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9.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
백창우 글, 보리, 2003.9.1.
새해를 앞둔 마지막 쇠날인 오늘, 저잣마실을 나간다. 면소재지 푸른배움터 아이들이 짐수레를 끌고서 버스를 탄다. 시끄럽다. 참 시끄럽다. 이 아이들은 집하고 배움터에서 뭘 배웠을까? 아무것도 안 배우나? 이런 매무새로 스무 살만 먹으면 ‘어른’이란 꼬리를 달아 주나? 말끝마다 막말을 자랑 삼아 더 크게 씹어대는 아이들은 누구한테서 이 더럼말을 배웠을까?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을 모처럼 되읽고서 치웠다. 노래는 ‘사상·철학·민주·인권·평등’에서 오지 않는다. 노래는 늘 ‘놀이’에서 온다. 놀이는 풀꽃나무랑 해바람비한테서 온다. 풀꽃나무랑 해바람비는 들숲바다에서 오고, 들숲바다는 새랑 풀벌레랑 숲짐승한테서 온다. 사람은 이 모든 곳 사이에서 사랑을 그리기에 ‘사람’일 수 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어느 푸름이가 손전화를 시끄럽게 켠다. 아무도 무어라 안 한다. 10분쯤 지켜보다가 “학생. 공공장소에서는 이어폰을 낍니다. 아무도 안 가르쳐 주나요?” 하고 한마디 한다. 이 아이는 암말도 않다가 포두면에서 후다닥 내린다. 긴밤이 지난 겨울은 조금씩 밤이 줄어든다. 새해부터는 밤이 더 줄겠구나. 놀지 못 하는 아이들한테서 노래나 삶말이 흘러나올 수 없다. 놀지 못 하니 일도 모르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