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30.
《구석구석 부산》
강동진 글, 비온후, 2023.7.31.
볕날로 연 하루인데, 조금씩 구름이 몰리더니 늦은낮부터 비를 뿌린다. 요 며칠은 하늘이 밤낮으로 뿌얬다. 비씻이를 한다. 어젯밤에 별을 보면서 희뿌연 먼지띠에 놀라기도 했는데, 우리는 언제쯤 쇳덩이를 내려놓고, 삽질을 줄이고, 잿집을 더는 안 쌓는 수수한 숲빛으로 거듭나려나. 《구석구석 부산》을 읽었다. 두툼하게 여민 꾸러미만큼 부산을 두루 거닐었다는 뜻일까 하고 헤아렸으나, 다리품보다는 “이미 나온 다른 글”에서 따온 줄거리가 많다. ‘대학교수’라는 이름이나 자리가 아니라, ‘마을사람’이라는 눈망울에 걸음걸이로 마주한다면, 얼거리도 줄거리도 확 달랐겠지. 여기부터 저기까지 한달음에 가로지르듯 걷는다면, 모처럼 걷더라도 마을도 골목도 햇살도 놓친다. 숲을 알려면, 숲을 봄여름가을겨울에 따라 한 해 내내 꾸준히 품어야 하는데, 이렇게 열 해쯤 누릴 노릇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고작 “열 살”이다. “거기 다녀온 적 있다”는 마음이라면, 다리품이 아닌 ‘관광’마저 아닌 ‘답사’일 뿐인데, 맛보기만으로 어떻게 부산을 골목골목 알거나 읽어낼까? 보금자리에서 수수한 살림꾼으로서 아이를 낳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눈빛과 눈높이로 써내려갈 적에라야 비로소 ‘마을자취(지역사)’란 이름이 어울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