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3.


《켈트 북구의 신들》

 다케루베 노부아키 글/박수정 옮김, 들녘, 2000.1.20.



어젯밤에 소나기가 뿌렸다. 아침에는 그친다. 새삼스레 구름이 짙게 낀다. 날갯짓을 하지 않고서 가만히 바람골에 올라타서 바람길을 따라서 하늘을 가르는 어미 제비를 본다. 오늘은 별맞이를 할 수 있을까. 한동안 별맞이를 못 하지만, 빗물맞이는 실컷 한다. 잎이랑 줄기마다 빗물이 동글동글 맺는다. 비날을 이으면서 마을이 매우 조용하다. 자잘한 소리를 빗물이 재우기도 하고, 풀죽음물을 뿌리려는 몸짓도 이 빗줄기가 다 털어내 준다. 《켈트 북구의 신들》을 읽었다. 우리한테는 어떤 옛님이 있고 오늘님이 있을까? 먼 옛날 이 별에 찾아와서 나라를 이룬 님이 있을 테고, 우리 곁에서 살림살이를 이루는 님이 있다. 입에서 입으로 물려주는 옛이야기에 깃드는 님은 으레 수수한 살림터에서 반짝이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왔지 싶다. 잔바람(유행)이 아닌 하늘바람으로 흐른 님이다. 별빛과 햇빛으로 어우러지는 사랑빛을 들려주는 님이다. 사람으로서 일을 빚고, 사람으로서 사랑을 짓고, 사람으로서 살림을 그리는 길에 손을 맞잡는 님이다. 그러면 옛날하고 오늘날은 무엇이 다를까? 옛날에는 누구나 님을 마음으로 알아보았다면, 오늘날에는 ‘과학·지식’이라는 들보를 쓴 채 님도 이웃도 우리 스스로도 마음으로 못 알아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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