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0.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김서정 옮김, 바람의아이들, 2011.6.20.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비가 그칠 듯하면서 그치지 않고, 해가 나오다가도 들어가고, 찜통이라는 날씨로 흐른다. 나무 곁에 서면 그늘바람이 감싸지만, 나무 없는 데에서는 후끈거린다. 저녁에 빨래를 해놓는다. 이튿날 해가 나서 말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를 되읽어 본다. 매우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큰아이가 네 살 무렵에, 작은아이가 갓 태어난 해에 만난 이 그림책을 두고두고 아꼈고, 옮김말을 하나하나 손질해서 조곤조곤 읽어 주었다. 참으로 자주 읽은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누리는 철빛놀이를 상냥하면서 즐겁게 담아낸다. 모든 어른이 어릴 적에 하던 놀이요, 모든 아이가 새롭게 누리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징검돌로 맞이하는 놀이라고 하겠다. 요새 눈놀이를 하는 어린이는 몇이나 될까? 요새 비놀이나 구름놀이를 하는 어린이는 있을까? 나무를 탈 줄 아는 어린이가 있을까? 풀내음과 새노래를 듬뿍 맞아들이면서 스스로 푸르게 피어나는 어린이는 어디 있는가? 이 아름그림책은 열 해조차 못 버티고 사라져야 했다. 우리가 스스로 아름답게 살림을 짓고 일놀이를 펴면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어른이라면, 이 그림책이 책집에서 사라지도록 모르쇠로 살지 않았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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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9.


《동네 걷기 동네 계획》

 박소현·최이명·서한림 글, 공간서가, 2015.12.28.



해가 나온다 싶으면 마을 곳곳에서 풀죽임물을 뿌린다. 풀죽임물을 뿌린다 싶으면 어느새 함박비가 와락 쏟아진다. 올해 봄비랑 여름비는 풀죽임물이 마을을 덮으면 이내 찾아든다.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 가게에서 수박을 장만한다. 수박덩이를 짊어진 채 멧골을 오른다. 기슭에 두바퀴를 눕히고서 골짝물에 몸을 담근다. 달걀버섯이 잔뜩 돋았다. 말끔한 아이는 딴다. 일고여덟을 누린다. 개미랑 풀벌레도 달걀버섯을 좋아한다. 이맘때 숲에서 꼭 며칠만 누리는 빛나는 숨빛이다. 《동네 걷기 동네 계획》을 읽었다. 마을을 걷고 싶으면 그저 걸으면 된다. 다만, 먼발치에서 구경하러 오듯 안 걷기를 바란다. 비록 잿집(아파트)에서 살더라도 ‘마을걷기 = 마을이웃 만나기’라는 마음으로 걷기를 바란다. 뭔가 대단한 ‘연구·조사·촬영·기획·르포·탐방’ 같은 이름은 쓰지 말자. 조용히 걸으면서 골목길과 골목집과 골목나무 사이로 흐르는 볕살을 함께 누리자. 무엇보다도 ‘멀리서 구경하러 오는 가난한 곳’이 아니라 ‘나 스스로 살림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오래오래 살아갈 터전’이라는 마음으로 살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마을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다면, 적어도 몇 해쯤 조용히 걷고 난 뒤에라야 붓을 쥐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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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8.


《잡초는 없다》

 윤구병 글, 보리, 1998.5.15.



새삼스레 내리는 비를 본다. 가늘게 오다가 굵게 온다. 늦은낮에는 비구름이 걷히고 해가 난다. 파랗게 퍼지는 하늘 둘레로 깃털처럼 가볍게 날갯질하는 구름결을 바라본다. 우리 책숲에서 비새는 곳이 늘었다. 얼른 지붕에 덩굴풀이 퍼져서 틈을 막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며칠 앞서부터 마을 여러 곳에 “우리 면은 마을발전기금을 받지 않겠습니다”라 적은 걸개천이 나부낀다. 뭘까? 뭔데? 저 걸개천은 ‘이제부터 안 받’으면서 ‘텃힘’을 안 부리겠다는 뜻인가? ‘이제까지 실컷 받’았으니 굳이 더 안 받아도 배부르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이제까지 받은 돈을 뱉’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여태 받은 돈을 뱉기는 어렵다는 뜻인가? 《잡초는 없다》를 되읽었다. 1998년 여름에 처음 읽을 적에는 ‘이렇게 배움살림을 말하는 분이 있네?’ 싶으면서도, 어딘가 께름했다. 우리 삶터(사회)로 보자면 틀림없이 “잡초는 있다”이다. 오른켠만 그놈(권력자)이지 않다. 왼켠도 그놈(권력집단)이다. 오른켠도 왼켠도 사람을 ‘화초·약초·잡초’로 가른다. 어느 켠에도 안 서면서 어린이를 바라보고 스스로 어른으로 서자면 ‘草’가 아닌 ‘풀’을 볼 노릇이고, “풀이 있다”고 속삭이면 된다. 온누리 모두 풀이다. 우리 스스로 들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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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3.


《켈트 북구의 신들》

 다케루베 노부아키 글/박수정 옮김, 들녘, 2000.1.20.



어젯밤에 소나기가 뿌렸다. 아침에는 그친다. 새삼스레 구름이 짙게 낀다. 날갯짓을 하지 않고서 가만히 바람골에 올라타서 바람길을 따라서 하늘을 가르는 어미 제비를 본다. 오늘은 별맞이를 할 수 있을까. 한동안 별맞이를 못 하지만, 빗물맞이는 실컷 한다. 잎이랑 줄기마다 빗물이 동글동글 맺는다. 비날을 이으면서 마을이 매우 조용하다. 자잘한 소리를 빗물이 재우기도 하고, 풀죽음물을 뿌리려는 몸짓도 이 빗줄기가 다 털어내 준다. 《켈트 북구의 신들》을 읽었다. 우리한테는 어떤 옛님이 있고 오늘님이 있을까? 먼 옛날 이 별에 찾아와서 나라를 이룬 님이 있을 테고, 우리 곁에서 살림살이를 이루는 님이 있다. 입에서 입으로 물려주는 옛이야기에 깃드는 님은 으레 수수한 살림터에서 반짝이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왔지 싶다. 잔바람(유행)이 아닌 하늘바람으로 흐른 님이다. 별빛과 햇빛으로 어우러지는 사랑빛을 들려주는 님이다. 사람으로서 일을 빚고, 사람으로서 사랑을 짓고, 사람으로서 살림을 그리는 길에 손을 맞잡는 님이다. 그러면 옛날하고 오늘날은 무엇이 다를까? 옛날에는 누구나 님을 마음으로 알아보았다면, 오늘날에는 ‘과학·지식’이라는 들보를 쓴 채 님도 이웃도 우리 스스로도 마음으로 못 알아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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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29.


《여학교의 별 2》

 와야마 야마 글·그림/현승희 옮김, 문학동네, 2022.5.5.



한가위 새벽 다섯 시 반 무렵부터 고흥에서 택시를 달린다. 순천 칙폭나루에 여섯 시 사십오 분에 닿는다. 아침 일곱 시 삼십일 분 칙폭이를 타고 서울로 간다. 어제 몸을 벗은 가시아버지(장인)를 기리려고 작은아이하고 일산으로 간다. 낮 열두 시 무렵 드디어 일산에 닿고, 작은아이 낮밥부터 먹이고서 옷을 갈아입고 손님맞이를 한다. 처음부터 ‘곁님 동생(처제)’네가 하자는 대로 따르려고 생각했으나, 곰곰이 보니 ‘상조회사’하고 ‘천주교회’에서 쥐락펴락하는 듯싶더라. ‘이건 아니잖아’ 싶어, 그분들이 주무르는 결을 천천히 물리면서 ‘우리 집안 사람’을 고요히 기리면서 떠나보내는 길을 돌아보자고 이야기한다. 넋을 읽고 이어 새롭게 보금자리를 가꾸고 돌아볼 주검터(장례식장)이라고 본다. 《여학교의 별 2》을 읽었다. 둘레에서 재미있다고들 말하지만, 글쎄, “참말로 학교살이가 재미있습니까?” 하고 되묻고 싶다. 검은익살로 줄거리를 짜면서 가볍게 눙치듯 풀어내는 얼거리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검은익살을 선보이려면 ‘틀(사회의식)’을 고스란히 따르게 마련이고, 뻔한 틀은 하나도 안 새롭다. ‘별’을 다룬 읽을 만한 그림꽃(만화)이라면, 《별을 새기다》(나카노 시즈카)를 읽어 보기를 바란다.


#女の園の星 #和山やま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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