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밥 2 - S코믹스 S코믹스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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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8.12.

부딪히면서 먹고살다


《던전밥 2》

 쿠이 료코

 김완 옮김

 소미미디어

 2016.3.1.



  《던전밥 2》(쿠이 료코/김완 옮김, 소미미디어, 2016)을 읽으면 온갖 숨결이 춤추듯 어우러진 곳으로 뛰어든 이들이 조금씩 가닥을 잡는구나 싶은 마음을 엿볼 만합니다. 으레 툭탁거리지만 툭탁거리고 나서 무엇 때문에 어떻게 툭탁거렸는가를 생각합니다. 물러나거나 헤아릴 대목은 물러나거나 헤아리고, 스스로 지키고 싶은 대목은 끝까지 지키려 합니다.


  거침없다는 듯이 달려가고, 느긋하게 머뭅니다. 걸어온 자취를 되새기고, 나아갈 곳을 어림합니다. 저마다 재주를 하나씩 펴고 나누면서 차근차근 힘을 모으고 시나브로 슬기롭게 피어나려 하지요.


  다만 《던전밥》에서 줄거리를 이끄는 이들은 ‘마주치는 마물’을 무찌르면서 밥으로 삼아요. 바깥자리에서 먹을거리를 짊어지고서 움직이자면 너무 버거울 뿐더러 얼마 못 버티거든요. 여태 먹을 일이 없던 밥을 먹습니다. 이제껏 먹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던 밥으로 끼니를 잇습니다.


  그동안 밥으로 안 삼았다면, 그동안 겉모습으로 손사래쳤다는 뜻입니다. 어쩔 길이 없으로 밥으로 삼는 사이에 맛하고 숨결은 겉모습하고 사뭇 다른 줄 차근차근 깨닫습니다.


  밥만 이와 같지 않습니다. 옷이나 몸매도 겉으로만 따지면 속을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하는 일도 매한가지요, 글 한 줄이며 책 한 자락도 똑같습니다. 겉모습이나 이름값이나 돈셈으로만 보려 한다면 속내를 못 읽거나 엉뚱하게 알기 쉽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그리면 됩니다. 하루를 어떻게 누리려는가를 헤아리면 됩니다. 다른 사람 눈치는 내려놓고서 오직 스스로 마음을 사랑하는 길을 바라보면 됩니다.



“저건 스켈레톤. 이건 인간. 저건 구울.” “어떻게 알아?” “생물과 뼈와 썩은 살점의 발소리는 전혀 다르잖아.” (6쪽)


“골렘의 등에서 야채를 수확해 주게.” “뭔가 무성하게 우거졌다 싶었더니, 이거 전부 야채야? 진짜네. 골렘 입장에서는 기생당하는 셈 아냐?” “오히려 식물이 뿌리를 내리면 흙이 단단해지지, 공생관계라 할 수 있지. 하지만 잡초는 뽑아 주게.” (13쪽)


“너 같은 놈들이 이 성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우리는 지상 놈들을 발견하는 대로 죽이지.” “억지야! 그럼 당신들도 왕좌에 도전하면 될 거 아냐! 아니면 오크는 빼앗는 것밖에 못해?” “기세 하나는 등등하구나. 마음에 들었다. 넌 산 채로 불에 던져 주마!” “거 봐! 그렇게 금방 폭력에 호소하지!” (48쪽)


“등에 타기를 기다렸던 말인가? 공격하려면 언제든 공격할 수 있었는데. 왜?” “글쎄, 성공률 때문에? 마물의 생각은 이해를 못하겠어.” (174쪽)


“이렇게 하고 보니 이해하게 된 것이 또 하나. 물 위를 걷는 건 제법 기분이 좋군.” (182쪽)


#ダンジョン飯 #九井諒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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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이 아니다
김연경 지음 / 가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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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2021.8.4.

연느님 말, “내뱉은 대로 해내면 되지!”



《아직 끝이 아니다》

 김연경

 가연

 2017.9.15.



  오랜 우리말로 ‘하느님(하늘님)’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ㄹ이 떨어져 ‘하느님’이라고만 합니다만, ‘-님’을 붙이는 말씨는 매우 흔해요. 나라를 다스린다는 임금을 놓고 굳이 ‘임금님’이라 했습니다. 꽃이나 풀을 놓고 ‘꽃님·풀님’이라 해요. 해나 별이나 달을 놓고 ‘해님·별님·달님’이라 하고, ‘이웃님·동무님’처럼 쓰며, 사람 사이에서 ‘어머님·아버님·누님’처럼 씁니다.


  이러한 ‘-님’은 아무한테나 붙이지는 않으나, 누구한테나 붙일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하느님’이란 하늘을 가리키는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높거나 거룩하거나 뻬어난 아무개를 가리킬 적에 살며시 빗대는 이름으로 삼기도 해요. 이를테면 연예인 가운데 어느 분은 ‘유느님’ 소리를 들어요. 운동선수 가운데 ‘연느님’ 소리를 듣는 분이 있지요. 그런데 운동선수 가운데 ‘연느님’은 하나가 아닙니다. 둘이지요. 하나는 피겨 선수요, 하나는 배구 선수입니다.


  《아직 끝이 아니다》(김연경, 가연, 2017)는 배구 선수로서 ‘연느님’ 소리를 듣는, 때로는 영어로 ‘갓(God)’을 넣은 ‘갓연경’ 소리를 듣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름잡는 김연경 님이 쓴 책입니다. 어떻게 배구판에서 온누리에서 으뜸가는 자리에 서서 뛰는가 하는 삶을 찬찬히 돌아본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아직 끝이 아니다》는 배구판에서 으뜸자리에 선 사람으로서 우쭐거리는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푸름이(고등학생)로 접어들 무렵까지 키가 매우 작아서 늘 받기(수비 훈련)만 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키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문득 자리에 설 틈을 한 판 얻고, 이렇게 꼭 하루 자리에 설 틈을 얻으면서 ‘이 틈이 앞으로 또 올는지 알 수 없다’면서 악을 쓰고 용을 쓰면서 온힘을 뽑아낸 이야기를 다룹니다. 온몸을 불사르면서 꿈을 이루는 길을 걸어온 푸름이가 어떤 삶을 보냈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제 연느님(또는 갓연경)이 된 김연경이라는 배구 선수입니다만, 어릴 적에는 언니가 배구판에서 새 한 마리처럼 날아올라 공을 맞은쪽에 내리꽂는 모습에 반해서 “나도 언니 따라서 배구를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운, 몸도 키도 자그마한 아이였다고 합니다. 다만 언니가 처음 배구를 배울 적에는 학교에서 ‘주먹질’이 흔했다고 해요. 두 딸아이가 운동 선수라는 길을 걷는다고 할 적에 어머니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지요. 눈에 넣어도 아플 수 없는 두 아이가 배구를 배우며 늘 ‘맞아서 몸에 멍이 드니’까요.


  배구 선수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읽다가 살며시 덮고서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는 아직도 아이들을 때리는 어른으로서 운동 선수를 이끄는 엉터리짓을 멈출 수 없을까요? 요즘도 ‘운동부 주먹질’이 곧잘 도마에 오릅니다. 때려서 말을 듣게 한다든지, 나이나 줄(계급) 따위로 억누르면서 막말을 일삼는다든지, 이런 낡은 버릇을 왜 털어내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2021년 2월 무렵, 우리 배구판은 배움주먹질(학교폭력)을 일삼다가 뒤늦게 들통난 두 사람 이야기가 엄청나게 불거졌습니다. 주먹질을 일삼은 두 사람은 여태 뉘우칠 줄 모를 뿐 아니라, 고개를 뻔뻔하게 들고 다닌다지요. 그런데 연느님은 이런 주먹잡이(불량배) 이야기를 벙긋도 안 해요. 주먹잡이를 나무라기보다는 함께 땀흘리는 동무를 바라보면서 “다시 해보자!” 하고 기운을 북돋아요.


  어느 모로 본다면 《아직 끝이 아니다》는 꿈을 이룬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꿈을 이룬 이야기라기보다, 꿈을 이루려고 얼마나 마음을 쏟고, 얼마나 땀을 바쳤으며, 얼마나 힘을 다했는가를 적은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이렇게 해야 뜻을 이룬다’는 책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아무런 틈도 나한테 찾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하려는 일, 스스로 가려는 길만 바라보면서 밑바탕부터 차근차근 다스리고 꿈만 보며 즐겁게 한길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보다 푸름이(청소년)가 읽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앞날이 까마득하다고 느끼는 푸름이가, 배움수렁(대학입시)에 지친 푸름이가, 입시학원하고 보충수업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터전에서 고달픈 푸름이가, 작은고장(중소도시)이나 시골에서 자라는 푸름이가, 한 줄 두 줄 찬찬히 새기면서 읽어 봄직하다고 생각해요.


  단맛을 본 이야기는 거의 없이, 쓴맛을 본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에요. 오늘 우리 곁에서 ‘하느님 김연경’ 소리를 듣는 그 엄청나거나 멋지거나 놀랍거나 대단한 사람이, 참으로 오랜동안 ‘아무것도 아닌 꼬마’로 살아오면서도 웃고 춤추면서 즐겁게 제 길을 걸어온 이야기가 나와요.


  할 말을 하는 배구 선수 한 사람은 “내뱉은 말은 꼭 이룬다”고 다짐한다지요. 자리에 서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만 한다지요. 그리고 이녁 스스로 성평등을 따지려는 생각은 없이 ‘그저 한 사람으로서, 오직 사람으로서’ 서로서로 바라보고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힙니다.


  배구 선수이기에 겉모습이나 몸매 아닌 배구 솜씨로 바라보아 주기를 바라는 이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키가 더 커야 운동을 더 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귀여겨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아직 끝이 아니다” 하는 생각으로 땀을 흘릴 줄 아는 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온누리에 으뜸가는 배구 선수 한 사람으로서도, 여느 자리에서 여느 살림을 가꾸는 우리로서도, 모든 어린이하고 푸름이로서도, 참말로 끝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꿈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이제껏 했는데 늘 쓰러지거나 고꾸라졌으면, 다시금 일어나서 나아가면 됩니다. 웃으면서 일어서고, 춤추면서 한 걸음을 내딛으면 됩니다. 우리 곁에서 연느님이 속삭여요. 넘어졌으면 일어나자고, 더 해보자고, 다시 넘어지면 또 일어서자고, 한 판 해서 안 되니 두 판 더 해 보자고. 우리가 입으로 내뱉은 말은 참말 누구나 모두 이룰 수 있다고.


2017.12.20.물.ㅅㄴㄹ

2021.8.4.물


나는 엄마에게 배구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힘든 일을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약을 바르며 아픔을 참고 있던 큰언니의 모습보다 허공으로 점프하며 네트 너머로 공을 날려 보내던 큰언니의 모습이 나를 더 매료시켰다. (31쪽)


나는 고민이 많았던 유년 시절의 나에게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기본 실력을 탄탄하게 해서 선수로서의 자질을 키우는 데 온힘을 다하자고 말했다. (41쪽)


코트 위에서는 딱 하나만 생각한다. ‘무조건 이긴다.’ (76∼77쪽)


코트 위에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누구든지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훈련을 해왔고 어떤 시간을 견뎌왔는지 말이다. (119쪽)


‘내뱉은 대로 해내면 되지 뭐!’ 나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것보다 내뱉은 말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체육관에서 배구공을 한 번 더 잡는 것을 선택했다. (121쪽)


재활이란 몸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대면하고 하나하나 점검하는 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온 것들, 코트 위에서 훈련해 온 대로 몸이 움직이고 감각이 살아나고 공이 시야에 들어와 내가 낼려보낼 방향을 판단하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135쪽)


그때 나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답변을 했다. “기자 분들이 선수의 미모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하신 것 같아요. 여자 배구를 소개하는 기사에 대부분 ‘미녀 3인방’ ‘미녀들의 대결’ 등 ‘미녀’란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요. 남자 배구에선 ‘미남 대결’이란 말이 없잖아요. 왜 여자 배구만 유독 그런 단어를 써야 하는 거죠? 선수들 모두 먼저 배구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을 거예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1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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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선수가 갓 배구판에 나올 적부터

여태까지 이녁 모든 경기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2021년 도쿄에서 땀흘리는 모습을 문득 보다가

2017년에 쓴 느낌글을 조금 손질한다.


김연경 님은 책도 내놓았습니다.

앞으로 2027년 즈음

다음 책도 써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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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책 -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수리남 곤충의 변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지음, 윤효진 옮김 / 양문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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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숲책 2021.7.30.

- 사랑으로 지켜보기에



《곤충·책,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수리남 곤충의 변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글·그림

 윤효진 옮김

 양문

 2004.10.20.



  이월부터 들꽃을 살피는 이웃님이 많습니다. 긴긴 겨울이 저무는구나 하고 알리는 이월꽃은 참으로 반가우면서 곱기 마련입니다. 삼월로 접어들면 온누리 곳곳은 푸릇푸릇할 뿐 아니라 아직 덮은 하얀 눈빛 곁에 흰꽃이 흐드러지지요. 이제 사월로 넘어서면 풀빛에 흰꽃·노랑꽃·빨강꽃·파랑꽃이 얼크러져 마치 ‘풀무지개’나 ‘숲무지개’를 펼친 듯합니다.


  그런데 오월쯤 이르면 덥다고 말하는 이웃님이 늘면서 “오월에 굳이 무슨 꽃을?” 하고 여기더군요. 그런데 사오월 사이에는 딸기꽃이 지고 딸기알이 여물면서 찔레꽃이 피지요. 유월로 들어서는 길턱에는 감꽃에 귤꽃에 유자꽃에다가 오동꽃이 훅훅 사로잡습니다. 이제는 꽃구경을 하려는 이웃님은 가뭇없이 사라지는데, 여름인 칠월로 가면 온통 푸르기만 한 들녘에 파랗게 달개비꽃이 올라요. 여기에 달맞이꽃이라든지 나팔꽃이 어깨동무합니다.


  그리고 한여름인 칠팔월 사이에 쑥꽃이며 모시꽃이 올망졸망 번지고, 살살이꽃도 천천히 줄기를 올리면서 가을맞이를 앞둡니다. 또한 이즈음은 까마중이 고추꽃보다 훨씬 작으면서 어여삐 흰꽃을 터뜨려요. 팔월이 가고 구월로 오면 새삼스레 봄들꽃이 가을들꽃이 되어 다시 돋곤 합니다. 가을민들레하고 가을제비꽃이 있는데, 이 곁에는 고들빼기꽃이 춤추지요. 그리고 한가을 언저리에 억새꽃이며 갈대꽃이 나부낍니다.


  가만 보면 한 해 내내 꽃이 없는 철이나 달이 없어요. 한겨울에는 동백꽃(또는 동박꽃)이 있답니다. 눈꽃을 맞은 붉은꽃은 겨우내 멧새한테 아늑한 쉼터이자 먹이터 노릇을 하니, 이무렵 우리 사람은 스스로 ‘사람꽃’이 되어 멧새하고 멧짐승한테 밥을 살며시 베푸는 ‘사랑님’이 될 만합니다.


  우리말로는 간추린 판으로 나온 《곤충·책》(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윤효진 옮김, 양문, 2004)입니다. 풀벌레를 똑같이 살뜰한 숨붙이로 맞이하면서 알뜰히 지켜보고 사랑한 눈빛으로 글하고 그림을 여민 이야기꾸러미입니다. 1700년이라고 하는 때에 이런 이야기를 꾸렸다니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 글쟁이는 1700년에 어떤 글을 남겼을까요? 우리나라 그림쟁이는 1700년에 어떤 그림을 남겼을까요?


  들꽃을 눈여겨본 글쟁이하고 그림쟁이는 몇이나 될까요? 먹물붙이(글쟁이·그림쟁이)는 감투를 얻으려고 임금님 둘레에서 으레 알랑방귀를 뀐 우리 발자취입니다. 손수 들꽃을 어루만지고 들풀을 밥살림으로 누리며 풀벌레를 동무로 맞이하고 멧새를 이웃으로 사랑한 먹물붙이는 손가락으로 꼽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나 먹물붙이 아닌 수수한 살림지기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면서 모든 풀이름·풀벌레이름·나무이름·새이름·짐승이름을 물려주었어요.


  한약방이나 한문책에 적힌 한자말 이름이 아닌, 시골사람으로서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핀 여느 어버이가 즐겁게 붙인 숱한 이름을 하나씩 혀에 새로 얹어 봐요. 따로 이름을 남기지 않은 수수한 어버이는 《곤충·책》을 여민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님처럼 풀벌레를 제대로 지켜본 분들입니다. 제대로 지켜보았기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였겠지요? 제대로 안 지켜보았다면 ‘나비’나 ‘지렁이’나 ‘두더지’나 ‘여우’나 ‘곰’이나 ‘벌’이나 ‘범’이나 ‘고래’나 ‘불가사리’나 ‘조개’ 같은 이름을 못 지어요. 이처럼 밑바탕이 될 이름부터 하나씩 짓는 눈썰미에 눈빛에 눈망울이기에, 이러한 이름에서 새삼스레 하나씩 가지를 뻗어 새말이 태어납니다.


  사랑으로 지켜보는 눈빛에서 살림이 새로 자라고, 살림이 새로 자라는 곳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튼튼하게 일어서고, 아이들이 신나게 놀며 어른이 되는 보금자리에서 풀꽃나무가 푸르게 우거지니, 사람도 뭇숨결도 어깨동무하는 아름별(지구)로 거듭날 만합니다. 사랑으로 보셔요. 오직 사랑으로 돌보기로 해요. 언제나 그저 가볍고 나긋나긋 상냥히 사랑으로 만나고, 손을 잡고, 눈짓을 나누고, 말을 섞으면서 하루를 짓기로 해요.


ㅅㄴㄹ


출판을 통해 큰 이익을 보려는 생각은 없다. 그저 들어간 비용만 회수되면 족하다. 나는 책을 만드는 데 비용을 아낌없이 지출했다. 곤충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만족감과 즐거움을 주려는 일념으로 저명한 장인에게 동판화의 제작을 의뢰했고, 가장 질 좋은 종이를 사용했다.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그것으로 나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고 더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것이다. (12쪽)


무르익은 파인애플의 모습이다. 껍질이 엄지손가락만큼 두꺼워 깎아내고 먹어야 하는데, 자칫 어설프게 깎았다가는 날카로운 가시에 혀를 다칠 수도 있다. 포도, 살구, 까치밥나무열매, 사과, 배를 뒤섞어 놓은 것처럼 맛이 절묘하다. (18쪽)


이 아메리카 버찌는 유럽의 버찌와는 맛이 틀리다. 하얀 꽃과 붉은 꽃을 같이 피운다. 나무의 크기도 네덜란드나 독일에서 자라는 버찌나무보다 크지 않다. 만약 이곳이 이윤에 덜 눈이 멀고 느긋한 농장주들이 지배하는 곳이라면 이 버찌들도 좀더 완숙한 맛을 내게 되지 않을까. (32쪽)


나는 유별나게 생긴 이 애벌레가 어떻게 변신할지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그런데 1700년 8월 10일 볼품없는 나방으로 변해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처럼 아름답고 특이하게 생긴 유충에서는 별 볼일 없는 녀석이, 평범하게 생긴 유충에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비와 나방이 탄생하는 일은 흔하다. (50쪽)


수리남에는 형형색색으로 다양한 종류의 포도나무가 사방에 우후죽순처럼 자란다. 가지를 꺾어 땅에 꽂아두기만 해도 6개월만 지나면 어느새 탐스런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린다. 만약 매달 심는다면 1년 내내 포도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1년에도 몇 차례씩 포도 수확이 가능한 수리남으로 포도주를 챙겨 온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98쪽)


플로스 파보니스는 높이가 280센티미터 정도이며 노란 꽃과 붉은 꽃을 피운다. 씨는 출산 진통을 겪는 임산부를 위해 사용된다. 네덜란드인들 밑에서 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는 여성 노예들은 아이를 지우기 위해 이 씨를 사용한다. 자신의 삶을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다. 서아프리카의 기니나 앙골라에서 끌려온 흑인여성 노예들은 보다 인간적인 대접을 받아야 한다. 무자비한 착취가 계속되는 한 이들의 낙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127쪽)


4341.6.6.쇠.

2021.7.30.쇠.


메리안은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리남 식민사회를 지배하는 오만한 사탕수수 농장주들과 갈등관계에 놓인다. 그는 흑인을 비인간적으로 착취하는 농장주들을 비난했고, 그들은 메리안을 돈도 되지 않는 쓸데없는 일에 몰두하는 괴상한 여자라고 비웃었다. 노예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태도나 노예를 데리고 열대림을 누비는 행동이 그들에게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메리안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농장주들을 의식하지 않았고, 또 의식할 필요도 없었다 … 메리안은 아무리 혐오스러운 생물일지라도 가까이 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 주목받지 못하는 미물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은 그로 하여금 열대의 자연을 더욱 놀랍고 감동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헬무트 데케르트/189∼190쪽)


#MariaSibyllaMerian #DasInsektenbuch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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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마리코 15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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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7.16.

고양이랑 할머니랑 글꽃이랑



《80세 마리코 15》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6.30.



  《80세 마리코 15》(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은 마리코 할머니가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줍니다. 앞선 열넉걸음도 이런 이야기가 가득했는데, 열다섯걸음에서는 글보람(문학상)을 받을지 모르는 할머니가 여태 느낀 적이 없던 설레는 마음으로 글하고 책을 새삼스레 생각하지요.


  글은 젊을 적이든 늙을 적이든 쓰기 마련이지만, 나이가 든 글님을 자꾸 밀어내려는 둘레 물결에 그만 휩쓸리고 싶지 않아서 집을 나오고 펴냄터(출판사) 엮음이(편집자)하고 갈라서지요. 이러다가 길고양이를 만나서 품고, 여러모로 헤매고 떠돌고 아파하다가, 스스로 펴냄터를 차리고 달책(잡지)을 내요. “팔려서 돈이 될 젊은 글님만 눈여겨보거나 돌보겠다”는 낡은틀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글을 써서 팔려도 나쁘지 않겠으나, “팔릴 글을 쓰려는 마음”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마음을 글로 옮기고픈” 마리코 할머니이거든요.


  모름지기 삶이 있어야 글이 있습니다. 삶이 없이 글만 꾸미거나 만든다면, 겉멋에 겉치레로 흐릅니다. 이른바 글멋·글치레인데요, 오늘날 숱한 글쟁이는 글멋하고 글치레에 사로잡혀서 “삶이 흐르지 않는 껍데기 글”을 쏟아냅니다.


  왜 삶이 없는 채 글만 쓰려 할까요? 왜 글만 팔아먹으려 하나요? 스스로 즐거이 눈물웃음으로 하루를 지은 삶을 고스란히 옮기면 글인걸요? 아기를 낳아 돌보는 이야기로 넉넉히 글꽃입니다. 흙을 만지고 호미질을 하고 낫으로 풀을 벤 이야기로 너끈히 글꽃입니다. 가게 셈지기(계산원)로 일한 하루를 옮겨 새롭게 글꽃이에요.


  자랑하려는 글로 기울기에 멋을 부립니다. 자라나려는 글을 헤아리기에 삶을 담습니다. 남한테 보여주려고 생각하기에 겉치레(글치레)를 합니다. 스스로 마음빛을 가꾸면서 사랑을 밝히고 싶기에 노래하며 글을 씁니다(삶을 짓습니다).


  여든 살 할머니뿐 아니라 마흔 살 아줌마도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길을 즐겁게 옮기면 글꽃입니다. 아흔 살 할아버지나 쉰 살 아저씨도 오늘 이곳에서 살림꾼이 되어 집안일을 함께하고 아이를 돌보며 자장노래를 부르고서 기쁘게 옮기면 글꽃이에요.


  글은 늘 우리 삶입니다. 고양이랑 할머니랑 글꽃을 곱다시 얽고 엮고 여민 《80세 마리코》라는 그림꽃책은 글쓰기를 하고픈 이웃님하고 젊은이하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상냥하면서 착한 길동무가 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뿐 아니라 살림짓기와 사랑살림을 이루고픈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와 어르신한테도 참하면서 고운 말동무가 될 만할 테고요.


ㅅㄴㄹ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물론 젊을 때는 받고 싶었지만 결국 이와아상은 특출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받는 거고,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좋은 일이 있구나.” (17∼18쪽)


‘마리코 할머님, 잘 지내요? 활약상 지켜보고 있어요. 단행본도 진짜 재미있고요. 저도 흉내내서 육아일기를 쓰고 있어요.’ (31쪽)


‘어른의 일상은 너무나 단조롭지만, 아이에 대해선 쓸 게 많죠. 소라는 365일 쉴새없이 성장해요. 마리코 할머님도 언젠가 증손자를 보러 오세요. 그리고 제가 쓰는 것도 읽어 줬으면 해요.’ (32쪽)


“아니, 돌아간 건가. 멋도 부리고 여행기 쓰던 시절의 어머니로. 이렇게 (사인지) 많이 부탁해서 미안해.” “코지가 사인을 해 달라는 날이 올 줄이야. 가출해서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 (54쪽)


“마리코. 다들 당신한테 기대하고 있다고. 그 순간에 같이 있고 싶은 거야. 그만큼 마리코의 책에 정성을 들였으니까.” (73쪽)


‘집 안이 좀 썰렁하네. 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나를 제외한 전원이 가출을 했다.’ (151쪽)


“그렇게 이 집을 주겠다고 한다면 받아 주마! 그리고 내가 이 집과 가족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겠어.” (157∼158쪽)


#YukiOzawa #おざわゆき #傘寿まり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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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페달 32
와타나베 와타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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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7.15.

바람맛을 사랑하는 달림이



《겁쟁이 페달 32》

 와타나베 와타루

 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4.10.31.



  《겁쟁이 페달 32》(와타나베 와타루/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4)에 흐르는 달림결을 헤아립니다. 누구보다 빠르면서 시원하게 두 다리로 달리고 싶은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엄청나게 거듭나기도 하지만, 스스로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듯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열일곱∼열아홉 살인 아이들은 이처럼 오르내리는 마음을 맛보면서 저마다 어떤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일까요.


  이 그림꽃책은 처음 몇 걸음에서 이미 모든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예닐곱 즈음부터는 으레 되풀이하는 이야기요, 열 몇 걸음부터는 자리하고 때하고 사람만 바꾸어 똑같은 틀을 보여줍니다. 어느 모로는 ‘자라는’ 길을 자전거와 함께 다룬다고 하겠지만, 다르게 보면 ‘자라기보다는 틀에 맞추어 똑같이 가는’ 길을 자전거에 빗대어 다루는 셈입니다.


  두 다리로 걷다가 자전거를 달리면 틀림없이 더 빠르다고 느낄 만합니다. 판판한 길에서도 오르막에서도 내리막에서도 그렇지요. 그렇지만 자전거는 더 빨리 달리려고 마련한 탈거리는 아니에요. 더 빨리 가고 싶다면 ‘바로가기(순간이동)’를 하면 되지요. 자전거는 바람을 가르려고 마련한 탈거리입니다. 바람을 맛보고, 바람이 어떤 빛인가를 느끼고, 바람하고 하나되어 온누리를 디디는 동안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알려고 마련한 탈거리입니다.


  우리말로 ‘달림이’는 두 가지입니다. 두 발로 달리는 몸짓이 하나요, 두 바퀴로 달리는 몸짓이 둘이지요. 두 발이든 두 바퀴이든 땅에 발을 디디면서 이 푸른별을 새롭게 마주합니다. 빠르기에 파묻혀 이 푸른별을 잊어버린다면 달림이가 아니에요. 빠르기를 잊고서 이 푸른별을 새롭게 보고 느끼면서 눈물웃음으로 기쁘게 노래하는 마음으로 피어나기에 비로소 달림이입니다. 《겁쟁이 페달》은 처음 몇 걸음을 여는 줄거리가 살짝 상큼했으나 이내 따분하게 되풀이하는 굴레에 스스로 갇히더군요. 마흔두걸음 즈음까지 읽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굳이 끝까지 읽어야 할 까닭을 못 찾았습니다. 가면 갈수룩 줄거리 늘어뜨리기만 깊어지니 아쉽기까지 해요. 부디 바람맛을 사랑하는 달림이라는 길로 돌아서 주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처음이야. 나한테 부탁하는 건! 그러니까 힘낼게, 내가.” (20쪽)


“흔들리지 마! 레이스에 집중해! 단지 눈앞에서 추월당했을 뿐이야!” (44쪽)


“지금 극복한다. 변명 따위 하고 있을 수 없단 말이다.” (48쪽)


‘뭐지? 이 사람이 달려가기 시작하고 느껴지는, 온몸에서 솟아나는 압력은. 산에서 이렇게 빠른 사람은 처음 봤어. 보고 있냐? 우리 반 놈들아. 학교에 있을 때는 작은 뒷모습이 무지하게 커 보인다.’ (118∼119쪽)


“이 레이스는 네가 에이스다. 우리는 너를 서포트하기 위해서 달리기 때문이다.” (154쪽)


“그걸로 좋다고 생각해. 나는. 사이가 나빠도.” “네?” “사이가 나쁘다는 건 나쁜 일만은 아니야. 선배와 또래한테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은 유대감이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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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弱ペダ #弱蟲ペダル #渡邊航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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