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2021.12.18.

읽었습니다 69



  제가 어릴 적이던 1980해무렵(년대)에는 순이(어머니) 혼자 부엌일을 하고 밥을 지어서 차려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고단하게 집살림에 집일을 도맡으셨고, 우리 언니는 “야, 넌 안 돕고 뭐 해?” 하면서 동생을 나무랐습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 언니는 일찍부터 눈뜨고 생각을 깨며 몸으로 나선 멋사내였구나 싶습니다. 둘레에서는 이런 언니나 저를 안 달갑게 보았어요. “저 집은 뭔 사내가 부엌에 있나?” 했는데, 할아버지 아저씨나 이런 눈이었고, 이웃 아주머니는 “우리 집 가시내는 부엌 얼씬도 안 하는데, 저 집은 사내들이 나서 주니 부럽네!” 하셨어요. 《채소다방》을 읽으며 어릴 적 일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남새는 볶아도 삶아도 데쳐도 맛나지요. 그런데 그때그때 톡 끊어서 그자리에서 날로 먹을 적이 가장 맛나지 싶습니다. 이따금 아이들한테 남새볶음을 해주지만, 웬만하면 날푸성귀로 즐기자고 이야기합니다.


《채소다방》(장연희·한혜인·노영경, 채소다방, 2020.8.28.)


ㅅㄴㄹ


여느 새책집에는 없는 책이고,

저는 이 책을

전북 순창 마을책집 〈밭〉에서

장만했습니다.


나라 곳곳 마을책집에서

만나실 만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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