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럴 5 - 손바닥 안의 바다 (완결)
토노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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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손바닥으로 그린 하루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5》

 TONO

 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5.7.15.



  그리는 사람하고 못 그리는 사람은 아주 쉽게 갈립니다. 그리는 사람은 담벼락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그립니다.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싶은 꿈을 그리는 길을 갑니다.


  못 그리는 사람은 담벼락을 자꾸 생각합니다. 담벼락을 생각하니 못 넘을 담벼락을 스스로 끝없이 둘러치지요. 남이 세운 담벼락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담벼락이라서, 이 담벼락은 안 사라집니다. 이리하여 못 그리는 사람은 내내 못 그립니다.



“오빠. 이제 만화는 괜찮으니까 공책이랑 펜을 사다 줘. 나, ‘내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 (186쪽)



  하고 싶다면 해야지요. 안 하고서 투정을 부리니 내처 못 합니다. 하고 싶기에 합니다. 눈치를 보지 말아요. 오직 마음을 바라보기로 해요. 하려고 했으니 즐거우면서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스스로 속내를 마주해 봐요.


  가시내로서 바지만 꿰든, 사내로서 치마만 두르든, 가시내로서 머리카락을 박박 밀든, 사내로서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드리우든, 하나도 안 대수롭습니다. 하루에 다섯끼나 열끼를 먹든, 하루에 한끼도 안 먹든, 참말로 아무것도 대수롭지 않아요. 스스로 나아가는 길을 노래할 노릇이요, ‘내가 노래하’니까 ‘너도 똑같이 노래하라’고 시키지 않으면 됩니다.



“인어는 플래티나 오렌지와 비할 바가 못 돼. 잡아서 시내에 가져가면 빨간 구두 1억 켤레는 살 수 있을걸? 단숨에 부자가 되지.” “그만들 해라. 우리에게는 빨간 구두도 많은 돈도 필용벗어. 가족이 이렇게 다같이 앉아서 맛있는 걸 나눠먹고 있지 않니.” (19∼20쪽)


“인어는, 인어도 가족이 있어요?” (20쪽)



  그림꽃책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5》(TONO/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5)을 읽으니, 이 그림꽃을 이끄는 아이가 스스로 새롭게 서려고 하는 마음이 비로소 피어납니다. 보여주려는 삶이 아닌, 즐기려고 하는 삶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흉내를 내려는 하루가 아닌, 손수 짓는 삶으로 가려 해요.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기에 토비와 이별할 수 있었어.” “거울, 거울 덕분에 원래대로 돌아온 거예요?” “‘마음의 힘’이야. 그 무엇보다 강해.” (46∼47쪽)



  몸이 아파 바깥으로 나가기 어렵고, 뛰거나 달리지 못하며, 나무타기는 엄두도 못 내는 판이라면, 무엇을 할 만할까요? 몸이 튼튼해 바깥으로 휘휘 나돌고, 뛰거나 달리며, 나무타기는 눈감고도 하는 판이라면, 무엇을 할 만할까요?


  우리가 입은 몸은 어떤 빛인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우리 몸에 걸친 천조각이 아닌, 우리 마음이 입은 이 몸을 헤아릴 노릇입니다. 우리 마음은 어떤 몸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이 몸을 어떻게 가꾸며, 이 몸으로 어떤 삶을 짓는 꿈을 그려서 빛나는가 하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말을 걸어 주는 생물은 귀중합니다. 우리만 살고 있는 게 아니에요. 도움을 받을 때도 있는데 그렇게 심한 짓을 하다니.” (100쪽)


“결국 그 시체는 계속 그렇게 해저에 굴러다녔고, 나도 기분이 나빠져서 컨디션이 안 좋아졌어. 칸나 말에 의하면, 그런 식으로 죽은 인간은 그 주변을 저주한대.” (147쪽)



  그림꽃책에 나오는 아이는 바다사람을 생각합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대로 바다살림이 흐를는지 모릅니다. 아이는 얼핏설핏 바다살림을 느끼고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옮길는지 모릅니다.


  흔히 일본을 섬나라로 여깁니다만, 푸른별에서 뭍보다 바다가 훨씬 넓어요. 푸른별 테두리로 보면 일본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섬’이에요. 크게 바다가 빙 두르거든요.


  얼마나 달려서 바다를 만나야 섬이나 뭍으로 가를 만할까요? 한쪽은 큰 땅뙈기요 다른쪽은 섬이라고 가르는 잣대는 얼마나 알맞거나 슬기로울까요?


  바다가 있기에 구름이 생기고, 구름이 피어나기에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리기에 온들숲이 싱그럽고, 온들숲이 싱그럽기에 우리 모두 살아갑니다. 바다를 그리는 마음이란, 바다에서 아지랑이가 생겨 구름으로 피어난 다음 비를 거쳐 우리 몸으로 스며드는 물방울 하나를 그리는 꿈이라고 할 만합니다.



“당신은 쭉 우리들의 인어의 병사. 계속 우리를 위해 싸울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싸울 곳은 바닷속이 아니에요. 우리는 분명 언젠가 다시 이 바다로 돌아올 거예요.” (202쪽)


“당신은 육지에서 사람들에게 돌아가 그 안에서 우리를 위해 싸워 주세요. 언젠가 우리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203쪽)



  생각하는 사람한테 삶이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삶이 없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헤아려서 짓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좇거나 쳇바퀴입니다.


  일삯을 받고 일터를 다니더라도, 일터지기가 시키는 일을 맡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남한테 안 휘둘립니다. 벼슬아치(공무원)로 일하든, 배움터 길잡이로 지내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나 홀가분히 제 삶길을 짓고 그리는 하루가 됩니다.



“데리러 왔어. 우리 여행을 떠날 거거든. 같이 가자.” “뭐?” “난 헤엄치지 못해.” “알아. 그러니까 이걸 타.” “이거?” “난, 이제 곧 죽을 거야.” “나도! 나도 이 모양이잖아. 한 번 죽은 거랑 같지 뭐. 어디서 죽으면 어때. 같이 가자.” (205쪽)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튼튼하다고 합니다만, 몸이 안 튼튼해도 마음은 얼마든지 튼튼할 만해요. 마음이 튼튼하지 않고서 몸만 튼튼하다면, 언제나 몸에 휘둘리거나 휩쓸리는 하루로 흐릅니다.


  그러니 손바닥을 펴요. 이 손바닥에 풀잎을 얹어요. 이 손바닥으로 나무를 쓰다듬어요. 이 손바닥에 구름을 담아요. 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만히 쓸어요. 그리고 이 손바닥으로 냇물을 떠서 한 모금 마셔요. 이 손바닥으로 바람을 쥐어 한 숨 두 숨 석 숨 넉 숨 가만히 들이마셔요.


  손바닥에 놓은 살림에 따라 오늘 하루가 다릅니다. 손바닥으로 그리는 꿈에 따라 우리 삶은 새롭습니다. 쳇바퀴를 돌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쳇바퀴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서 알아차려 봐요. 그리고 이 쳇바퀴를 별빛으로 물들여 녹여내 봐요. 남이 씌우기에 굴레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쓰니까 굴레입니다. 남이 해줘서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야 홀가분합니다. ㅅㄴㄹ


コーラル 手のひらの海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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