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몬 1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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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아이한테 참말 놀이가 대수롭다면



《바라카몬 1》

 요시노 사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2.2.15.



  《바라카몬 1》(요시노 사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2)를 읽다가 어느새 후루룩 달렸습니다. 첫자락부터 끝자락까지 내처 읽었달까요. 군데군데 살짝 엉큼하다 싶은 대목이 나와 아쉽습니다. 이런 그림을 안 넣는다면 어린이하고 함께 읽을 만한 그림꽃책이 될 터이지만, 아무튼 시골(섬)살이하고 아이돌보기라는 줄거리를 젊은이하고 푸름이 눈길로 담아낸 짜임새는 돋보입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시골살이나 섬살이를 제대로 그려내는 글님이나 그림님이나 그림꽃님이나 빛꽃님은 드물지 싶습니다. 시골이나 섬에서 나고자란 분은 많되, 즐거이 뛰놀며 자란 삶과 살림과 사랑을 고스란히 담는 손빛은 뜻밖에 얼마 안 돼요. 요새는 거의 모두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나고자라다 보니, 시골스럽거나 섬스러운 멋을 담아내기가 매우 어렵겠지요.


  다만 이 그림꽃책도 ‘글씨 쓰는 젊은이’한테 맞추고 ‘마을사람하고 어울리는 길’로 뼈대를 잡은 터라, 시골이나 섬을 더 깊거나 넓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시골보다는 ‘글씨를 글씨답게 쓰는 길’이 먼저요, 섬보다는 ‘마을사람 사이에 스며드는 길’이 먼저인 줄거리이거든요. 그나마 이런 줄거리가 바탕이어도 ‘아이들하고 허물없이 논다’는 이야기를 곁들이기 때문에 이럭저럭 볼만합니다.


  어린이를 내세우거나 그리는 숱한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들여다보면, 정작 놀이가 빠지기 일쑤입니다. 놀이보다는 어떤 일(사건)에 눈길을 맞추기 일쑤예요. 놀이보다는 배움터에서 벌어지는 일(사건)에 더 눈길이 가는 ‘어른들 글이며 그림’이지 않나요?


  어린이한테는 놀이가 밥이라고 말할 줄은 알면서, 왜 어린이하고 허물없이 신나게 노는 하루는 안 그릴까요? 설마 논 적이 없기에 못 그리지 않을까요? 앞에서는 놀이가 대수롭다고 밝히지만, 속으로는 놀이보다는 ‘마침종이(대학 졸업장)’가 대수롭다는 꿍꿍이 탓은 아닌가요?


  아이들은 배움터를 날마다 가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배움책을 달달 외워서 100점을 맞아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서울에 있는 열린배움터까지 가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돈을 잔뜩 버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기를 쑥쑥 낳아 ‘출산율 높이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오늘을 사랑하며 신나게 뛰놀아 구슬땀을 흘리고, 이 구슬땀이 풀잎에 떨어져 이슬로 맺히는, 싱그러운 하루를 누리면 넉넉하고 아름답습니다. 《바라카몬》이 볼만하다면 놀고 또 놀고 다시 놀며 새로 노는 아이들이 한가득 나오기 때문입니다.


ㅅㄴㄹ


“어떻노? 우리 손주는 바다를 좋아해가 꺄―꺄―거리며 기뻐하는데.” “어떻긴요. 평범한 바다죠. 반짝이고는 있지만.” (17쪽)


“바다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건 말이제, 총각. 마음이 황량해서 그런 게 아이다. 오후부터 날이 흐려지기 때문이재.” “아아, 그런 거군요?” “바다는 파도가 거칠 때야말로 장관인기라. 뭘 모르는고마.” (18∼19쪽)


“그 영감탱이도 아버지도 쥐뿔도 몰라. 어차피 상을 받기 위해 글씨를 쓰는 건데, 기본에 충실하게 쓰는 게 뭐가 나빠? 젠장!” “너 말이야, 그런 기분으로 글씨 쓰면 즐겁냐?” (38쪽)


“그거야 올라가 봐야 아는 일이지. 보려고 하지 않으면 안 보이는 거니까.” (48쪽)


“선생님도 빨리 와. 이 벽을 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보여.” (49쪽)


“선생님은 있지, 이렇게 많이 쓰고도 여전히 좋은 글씨를 못 쓰겠대. 일도 되게 열심히 한다? 선생님은 재능이 없어서 이렇게 많이 쓰는데도 아직 멀었나 봐.”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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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ばらかもん #ヨシノサツ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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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기계는 싸우려고 태어나지 않았지만



《기계전사109 2》

 노진수 글

 김준범 그림

 서울문화사

 1993.4.5.



  《기계전사109 2》(노진수·김준범, 서울문화사, 1993)을 처음 만나서 읽던 무렵을 떠올립니다. 먼저 《아이큐 점프》에 이레마다 나왔고, 이윽고 낱책으로 묶었습니다. 이레책(주간잡지)하고 낱책으로 1980∼90년대에 이 그림꽃을 만난 이라면 〈로보캅〉하고 〈터미네이터〉를 나란히 떠올릴 만합니다. 두 이야기하고 《기계전사109》는 맞닿을 수밖에 없거든요. 이 그림꽃에 글하고 그림을 맡은 두 사람은 이런 눈길이나 생각을 안 하기 어려웠을 테고, 우리 나름대로 기계사람을 어떻게 그려내고, 이 삶터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적에 서로 아름답고 즐거울 만할까 하는 줄거리를 새로 녹여내려고 애썼으리라 봅니다. 밑감은 얼마든지 따올 수 있되, 새로 바라보는 마음하고 새로 갈무리하는 생각이 있어야, 어린이하고 푸름이 숨빛을 건드릴 테니까요.


  이레책이로도 낱책으로도 그무렵 다 읽은 사람으로서 1989∼1993년을 되새기면, 그때 배움터에 이 그림꽃책을 몰래 가져와서 읽다가 들킨 동무는 어김없이 빼앗겼습니다. 배움터에서는 불쏘시개로 태우거나 그자리에서 북북 찢어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거나, 배움터 뒤켠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구덩이에 휙 던져넣기 일쑤였습니다.


  배움터 길잡이인 어른은 왜 어린이나 푸름이가 즐겨읽거나 가까이하는 그림꽃책을 같이 읽어 보면서 이야기를 할 생각을 못 하거나 안 했을까요? 오직 글책만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쯤 씻어낼 만할까요? 글책이든 그림책이든 그림꽃책이든, 이러한 책이 다루는 줄거리하고 펴는 이야기를 살펴서, 우리 나름대로 앞길을 닦는 슬기로운 생각으로 북돋울 노릇이지 않을까요?


  저는 김준범 님이 내놓은 그림꽃책으로 《기계전사 109》보다 《따로따로 형제》나 《부전자전》을 조금 더 사랑스럽다고 칩니다만, 《기계전사 109》는 1989∼1993년 사이에 ‘기계사람’ 이야기를 ‘먼먼 미국이나 유럽 나라 삶’이 아닌 ‘우리 삶’으로 바라보도록 북돋운 발판이었다고 여깁니다. 끝내 ‘싸움’과 ‘죽음’이라는 틀에서 맴돌지만,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 하는 울타리에서 벗어날 듯하면서도 못 벗어나지만, 기계사람도 살갗사람도 해한테서 기운을 얻고 풀꽃나무를 사랑하면서 숲을 아낄 줄 아는 살림을 짓는 마음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을 어느 만큼 건드리다가도 더 나아가지 못하기는 하지만, 오늘 우리 모습을 두고두고 되돌아보는 자그마한 이야기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로는 딱 두걸음만 나오고 더 못 나온 《기계 장치의 사랑》(고다 요시이에 글·그림)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기계전사’로 못을 박다 보니 더 깊거나 넓게 못 다루었다고 하겠으나, ‘기계전사’로 못을 박더라도 ‘싸움판’ 줄거리보다 ‘삶·살림·사랑’을 어느 보금자리나 마을이나 숲에서 짓느냐 하는 줄거리를 얼마든지 짚을 수 있습니다. 《나츠코의 술》(오제 아키라 글·그림) 같은 그림꽃은 ‘술’을 그림꽃감으로 삼으나 막상 술보다는 ‘흙살림’ 이야기를 훨씬 길고 오래 깊고 넓게 짚어요.


  그러나 아직 총칼이 서슬퍼렇고 그림꽃책이라면 덮어놓고 짓밟거나 깔보던 1989∼1993년에 이만 하게 나온 《기계전사 109》인 터라, 이 얼거리대로 언젠가 새옷을 입고 나와서 다시금 사람들한테 삶꽃을 노래하는 길을 톡톡 건드리는 징검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저희들끼리 조촐하게 텔레비전의 명복을 빌어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텔레비전이 너무 불쌍해요.” “켈켈켈! 아이고, 배꼽이야! 기계가 장례식을 한다고! 켈켈켈!” (6쪽)


“사내야, 아직도 총알이 남아 있니?” “아악!” “쓰레기 인간!” (76∼77쪽)


“인간들! 더 이상 추적하지 않기로 하고서.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98쪽)


“이 엄마는 말이다, 갈수록 인간들이 미워진단다. 이러다 모든 인간을 증오하게 될지도 몰라.” “안 돼요! 모두를 미워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잖아요.” “건, 건이야! 하, 하지만 인간들은 나를 버렸어. 나의 정신과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짓밟아 버렸어!” “이 세상 사람 모두가 기계로 취급해도 저에겐 소중한 엄마예요!” (109쪽)


“넌 이다음에 죽으면 기계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니?” “뭐, 뭐야? 말, 말도 안 돼. 기계인간은 싫어! 싫어! 싫어! 내 몸이 기계로 되어 있다니, 으와∼ 끔찍해!” “우리 엄마는 기계인간이었어. 아빠는 내가 어리고, 잘 몰라서 그런다고 하지만, 난 죽은 진짜 엄마보다 살아 있는 기계엄마가 더 불쌍해!” (140쪽)


“안타깝군요. 자유로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이곳을 버리고 멸시와 냉대로 가득 찬 인간의 세계로 돌아가려 하다니.” (142쪽)


“인간들은 아내를 얻고, 자식을 낳아 서로 사랑과 정을 나누면서 살고 있다. 우리 사이보그에겐 가족이란 게 없다. 우리도 정을 나누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 형식적인 자유나 평등의 보장보다 진짜 인간들 같은 행복을.” (163쪽)


“그러나, 환상이었다. 인간들에게 있어 우리는 그저 말하고 걸어다니는 기계였을 뿐이다.”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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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서쪽으로 향하면 2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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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고양이를 따라 하늬녘 오솔길로



《고양이가 서쪽으로 향하면 2》

 우루시바라 유키

 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20.9.30.



  《고양이가 서쪽으로 향하면 2》(우루시바라 유키/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아이들하고 읽습니다. 우리가 지내는 이 삶터가 뒤틀리는 모습을 살펴보고서 차근차근 제자리로 돌리는 일을 맡은 사람이 나오는데, 이이는 대단한 재주나 솜씨를 부리지 않습니다. 그저 ‘뒤틀린 곳’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그곳이 뒤틀리기를 바란 사람’을 이웃이나 동무로 만납니다. 이러고서 이야기를 듣지요.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생각이며, 어떤 삶인가를 그이 스스로 풀어놓고서 마음에 앙금이 안 남도록 북돋웁니다.


  이렇게 한 다음에 으레 손을 내밀어요. 같이 손을 잡고 ‘뒤틀린 곳’에서 나가자고 말예요. 그림꽃님이 앞서 선보인 다른 그림꽃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만, 우루시바라 유키 님은 늘 ‘그대하고 언제라도 상냥하게 이웃이나 동무가 될게’ 하는 마음을 줄거리로 다룹니다.


  무슨 엄청난 재주로 일을 풀지 않아요. 남다르다 싶은 솜씨로 일을 매듭짓지 않습니다. 그저 누구나 ‘뒤틀리기’를 바랄 만하고, 응어리나 멍울이나 생채기나 고름이 생길 수 있다고 받아들입니다. 응어리가 진 이웃이 있으면 달랩니다. 멍울이 맺힌 동무가 있으면 토닥입니다. 생채기가 난 이웃이 있으면 포근히 품습니다. 고름이 흐르는 동무가 있으면 정갈히 닦아 주고서 다스려 줍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 우리는 서로 무엇을 바라나요? 우리 손으로 어떤 일을 해낼 만한가요? 우리 마음은 어느 길을 나아갈 적에, 또 어느 곳을 바라볼 적에, 또 어느 자리에서 꿈을 보듬을 적에 빛날까요?


  나라가 뒤숭숭한데, 오늘날만 뒤숭숭하지 않습니다. 오늘까지 이 나라에서 살아온 나날을 짚어 보면, 어느 하루도 안 뒤숭숭하지 않았구나 싶어요.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맡은 일꾼 가운데 참하고 슬기로운 이가 더러 있기도 했을 테지만, 어쩐지 높은자리에 들어앉은 이들은 하나같이 안 참하고 안 슬기로웠다고 느낍니다. 이켠도 저켠도 매한가지입니다. 이켠도 저켠도 아닌 새길을 가자고 외친 그켠도 똑같다고 느낍니다.


  이와 달리 사람들이 스스로 떨쳐일어날 적에는 즐겁고 아름다웠지 싶어요. 총칼을 앞세운 우두머리를 끌어내리려 할 적에, 씽씽이로 가득한 길바닥을 사람물결로 덮고서 공놀이를 즐길 적에, 촛불로 물결을 일으킬 적에, 이때만큼은 안 뒤숭숭했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오늘날도 우리는 다시 스스로 떨쳐일어날 때이지 않을까요? ‘집권 정당’도 ‘정규직 공무원’도 아닌,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넉넉하고 즐거이 살림꽃을 피우는 아름나라를 바라는 들빛물결을 일으켜야지 싶어요. 작은 손길을 모두어 작은 마을을 가꾸는 슬기로운 눈빛이면 넉넉하지 싶어요. 작은 마음을 이끌고 작으면서 너른 숲을 돌보는 사랑스러운 손길이면 가멸차지 싶습니다.


  고양이는 왜 하늬녘(서녘)으로 갈까요? 글쎄요, 같이 따라가 보지 않겠어요? 고양이를 따라서, 눈보라를 따라서, 풀꽃내음을 따라서, 숲길을 따라서, 아이들이 뛰노는 노랫소리를 따라서, 더 작고 낮으면서 그윽하고 푸른 곳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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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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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나에겐 단순한 옥상이 아니에요. 집에서 유일하게 해가 드는 기분 좋은 곳이죠.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였어요.” (14쪽)


“아, 그거? 그러니까 낮에도 집에 있게 되면서 느꼈는데, 마누라는 집에 있어도 1년 내내 쉬는 날이 없더라고.” “뒤늦게 깨달았네요.” (28쪽)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는 사람은 아무 데도 못 나갈 수도 있어요.” (46쪽)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오늘처럼 궁금한 샛길로 들어가서 낯선 장소를 돌아다녀 보면, 이윽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지금은 그 샛길에서 나가야만 하지만.” (60쪽)


“음. 시원한 바람.” ‘예전의 생활이었다면 볼 일이 없었을 경치구나. 뭐, 이것도 나름.’ (135쪽)


“누가 위인지 행복한지 남하고 비교하니까 갈팡질팡하는 거예요.” (156쪽)


“조금은 이해가 돼. 코스케가 그렇게까지 해서 어릴 적 본 반딧불을 되살려서 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던 게.”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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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kiUrusibara #猫が西向きゃ #漆原友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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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일각 신장판 14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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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살짝 풀어준다면



《메종 일각 14》

 타카하시 루미코

 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9.30.



  《메종 일각 14》(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은 이제 열다섯걸음으로 마무리짓는 이야기가 하나하나 어떻게 엮고 맺는가를 넌지시 밝히기도 하고, 아직 몇 가지 실타래를 남기기도 합니다. 흘러가는 결을 본다면, 저마다 어떻게 짝을 맺을는지 어림할 만한데, 누가 누구랑 짝을 맺는지도 대수로울 만하지만, 이보다는 ‘짝을 맺는 길’이 훨씬 대수롭지 싶어요.


  모든 사람은 마음이 다릅니다. 확 트인 사람이 있다면, 좀처럼 틔우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확 트인 사람더러 좀 추스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좀처럼 못 틔우는 사람한테 왜 틔울 줄 모르느냐고 닦달하기도 힘들어요.


  저마다 다른 삶이요 사람이며 사랑이기에, 다 다른 길로 알맞게 흐르고 돌고 거치고 어우르면서 만나기 마련입니다. 어제 만난 사이가 있으면, 오늘 만나는 사이가 있고, 모레 만나는 사이가 있어요. 때로는 다음이나 다다음 삶에서 만날 테고요.


  잘 풀어가든 좀처럼 못 풀어가든, 끈을 조금 느슨히 두면 됩니다. 잘 푼다면 잘 푸는 대로, 또 못 푼다면 못 푸는 대로, 이 모습이 고스란히 우리 얼굴인 줄 느끼고 알아채면서 가다듬으면 돼요.


  못났으니 못난 줄 알면 됩니다. 잘났으면 잘난 줄 알면 되어요. 어설프면 어설픈 줄 알면 되지요. 똑똑하면 똑똑한 줄 알면 되고요.


  한숨 한 줄기는 어느새 한숨 두 줄기에 석 줄기에 넉 줄기로 잇닿습니다. 웃음 한 자락은 어느덧 웃음 두 자락에 석 자락에 넉 자락으로 이어가요. 아직 한숨을 쉬고 싶다면 한숨을 쉬어도 좋습니다. 아직 뒹굴고 싶으면 얼마든지 뒹굴어 봐요. 이제 일어나고 싶으면 기지개를 켜고 웃어요. 나무 곁에 서서 나뭇잎을 쓰다듬고, 들풀 곁에 쪼그려앉아 들내음에 흠뻑 젖어요.


  여러 길이 얼크러진 모둠집입니다. 여러 말이 어우러지는 모둠살이입니다. 오래되어 보이는 집이라 하더라도 사랑이 있으면 넉넉하면서 포근합니다. 새로 올린 집이라지만 사랑이 없으면 차가우면서 갑갑합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우리 집을 어떤 터로 가꾸고 싶나요? 《메종 일각》이라는 삶길에서 옛생각에 젖은 채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옛생각이 머무는 바탕에 새살림을 차리면서 아이들을 맞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느 길에 서든, 스스로 길어올릴 적에 사랑이요, 스스로 터뜨릴 적에 웃음이요, 스스로 꽃피울 적에 이야기입니다.


ㅅㄴㄹ


“천천히 행복해지도록 합시다. 우리는 앞으로 계속 함께니까요.” (46쪽)


“조금만 더 숨통을 틔워 주는 게 낫지 않겠어?” “네?” “어쩐지 녀석을 보고 있으면 무리를 해가며 버둥거리는 것 같아서 그래.” (61쪽)


“정말, 잘 속으시네요.” (96쪽)


“애당초 말이지, 너처럼 미망인에다 젊지도 않고, 학력도 기술도 없는 제멋대로인 애를 데려갈 사람은,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찾아도, 앞으로 영원히 안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어떻게 자기 딸한테, 그렇게까지 악담을 퍼부을 수 있어요?” (116∼117쪽) 


“역시 그 남자랑 뭔가 있었던 거예요.” “뭐야, 그 기뻐하는 표정은! 우리 딸을 쫓아다니고 말이야. 쿄코가 그렇게 질색을 하고 있잖아.” “그래요? 그런 것치곤, 고다이 씨가 올 때쯤에는 꼭 집에 있던데.” (138쪽)


“남자한테 손 한 번 잡게 해주지도 않으면서, 그 사람 때문에 울고불고 짜다니, 기도 안 찬다니까. 당신같이 골치 아픈 여자한테서 남자를 빼앗을 정도로, 제 취향은 특이하지 않다고요. 바보.”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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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めぞん一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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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9
시노하라 치에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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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날개는 어디에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9》

 시노하라 치에

 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7.11.25.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9》(시노하라 치에/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7)을 읽으며 ‘날개’하고 ‘꿈’을 생각합니다. 첫걸음부터 아홉걸음에 이르도록, 또 열걸음 뒤로 흐르는 이야기를 찬찬히 보면 늘 ‘날개’랑 ‘꿈’이 맞물립니다.

  남이 달아 주어야 하늘로 오르는 날개일까요? 내가 스스로 달아서 하늘로 가는 날개일까요? 날개는 어떻게 돋을까요? 날개는 언제 날까요? 날개가 없기에 못 날고, 날개가 있어야 날까요?


  모든 삶은 수수께끼이자 실마리입니다. 알려고 하는 사람한테는 언제나 실마리가 되는 삶이지만, 알려고 안 하는 사람한테는 늘 수수께끼로 맴도는 삶입니다. 찾으려고 하는 사람은 찾는 삶인데, 찾으려고 안 하는 사람은 못 찾는 삶이에요.


  사랑을 바란다고요? 네, 그러면 스스로 사랑하셔요. 남이 사랑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나부터 스스로 사랑하면 됩니다. 내가 나부터 스스로 사랑하듯 옆사람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풀꽃나무를 사랑하고 비바람을 사랑하고 여름겨울을 사랑하고 온누리를 사랑하노라면, 어느새 우리 곁은 사랑으로 출렁출렁하면서, 우리하고 사랑을 나누려는 누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내가 사랑으로 다가서지 않는데 네가 나한테 사랑으로 다가설까요? 내가 미움이며 시샘이며 짜증으로 다가서려는데 네가 나한테 미움이며 시샘이며 짜증이 아닌 채 다가설 만할까요?


  아주 쉬워요. 우리가 두 손에 싸움칼을 꽉 쥐고 우락부락 노려보면서 저쪽으로 다가선다면, 저쪽에서는 두 팔 벌려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설까요? 아니면, 저쪽에서도 우리랑 똑같은 차림새가 될까요?


  저쪽에서 안 하니 우리도 안 한다고 여기면 늘 쳇바퀴입니다. 저쪽은 그만 쳐다봐요. 우리 마음을 바라봐요. 나부터 스스로 어떤 마음빛인가를 알아야 해요. 내가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짓는 숨결인가를 읽어야 해요. 어제 오늘 모레를 잇는 걸음걸이에서 우리 스스로 삶을 어떤 마음결로 가다듬어서 가꾸는가를 헤아려야지요.


  그림꽃책에 나오는 사람은 호젓한 마을을 빼앗깁니다. 종이 되었지요. 이러다가 어느새 귀염짝이 되고, 사랑짝으로 이어가고, 아이를 낳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놓지 못해요. 굴레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고픈 꿈은 키우되, 어떻게 하면 이웃을 안 죽이면서 ‘나부터’ 날개를 펼 만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이 생각이 힘을 잃습니다. 제풀에 지쳐서 꿈이 사라졌다고 여기지요. 그런데 꿈은 왜 사라질까요? 우리는 왜 제풀에 지치나요? 남이 우리를 지치게 했나요, 아니면 우리 스스로 제살깎기를 하나요?


  사랑은 버티기가 아닙니다. 버텨서는 사랑이라는 꽃망울이 터지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꽃망울은 오로지 우리가 스스로 사랑으로 빛날 쩍에 피어납니다. 터럭만큼이라도 사랑이 아니라면 흐트러지지요. 엇나갑니다. 고치에서 꿈꾸는 애벌레가 티끌만큼이라도 딴생각을 하면 엉뚱한 몸으로 태어나고 말아요. 그저 꿈꾸고, 다시 꿈꾸며, 새로 꿈꾸는 길에서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기에 하늘을 눈부시게 가르며 날아오르는 나비로 거듭납니다.


  꿈이 없다면 죽은 눈빛입니다. 꿈이 있기에 빛나는 눈망울입니다.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에 나오는 사람들 눈매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빛날까요? 누가 언제 어떻게 시커멀까요? 오늘 우리 눈은 어떤 빛깔인가요?


ㅅㄴㄹ


‘꿈은 끝났다. 자유롭게 날아가겠노라 꿈꾸었던 하늘은 사라졌어. 그렇다면 땅에 발을 붙이고 걸어가야 해. 이 아름다운 도시가, 이 화려한 궁전이, 나에게 주어진 대지. 그렇다면 황금의 대지로 만들어 주겠어.’ (14∼15쪽)


“이렇게 주에 몇 번씩 도서관에 다니시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요?” “책을 읽는 건 좋아해.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이 정도뿐이니까.” (53∼54쪽)


“나는 죽이지 않겠어. 방해되는 자를 죽이지 않고 여기서 살아갈 거야!” “휘렘 님. 그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브라힘 님은 우리를 휘렘 님께 보내신 것인데.” “알고 있어. 하지만 해볼 거야.” (84∼85쪽)


“저는 살해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제국 밖을 보고 싶어요. 죽지 않고 무사히 어른이 되어, 아버지처럼 북쪽이든 남쪽이든 먼 나라를 직접 보고 싶어요.” (136∼137쪽)


“그럼 무스타파 전하.” “네?” “내 아들 메메드 전하도 데리고 가 주실래요?” “네! 얼마든지요!” (141쪽)


‘알고 있다. 내가 굴바하 님께 이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지금뿐. 이 지위에는 아무 형태도 없다. 한순간의 거품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 (158∼159쪽)


しのはらちえ 篠原千絵 夢の雫、黄金の鳥籠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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