로 털지 않는다면 그곳은 달라질 길이 없으리라 느껴요. 《전두환 타서전》을 읽고서 제자리에 꽂았습니다. 뜻깊은 책일까 싶더니, 그냥 새뜸(신문)을 옮겨붙일 뿐, 새뜸글에 담지 못한 숱한 이야기 가운데 한 줄조차 붙이지 않는데 무슨 ‘타서전’인지 아리송해요. 글바치(지식인)는 글바치다우려면 ‘옮겨붙이기’ 아닌 ‘말’을 해야지요.


《전두환 타서전》(정일영·황동하 엮음, 그림씨, 2017.5.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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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8.

읽었습니다 69



  제가 어릴 적이던 1980해무렵(년대)에는 순이(어머니) 혼자 부엌일을 하고 밥을 지어서 차려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고단하게 집살림에 집일을 도맡으셨고, 우리 언니는 “야, 넌 안 돕고 뭐 해?” 하면서 동생을 나무랐습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 언니는 일찍부터 눈뜨고 생각을 깨며 몸으로 나선 멋사내였구나 싶습니다. 둘레에서는 이런 언니나 저를 안 달갑게 보았어요. “저 집은 뭔 사내가 부엌에 있나?” 했는데, 할아버지 아저씨나 이런 눈이었고, 이웃 아주머니는 “우리 집 가시내는 부엌 얼씬도 안 하는데, 저 집은 사내들이 나서 주니 부럽네!” 하셨어요. 《채소다방》을 읽으며 어릴 적 일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남새는 볶아도 삶아도 데쳐도 맛나지요. 그런데 그때그때 톡 끊어서 그자리에서 날로 먹을 적이 가장 맛나지 싶습니다. 이따금 아이들한테 남새볶음을 해주지만, 웬만하면 날푸성귀로 즐기자고 이야기합니다.


《채소다방》(장연희·한혜인·노영경, 채소다방, 2020.8.28.)


ㅅㄴㄹ


여느 새책집에는 없는 책이고,

저는 이 책을

전북 순창 마을책집 〈밭〉에서

장만했습니다.


나라 곳곳 마을책집에서

만나실 만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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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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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8.

읽었습니다 58



  아버지를 그리면서 얼마나 헤매고 어떻게 아팠으며, 스스로 어떤 딸이자 어른으로서 살아가고자 다짐을 했는가를 담아낸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입니다. 글쓴이는 사람들이 ‘칼 세이건’을 아버지로 두며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궁금해 하리라 여기면서 어릴 적 이야기를 몇 가지 적는데, 글결이 뒤죽박죽입니다. 슬퍼하고 아파하고 헤매는 이야기가 튀어나왔다가, 아버지 어머니가 살가이 이끈 집안을 말하다가, 뜬금없는 쪽으로 실타래를 풀다가, ‘아무튼 아버지는 훌륭하다’로 끝을 맺습니다. ‘칼 세이건 이름그늘’을 누리려는 생각이 꽤 짙을 수밖에 없나 싶으면서도, 글쓰기하고 책쓰기란 무엇인지 실타래를 영 못 잡는다고 느낍니다. 부디 나중에 아버지 이야기는 아버지 이야기대로 따로 쓰고, 글쓴이 이야기는 글쓴이 이야기대로 새로 쓰기를 바랍니다. 안타깝습니다만, 이 책은 이름팔이로 돈장사를 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사샤 세이건 글/홍한별 옮김, 문학동네, 2021.6.4.)


ㅅㄴㄹ


아쉽다고 여긴 책을 놓고서

느낌글을 굳이 쓸까 말까

한참 망설이지만

웬만하면 쓰려고 한다.


아쉬운 책을 쓴 분이

우리나라 사람이건

이웃나라 사람이건

부디 글팔이 아닌

살림꽃이란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걸어가기를

바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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