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무리씨의 시계공방 1
히와타리 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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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좋아하는 길을 찾아서 노래해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1》

 히와타리 린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9.30.



  무엇을 ‘잘한다’면 그 무엇을 오래오래 했거나 꾸준히 했거나 즐겁게 했거나 자꾸자꾸 했기 때문이겠지요. 손에 익고 몸에 익숙하니 잘하기 마련입니다. 솜씨가 좋아서 잘한다고 할 적에도 그래요. 솜씨란, 손이며 몸에 익은 길입니다. 길을 익혔으니 척척 합니다. 길을 익히지 않았으면 헤매거나 틀리거나 엇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고마워. 이건 특별히 애착이 가는 물건이라 소중히 신경써 줘서 기쁘군.” “별말씀을요. 저는 평소처럼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12쪽)


“아무래도 오래된 탓에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망가진 채로 놔둘 수는 없어서. 이웃 분에게 이곳 평판을 듣고 왔어요.” “그랬군요. 이건 무척, 소중한 물건이군요.” (17쪽)



  잘하기는 하는데 안 좋아하거나 안 즐길 수 있습니다. 그저 손길을 잘 들이기에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둘레에서 해보라 하니까 해볼 뿐, 스스로 나서서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잘한다고들 하기에 떠밀려서 그럭저럭 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이와 달리 도무지 잘할 낌새가 안 보이지만 끝까지 붙들리는 사람이 있어요. 누가 보아도 영 허술하지만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 하고 또 하는 사람이 있지요. 이들은 아무리 ‘못한다’고 해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입니다. 좋아하기에 다시 해요. 즐기니까 또 해요. 고꾸라져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이란 바로 ‘좋아함’하고 ‘즐김’입니다.



“시계는 그저 째깍째깍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죠. 몸에 지니고 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사람에게나 가족에게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 되거든요.” (27쪽)


“엄마, 내가 어른이 되면 이 시계 써도 돼? 소중히 아낄 테니까.” “으∼음. 글쎄, 생각해 볼게. 잘 써주는 편이 시계도 할아버지도 기뻐할지도 모르니까.” (27쪽)



  좋아하기에 걷어차여도 다시 찾아가지요. 좋아하니까 손사래쳐도 또 다가서지요. 좋아하는 마음이란 대단하지요. 새롭게 기운이 솟도록 북돋아요.


  즐기는 마음도 놀라워요. 즐길 줄 알기에 하루가 흐르는 줄 잊습니다. 즐길 줄 아니까 배고픈 줄 몰라요. 즐기기에 언제나 노래하듯 맞아들입니다.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1》(히와타리 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는 숱한 살림살이 가운데 때꽃(시계)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딱히 잘할 줄 아는 길은 없으나 때꽃 하나만큼은 매우 좋아하면서 돌보는 아가씨가 살아가는 하루를 보여줍니다.



“확실히 비슷한 시계는 우리도 취급하고 있어요. 하지만 비슷해도 설령 똑같은 거라고 해도 잘 보면 누구 건지 알 수 있어요.” (40쪽)


“시곗줄을 바꾸면 그 시계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워요.” (45쪽)



  때꽃 하나를 찬찬히 다루는 아가씨는, 이 때꽃을 손목에 차거나 품에 넣거나 자리에 놓은 사람들이 쓰다담은 손길을 생각합니다. 우리 곁에 두는 여러 세간 가운데 하나로 쳐도 될 테지만, 돈으로 사고파는 세간이라는 틀을 넘어, 우리가 마음을 기울여 하루를 보내는 길을 마주하는 벗으로 여깁니다.



“틀림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셨겠죠.” (85쪽)



  사람하고만 말을 섞을 수 있지 않아요. 풀하고도 말을 섞을 수 있습니다. 꽃이며 나무하고도 말을 섞습니다. 바람이며 구름하고도 말을 섞을 뿐 아니라, 풀벌레나 새하고도 말을 섞어요.


  우리한테 참다이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무엇을 마주해도 마음을 활짝 틔워 말을 나누지요. 붓이랑 말을 섞는 사람이 있어요. 책이랑 말을 섞는 사람도, 도마랑 말을 섞는 사람도, 실이란 말을 섞는 사람도 있습니다. 때꽃하고도 얼마든지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로 지낼 만합니다.


  좋아하기에 마음을 띄우지요. 좋아하니까 마음을 받고요. 좋아하면서 마음을 보내요. 좋아하는 마음은 늘 하나가 되어 움직입니다.



“지금은 시계를 찾는 사람이나 지난번 야하타처럼 곤경에 처한 사람들 곁을 지키면서, 언젠가 또 선생님과 함께 가게를 하는 게 꿈이에요.” (107쪽)



  온누리 어린이가 스스로 좋아할 길을 찾아나서면 좋겠습니다. 굳이 배움터를 오래 다녀야 하지 않아요. 때로는 배움터를 오래 다녀도 되겠지요. 배움터가 좋다면 말예요. 살림돌이나 살림순이가 되어도 좋습니다. 노래돌이나 노래순이가 되어도 좋습니다. 다만, 스스로 마음을 틔워 즐길 줄 알기를 바라요. 즐기면서 노래하고, 즐기기에 춤추고, 즐기는 동안 환하게 웃음꽃이 되는 길을 가기를 바랍니다.



“전에 살던 집 근처의 시계점에 가져가 봤는데, 오래되고 교체할 부품도 없어서 못 고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해도 엄마가 소중히 여기던 거니까 버릴 수가 없어서. 다시 쓸 수 있게 되면 정말 기쁘겠지만.” (139쪽)


“부품이 있는지 없는지는 찾아봐야 알겠지만, 없으면 만들면 되니까.” “만들 수도 있는 거예요?” “네. 만들 수 있어요. 걱정 말고 저한테 맡겨 주세요.” (141쪽)



  처음에는 느낍니다. 느끼니 봅니다. 문득 보다가 오래오래 지켜보고 바라보고 살펴봅니다. 두고두고 보다가 손을 뻗습니다. 손이 닿으며 새로 느낍니다. 새로 느끼기에 생각합니다. 생각하면서 헤아리는 길을 갑니다. 이제 몸을 움직입니다. 몸을 움직여 맞아들입니다. 맞아들이면서 마음에 둡니다. 마음에 두니 좋습니다. 반갑지요. 반기는 마음결을 북돋아 함께 지내는 동안 어느새 사랑이 무르익습니다.


  처음부터 ‘사랑할 길’을 느끼고 알고 찾아도 훌륭할 텐데, 처음부터 사랑할 길을 못 느끼고 모르고 못 찾아도 돼요. 처음에는 그저 바라보면서 좋아할 길을 찾으면 됩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스스로 추스르고 토닥이면서 이 마음씨가 앞으로 싱그럽게 피어날 사랑이라는 꽃이 되도록 가꾸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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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冠さんの時計工房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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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 군의 세계 2
안도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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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모두 사랑스러운 사람들



《마치다 군의 세계 2》

 안도 유키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6.8.15.



  어느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녔느냐를 놓고 줄을 세우곤 합니다. 우리나라는 배움길보다는 ‘줄길’이 드세다고 느낍니다. 이 줄길은 일자리를 얻는 데에서뿐 아니라, 삶터 구석구석에 깃들어요. 이런 줄이며 저런 줄이 있으면 수월하게 볼일을 보거나 풀지요.


  저한테도 어떤 줄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제가 모르는 무슨 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줄길이 싫고 못마땅해 열린배움터를 그만두었고, 나고 자란 마을을 떠나 아주 먼 고장으로 옮겼어요. 사람줄·돈줄·배움줄·힘줄·벼슬줄 어느 하나도 손에 안 쥐고서 스스로 하려는 일을 헤아리며 살아갑니다.


  저는 오직 하나를 바라보려고 해요. 줄이 아닌 숲을 바라보고, 줄길이 아닌 아이들 눈길을 바라보며, 줄세우기가 아닌 살림짓기를 즐기며 나누는 살림돌이(살림꽃)가 되려고 합니다.



‘마치다 하지메 군(16)은 오늘 안테나가 활짝 펴진 모양입니다.’ (13쪽)


“만나서 반갑다. 형이야. 내가 널 지켜줄게.” (36쪽)



  줄이 없는 채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으레 담벼락에 부딪힙니다. 고꾸라지거나 미끄러지기 일쑤입니다. 둘레에서 다들 그래요. “어째 그대는 줄이 하나도 없는가?” 저는 빙그레 웃습니다. “저 스스로 줄을 누리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저처럼 줄이 없는 모든 이웃이, 줄 아닌 즐겁게 갈고닦거나 다스린 솜씨로 일할 자리를 지어야 아름나라가 되리라 생각해요.” 둘레에서 다시 말하지요. “그렇게 깐깐하게 굴지 말고 이쪽으로 좀 오시지?” 저는 다시 웃습니다. “저는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바라보고 싶지 않아요. 저를 부르시는 그쪽이 숲이라면 저를 안 부르셔도 제가 먼저 스스로 갑니다. 그런데 그쪽이 숲이 아니면 벼락돈을 갖다 바쳐도 쳐다볼 마음이 없습니다.”



“카즈미 이모.” “응?”“난 카즈미 이모가 없었으면 아마, 지금처럼 동생들을 예뻐할 수 없었을 거예요.” “뭐? 무슨 얘기야?” “즉, 나는 카즈미 이모도 엄마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43∼44쪽)



  뒤늦게 알아보고서 읽는 《마치다 군의 세계 2》(안도 유키/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6)입니다. 2020년 겨울에 다섯걸음까지 나옵니다. 너무 띄엄띄엄 나온 터라 설마 더 못 나오나 싶었는데, 2020년에 이 그림꽃책을 바탕으로 빛그림(영화)이 나왔어요.


  고맙지요. 빛그림이 아니었다면 이 그림꽃책은 몇 걸음 못 나오고서 우리나라에서 더는 못 나왔겠구나 싶어요.


  줄거리를 보면 열일곱 살 즈음인 푸름이가 ‘어떠한 눈치를 안 보고’서 ‘오로지 둘레를 따스하면서 차분하게 살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길에 일어나거나 생기거나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푸름이 ‘마치다’는 언제나 누구나 사랑하고픈 마음입니다. 이 사랑은 ‘살섞기’도 ‘살부빔’도 아닙니다. 스스로 마음자리에서 싱그럽고 따사롭게 길어올리는 맑은 빛살입니다.


  마음으로 모두 아끼고 싶어요. 마음으로 모두 바라보고 싶지요. 마음으로 모두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마음으로 모두랑 이웃이나 동무가 되고 싶다지요.



“그럼 이노하라도 좋아한다고 말해버려.” “천천히 가자고 전에 마치다가 나한테 얘기해 줬는데, 그게 굉장히 기뻤거든.” (75쪽)



  마치다는 어머니 아버지를 좋아합니다. 마치다는 어머니 아버지가 낳은 동생을 좋아합니다. 마치다한테는 다섯 동생이 있는데, 모든 동생을 고르게 아끼고 돌보면서 저마다 좋아하는 다른 길을 즐겁게 가기를 바라면서 부드러이 북돋울 줄 압니다. 더구나 마치다는 ‘둘레에서 외곬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 사람을 마주하면서 깊이 이야기를 하고 만나고 생각을 주고받고서야 ‘그 사람 마음속에서 흐르는 빛’을 느낄 만하다고 여기지요.


  온누리에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 있다고 여기지 않는 마치다예요. 그저 ‘사람’이 있다고 여깁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무는 나무대로 바라보고, 풀은 풀대로 바라보지요. 싫은 벌레나 좋은 벌레가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바람이고, 눈비는 언제나 눈비입니다. 해는 늘 해요, 별은 늘 별이고요.



‘니코한테는 응어리가 전혀 없구나. 다시 둘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 히나타의 그때 그 후회도 조금은 따뜻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104∼105쪽)


“내딛어! 괜찮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형이 뒤에 있으니까!” (125쪽)



  무엇을 바라볼 적에 즐거운가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면 즐거운가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바라보면 즐거운가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누구랑 바라보면 즐거운가요?


  하나씩 얹어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하나씩 생각을 추스르면 좋겠어요. 먼저 갈 까닭이 없으면서, 늦게 갈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가야 하기에 갑니다. 즐겁게 노래하며 가고 싶기에 노래하면서 갑니다. 가르쳐도 좋고 알려줘도 좋습니다. 배워도 좋고 나눠도 좋습니다.


  이 풀꽃을 쓰다듬어 볼래요? 저 나무를 껴안아 보겠어요? 이 구름을 타 볼래요? 저 빗방울에 몸을 싣고 나들이를 가 보겠어요?


  우리 스스로 빛줄기가 되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바람줄기가 되고, 멧줄기가 되며, 사랑줄기가 되어 보면 좋겠어요. 나이가 힘이나 돈이나 이름이나 벼슬이나 뭐 이런 구지레하거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는 내려놓고서, 어깨동무하는 눈망울로 일어서면 좋겠어요.



“너 같은 어린 애를 데리고 가면 비웃을 거야.” “그 편이 낫지 않아요? 그냥 웃기는 편이요.” (149쪽)


“전 가족이 많아 행복해요. 집안에도, 집밖에도. 선생님도 제 마음속에서는 가족이에요. 혼자가 아니에요. 아까 얘기한 그 친구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죠. 전 노력하는 사람을 동정하지 않아요. 모두들 열심이니까, 전 사람들이 사랑스러워요.” (165∼167쪽)



  모두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뻘짓을 안 합니다. 모두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은 괘씸질이나 막질을 안 합니다. 모두 사랑스럽게 그러안는 사람은 잘못이나 말썽을 부리지 않아요.


  오롯이 사랑으로 가득한 아이들은 어떤 눈빛인가요? 사랑을 오롯이 잃거나 잊은 채 사람줄·돈줄·배움줄·힘줄·벼슬줄에 얽매인 어른들은 어떤 눈빛이지요?


  눈을 보면 알아요. 눈을 감추거나 돌리는 사람치고 착하거나 참답거나 곱게 삶길을 짓는 사람은 없다고 느껴요. 우리 스스로 오롯이 사랑이라면 어떤 몸짓에 목소리에 차림새일까요? 우리 스스로 아무런 사랑이 없다면 어떤 말씨에 글씨에 옷차림일까요?


  조촐히 삶자리를 일구면서 사랑이란 숨결을 제대로 누리고 느낄 뿐 아니라, 이웃하고 동무도 다같이 사랑이란 숨빛으로 환하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푸름이 마음을 들려주는 《마치다 군의 세계》를 곁에 둘 이웃님이 하나둘 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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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町田くんの世界 #YukiAndo #安藤ゆ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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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희화 2
사토 사쓰키 지음,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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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익살깨비 눈물깨비



《요괴희화 2》

 사토 사쓰키

 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2019.12.27.



  낱말책에서 ‘요괴(妖怪)’를 찾아보면 “1. 요사스러운 귀신 ≒ 요령 2. 요사스럽고 괴이함”으로 풀이하는데, ‘요령’이란 뭘까요? 이런 한자말을 누가 쓸까요? ‘요사스럽다(妖邪-)’는 “요망하고 간사한 데가 있다”로, ‘요망(妖妄)’은 “1. 간사하고 영악함 2. 언행이 방정맞고 경솔함”으로, ‘간사(奸邪)’는 “1.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나쁜 꾀를 부리는 등 마음이 바르지 않음 2. 원칙을 따르지 아니하고 자기의 이익에 따라 변하는 성질이 있음”으로, ‘괴이(怪異)’는 “정상적이지 않고 별나며 괴상 = 이상야릇”으로 풀이하는데, 더 찾아보았자 뾰족한 풀이를 알 길이 없겠구나 싶습니다.


  낱말책 한자말 풀이가 알쏭달쏭하면서 얄딱구리하듯, ‘요괴’도 알쏭달쏭하면서 얄딱구리한 무엇을 가리키지 싶어요. 그런데 참말로 요괴는 나쁘면서 볼썽사나운 무엇일까요? 요괴를 이처럼 바라보는 사람이야말로 나쁘면서 볼썽사납지는 않을까요?



“그럼 이제 피하지 않을게. 마음이 풀릴 때까지 잘게 썰어 줘.” “정말 그래도 돼?” “그야 조금은 무섭긴 한데.” (16쪽)


“하지만 어차피 여기서 쫓겨나면 들판에서 굶어죽을 테니까. 친척도 없고 어떻게든 마을에 남고 싶었어. 그래서 마을에 있고 싶어서 사람들이 아무리 차갑게 대하고 가혹한 행동을 하더라도 모두를 위해서 웃어넘겼어. 그런데 워낙 가난한 마을이라 내가 없어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거야. 그래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산다는 이 집이라면 내가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해서…….” (17쪽)



  사람 곁에 있는 깨비를 익살스럽게 그렸다는 《요괴희화 2》(사토 사쓰키/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2019)을 읽으며 사람하고 깨비 사이를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이 그림꽃책은 ‘깨비를 무섭게 여기는 마음’이 ‘깨비가 무섭다’는 생각으로 흐른다고, ‘깨비를 이웃이나 동무로 여기는 마음’은 ‘깨비도 사람도 똑같다’는 생각으로 흐른다고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내 모습이 아름답다는 소문이 너무 퍼져서 그런가? 대체 어디에서 그런 소문이 생겨난 걸까? 내가 천상의 아름다움을 가진 경국지색이라니.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아무도 나를 무서워하지 않을 텐데.’ (38쪽)



  살아가는 자리에서 그 사람 바탕이 자라니, 처음부터 바탕이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살아가는 마을에서 그 사람 바탕이 생기니, 처음부터 바탕이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사람처럼 깨비도 처음부터 좋거나 나쁜 바탕이 아닌, 깨비를 둘러싼 사람들이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숨결이지 싶습니다. 누가 무섭다면 왜 무서워야 하고, 누가 꺼림하다면 왜 꺼림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나에게는 비를 내리게 하는 힘이 없다. 비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니까. 단지 비를 좋아해서 비가 올 때만 밖에 나간 것뿐인데, 언제부터인가 비를 내리게 하는 비의 화신으로 추앙받으며 이렇게 큰 사당까지 지어주더군. 어렸을 때라 분위기에 휩쓸렸지. 사람들에게 몹쓸 짓을 했어.” (95쪽)



  가만히 보면 가난한 이를 괴롭히는 깨비는 없다시피 합니다. 여린 이를 못살게 구는 깨비도 없다시피 해요. 아니, 없지 않을까요? 깨비가 누구를 괴롭히거나 못살게 군다면,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몸짓이 아닌 이들뿐이지 싶습니다. 사람됨을 잃은 이, 사람다움하고 등진 이, 사람스러움을 잊은 이한테 ‘너, 그래서는 사람이 아니지 않아?’ 하고 일깨우려고 살살 다가가서 놀래키거나 일깨우지 싶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참하거나 착한 사람은 깨비를 봐도 무섭거나 두렵지 않아요. 사람으로서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깨비를 만나도 여느 이웃이나 동무처럼 맞이해요.


  사람답게 살아간다면 끔찍하거나 우락부락한 짓을 일삼는 이를 마주하더라도 벌벌 떨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사람으로서 슬기롭고 사랑스럽게 살림을 짓는다면 잔꾀도 검은셈도 없이 떳떳하면서 의젓하게 바른길을 가기 마련입니다.



“유키온나도 감기에 걸리는구나.” “그야 당연하지. 하루 종일 이렇게 얇은 옷을 입고 있으니까. 유키온나는 모두 감기를 달고 살아. 동상도 걸리고!” “그럼 그만두면 되잖아.” “뭐? 여자를?” “아니, 유키온나를.” “말도 안 돼. 대대로 계승해 온 유키온나의 삶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어?” (102쪽)



  뒤에서 허튼짓을 하는 이라면 이이를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는지 궁금합니다. 남몰래 얕은짓을 하는 이라면 이녁을 사람답다고 해도 될는지 아리송합니다. 잘 헤아릴 노릇입니다. 뒤에서 허튼짓을 하는 깨비는 없습니다. 남몰래 얕은짓을 하는 깨비도 없어요.


  끔찍한 짓을 한 사람한테 이 끔찍짓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깨비입니다. 망나니처럼 군 사람한테 이 망나니놀음을 그대로 갚아주는 깨비예요. 이리하여 착한 사람한테는 착한 몸짓으로 다가서는 깨비요, 참한 사람한테는 참한 마음으로 마주하는 깨비라고 할 만합니다.



“내가 팥을 씻을 때는 차락차락 소리가 나지. 나는 말이야, 말을 하기 전부터 팥을 만졌고, 젓가락을 쓰기 전부터 팥을 씻었어. 처음엔 한 톨, 다음엔 두 툴 세 톨 …… 날마다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팥을 씻었지. 이제는 각각의 팥이 어디에서 나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그런 세밀한 것까지 손끝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124쪽)


“팥 씻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생기고, 끊임없이 씻는데도 더러움이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없이 가치 있는 길이지.” (125쪽)



  우리말로는 《요괴희화》가 두걸음까지 나오고 더 안 나옵니다. 뒷걸음은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대로 끝나려나요.


  여러 깨비를 하나하나 보면, 저마다 한길을 오래도록 걸었구나 싶습니다. 아스라히 긴 나날에 걸쳐 한길을 지며리 걸어온 숨결이 깨비라 할 만합니다. 깨비 생김새는 바로 이 한 가지에 익숙한 모습으로 바뀌기 마련이에요.


  한 가지는 잘 해내지만 다른 일에는 어수룩한 사람이 많습니다. 모든 일을 두루 잘 해내는 사람도 있으나, 여러 일에는 영 서툰 사람이 많아요. 다 다른 사람이기에 못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어요. 못 한다고 해서 따돌림을 받아야 하지 않아요. 다르게 생기거나 다른 길을 간대서 들볶여야 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나무로서 가지를 뻗고 잎을 내놓으며 푸른별에 싱그러운 바람을 일으킵니다. 풀꽃은 풀꽃으로서 온누리를 푸르게 덮으면서 폭신히 가꾸고 향긋한 바람을 베풀어요.


  깨비는 깨비대로 이 별에서 맡은 자리가 있어요. 사람은 사람대로 이 별에서 하는 일이 있어요. 익살깨비가 있고 웃음깨비에 눈물깨비가 있습니다. 밥깨비에 잠깨비에 놀이깨비가 있습니다. 아마 글깨비나 책깨비도 있을 테고, 느림깨비도 물찬깨비도 있겠지요. 마음을 틔워 둘레를 따사롭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佐藤さつき #妖怪ギ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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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식욕과 나 1 - 픽시하우스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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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입가리개 어긴값’으로는 더 앓는다



《산과 식욕과 나 1》

 시나노가와 히데오

 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7.11.1.



  11월 한복판에 논개구리가 밤에 고로로 나즈막히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꼭 하나가 논도랑에서 노래를 합니다. 풀개구리도 거의 12월까지 꿈길로 안 가고 풀밭이나 축축한 곳을 찾아서 돌아다니곤 합니다. 늦가을까지 돌아다니는 개구리는 가을빛을 더 누리고 싶은 마음일 테지요. 겨울이 기니 긴잠에 들기 앞서 온누리를 더 맞아들이고 싶어한다고 느껴요.


  겨울을 앞두고 겨울철새가 찾아옵니다. 봄에는 여름철새가 찾아오지요. 겨울철새는 텃새하고 퍽 떨어진, 아니 다른 터전에서 먹이를 찾고 날개를 쉬면서 지냅니다. 우리 집 둘레에서 살아가는 작은 텃새 노랫소리로 아침을 열고, 두루두루 날아다니는 겨울철새 날갯짓소리로 낮을 보냅니다.



‘촉촉하게 땀이 맺히고, 헉헉대지 않을 정도로 숨이 차올라. 응, 들어갔어. 자신만의 리듬으로 걸으면 진짜로 기분 좋아!’ (7쪽)



  고흥쯤 되는 시골집에서 살기에 낮에는 새파란 하늘에 문득 스치는 흰구름을, 밤에는 새까만 하늘에 가득 쏟아지는 별빛을 누립니다. 그러나 고흥쯤 되는 시골이어도 면소재지나 읍내는 불빛이 제법 있으니 별빛을 누리기에는 안 좋아요. 서울사람이라면 순천을 시골로 여길 터이나, 순천조차 밤별을 누릴 만하지는 않습니다. 광주 대구 부산 인천이라면 별빛이 더더욱 드물고, 서울은 아예 없다시피 하지요.


  우리는 무엇을 만나고 마주하고 맞이할 적에 즐거이 하루를 열까요? 우리 곁에 무엇이 있을 적에 튼튼하고 든든하며 믿음직할까요?


  철마다 다른 철새를 만나지 못하고서, 철마다 다른 별자리를 읽지 못하고서, 철마다 다른 바람맛을 보지 못하고서, 철마다 다른 아침저녁을 누리지 못하고서, 우리 몸이 튼튼길을 갈 만할까요?



‘아아, 어이해 산은 누구의 눈에도 아름답게 비치는지 묻노라. 그러나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은 허락될지언정 답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으리.’ (31쪽)



  큰고장에서 살며 이레끝(주말)마다 멧길을 타는 아가씨 이야기를 다루는 《산과 식욕과 나 1》(시나노가와 히데오/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7)를 읽으며 2020년 모습을 가누어 봅니다. 적어도 이레끝 이틀이라도 멧길을 두 다리로 타면서 숲바람을 쐬는 살림이라면 이럭저럭 튼튼몸을 건사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멧길이 아닌 들길을 걸어도 좋고 달려도 좋습니다. 또는 볕이 좋은 곳에서 텃밭일을 해도 좋고, 텃밭일을 마치고서 풀밭에 드러누워 해바라기를 해도 좋아요. 우람한 나무를 타고 굵직한 줄기에 앉아 바람을 마셔도 좋겠지요.



‘방금 걸어온 등산로 쪽에서 무거운 비구름이 보여. 틀림없이 저 근처는 아직 비가 내리겠지. 빗속이 아니라 비구름 속을 걸어온 거야.’ (67쪽)


식후에는 다시 능선에 나가 자신을 두고 내일로 떠나는 태양에게서 위대한 우주를 피부로 실감한다. (77쪽)



  2020년 늦가을, 나라에서는 ‘입가리개를 안 하고 다니면 어긴값(벌금)을 매기겠다고 밝힙니다. 사람이 물결치는 큰고장이라면 그럴 만하겠구나 싶으면서도, 사람이 물결치는 큰고장일수록 더더욱 ‘두려움도 걱정도 없이 이웃하고 사이좋게 지낼 길’을 마련해야 슬기롭고 참다운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이리라 생각합니다. 어긴값을 매기겠다고 벼르거나 이모저모 애쓰기보다는, 큰고장 곳곳에 풀밭이며 나무밭을 마련할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씽씽이(자동차)를 줄이고, 씽씽이를 아무 데나 못 대도록 치우면서,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돌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사람이라면 생각해야지요. 숲이나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돌림앓이로 헤매는 일이 없을 뿐더러, 숲사람이나 바닷사람 가운데 누가 앓아눕더라도 숲이며 바다가 아픈 데를 어루만져서 씻어내어 줍니다. 무엇보다도 돌봄터(병원)에서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숲을 품고 바다를 안는 시골로 떠나서 조용히 맑은 물바람을 누리면서 깨끗하게 털고 일어나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큰고장 사람들이 애써 먼먼 시골로 몸을 달래러 떠나도록 하지 말고, 큰고장 곳곳이 시골처럼 아름숲이 되고 아름들이 되도록 터전을 갈아엎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잿빛집(아파트)을 치운 자리를 숲으로 가꿀 노릇입니다. 찻길을 한 줄씩 줄이면서 숲으로 가꿀 일입니다. 큰고장 사람들 누구나 입가리개 없이 튼튼히 살아갈 길을 마련할 나라지기요 나라일꾼 아닐까요?



‘하지만 친구가 있어도 산에는 혼자 올 것 같아. 실제로 이렇게 혼자 왔고. 내가 홀로 등산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왜 혼자서 산에 오는 걸까?’ (115쪽)


‘아아, 태양이다. 고대 이집트 사람의 기분을 알 것 같아. 우동이 빛나고 있어!’ (120쪽)



  그림꽃책 《산과 식욕과 나》를 펴면 이레끝마다 멧길을 타는 아가씨가 멧자락이나 멧꼭대기나 냇가에서 도시락을 누리는 줄거리가 흐르는데, 여느 달삯쟁이로 일할 적에는 느끼지 못하던 맛밥을 느낀다고 합니다. 고기떡(소시지) 하나를 먹어도, 큰고장 한켠에서 먹을 때하고 숲에서 먹을 적에는 맛이 사뭇 다르다지요. 국수를 삶아 먹어도 멧꼭대기에서는 더없이 훌륭한 맛이라지요.


  따르릉 하고 걸어서 시켜 먹는 바깥밥은 얼마나 맛있거나 이바지할까요? 들에서 냇가에서 바닷가에서 숲에서 멧골에서 고즈넉히 부는 푸른 숨결을 맞아들이면서 누리는 조촐한 도시락이야말로 큰고장 사람들 몸을 살리는 길이리라 봅니다.


  억누르는 길은 갑갑합니다. 갑갑한 길로는 튼튼하거나 즐겁지 못합니다. 튼튼하거나 즐겁지 못하다면 돌림앓이는 안 사라집니다. ‘큰고장을 다녀온 사람’이나 ‘큰고장에서 놀러온 사람’ 탓이 아니고는 이 나라 어느 시골에서도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없다는 대목을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은 얼마나 읽을까요? 아프거나 앓기 쉬운 큰고장 사람들을 제대로 헤아리려 한다면,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 모든 씽씽이(자동차)가 멈추도록, 두 다리로 거닐 숲길을 마련하도록, 생각머리를 돌려세워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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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럴 5 - 손바닥 안의 바다 (완결)
토노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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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손바닥으로 그린 하루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5》

 TONO

 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5.7.15.



  그리는 사람하고 못 그리는 사람은 아주 쉽게 갈립니다. 그리는 사람은 담벼락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그립니다.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싶은 꿈을 그리는 길을 갑니다.


  못 그리는 사람은 담벼락을 자꾸 생각합니다. 담벼락을 생각하니 못 넘을 담벼락을 스스로 끝없이 둘러치지요. 남이 세운 담벼락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담벼락이라서, 이 담벼락은 안 사라집니다. 이리하여 못 그리는 사람은 내내 못 그립니다.



“오빠. 이제 만화는 괜찮으니까 공책이랑 펜을 사다 줘. 나, ‘내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 (186쪽)



  하고 싶다면 해야지요. 안 하고서 투정을 부리니 내처 못 합니다. 하고 싶기에 합니다. 눈치를 보지 말아요. 오직 마음을 바라보기로 해요. 하려고 했으니 즐거우면서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스스로 속내를 마주해 봐요.


  가시내로서 바지만 꿰든, 사내로서 치마만 두르든, 가시내로서 머리카락을 박박 밀든, 사내로서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드리우든, 하나도 안 대수롭습니다. 하루에 다섯끼나 열끼를 먹든, 하루에 한끼도 안 먹든, 참말로 아무것도 대수롭지 않아요. 스스로 나아가는 길을 노래할 노릇이요, ‘내가 노래하’니까 ‘너도 똑같이 노래하라’고 시키지 않으면 됩니다.



“인어는 플래티나 오렌지와 비할 바가 못 돼. 잡아서 시내에 가져가면 빨간 구두 1억 켤레는 살 수 있을걸? 단숨에 부자가 되지.” “그만들 해라. 우리에게는 빨간 구두도 많은 돈도 필용벗어. 가족이 이렇게 다같이 앉아서 맛있는 걸 나눠먹고 있지 않니.” (19∼20쪽)


“인어는, 인어도 가족이 있어요?” (20쪽)



  그림꽃책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5》(TONO/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5)을 읽으니, 이 그림꽃을 이끄는 아이가 스스로 새롭게 서려고 하는 마음이 비로소 피어납니다. 보여주려는 삶이 아닌, 즐기려고 하는 삶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흉내를 내려는 하루가 아닌, 손수 짓는 삶으로 가려 해요.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기에 토비와 이별할 수 있었어.” “거울, 거울 덕분에 원래대로 돌아온 거예요?” “‘마음의 힘’이야. 그 무엇보다 강해.” (46∼47쪽)



  몸이 아파 바깥으로 나가기 어렵고, 뛰거나 달리지 못하며, 나무타기는 엄두도 못 내는 판이라면, 무엇을 할 만할까요? 몸이 튼튼해 바깥으로 휘휘 나돌고, 뛰거나 달리며, 나무타기는 눈감고도 하는 판이라면, 무엇을 할 만할까요?


  우리가 입은 몸은 어떤 빛인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우리 몸에 걸친 천조각이 아닌, 우리 마음이 입은 이 몸을 헤아릴 노릇입니다. 우리 마음은 어떤 몸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이 몸을 어떻게 가꾸며, 이 몸으로 어떤 삶을 짓는 꿈을 그려서 빛나는가 하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말을 걸어 주는 생물은 귀중합니다. 우리만 살고 있는 게 아니에요. 도움을 받을 때도 있는데 그렇게 심한 짓을 하다니.” (100쪽)


“결국 그 시체는 계속 그렇게 해저에 굴러다녔고, 나도 기분이 나빠져서 컨디션이 안 좋아졌어. 칸나 말에 의하면, 그런 식으로 죽은 인간은 그 주변을 저주한대.” (147쪽)



  그림꽃책에 나오는 아이는 바다사람을 생각합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대로 바다살림이 흐를는지 모릅니다. 아이는 얼핏설핏 바다살림을 느끼고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옮길는지 모릅니다.


  흔히 일본을 섬나라로 여깁니다만, 푸른별에서 뭍보다 바다가 훨씬 넓어요. 푸른별 테두리로 보면 일본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섬’이에요. 크게 바다가 빙 두르거든요.


  얼마나 달려서 바다를 만나야 섬이나 뭍으로 가를 만할까요? 한쪽은 큰 땅뙈기요 다른쪽은 섬이라고 가르는 잣대는 얼마나 알맞거나 슬기로울까요?


  바다가 있기에 구름이 생기고, 구름이 피어나기에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리기에 온들숲이 싱그럽고, 온들숲이 싱그럽기에 우리 모두 살아갑니다. 바다를 그리는 마음이란, 바다에서 아지랑이가 생겨 구름으로 피어난 다음 비를 거쳐 우리 몸으로 스며드는 물방울 하나를 그리는 꿈이라고 할 만합니다.



“당신은 쭉 우리들의 인어의 병사. 계속 우리를 위해 싸울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싸울 곳은 바닷속이 아니에요. 우리는 분명 언젠가 다시 이 바다로 돌아올 거예요.” (202쪽)


“당신은 육지에서 사람들에게 돌아가 그 안에서 우리를 위해 싸워 주세요. 언젠가 우리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203쪽)



  생각하는 사람한테 삶이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삶이 없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헤아려서 짓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좇거나 쳇바퀴입니다.


  일삯을 받고 일터를 다니더라도, 일터지기가 시키는 일을 맡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남한테 안 휘둘립니다. 벼슬아치(공무원)로 일하든, 배움터 길잡이로 지내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나 홀가분히 제 삶길을 짓고 그리는 하루가 됩니다.



“데리러 왔어. 우리 여행을 떠날 거거든. 같이 가자.” “뭐?” “난 헤엄치지 못해.” “알아. 그러니까 이걸 타.” “이거?” “난, 이제 곧 죽을 거야.” “나도! 나도 이 모양이잖아. 한 번 죽은 거랑 같지 뭐. 어디서 죽으면 어때. 같이 가자.” (205쪽)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튼튼하다고 합니다만, 몸이 안 튼튼해도 마음은 얼마든지 튼튼할 만해요. 마음이 튼튼하지 않고서 몸만 튼튼하다면, 언제나 몸에 휘둘리거나 휩쓸리는 하루로 흐릅니다.


  그러니 손바닥을 펴요. 이 손바닥에 풀잎을 얹어요. 이 손바닥으로 나무를 쓰다듬어요. 이 손바닥에 구름을 담아요. 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만히 쓸어요. 그리고 이 손바닥으로 냇물을 떠서 한 모금 마셔요. 이 손바닥으로 바람을 쥐어 한 숨 두 숨 석 숨 넉 숨 가만히 들이마셔요.


  손바닥에 놓은 살림에 따라 오늘 하루가 다릅니다. 손바닥으로 그리는 꿈에 따라 우리 삶은 새롭습니다. 쳇바퀴를 돌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쳇바퀴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서 알아차려 봐요. 그리고 이 쳇바퀴를 별빛으로 물들여 녹여내 봐요. 남이 씌우기에 굴레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쓰니까 굴레입니다. 남이 해줘서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야 홀가분합니다. ㅅㄴㄹ


コーラル 手のひらの海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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