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무리씨의 시계공방 1
히와타리 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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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좋아하는 길을 찾아서 노래해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1》

 히와타리 린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9.30.



  무엇을 ‘잘한다’면 그 무엇을 오래오래 했거나 꾸준히 했거나 즐겁게 했거나 자꾸자꾸 했기 때문이겠지요. 손에 익고 몸에 익숙하니 잘하기 마련입니다. 솜씨가 좋아서 잘한다고 할 적에도 그래요. 솜씨란, 손이며 몸에 익은 길입니다. 길을 익혔으니 척척 합니다. 길을 익히지 않았으면 헤매거나 틀리거나 엇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고마워. 이건 특별히 애착이 가는 물건이라 소중히 신경써 줘서 기쁘군.” “별말씀을요. 저는 평소처럼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12쪽)


“아무래도 오래된 탓에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망가진 채로 놔둘 수는 없어서. 이웃 분에게 이곳 평판을 듣고 왔어요.” “그랬군요. 이건 무척, 소중한 물건이군요.” (17쪽)



  잘하기는 하는데 안 좋아하거나 안 즐길 수 있습니다. 그저 손길을 잘 들이기에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둘레에서 해보라 하니까 해볼 뿐, 스스로 나서서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을 잘한다고들 하기에 떠밀려서 그럭저럭 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이와 달리 도무지 잘할 낌새가 안 보이지만 끝까지 붙들리는 사람이 있어요. 누가 보아도 영 허술하지만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 하고 또 하는 사람이 있지요. 이들은 아무리 ‘못한다’고 해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입니다. 좋아하기에 다시 해요. 즐기니까 또 해요. 고꾸라져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이란 바로 ‘좋아함’하고 ‘즐김’입니다.



“시계는 그저 째깍째깍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죠. 몸에 지니고 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사람에게나 가족에게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 되거든요.” (27쪽)


“엄마, 내가 어른이 되면 이 시계 써도 돼? 소중히 아낄 테니까.” “으∼음. 글쎄, 생각해 볼게. 잘 써주는 편이 시계도 할아버지도 기뻐할지도 모르니까.” (27쪽)



  좋아하기에 걷어차여도 다시 찾아가지요. 좋아하니까 손사래쳐도 또 다가서지요. 좋아하는 마음이란 대단하지요. 새롭게 기운이 솟도록 북돋아요.


  즐기는 마음도 놀라워요. 즐길 줄 알기에 하루가 흐르는 줄 잊습니다. 즐길 줄 아니까 배고픈 줄 몰라요. 즐기기에 언제나 노래하듯 맞아들입니다.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1》(히와타리 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는 숱한 살림살이 가운데 때꽃(시계)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딱히 잘할 줄 아는 길은 없으나 때꽃 하나만큼은 매우 좋아하면서 돌보는 아가씨가 살아가는 하루를 보여줍니다.



“확실히 비슷한 시계는 우리도 취급하고 있어요. 하지만 비슷해도 설령 똑같은 거라고 해도 잘 보면 누구 건지 알 수 있어요.” (40쪽)


“시곗줄을 바꾸면 그 시계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워요.” (45쪽)



  때꽃 하나를 찬찬히 다루는 아가씨는, 이 때꽃을 손목에 차거나 품에 넣거나 자리에 놓은 사람들이 쓰다담은 손길을 생각합니다. 우리 곁에 두는 여러 세간 가운데 하나로 쳐도 될 테지만, 돈으로 사고파는 세간이라는 틀을 넘어, 우리가 마음을 기울여 하루를 보내는 길을 마주하는 벗으로 여깁니다.



“틀림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셨겠죠.” (85쪽)



  사람하고만 말을 섞을 수 있지 않아요. 풀하고도 말을 섞을 수 있습니다. 꽃이며 나무하고도 말을 섞습니다. 바람이며 구름하고도 말을 섞을 뿐 아니라, 풀벌레나 새하고도 말을 섞어요.


  우리한테 참다이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무엇을 마주해도 마음을 활짝 틔워 말을 나누지요. 붓이랑 말을 섞는 사람이 있어요. 책이랑 말을 섞는 사람도, 도마랑 말을 섞는 사람도, 실이란 말을 섞는 사람도 있습니다. 때꽃하고도 얼마든지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로 지낼 만합니다.


  좋아하기에 마음을 띄우지요. 좋아하니까 마음을 받고요. 좋아하면서 마음을 보내요. 좋아하는 마음은 늘 하나가 되어 움직입니다.



“지금은 시계를 찾는 사람이나 지난번 야하타처럼 곤경에 처한 사람들 곁을 지키면서, 언젠가 또 선생님과 함께 가게를 하는 게 꿈이에요.” (107쪽)



  온누리 어린이가 스스로 좋아할 길을 찾아나서면 좋겠습니다. 굳이 배움터를 오래 다녀야 하지 않아요. 때로는 배움터를 오래 다녀도 되겠지요. 배움터가 좋다면 말예요. 살림돌이나 살림순이가 되어도 좋습니다. 노래돌이나 노래순이가 되어도 좋습니다. 다만, 스스로 마음을 틔워 즐길 줄 알기를 바라요. 즐기면서 노래하고, 즐기기에 춤추고, 즐기는 동안 환하게 웃음꽃이 되는 길을 가기를 바랍니다.



“전에 살던 집 근처의 시계점에 가져가 봤는데, 오래되고 교체할 부품도 없어서 못 고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해도 엄마가 소중히 여기던 거니까 버릴 수가 없어서. 다시 쓸 수 있게 되면 정말 기쁘겠지만.” (139쪽)


“부품이 있는지 없는지는 찾아봐야 알겠지만, 없으면 만들면 되니까.” “만들 수도 있는 거예요?” “네. 만들 수 있어요. 걱정 말고 저한테 맡겨 주세요.” (141쪽)



  처음에는 느낍니다. 느끼니 봅니다. 문득 보다가 오래오래 지켜보고 바라보고 살펴봅니다. 두고두고 보다가 손을 뻗습니다. 손이 닿으며 새로 느낍니다. 새로 느끼기에 생각합니다. 생각하면서 헤아리는 길을 갑니다. 이제 몸을 움직입니다. 몸을 움직여 맞아들입니다. 맞아들이면서 마음에 둡니다. 마음에 두니 좋습니다. 반갑지요. 반기는 마음결을 북돋아 함께 지내는 동안 어느새 사랑이 무르익습니다.


  처음부터 ‘사랑할 길’을 느끼고 알고 찾아도 훌륭할 텐데, 처음부터 사랑할 길을 못 느끼고 모르고 못 찾아도 돼요. 처음에는 그저 바라보면서 좋아할 길을 찾으면 됩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스스로 추스르고 토닥이면서 이 마음씨가 앞으로 싱그럽게 피어날 사랑이라는 꽃이 되도록 가꾸면 되어요.

.

ㅅㄴㄹ

#冠さんの時計工房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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