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31.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

 히니 글, 이르비치, 2023.10.27.



오랜만에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로 간다. 오늘은 바람이 유난하지만 세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맞바람만 불지 않는다. 긴밤이 지난 뒤부터 바람결도 살짝 바뀌어 가는구나 싶다. 하루 내내 구름춤을 베풀던 하늘은 밤을 맞이하면서 활짝 갠다. 다만 먼지띠가 다 가시지는 않아 별이 와락 쏟아지지는 않고, 조금 넉넉히 보인다. 한 해가 저문다. 새해 첫날이 곧 밝겠구나.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를 읽었다. ‘서울곁’이 아닌, ‘서울품’도 아닌, ‘서울밖’에서 겪고 마주한 하루를 그리는구나 싶었으나, 줄거리는 어느새 짝맺기로 기운다. 뒤죽박죽이네. 두 가지를 다 펼쳐도 되지만, 이 책은 ‘서울밖’에 마음을 쏟고서, 나중에 ‘짝맺기’를 따로 쓰는 길이 훨씬 나았으리라 본다. ‘서울밖’ 하나만 놓고도 3000쪽이나 10000쪽에 이를 만큼 풀어낼 이야기가 ‘서울밖’ 사람들이면 누구나 있을 텐데. 숲노래 씨가 이런 글감으로 책을 쓴다면 “서울에는 숲이 없다”라든지 “서울을 떠나야 숲을 본다”처럼 길머리를 잡으리라. 참말 그런걸. 서울에 어디 숲이 있는가? 서울에는 ‘숲흉내’만 있다. 또는 ‘숲척’이 있다. 아무리 흉내를 낸들, 제아무리 숲인 척 꾸민들, 하나도 숲이 아니다. 숲을 등지는 나라에서 아이가 태어날 수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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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30.


《구석구석 부산》

 강동진 글, 비온후, 2023.7.31.



볕날로 연 하루인데, 조금씩 구름이 몰리더니 늦은낮부터 비를 뿌린다. 요 며칠은 하늘이 밤낮으로 뿌얬다. 비씻이를 한다. 어젯밤에 별을 보면서 희뿌연 먼지띠에 놀라기도 했는데, 우리는 언제쯤 쇳덩이를 내려놓고, 삽질을 줄이고, 잿집을 더는 안 쌓는 수수한 숲빛으로 거듭나려나. 《구석구석 부산》을 읽었다. 두툼하게 여민 꾸러미만큼 부산을 두루 거닐었다는 뜻일까 하고 헤아렸으나, 다리품보다는 “이미 나온 다른 글”에서 따온 줄거리가 많다. ‘대학교수’라는 이름이나 자리가 아니라, ‘마을사람’이라는 눈망울에 걸음걸이로 마주한다면, 얼거리도 줄거리도 확 달랐겠지. 여기부터 저기까지 한달음에 가로지르듯 걷는다면, 모처럼 걷더라도 마을도 골목도 햇살도 놓친다. 숲을 알려면, 숲을 봄여름가을겨울에 따라 한 해 내내 꾸준히 품어야 하는데, 이렇게 열 해쯤 누릴 노릇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고작 “열 살”이다. “거기 다녀온 적 있다”는 마음이라면, 다리품이 아닌 ‘관광’마저 아닌 ‘답사’일 뿐인데, 맛보기만으로 어떻게 부산을 골목골목 알거나 읽어낼까? 보금자리에서 수수한 살림꾼으로서 아이를 낳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눈빛과 눈높이로 써내려갈 적에라야 비로소 ‘마을자취(지역사)’란 이름이 어울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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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9.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

 백창우 글, 보리, 2003.9.1.



새해를 앞둔 마지막 쇠날인 오늘, 저잣마실을 나간다. 면소재지 푸른배움터 아이들이 짐수레를 끌고서 버스를 탄다. 시끄럽다. 참 시끄럽다. 이 아이들은 집하고 배움터에서 뭘 배웠을까? 아무것도 안 배우나? 이런 매무새로 스무 살만 먹으면 ‘어른’이란 꼬리를 달아 주나? 말끝마다 막말을 자랑 삼아 더 크게 씹어대는 아이들은 누구한테서 이 더럼말을 배웠을까?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을 모처럼 되읽고서 치웠다. 노래는 ‘사상·철학·민주·인권·평등’에서 오지 않는다. 노래는 늘 ‘놀이’에서 온다. 놀이는 풀꽃나무랑 해바람비한테서 온다. 풀꽃나무랑 해바람비는 들숲바다에서 오고, 들숲바다는 새랑 풀벌레랑 숲짐승한테서 온다. 사람은 이 모든 곳 사이에서 사랑을 그리기에 ‘사람’일 수 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어느 푸름이가 손전화를 시끄럽게 켠다. 아무도 무어라 안 한다. 10분쯤 지켜보다가 “학생. 공공장소에서는 이어폰을 낍니다. 아무도 안 가르쳐 주나요?” 하고 한마디 한다. 이 아이는 암말도 않다가 포두면에서 후다닥 내린다. 긴밤이 지난 겨울은 조금씩 밤이 줄어든다. 새해부터는 밤이 더 줄겠구나. 놀지 못 하는 아이들한테서 노래나 삶말이 흘러나올 수 없다. 놀지 못 하니 일도 모르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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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8.


《일만칠천 원》

 조영옥 글, 작은숲, 2015.6.1.



오늘 하루는 조용히 집에서 쉰다. 바람을 마시고, 물까치떼랑 직박구리를 지켜본다. 귤하고 능금을 바깥에 내놓는다. 우리가 안 쳐다볼 적에 어느새 이 새랑 저 새가 내려와서 콕콕 쫀다. 콕콕 쪼는 모습을 보려고 마루에 살그마니 앉아서 내다본다. 마당에 얌전히 서서 꼼짝을 안 하면서 바라본다. 먼먼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사람은 새하고 동무였다. 까마득히 먼 옛적부터 사람은 곰이며 여우에 늑대에 범하고도 이웃이었다. 이제 사람은 누가 이웃일까? 오늘 사람은 이웃을 다 잊지 않았나? 사람 사이에서도 이웃이나 동무가 아닌, 그저 남남이면서 미운털에 가시로 여기지 않는가? 《일만칠천 원》을 읽었다. 힘을 덜기가 어려울는지 모르나, 우리나라는 더더욱 ‘시인이라는 어깨힘’이 너무 세다. 다들 비슷비슷한 낱말(시어)을 쓰는데, ‘엮다·짜다’ 같은 우리말을 모르는지 ‘직조’ 타령을 한다. 살아온 오늘을 보고, 살아갈 모레를 그리고, 살아낸 어제를 되새기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노래님이다. 삶을 삶말로 담는다. 살림을 살림말로 옮긴다. 사랑을 사랑말로 노래한다. 글이란, 이렇게 삶과 살림과 사랑을 오롯이 숲빛으로 여미면 넉넉하다. 꾸미려 하니까 겉치레에 허울이다. 꿈을 그려야 논밭을 일구듯 열매를 거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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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7.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구로카와 유지 글/안선주 옮김, 글항아리, 2022.3.11.



어제 잘못 산 쟁개비 뚜껑을 바꾸러 읍내에 다시 나간다. 날이 포근하면서 읍내마실을 하는 할매할배도 늘어난 듯싶다. 앞으로 이 시골에서 시골버스를 탈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무 살만 넘어도 버스를 안 탄다. 어린이·푸름이하고 할매할배가 타고, 숲노래 씨처럼 “앞으로도 부릉거리는 쇳덩이는 안 건사할” 사람이 탈 텐데, 시골에서 살며 “부릉거리는 쇳덩이”를 안 거느리는 20∼60살 이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늘이 뿌옇다. 뿌열 만하다. 다들 부릉거리는 쇳덩이를 몰잖은가?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서울나라이잖은가?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읽었다. 옮김말씨는 매우 아쉽지만, 또 우리 스스로 쓴 책조차 아닌, 일본 이웃이 쓴 책이지만, 고맙게 읽었다. 일본은 진작 우크라이나 발자취도 찬찬히 새기고 나눌 만큼 눈썰미가 넓다. 우리는 겨우 “일본책을 옮길 뿐”인데 “우리말씨 아닌 일본말씨”로 범벅이다. 아이들이 무엇을 물려받아야 할까? ‘무인군사드론’이나 ‘핵탄두를 붙인 대륙간탄도탄’을 물려줘야 하나? 푸르게 우거진 들숲바다를 정갈히 돌보며 사랑하는 살림빛을 물려줄 수 있는가? 싸움으로 타오르는 불바다는 얼뜬 우두머리 하나가 일으키지 않는다. 얼뜬 얼간이는 바로 우리가 뽑아서 세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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