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그대에게 12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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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싸워서 물리친 다음에는



《불멸의 그대에게 12》

 오이마 요시토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4.30.



  《불멸의 그대에게 12》(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에서는 막판에 이른 싸움길을 다루면서, 이 싸움길 다음을 어떻게 누리려 하는가를 짚습니다. 잡아먹으려는 빛이 한쪽에 있고,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빛이 한쪽에 있습니다. 둘은 서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입니다.


  잡아먹으려는 쪽도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쪽도 숱한 목숨이 죽어 나갑니다. 이들은 굳이 싸울 까닭이 없이 이 별에서 삶터를 알맞게 갈라서 지내어도 될 텐데, 서로 ‘마지막 하나까지 쓸어내야 한다’고 여깁니다.


  참말로 나빠서 모조리 없애야 할까요. 서로 어떤 빛인지 모르는 채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을까요.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쪽에는 ‘사람’이 있는데, 사람은 사람끼리 싸우거나 억누르거나 빼앗거나 괴롭히면서 이 별을 어지럽히는 목숨이지는 않을까요.


  바탕을 사랑으로 다스리는 숨결이라면 어울림으로 갑니다. 어깨동무예요. 바탕에 사랑을 놓지 않는 숨결이라면 다툼이며 겨룸이며 싸움으로 갑니다. 등돌리기예요. 숲은 숱한 풀꽃나무가 어울리기에 짙푸르면서 싱그럽고 아름답습니다. 숲을 밀어낸 큰고장이나 서울에서는 다투고 겨루고 싸우면서 사람끼리 서로 고단합니다.


  한 판 벌이는 싸움은 늘 다음 싸움으로 이어갑니다. 따사로이 샘솟는 사랑은 언제나 새롭게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곰곰이 보면 두 갈래인 길이에요. 싸움으로 꽃이 되고 열매가 되며 씨앗이 되는 길이 있고, 사랑으로 꽃이 되고 열매가 되며 씨앗이 되는 길이 있습니다.


  문득 보자면 《불멸의 그대에게》가 열두걸음을 지나는 동안 내내 싸움판이었는데, 싸움판 이야기는 매우 길어요. 어쩌면 우리 사람들은 사랑하고 등지면서 오래도록 싸우고 다시 싸우고 또 싸우는 사이에 삶을 잊었는지 모릅니다. 싸움 다음은 생각조차 못하지 싶어요. 싸우느라 바빠서, 싸우느라 벅차서, 싸우면서 동무를 잔뜩 잃은 나머지, 그저 머리에 싸움만 가득하구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서로 사랑일 적에 어떤 삶을 그리면서 기쁘게 웃고 노래할 하루를 지으며 홀가분할까를 이제부터 생각할 노릇이겠지요.


ㅅㄴㄹ


“살아가는 걸 빼앗기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돼!” “그럼 탈환하면 된다.” (41쪽)


“설사 네가 신의 힘을 가진 존재라고 해도, 사람의 마음만은 자유롭고 대등한 법이야.” (133쪽)


“있잖아, 다들 이다음에 뭐가 하고 싶어?” (153쪽)


“다들 지금까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자기 목숨을 써 왔어. 하지만 이제부턴 자기를 위해 써 줬으면 좋겠어. 만약 에코나 모두가 다시 살아줄 거면 그게 가능한 세계를 내가 마련해 주고 싶어.” (159쪽)


“불사는 목적을 향해 매진했다. 세계를 뒤덮어 노커가 발붙일 여지를 없애는 것이다. 모습은 마치 잠들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말단부 하나하나에 의식을 집중시킨 나머지, 육체 쪽은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167쪽)


“슬퍼할 것 없어. 다들. 나는 이제 해피한 곳으로 가니까. 거기 가면 모두가 이어준 세계가 있고, 모두가 이어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179쪽)


#大今良時 #不滅のあなた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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