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0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장지연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9.

- 앞으로 살아갈 길을 그리다



《도라에몽 0》

 후지코 F.후지오

 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20.10.31.



  무척 오래 나온 노래꽃책 《도라에몽》인데 《도라에몽 0》(후지코 F.후지오/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이 새삼스레 나왔습니다. 《도라에몽 0》은 일본에서 여러 달책에 다 다른 판으로 나온 첫걸음을 한자리에 모았다는군요. 나이에 따라 다 다른 어린이가 보는 달책에 조금씩 줄거리를 바꾸면서 들려준 첫걸음인데, 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결이 있어요.


  잘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잘못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잘못 해내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잘 해내기에 대단하지 않고, 잘못 해내기에 엉성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렇게 해내는 길에 저마다 다른 삶을 맞아들이면서 배웁니다.


  으레 넘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좀처럼 안 넘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꾸 넘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아예 안 넘어지는 사람이 있어요. 툭하면 넘어지기에 바보스럽지 않고, 넘어지는 일이 없기에 훌륭하지 않습니다. 그저 넘어지는 길에 새로 배우고, 다시 일어서면서 한결 의젓하기 마련입니다.


  아기는 넘어지면서 큽니다. 아이는 다치면서 자랍니다. 어린이는 앓으면서 튼튼합니다. 푸름이는 갈팡질팡하면서 생각을 키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굽이길도 에움길도 가시밭길도 없이 살아간다면, 어떤 하루나 보람일까요?


  미리놓기(예방접종)를 해서 안 아픈 일이 좋을까요? 아예 나쁘지는 않겠습니다만, 구태여 미리놓기를 하기보다는 즐겁게 놀고 일하고 배우고 살림하고 사랑하면 넉넉하리라 생각해요.


  참으로 곰곰이 돌아볼 노릇입니다. 마음앓이 없이 사랑으로 갈 수 있는지요? 가슴앓이 없이 사랑꽃이 피어나는지요? 앓는 일은 안 나쁩니다. 앓아서 나쁠 일이 없습니다. 앓으면서 새로 깨어나는 길을 스스로 찾아나섭니다.


  ‘진구(노비타)’라는 아이는 걸핏하면 넘어지고 울고 떼쓰고 미루면서 스스로 삶길을 엉성하게 한다지요. 무엇보다도 앞꿈이 없이 눈앞일이 허덕인다지요. 이런 아이를 보다 못한 먼먼 앞날에서 책상서랍으로 찾아와서 ‘네(할아버지)가 그러니까 우리(뒷사람)가 애먹잖아? 앞날을 바꿔 보지 않겠어?’ 하고 말을 걸고 ‘도라에몽’이라는 로봇을 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게으름을 부리고 떼를 쓰고 스스로 하나도 안 애쓰고 언제나 미루기만 하는, 이 아이는 앞길이 어떻게 될까요? 스스로 해내려는 생각은 안 하고, 넘어지면 아프거나 다칠까 걱정만 하는 이 아이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요?


  노래꽃책에 나오는 아이는 바로 우리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가 숨기는 모습이기도 하며, 우리가 잊은 지난날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아이처럼 엉성하거나 바보스러운 짓은 하루도 한 적이 없는 분이 있을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그런 분이 있다면 《도라에몽》은 매우 심심할 수 있습니다.


  앞길은 얼마든지 바꿉니다.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앞길은 다릅니다. 오늘 여기에 있는 모습만 바라보면서 꿈을 그리지 않으면 앞날은 오늘하고 똑같을 만하고, 때로는 오늘보다 더 굴러떨어질 만해요.


  꿈을 바라보고 걷는 사람은 꿈으로 가요. 꿈으로 가는 동안 가시밭이나 고비나 벼랑을 지나야 할는지 몰라도, 오롯이 꿈을 바라보기에 안 흔들리고 안 망설이며 안 헤맵니다.


  꿈을 안 바라본다면 투정이며 핑계에 시샘이 가득해서 자꾸 이웃이나 동무를 미워하거나 싫어합니다. 꿈을 안 바라보기에 골을 내요. 꿈을 안 바라보기에 막말을 쏟아붓고 막짓을 일삼아요. 스스로 심어서 가꿀 꿈인데, 남이 해주지 않는다고 앙탈을 부리거나 악을 써대기도 해요.


  앞으로 살아갈 날은 스스로 그립니다. 어제까지 살아낸 날은 스스로 돌아봅니다. 아침을 열며 맞이할 하루는 스스로 걸어갑니다. 누가 그려 주지 않고, 누가 돌아봐 주지 않고, 누가 걸어가 주지 않아요.


  배가 고프면 스스로 밥을 차려서 스스로 수저를 들고 스스로 떠먹어야 합니다. 쉬가 마려우면 스스로 뒷간으로 가서 쉬를 누어야 합니다.


  누가 쉬어 주는 숨이 아니지요. 누가 자 주면 될 밤이 아니지요. 언제나 우리가 스스로 합니다. 모두 우리가 손수 합니다. 잘도 잘못도 없이 하나하나 맞닥뜨리고 맞아들이면서 새롭게 빛나는 하루를 짓습니다.


ㅅㄴㄹ


“미래가 뭐야?” “미래는 과거의 반대말이야. 우리는 거기에서 왔어.” “엄마∼. 이상한 애가 있어.” “아무도 없는데? 그 애는 어디서 왔는데?” “책상 서랍에서.” “얘도 참, 농담은.” (18쪽)


“무슨 일이니, 진구야. 신음 소리를 내고.” “엄마도 참.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밤 다같이 장기자랑을 할 거거든.” “역시 진구 노래가 최고라니까.” “신음 소리라고 했으면서. 노래는 그만둘래.” (24쪽)


“뭐, 뭐, 뭘 해도 안 된다니, 너, 너, 너무 맞는 말만 하지 말라고.” (42쪽)


“가만히 있으면 이렇게 된다는 얘기야. 미래를 바꿀 수도 있어.” “저, 정말이야?” (47쪽)


“우리가 사는 22세기가 되면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해서 여러 가지 편리한 것들이 발명되지만, 바보에게 듣는 약만은 아직 만들지 못했어. 이건 정말 유감이야.” (69쪽)


“네 20년 후 모습이야.” “시, 싫어. 이런 거 싫어.” “우리도 괴로워. 그러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지.” (73쪽)


“바보네. 모처럼 잘돼가고 있었는데.” “이제 싫어! 바보 취급을 당할 정도라면 죽는 게 나아!” “나는 너를 위해서…….” “그냥 놔둬. 내 운명은 내 손으로 개척할 거야.” “의외로 고집이 세네.” (81쪽)


#藤子F不二雄 #ドラえもん #ドラえもん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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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12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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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싸워서 물리친 다음에는



《불멸의 그대에게 12》

 오이마 요시토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4.30.



  《불멸의 그대에게 12》(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에서는 막판에 이른 싸움길을 다루면서, 이 싸움길 다음을 어떻게 누리려 하는가를 짚습니다. 잡아먹으려는 빛이 한쪽에 있고,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빛이 한쪽에 있습니다. 둘은 서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입니다.


  잡아먹으려는 쪽도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쪽도 숱한 목숨이 죽어 나갑니다. 이들은 굳이 싸울 까닭이 없이 이 별에서 삶터를 알맞게 갈라서 지내어도 될 텐데, 서로 ‘마지막 하나까지 쓸어내야 한다’고 여깁니다.


  참말로 나빠서 모조리 없애야 할까요. 서로 어떤 빛인지 모르는 채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을까요.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쪽에는 ‘사람’이 있는데, 사람은 사람끼리 싸우거나 억누르거나 빼앗거나 괴롭히면서 이 별을 어지럽히는 목숨이지는 않을까요.


  바탕을 사랑으로 다스리는 숨결이라면 어울림으로 갑니다. 어깨동무예요. 바탕에 사랑을 놓지 않는 숨결이라면 다툼이며 겨룸이며 싸움으로 갑니다. 등돌리기예요. 숲은 숱한 풀꽃나무가 어울리기에 짙푸르면서 싱그럽고 아름답습니다. 숲을 밀어낸 큰고장이나 서울에서는 다투고 겨루고 싸우면서 사람끼리 서로 고단합니다.


  한 판 벌이는 싸움은 늘 다음 싸움으로 이어갑니다. 따사로이 샘솟는 사랑은 언제나 새롭게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곰곰이 보면 두 갈래인 길이에요. 싸움으로 꽃이 되고 열매가 되며 씨앗이 되는 길이 있고, 사랑으로 꽃이 되고 열매가 되며 씨앗이 되는 길이 있습니다.


  문득 보자면 《불멸의 그대에게》가 열두걸음을 지나는 동안 내내 싸움판이었는데, 싸움판 이야기는 매우 길어요. 어쩌면 우리 사람들은 사랑하고 등지면서 오래도록 싸우고 다시 싸우고 또 싸우는 사이에 삶을 잊었는지 모릅니다. 싸움 다음은 생각조차 못하지 싶어요. 싸우느라 바빠서, 싸우느라 벅차서, 싸우면서 동무를 잔뜩 잃은 나머지, 그저 머리에 싸움만 가득하구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서로 사랑일 적에 어떤 삶을 그리면서 기쁘게 웃고 노래할 하루를 지으며 홀가분할까를 이제부터 생각할 노릇이겠지요.


ㅅㄴㄹ


“살아가는 걸 빼앗기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돼!” “그럼 탈환하면 된다.” (41쪽)


“설사 네가 신의 힘을 가진 존재라고 해도, 사람의 마음만은 자유롭고 대등한 법이야.” (133쪽)


“있잖아, 다들 이다음에 뭐가 하고 싶어?” (153쪽)


“다들 지금까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자기 목숨을 써 왔어. 하지만 이제부턴 자기를 위해 써 줬으면 좋겠어. 만약 에코나 모두가 다시 살아줄 거면 그게 가능한 세계를 내가 마련해 주고 싶어.” (159쪽)


“불사는 목적을 향해 매진했다. 세계를 뒤덮어 노커가 발붙일 여지를 없애는 것이다. 모습은 마치 잠들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말단부 하나하나에 의식을 집중시킨 나머지, 육체 쪽은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167쪽)


“슬퍼할 것 없어. 다들. 나는 이제 해피한 곳으로 가니까. 거기 가면 모두가 이어준 세계가 있고, 모두가 이어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179쪽)


#大今良時 #不滅のあなた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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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슈퍼 14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토요타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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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끝 너머로 나아가면



《드래곤볼 슈퍼 14》

 토요타로 그림

 토리야마 아키라 글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1.2.20.



  《드래곤볼 슈퍼 14》(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1)은 여러 걸음걸이를 보여줍니다. 스스로 끝을 매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여태까지 걸어온 끝’을 느끼면서 ‘끝 너머를 마음에 그리고 넘어서는’ 걸음걸이가 있고, ‘스스로 매긴 끝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 걸음걸이가 있습니다.


  더 기운세기에 끝 너머로 간 사람이지 않습니다. 끝 너머로 가려는 꿈을 마음에 그리기에 ‘스스로 끌어내어 누리는 기운’이 다를 뿐입니다. 끝 너머에 이른 다음에도 ‘여기가 끝’이라거나 ‘여기가 너머’라고 여기지 않아요. 오늘 이르는 끝을 끝으로 느끼면서 오늘 나아가는 너머를 너머로 느낄 뿐입니다. 좋다 싫다로 가르지 않아요. 이렇구나 저렇구나로 느낍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내거나 이룰 적에는 ‘오늘하고 모레’를 또렷하게 느끼고 새기고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오늘 내가 어떠한가’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 일도 못 해내지 않나요? ‘모레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마음에 씨앗으로 새기지 않으면 우리가 스스로 이룰 꿈이란 없지 않나요?


  그림꽃책 《드래곤볼 슈퍼》는 열넉걸음에 이르러 ‘무의식(無意識)의 극의(極意)’룰 이룬 손오공을 보여주고, 손오공에 앞서 베지터도 ‘끝 너머’로 나아간 모습을 보여줍니다. 둘은 ‘여태껏 둘을 둘러싼 생각’을 내려놓거나 벗었기에 ‘끝 너머’로 나아갑니다. ‘나는 이렇고 너는 저렇다’라는 생각이나 ‘난 이래야 하고 넌 저래야 한다’ 같은 생각을 ‘버리지 않고 고요히 내려놓아 저절로 사그라들’도록 하기에 새길로 나아가지요.


  다만 그림꽃님은 《드래곤볼 슈퍼》를 열넉걸음에서 매듭지을 뜻이 없어요. 열넉걸음 끝자락에서 손오공이 ‘고요마음’을 거의 이루다가도 샛길로 가려는 몸짓을 얼핏 보여주면서 마무리하는군요. 열다섯걸음에서는 ‘고요마음’을 조금 더 짚을 듯합니다.


ㅅㄴㄹ


“너도 남의 힘에만 기대지 말고 자신의 힘으로 싸워 보는 게 어떠냐.” (30쪽)


“생명 에너지가 돌아온 별 사람들이 다시 살아날까요?” “아니,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모든 이성인이 부활하진 않을 게다. 하지만 생명력이 강한 종족은 다시 살아날 테지.” (31쪽)


“난 마음의 성장에 놀라고 있다. 기억하나? 저 녀석은 본래 지구를 침략하러 온 녀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지? 그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어. 심지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보상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35쪽)


“아닙니다, 오공 씨. 수련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저 완성에 이를 계기 하나가 부족한 겁니다.” (123쪽)


“그냥, 그러는 쪽이 두근거리지 않아?” “두근거린다고요? 오공 씨는 정말 재밌는 분이시군요.” (136쪽)


“지금 실력에서 무의식의 극의가 완성되면 예전보다 훨씬 안정될 겁니다. 상대가 모로든, 그 누구든 이제 지지 않을 거예요.” (141쪽)


#とりやまあきら #鳥山明 #とよたろう

https://www.amazon.co.jp/%25E9%25B3%25A5%25E5%25B1%25B1-%25E6%2598%258E/e/B00M7VI7HI?ref=sr_ntt_srch_lnk_7&qid=1613948133&sr=1-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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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마리코 14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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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22.

마음을 보려는 마음이라면



《80세 마리코 14》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2.28.



  《80세 마리코 14》(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에 접어들면, 여든 살 마리코 할머니는 드디어 이야기(소설)를 새로 쓰기로 합니다. 아니, 이야기가 엄청나게 솟아올라 글로 옮기지 않고는 못 배길 판입니다. 여든이란 나이가 되어 집을 뛰쳐나온 까닭, 여든 해를 살아온 모든 자취가 깃든 집을 떠날 수 있던 힘, 빈털터리에 홀몸인 할머니가 만난 늙은 고양이, 늙은 고양이하고 늙은 사람이 이곳저곳 떠돌던 나날, ……을 다른 사람 손이 아닌 할머니 손으로 적바림합니다.


  그래요, 누가 써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씁니다. 누가 쓰라고 등을 밀거나 돈을 맡겨야 쓰지 않아요. 마음 깊이 사랑으로 샘솟을 적에 비로소 씁니다.


  같이 웃은 나날을 씁니다. 같이 울던 나날을 씁니다. 밥 한 그릇이 없어 고단한 길살이를, 몸을 누일 데를 찾지 못하며 헤매던 나날을, 여든이란 나이라 해도 이야기를 새로 쓰고 책도 새로 내고 싶다는 꿈을, 스무 살도 서른 살도 아니지만 ‘잡지 편집장’이 되면서 글판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하루를 차근차근 글로 옮깁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푸름이는 푸름이로서 마음으로 마주보면서 말을 섞고 글을 씁니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마음으로 만나요. 그저 다 다른 자리요 삶이며 생각이자 오늘입니다. 더 살아 보았기에 더 잘 쓰지 않아요. 더 겪어 보았기에 더 잘 쓸 까닭이 없습니다. 마음으로 볼 줄 알면 누구나 씁니다. 마음으로 보고 읽으면서 아끼려는 마음이라면, 참말로 누구나 글님이요 붓님이에요.


  사랑은 어떻게 할까요? ‘사랑을 하려는 사랑’이기에 비로소 사랑하는 짝을 찾고 사귀며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꿈은 어떻게 이룰까요? ‘꿈을 꾸려는 꿈’이기에 어느덧 꿈길을 걷고 꿈나래를 펴고 꿈노래를 부르는 오늘을 이뤄요. 《80세 마리코》는 이제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펴려나요. 여든이란 나이에 새길을 씩씩하게 나서면서 온마음으로 마주한 어떤 삶을 그려내려나요.


ㅅㄴㄹ


“지금까지 이 아이와 같이 여행을 했어요. 이제 내겐 가족입니다.” (25쪽)


“쓰레기집이 되어서도 마리코 씨는 가야코를 버리지 못했고, 그런 마리코 씨를 나도 결국 외면할 수 없었잖아. 참 바보같지만, 그래도 친구니까.” (47쪽)


‘쿠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쿠로에 대한 사랑이 폭발할 것 같아.’ (81쪽)


‘내가 쿠로를 사랑하고, 쿠로가 가까이 왔기 때문에, 할머니 몸으로도 항해를 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전 세계의 ‘좋은 고양이’를 아는 사람들도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90쪽)


“반려동물과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쪽(반려동물)도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요. 이렇게 태도로 보여주고 있는데 왜 모르는 거냐고. 애초에 너무너무 귀여워서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 좋고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면, ‘통하지 않는다’는 위험부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138∼139쪽)


‘난 나쁜 주인이야. 그런데 어째서 넌 사랑을 주는 거니.’ (154쪽)


#YukiOzawa #おざわゆ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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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총10권/완결)
Junko Karube / 서울미디어코믹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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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19.

사랑소리를 들려주는 손짓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10》

 준코 카루베

 김기숙 옮김

 서울문화사

 2000.1.15.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10》(준코 카루베/김기숙 옮김, 서울문화사, 2000)은 ‘소리’가 없이 살아온 분이 짝을 만나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살림길을 찬찬히 다루면서 매듭을 짓습니다. 열걸음으로 담아낸 이야기는 이다음에 열두걸음으로 거듭 담아내요. ‘소리’가 없는 어머니 곁에서 ‘마음노래’라는 빛을 일깨우는 아이가 얼마나 의젓하면서 곱게 자라나는가를 들려줍니다.


  태어날 적부터 소리가 없던 아이는 ‘빛·빛깔’로 모두 헤아립니다. 소리가 없이 살아온 터라 눈하고 손발에 더욱 마음을 쏟았고, ‘소리를 듣고 누리는 사람이 무엇을 즐기는가’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소리가 없든 눈이 없든 손발이 없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랑이라는 마음에서 모두 녹여내어 따스히 품을 줄 아는 상냥한 길을 새롭게 열어요.


  아이는 아버지도 사랑하고 어머니도 사랑하기에 어릴 적부터 두 어버이 곁에서 손말을 익힙니다. 아이는 귀로 소리도 들을 줄 알기에 ‘소리가 늘 곁에 있는 둘레 사람’하고도 잘 섞일 뿐 아니라 ‘소리가 없는 어머니’랑 늘 지내기에 ‘소리가 하나도 없는 사람’하고도 즐거이 어우러집니다.


  어버이는 참 사랑스럽지요. 스스로 할 수 없는 몸이어도 아이가 마음껏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도록 이끌거든요. 아이는 참 아름답지요. 스스로 할 수 없는 몸인 어머니도 나란히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도록 손을 잡고서 속삭이거든요.


  어버이는 이슬떨이입니다. 먼저 길을 가면서 이슬을 떨구어서 뒤따르는 아이가 느긋하면서 넉넉히 꿈을 지피도록 북돋웁니다. 아이는 이슬받이입니다. 어버이가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면서 받은 이슬에 맺힌 초롱초롱한 빛살을 즐거이 맞아들이면서 어버이도 같이 누리도록 보여줍니다.


  손으로 그려서 손말입니다.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는 손말이 가득한 그림꽃책입니다. 글로 그려서 글말입니다. 우리는 글을 읽으면서 옛날 옛적 사람들뿐 아니라, 먼발치 이웃이 아로새긴 살림빛을 만납니다. 붓으로 그려서 그림말입니다. 우리는 글 없는 그림을 읽으면서 오로지 마음으로 헤아려서 맞아들일 사랑빛을 만납니다.


  자, 또 어떤 말을 나누어 볼까요? 살림말은? 숲말은? 바람말은? 꿈말은? 흙말은? 꽃말은? 놀이말은? 소꿉말은? 우리를 둘러싼 온갖 말마다 서린 새롭게 빛나는 마음을 함께 읽어 봐요.


  귀로 듣지 못하는 어머니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느냐고 걱정하거나 못마땅해 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있더군요. 돈이 없는 집에서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느냐고 걱정하거나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틀림없이 있어요. 이것도 저것도 안 가지고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서 같이 사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볼 노릇입니다. 눈코귀입이 다 있는데 아이를 괴롭히거나 못살게 구는 사람은 뭘까요? 돈이 있는데 아이랑 안 놀거나 못 노는 사람은 뭔가요? 이름이며 힘은 있는데 아이한테 살림을 안 물려주거나 못 물려주는 사람은 뭐지요?


  귀가 있더라도 못 듣거나 안 듣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눈이 있더라도 못 보거나 안 보는 사람이 잔뜩 있습니다. 손발이 있는데 안 쓰거나 못 쓰는, 또는 등지거나 고개를 홱 돌리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틀(법)이 있기에 이 틀을 꼬박꼬박 지키는 우리 모습인지, 아니면 슬그머니 그물을 빠져나가면서 뒷짓이나 속임짓을 일삼는 우리 모습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두 손으로 사랑짓을 보여주기를 빌어요. 두 발로 사랑길을 가기를 바라요. 두 귀로 사랑노래를 듣기를 꿈꿔요. 온마음으로 오직 사랑이라는 빛이 되어 서로 비추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우리가 아이로 태어나 사랑받고 자란 나날을 새롭게 사랑으로 물려주려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면.


ㅅㄴㄹ


“벌레소리가 가을을 데리고 오다니, 멋지구나.” (8쪽)


“캠프 가면 소리의 코너에 쓸 만한 소리가 있을까요?” “물론이지. 너무 많아서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아.” (16쪽)


“강물 소리, 나무 소리, 바람소리도 머리 속에는 있는데 글씨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 소리의 코너를 쓸 수 없어요. 엄마한테 소리를 알려줄 수가 없잖아요!” (22쪽)


“치츠루가 써 준 소리의 코너 덕분에 엄마도 소리를 알 것 같아. 걷는 일이 즐거워졌어. 아아, 저 새는, 저 벌레는, 그렇게 우는구나, 지금까지는 그런 걸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 네가 알려준 덕분이야.” (31쪽)


“고마워, 치츠루. 만약 사랑에 소리가 있다면, 그건 아름다운 소리일 거야. 치츠루, 넌 지금 그 소리를 연주하고 있단다.” (40∼42쪽)


‘치츠루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엄마의 소리입니다. 왜냐면 수화는, 엄마의 목소리니까요.’ (44쪽)


“‘만약에, 만약에’, 어렸을 때부터 늘 그런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해 왔어.” “그게 분한 거야?” “벗어나고 싶어. 겁쟁이인 내 자신으로부터. 난 늘 주변의 탓으로 돌렸어. 자전거도 그래. 모두에게 걱정 끼치니까 타면 안 된다면서.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맘이 놓이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어.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자전거 타는 걸 가르쳐 줘.” (56∼57쪽)


“어깨 힘을 빼, 미에코. 그럼 즐겁지가 않잖아.” “아! 예쁘다.” “아깝잖아. 경치도 즐겨야지! 노베 일가의 사이클 대회는 자전거에서 내려더 좋아. 천천히 즐기면서 가는 거야.” (76∼77쪽)


“뭔가 되고 싶어도 들을 수 없다면 어렵잖아. 그래서 엄마는 꿈을 갖고 싶지 않았어. 그러니까 엄마 몫까지 꿈꾸렴. 꿈이 이뤄지도록.” (138쪽)


“발도 가뿐해져서 집에까지 폴짝폴짝 뛰면서 왔어요. 엄마, 난 착한 사람이 될래요. 아저씨가 착하다고 말했지만, 더더욱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159쪽)


“치츠루는 엄마처럼 되고 싶어. 착한 엄마. 언제나 다정하게 속삭여 주는.” (166∼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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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の手がささやいてい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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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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