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희화 2
사토 사쓰키 지음,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익살깨비 눈물깨비



《요괴희화 2》

 사토 사쓰키

 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2019.12.27.



  낱말책에서 ‘요괴(妖怪)’를 찾아보면 “1. 요사스러운 귀신 ≒ 요령 2. 요사스럽고 괴이함”으로 풀이하는데, ‘요령’이란 뭘까요? 이런 한자말을 누가 쓸까요? ‘요사스럽다(妖邪-)’는 “요망하고 간사한 데가 있다”로, ‘요망(妖妄)’은 “1. 간사하고 영악함 2. 언행이 방정맞고 경솔함”으로, ‘간사(奸邪)’는 “1.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나쁜 꾀를 부리는 등 마음이 바르지 않음 2. 원칙을 따르지 아니하고 자기의 이익에 따라 변하는 성질이 있음”으로, ‘괴이(怪異)’는 “정상적이지 않고 별나며 괴상 = 이상야릇”으로 풀이하는데, 더 찾아보았자 뾰족한 풀이를 알 길이 없겠구나 싶습니다.


  낱말책 한자말 풀이가 알쏭달쏭하면서 얄딱구리하듯, ‘요괴’도 알쏭달쏭하면서 얄딱구리한 무엇을 가리키지 싶어요. 그런데 참말로 요괴는 나쁘면서 볼썽사나운 무엇일까요? 요괴를 이처럼 바라보는 사람이야말로 나쁘면서 볼썽사납지는 않을까요?



“그럼 이제 피하지 않을게. 마음이 풀릴 때까지 잘게 썰어 줘.” “정말 그래도 돼?” “그야 조금은 무섭긴 한데.” (16쪽)


“하지만 어차피 여기서 쫓겨나면 들판에서 굶어죽을 테니까. 친척도 없고 어떻게든 마을에 남고 싶었어. 그래서 마을에 있고 싶어서 사람들이 아무리 차갑게 대하고 가혹한 행동을 하더라도 모두를 위해서 웃어넘겼어. 그런데 워낙 가난한 마을이라 내가 없어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거야. 그래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산다는 이 집이라면 내가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해서…….” (17쪽)



  사람 곁에 있는 깨비를 익살스럽게 그렸다는 《요괴희화 2》(사토 사쓰키/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2019)을 읽으며 사람하고 깨비 사이를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이 그림꽃책은 ‘깨비를 무섭게 여기는 마음’이 ‘깨비가 무섭다’는 생각으로 흐른다고, ‘깨비를 이웃이나 동무로 여기는 마음’은 ‘깨비도 사람도 똑같다’는 생각으로 흐른다고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내 모습이 아름답다는 소문이 너무 퍼져서 그런가? 대체 어디에서 그런 소문이 생겨난 걸까? 내가 천상의 아름다움을 가진 경국지색이라니.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아무도 나를 무서워하지 않을 텐데.’ (38쪽)



  살아가는 자리에서 그 사람 바탕이 자라니, 처음부터 바탕이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살아가는 마을에서 그 사람 바탕이 생기니, 처음부터 바탕이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사람처럼 깨비도 처음부터 좋거나 나쁜 바탕이 아닌, 깨비를 둘러싼 사람들이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숨결이지 싶습니다. 누가 무섭다면 왜 무서워야 하고, 누가 꺼림하다면 왜 꺼림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나에게는 비를 내리게 하는 힘이 없다. 비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니까. 단지 비를 좋아해서 비가 올 때만 밖에 나간 것뿐인데, 언제부터인가 비를 내리게 하는 비의 화신으로 추앙받으며 이렇게 큰 사당까지 지어주더군. 어렸을 때라 분위기에 휩쓸렸지. 사람들에게 몹쓸 짓을 했어.” (95쪽)



  가만히 보면 가난한 이를 괴롭히는 깨비는 없다시피 합니다. 여린 이를 못살게 구는 깨비도 없다시피 해요. 아니, 없지 않을까요? 깨비가 누구를 괴롭히거나 못살게 군다면,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몸짓이 아닌 이들뿐이지 싶습니다. 사람됨을 잃은 이, 사람다움하고 등진 이, 사람스러움을 잊은 이한테 ‘너, 그래서는 사람이 아니지 않아?’ 하고 일깨우려고 살살 다가가서 놀래키거나 일깨우지 싶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참하거나 착한 사람은 깨비를 봐도 무섭거나 두렵지 않아요. 사람으로서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깨비를 만나도 여느 이웃이나 동무처럼 맞이해요.


  사람답게 살아간다면 끔찍하거나 우락부락한 짓을 일삼는 이를 마주하더라도 벌벌 떨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사람으로서 슬기롭고 사랑스럽게 살림을 짓는다면 잔꾀도 검은셈도 없이 떳떳하면서 의젓하게 바른길을 가기 마련입니다.



“유키온나도 감기에 걸리는구나.” “그야 당연하지. 하루 종일 이렇게 얇은 옷을 입고 있으니까. 유키온나는 모두 감기를 달고 살아. 동상도 걸리고!” “그럼 그만두면 되잖아.” “뭐? 여자를?” “아니, 유키온나를.” “말도 안 돼. 대대로 계승해 온 유키온나의 삶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어?” (102쪽)



  뒤에서 허튼짓을 하는 이라면 이이를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는지 궁금합니다. 남몰래 얕은짓을 하는 이라면 이녁을 사람답다고 해도 될는지 아리송합니다. 잘 헤아릴 노릇입니다. 뒤에서 허튼짓을 하는 깨비는 없습니다. 남몰래 얕은짓을 하는 깨비도 없어요.


  끔찍한 짓을 한 사람한테 이 끔찍짓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깨비입니다. 망나니처럼 군 사람한테 이 망나니놀음을 그대로 갚아주는 깨비예요. 이리하여 착한 사람한테는 착한 몸짓으로 다가서는 깨비요, 참한 사람한테는 참한 마음으로 마주하는 깨비라고 할 만합니다.



“내가 팥을 씻을 때는 차락차락 소리가 나지. 나는 말이야, 말을 하기 전부터 팥을 만졌고, 젓가락을 쓰기 전부터 팥을 씻었어. 처음엔 한 톨, 다음엔 두 툴 세 톨 …… 날마다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팥을 씻었지. 이제는 각각의 팥이 어디에서 나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그런 세밀한 것까지 손끝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124쪽)


“팥 씻기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생기고, 끊임없이 씻는데도 더러움이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없이 가치 있는 길이지.” (125쪽)



  우리말로는 《요괴희화》가 두걸음까지 나오고 더 안 나옵니다. 뒷걸음은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대로 끝나려나요.


  여러 깨비를 하나하나 보면, 저마다 한길을 오래도록 걸었구나 싶습니다. 아스라히 긴 나날에 걸쳐 한길을 지며리 걸어온 숨결이 깨비라 할 만합니다. 깨비 생김새는 바로 이 한 가지에 익숙한 모습으로 바뀌기 마련이에요.


  한 가지는 잘 해내지만 다른 일에는 어수룩한 사람이 많습니다. 모든 일을 두루 잘 해내는 사람도 있으나, 여러 일에는 영 서툰 사람이 많아요. 다 다른 사람이기에 못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어요. 못 한다고 해서 따돌림을 받아야 하지 않아요. 다르게 생기거나 다른 길을 간대서 들볶여야 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나무로서 가지를 뻗고 잎을 내놓으며 푸른별에 싱그러운 바람을 일으킵니다. 풀꽃은 풀꽃으로서 온누리를 푸르게 덮으면서 폭신히 가꾸고 향긋한 바람을 베풀어요.


  깨비는 깨비대로 이 별에서 맡은 자리가 있어요. 사람은 사람대로 이 별에서 하는 일이 있어요. 익살깨비가 있고 웃음깨비에 눈물깨비가 있습니다. 밥깨비에 잠깨비에 놀이깨비가 있습니다. 아마 글깨비나 책깨비도 있을 테고, 느림깨비도 물찬깨비도 있겠지요. 마음을 틔워 둘레를 따사롭게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佐藤さつき #妖怪ギ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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