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곁들이기 (2016.1.3.)



  작은아이가 그림을 그릴 적에 자꾸 ‘난 못 그려’ 하고 말하기에 작은아이 곁에 붙어서 그림놀이를 지켜보다가 가만히 곁그림을 붙여 본다. 작은아이더러 기운을 내라고, 그저 의젓하게 그리면서 놀라고 이른다. 얘야, 우리는 모두 풋내기이면서 첫걸음을 떼는 사람이란다. 푸릇푸릇 싱그러운 숨결인 사람이고, 처음으로 한 발을 떼는 사람이지. 그러니 네 손길이 곱게 움직이도록 마음을 기울이기만 하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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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두 아이 (2015.12.25.)



  완성형 글판으로는 칠 수 없는 이름을 붙인 종이인형을 둘 빚는다. 작은아이가 입을 한껏 벌려서 소리를 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 + ㅑ + ㄹ’이랑 ‘보 + ㅑ + ㄹ’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두 종이인형은 ‘옷’을 입는다. 두 종이인형이 사는 나라에서는 치마나 바지라는 이름이 아닌 ‘옷’이라는 이름만 쓰고, 누구나 같은 옷을 즐겁게 입는다. 이 종이인형이 온 나라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갖고 싶은 머리카락 빛깔대로 태어나고, 눈 빛깔이며 살갗 빛깔이며 모두 스스로 골라서 태어난다. 두 아이는 가슴 가득 서로 아끼는 별숨하고 사랑숨하고 꽃숨을 품는다. 이 숨결로 온누리에 이야기잔치를 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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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구름 타는 촛불나무 (2015.12.11.)



  책상맡에 놓고서 날마다 새롭게 들여다보는 내 ‘꿈그림’을 새로 그리기로 한다. 어떤 꿈을 그릴까 하면서 파란 줄을 토막토막 둥그스름하게 넣은 뒤 파란 막대를 그린다. 이러고 나서 다른 빛깔로 토막줄을 그리고, 이내 구름 하나를 그린다. 내 새로운 이름인 ‘숲노래’를 딴 ‘ㅅㄴㄹ’를 그리고, 우리 숲집도서관이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200(200억 원을 벌고야 말겠어!)’에다가 ‘빨간머리 사람’을 그린다. 우리 보금자리를 둘러싼 제비랑 사랑나비랑 나뭇잎이랑 풀꽃을 그린 뒤, 온눈(마음에 있는 셋째 눈)으로 삶을 바라보자는 빙글빙글이를 세 가지 빛깔로 빚는다. 바닥에는 풀빛 별님을 그린다. 다 그리고 나서 책상에 촛불을 켜고 그림을 함께 바라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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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무지개꽃보라 (2015.12.4.)



  모처럼 종이인형을 빚는다. 늘 아이들끼리 종이인형을 빚었으나, 우리 집 작은아이를 종이인형으로 빚어 본다. 작은아이는 ‘산들보라’인데 네 마음속에 흐르는 무지개를 살그마니 꺼내어 환하게 빛나는 ‘무지개꽃’이 곧게 퍼지니, ‘무지개꽃보라’라는 종이인형을 빚는다. 무지개꽃보라는 치마를 입었는지 앞치마를 둘렀는지 모른다. 그렇지? 마음 가득 흐르는 고운 숨결을 언제나 어디에서나 사랑해 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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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종이동무 (2015.11.9.)


  아이들이 큰 그림종이를 아무렇게나 오렸다. 종잇조각이 꽤 많이 남는다. 이를 어찌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되살림 종이동무(인형)’를 빚기로 한다. 종이를 함부로 쓴 두 아이는 한동안 구경만 하도록 시킨 뒤, 자투리 종이에 천천히 그림을 그려 넣는다. 버리면 그냥 버려지지만, 되살리면 이 종이로 태어난 나무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꽃나무구름’하고 ‘불타오르며 날아오른 보라’를 빚어 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그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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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1-10 13:02   좋아요 0 | URL
`꽃나무구름`도 `불타오르며 날아오른 보라`도 다 참 예쁘고 멋지네요~
숲노래님의 이야기빛이 깃든 그림들은~~언제나 참 즐겁고 좋습니다~~^-^

숲노래 2015-11-10 14:43   좋아요 0 | URL
이렇게 그리고 나니
큰아이가 자투리 종이를 살리는 길을
문득 깨달아 주더라구요.
아이들한테 더없이 고마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