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서쪽으로 향하면 2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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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고양이를 따라 하늬녘 오솔길로



《고양이가 서쪽으로 향하면 2》

 우루시바라 유키

 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20.9.30.



  《고양이가 서쪽으로 향하면 2》(우루시바라 유키/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아이들하고 읽습니다. 우리가 지내는 이 삶터가 뒤틀리는 모습을 살펴보고서 차근차근 제자리로 돌리는 일을 맡은 사람이 나오는데, 이이는 대단한 재주나 솜씨를 부리지 않습니다. 그저 ‘뒤틀린 곳’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그곳이 뒤틀리기를 바란 사람’을 이웃이나 동무로 만납니다. 이러고서 이야기를 듣지요.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생각이며, 어떤 삶인가를 그이 스스로 풀어놓고서 마음에 앙금이 안 남도록 북돋웁니다.


  이렇게 한 다음에 으레 손을 내밀어요. 같이 손을 잡고 ‘뒤틀린 곳’에서 나가자고 말예요. 그림꽃님이 앞서 선보인 다른 그림꽃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만, 우루시바라 유키 님은 늘 ‘그대하고 언제라도 상냥하게 이웃이나 동무가 될게’ 하는 마음을 줄거리로 다룹니다.


  무슨 엄청난 재주로 일을 풀지 않아요. 남다르다 싶은 솜씨로 일을 매듭짓지 않습니다. 그저 누구나 ‘뒤틀리기’를 바랄 만하고, 응어리나 멍울이나 생채기나 고름이 생길 수 있다고 받아들입니다. 응어리가 진 이웃이 있으면 달랩니다. 멍울이 맺힌 동무가 있으면 토닥입니다. 생채기가 난 이웃이 있으면 포근히 품습니다. 고름이 흐르는 동무가 있으면 정갈히 닦아 주고서 다스려 줍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 우리는 서로 무엇을 바라나요? 우리 손으로 어떤 일을 해낼 만한가요? 우리 마음은 어느 길을 나아갈 적에, 또 어느 곳을 바라볼 적에, 또 어느 자리에서 꿈을 보듬을 적에 빛날까요?


  나라가 뒤숭숭한데, 오늘날만 뒤숭숭하지 않습니다. 오늘까지 이 나라에서 살아온 나날을 짚어 보면, 어느 하루도 안 뒤숭숭하지 않았구나 싶어요.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맡은 일꾼 가운데 참하고 슬기로운 이가 더러 있기도 했을 테지만, 어쩐지 높은자리에 들어앉은 이들은 하나같이 안 참하고 안 슬기로웠다고 느낍니다. 이켠도 저켠도 매한가지입니다. 이켠도 저켠도 아닌 새길을 가자고 외친 그켠도 똑같다고 느낍니다.


  이와 달리 사람들이 스스로 떨쳐일어날 적에는 즐겁고 아름다웠지 싶어요. 총칼을 앞세운 우두머리를 끌어내리려 할 적에, 씽씽이로 가득한 길바닥을 사람물결로 덮고서 공놀이를 즐길 적에, 촛불로 물결을 일으킬 적에, 이때만큼은 안 뒤숭숭했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오늘날도 우리는 다시 스스로 떨쳐일어날 때이지 않을까요? ‘집권 정당’도 ‘정규직 공무원’도 아닌,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넉넉하고 즐거이 살림꽃을 피우는 아름나라를 바라는 들빛물결을 일으켜야지 싶어요. 작은 손길을 모두어 작은 마을을 가꾸는 슬기로운 눈빛이면 넉넉하지 싶어요. 작은 마음을 이끌고 작으면서 너른 숲을 돌보는 사랑스러운 손길이면 가멸차지 싶습니다.


  고양이는 왜 하늬녘(서녘)으로 갈까요? 글쎄요, 같이 따라가 보지 않겠어요? 고양이를 따라서, 눈보라를 따라서, 풀꽃내음을 따라서, 숲길을 따라서, 아이들이 뛰노는 노랫소리를 따라서, 더 작고 낮으면서 그윽하고 푸른 곳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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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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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나에겐 단순한 옥상이 아니에요. 집에서 유일하게 해가 드는 기분 좋은 곳이죠.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였어요.” (14쪽)


“아, 그거? 그러니까 낮에도 집에 있게 되면서 느꼈는데, 마누라는 집에 있어도 1년 내내 쉬는 날이 없더라고.” “뒤늦게 깨달았네요.” (28쪽)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는 사람은 아무 데도 못 나갈 수도 있어요.” (46쪽)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오늘처럼 궁금한 샛길로 들어가서 낯선 장소를 돌아다녀 보면, 이윽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지금은 그 샛길에서 나가야만 하지만.” (60쪽)


“음. 시원한 바람.” ‘예전의 생활이었다면 볼 일이 없었을 경치구나. 뭐, 이것도 나름.’ (135쪽)


“누가 위인지 행복한지 남하고 비교하니까 갈팡질팡하는 거예요.” (156쪽)


“조금은 이해가 돼. 코스케가 그렇게까지 해서 어릴 적 본 반딧불을 되살려서 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던 게.”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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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kiUrusibara #猫が西向きゃ #漆原友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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