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다 군의 세계 2
안도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모두 사랑스러운 사람들



《마치다 군의 세계 2》

 안도 유키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6.8.15.



  어느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녔느냐를 놓고 줄을 세우곤 합니다. 우리나라는 배움길보다는 ‘줄길’이 드세다고 느낍니다. 이 줄길은 일자리를 얻는 데에서뿐 아니라, 삶터 구석구석에 깃들어요. 이런 줄이며 저런 줄이 있으면 수월하게 볼일을 보거나 풀지요.


  저한테도 어떤 줄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제가 모르는 무슨 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줄길이 싫고 못마땅해 열린배움터를 그만두었고, 나고 자란 마을을 떠나 아주 먼 고장으로 옮겼어요. 사람줄·돈줄·배움줄·힘줄·벼슬줄 어느 하나도 손에 안 쥐고서 스스로 하려는 일을 헤아리며 살아갑니다.


  저는 오직 하나를 바라보려고 해요. 줄이 아닌 숲을 바라보고, 줄길이 아닌 아이들 눈길을 바라보며, 줄세우기가 아닌 살림짓기를 즐기며 나누는 살림돌이(살림꽃)가 되려고 합니다.



‘마치다 하지메 군(16)은 오늘 안테나가 활짝 펴진 모양입니다.’ (13쪽)


“만나서 반갑다. 형이야. 내가 널 지켜줄게.” (36쪽)



  줄이 없는 채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으레 담벼락에 부딪힙니다. 고꾸라지거나 미끄러지기 일쑤입니다. 둘레에서 다들 그래요. “어째 그대는 줄이 하나도 없는가?” 저는 빙그레 웃습니다. “저 스스로 줄을 누리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저처럼 줄이 없는 모든 이웃이, 줄 아닌 즐겁게 갈고닦거나 다스린 솜씨로 일할 자리를 지어야 아름나라가 되리라 생각해요.” 둘레에서 다시 말하지요. “그렇게 깐깐하게 굴지 말고 이쪽으로 좀 오시지?” 저는 다시 웃습니다. “저는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바라보고 싶지 않아요. 저를 부르시는 그쪽이 숲이라면 저를 안 부르셔도 제가 먼저 스스로 갑니다. 그런데 그쪽이 숲이 아니면 벼락돈을 갖다 바쳐도 쳐다볼 마음이 없습니다.”



“카즈미 이모.” “응?”“난 카즈미 이모가 없었으면 아마, 지금처럼 동생들을 예뻐할 수 없었을 거예요.” “뭐? 무슨 얘기야?” “즉, 나는 카즈미 이모도 엄마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43∼44쪽)



  뒤늦게 알아보고서 읽는 《마치다 군의 세계 2》(안도 유키/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6)입니다. 2020년 겨울에 다섯걸음까지 나옵니다. 너무 띄엄띄엄 나온 터라 설마 더 못 나오나 싶었는데, 2020년에 이 그림꽃책을 바탕으로 빛그림(영화)이 나왔어요.


  고맙지요. 빛그림이 아니었다면 이 그림꽃책은 몇 걸음 못 나오고서 우리나라에서 더는 못 나왔겠구나 싶어요.


  줄거리를 보면 열일곱 살 즈음인 푸름이가 ‘어떠한 눈치를 안 보고’서 ‘오로지 둘레를 따스하면서 차분하게 살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길에 일어나거나 생기거나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푸름이 ‘마치다’는 언제나 누구나 사랑하고픈 마음입니다. 이 사랑은 ‘살섞기’도 ‘살부빔’도 아닙니다. 스스로 마음자리에서 싱그럽고 따사롭게 길어올리는 맑은 빛살입니다.


  마음으로 모두 아끼고 싶어요. 마음으로 모두 바라보고 싶지요. 마음으로 모두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마음으로 모두랑 이웃이나 동무가 되고 싶다지요.



“그럼 이노하라도 좋아한다고 말해버려.” “천천히 가자고 전에 마치다가 나한테 얘기해 줬는데, 그게 굉장히 기뻤거든.” (75쪽)



  마치다는 어머니 아버지를 좋아합니다. 마치다는 어머니 아버지가 낳은 동생을 좋아합니다. 마치다한테는 다섯 동생이 있는데, 모든 동생을 고르게 아끼고 돌보면서 저마다 좋아하는 다른 길을 즐겁게 가기를 바라면서 부드러이 북돋울 줄 압니다. 더구나 마치다는 ‘둘레에서 외곬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 사람을 마주하면서 깊이 이야기를 하고 만나고 생각을 주고받고서야 ‘그 사람 마음속에서 흐르는 빛’을 느낄 만하다고 여기지요.


  온누리에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 있다고 여기지 않는 마치다예요. 그저 ‘사람’이 있다고 여깁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무는 나무대로 바라보고, 풀은 풀대로 바라보지요. 싫은 벌레나 좋은 벌레가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바람이고, 눈비는 언제나 눈비입니다. 해는 늘 해요, 별은 늘 별이고요.



‘니코한테는 응어리가 전혀 없구나. 다시 둘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 히나타의 그때 그 후회도 조금은 따뜻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104∼105쪽)


“내딛어! 괜찮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형이 뒤에 있으니까!” (125쪽)



  무엇을 바라볼 적에 즐거운가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면 즐거운가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바라보면 즐거운가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누구랑 바라보면 즐거운가요?


  하나씩 얹어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하나씩 생각을 추스르면 좋겠어요. 먼저 갈 까닭이 없으면서, 늦게 갈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가야 하기에 갑니다. 즐겁게 노래하며 가고 싶기에 노래하면서 갑니다. 가르쳐도 좋고 알려줘도 좋습니다. 배워도 좋고 나눠도 좋습니다.


  이 풀꽃을 쓰다듬어 볼래요? 저 나무를 껴안아 보겠어요? 이 구름을 타 볼래요? 저 빗방울에 몸을 싣고 나들이를 가 보겠어요?


  우리 스스로 빛줄기가 되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바람줄기가 되고, 멧줄기가 되며, 사랑줄기가 되어 보면 좋겠어요. 나이가 힘이나 돈이나 이름이나 벼슬이나 뭐 이런 구지레하거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는 내려놓고서, 어깨동무하는 눈망울로 일어서면 좋겠어요.



“너 같은 어린 애를 데리고 가면 비웃을 거야.” “그 편이 낫지 않아요? 그냥 웃기는 편이요.” (149쪽)


“전 가족이 많아 행복해요. 집안에도, 집밖에도. 선생님도 제 마음속에서는 가족이에요. 혼자가 아니에요. 아까 얘기한 그 친구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죠. 전 노력하는 사람을 동정하지 않아요. 모두들 열심이니까, 전 사람들이 사랑스러워요.” (165∼167쪽)



  모두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뻘짓을 안 합니다. 모두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은 괘씸질이나 막질을 안 합니다. 모두 사랑스럽게 그러안는 사람은 잘못이나 말썽을 부리지 않아요.


  오롯이 사랑으로 가득한 아이들은 어떤 눈빛인가요? 사랑을 오롯이 잃거나 잊은 채 사람줄·돈줄·배움줄·힘줄·벼슬줄에 얽매인 어른들은 어떤 눈빛이지요?


  눈을 보면 알아요. 눈을 감추거나 돌리는 사람치고 착하거나 참답거나 곱게 삶길을 짓는 사람은 없다고 느껴요. 우리 스스로 오롯이 사랑이라면 어떤 몸짓에 목소리에 차림새일까요? 우리 스스로 아무런 사랑이 없다면 어떤 말씨에 글씨에 옷차림일까요?


  조촐히 삶자리를 일구면서 사랑이란 숨결을 제대로 누리고 느낄 뿐 아니라, 이웃하고 동무도 다같이 사랑이란 숨빛으로 환하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푸름이 마음을 들려주는 《마치다 군의 세계》를 곁에 둘 이웃님이 하나둘 늘면 좋겠습니다.

.

ㅅㄴㄹ

#町田くんの世界 #YukiAndo #安藤ゆ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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