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2022.4.19.

사람노래 . 이오덕



이곳에서 짓는 바람은

감나무를 쓰다듬고

멧딸기를 어루만지고

감자밭을 보살피고


저곳에서 보는 바람은

개구리노래를 담고

멧새노래를 이루고

풀벌레노래를 싣고


그곳에서 오는 바람은

별빛을 고이 씻고

숲빛을 듬뿍 달래고

빗빛을 고루 심고


삶이란 오늘

살림이란 나눔

사랑이란 우리

온말에 온누리가 있어


ㅅㄴㄹ


멧골에서 나고자란 이오덕 님은 어린이를 가르치는 길잡이 노릇으로 온삶을 보내었습니다. 큰고장(도시)이 아닌 멧골 작은배움터(분교)에서 흙꾼(농사꾼)으로 태어나 흙꾼으로 살아갈 멧골아이를 온마음으로 사랑하여 돌보는 길을 걸어가면서, 멧골아이가 스스로 삶을 쓰고 그리도록 북돋았습니다. 이러면서 ‘글쓰기 = 삶쓰기’인 줄 깨달았고, 시골아이도 서울아이도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삶을 밝히며 생각을 가꾸는 글쓰기로 하루를 그리기를 바라는 뜻을 펼쳤습니다. 이 뜻은 ‘어른 글쓰기판’을 사로잡은 ‘일본 한자말이어야 글멋이 난다’고 여기는 물결을 거스르면서 ‘시골사람이 알아듣도록 쉽게 가다듬는 우리말이어야 비로소 삶글로 피어난다’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우리글 바로쓰기》란 책으로 새물결을 일으키기도 했고, 멧새가 되었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2022년 4월 19일 아침 아홉 시부터 낮 세 시까지

이오덕 어른 아드님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었다.


이정우 아저씨도 많이 늙었다.

이정우 아저씨는 “자네도 많이 늙었어.” 하신다.


나는 하루 내내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첫째, 나

둘째, 아이들하고 곁님

셋째, 숲

넷째, 별과 하늘과 해와 풀꽃나무

다섯째, 우리 푸른별

여섯째, 말꽃(사전)


4월 19일 새벽 네 시에 ‘사람노래’를 쓰자는

생각이 불쑥 들었고

첫 꼭지로 ‘이오덕’을 썼다.

난 쓰면서 울었는데

이오덕 어른 아드님은

“자네는 시는 못 쓰는구만.” 하신다.


내가 ‘동시를 잘 쓴다’는 생각은

아예 한 적이 없으나

‘시를 못 쓴다’는 말을 밤까지 내내 생각하다

‘난 나대로 쓸 뿐이에요’ 하고 혼잣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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