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9.
《동네 걷기 동네 계획》
박소현·최이명·서한림 글, 공간서가, 2015.12.28.
해가 나온다 싶으면 마을 곳곳에서 풀죽임물을 뿌린다. 풀죽임물을 뿌린다 싶으면 어느새 함박비가 와락 쏟아진다. 올해 봄비랑 여름비는 풀죽임물이 마을을 덮으면 이내 찾아든다.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 가게에서 수박을 장만한다. 수박덩이를 짊어진 채 멧골을 오른다. 기슭에 두바퀴를 눕히고서 골짝물에 몸을 담근다. 달걀버섯이 잔뜩 돋았다. 말끔한 아이는 딴다. 일고여덟을 누린다. 개미랑 풀벌레도 달걀버섯을 좋아한다. 이맘때 숲에서 꼭 며칠만 누리는 빛나는 숨빛이다. 《동네 걷기 동네 계획》을 읽었다. 마을을 걷고 싶으면 그저 걸으면 된다. 다만, 먼발치에서 구경하러 오듯 안 걷기를 바란다. 비록 잿집(아파트)에서 살더라도 ‘마을걷기 = 마을이웃 만나기’라는 마음으로 걷기를 바란다. 뭔가 대단한 ‘연구·조사·촬영·기획·르포·탐방’ 같은 이름은 쓰지 말자. 조용히 걸으면서 골목길과 골목집과 골목나무 사이로 흐르는 볕살을 함께 누리자. 무엇보다도 ‘멀리서 구경하러 오는 가난한 곳’이 아니라 ‘나 스스로 살림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오래오래 살아갈 터전’이라는 마음으로 살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마을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다면, 적어도 몇 해쯤 조용히 걷고 난 뒤에라야 붓을 쥐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