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다섯 가지 별 (2016.6.24.)



  마음으로 별을 그려 본다. 내 마음속에 파랗게 눈부신 별을 그려 본다. 언제나 튼튼하고 언제나 슬기로우며 언제나 넉넉한 살림이 되도록 온몸에 별을 그려 본다. 눈을 뜰 적이든 눈을 감을 적이든 파랗게 빛나면서 까맣다가 하얗다가 빨갛게 반짝이는 별을 그려 본다. 이 별은 불꽃일 수 있고 바람일 수 있다. 이 별은 사랑일 수 있고 꿈일 수 있다. 그래서 다섯모로 이루어진 별을 그리되, 다섯 가지 모마다 한 낱말씩 넣어 본다. ‘책·말·숲·삶·넋’을 넣는다. 오늘 나는 책을 짓고 말을 가꾸는 자리에 있는데, 앞으로는 숲을 짓고 삶을 가꾸면서, 바야흐로 넋을 곱게 살찌워서 새롭게 태어나는 고요누리에 가려는 꿈을 씨앗으로 심으려는 그림을 그려 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람타공부/RAMT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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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종이 자동차 (2016.6.8.)



  집안에서 플라스틱 장난감을 하나둘 없애려 하면서 새로운 놀잇감을 지으려고 하는데, 종이 자동차를 비로소 오려서 그려 본다. 어떤 종이를 쓰느냐를 생각하고, 어떤 무늬나 빛깔을 넣느냐를 생각한다. 가장 수수하면서 투박하다고 할 크레파스로 그림을 입혀 보는데, 크레파스 냄새가 짙게 난다. 이 종이 버스를 갖고 놀면 손에 크레파스도 고스란히 묻을 테지? 이틀에 걸쳐서 틀을 짜고 두 시간 남짓 걸려서 칼과 가위로 오린 뒤에 나무풀로 붙였다. 하나는 ‘숲바람’이고 다른 하나는 ‘숲사람’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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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살림꽃 (2016.3.13.)



  이달에는 ‘살림꽃’을 그려서 부엌에 붙이기로 한다. 아이들과 둘러앉아서 밥을 먹는 자리에서 늘 바라볼 수 있도록 붙이려고 ‘살림꽃’을 그린다. 스스로 즐겁게 지어서 피어나도록 할 살림꽃을 마음속으로 헤아리면서 그림을 그린다. 나는 아무 말을 않고 그림을 그리는데, 두 아이가 내 곁에 둘러앉아서 저마다 그림놀이를 한다. 참말 그림은 그리면 되는 일이기에 아이도 어른도 함께 즐길 만하다. 그림으로 그리기에 꿈이 되고, 꿈이 되기에 어느새 삶이 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그림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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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살림 (2016.2.13.)



  부엌에 붙일 그림을 새로 그린다. 아침저녁으로 불을 올려서 밥을 지을 적마다 바라보려고 ‘살림’을 그린다. 집살림부터 도서관살림이랑 책살림이랑 마을살림이랑 글살림, 여기에 사랑살림이나 아이살림이나 옷살림이나 땅살림이라든지, 이웃살림이나 마음살림이나 노래살림이나 웃음살림이라든지, 풀살림이나 나무살림이나 꽃살림이나 하늘살림에다가, 꿈살림이나 넋살림이나 온살림에 이르기까지, 모두 골고루 살리려는 숨결을 담아 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그림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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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ㅂㅅㅇ (2016.2.5.)



  작은아이가 버스나 자동차를 몹시 좋아하기에 작은아이가 늘 갖고 놀도록 ‘종이버스’를 오려 보자는 생각이 든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작은아이가 갖고 놀 버스는 늘 하늘을 날고 바다를 가를 테니, 바퀴가 아닌 다른 것으로 구르거나 날도록 헤아려 본다. 앞바퀴는 별이요 뒷바퀴는 꽃이다. 이리하여, 이 버스는 ‘ㅂㅅㅇ’라는 이름인데, “보스야(보라 버스야)”이다. 작은아이 이름이다. 그리고, “별숲이”이기도 하다. ‘별 + 숲(꽃)’으로 날아다니는 버스이기 때문이다. 어때? 마음에 드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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