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몬 1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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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아이한테 참말 놀이가 대수롭다면



《바라카몬 1》

 요시노 사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2.2.15.



  《바라카몬 1》(요시노 사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2)를 읽다가 어느새 후루룩 달렸습니다. 첫자락부터 끝자락까지 내처 읽었달까요. 군데군데 살짝 엉큼하다 싶은 대목이 나와 아쉽습니다. 이런 그림을 안 넣는다면 어린이하고 함께 읽을 만한 그림꽃책이 될 터이지만, 아무튼 시골(섬)살이하고 아이돌보기라는 줄거리를 젊은이하고 푸름이 눈길로 담아낸 짜임새는 돋보입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시골살이나 섬살이를 제대로 그려내는 글님이나 그림님이나 그림꽃님이나 빛꽃님은 드물지 싶습니다. 시골이나 섬에서 나고자란 분은 많되, 즐거이 뛰놀며 자란 삶과 살림과 사랑을 고스란히 담는 손빛은 뜻밖에 얼마 안 돼요. 요새는 거의 모두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나고자라다 보니, 시골스럽거나 섬스러운 멋을 담아내기가 매우 어렵겠지요.


  다만 이 그림꽃책도 ‘글씨 쓰는 젊은이’한테 맞추고 ‘마을사람하고 어울리는 길’로 뼈대를 잡은 터라, 시골이나 섬을 더 깊거나 넓게 다루지는 않습니다. 시골보다는 ‘글씨를 글씨답게 쓰는 길’이 먼저요, 섬보다는 ‘마을사람 사이에 스며드는 길’이 먼저인 줄거리이거든요. 그나마 이런 줄거리가 바탕이어도 ‘아이들하고 허물없이 논다’는 이야기를 곁들이기 때문에 이럭저럭 볼만합니다.


  어린이를 내세우거나 그리는 숱한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을 들여다보면, 정작 놀이가 빠지기 일쑤입니다. 놀이보다는 어떤 일(사건)에 눈길을 맞추기 일쑤예요. 놀이보다는 배움터에서 벌어지는 일(사건)에 더 눈길이 가는 ‘어른들 글이며 그림’이지 않나요?


  어린이한테는 놀이가 밥이라고 말할 줄은 알면서, 왜 어린이하고 허물없이 신나게 노는 하루는 안 그릴까요? 설마 논 적이 없기에 못 그리지 않을까요? 앞에서는 놀이가 대수롭다고 밝히지만, 속으로는 놀이보다는 ‘마침종이(대학 졸업장)’가 대수롭다는 꿍꿍이 탓은 아닌가요?


  아이들은 배움터를 날마다 가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배움책을 달달 외워서 100점을 맞아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서울에 있는 열린배움터까지 가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돈을 잔뜩 버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기를 쑥쑥 낳아 ‘출산율 높이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오늘을 사랑하며 신나게 뛰놀아 구슬땀을 흘리고, 이 구슬땀이 풀잎에 떨어져 이슬로 맺히는, 싱그러운 하루를 누리면 넉넉하고 아름답습니다. 《바라카몬》이 볼만하다면 놀고 또 놀고 다시 놀며 새로 노는 아이들이 한가득 나오기 때문입니다.


ㅅㄴㄹ


“어떻노? 우리 손주는 바다를 좋아해가 꺄―꺄―거리며 기뻐하는데.” “어떻긴요. 평범한 바다죠. 반짝이고는 있지만.” (17쪽)


“바다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건 말이제, 총각. 마음이 황량해서 그런 게 아이다. 오후부터 날이 흐려지기 때문이재.” “아아, 그런 거군요?” “바다는 파도가 거칠 때야말로 장관인기라. 뭘 모르는고마.” (18∼19쪽)


“그 영감탱이도 아버지도 쥐뿔도 몰라. 어차피 상을 받기 위해 글씨를 쓰는 건데, 기본에 충실하게 쓰는 게 뭐가 나빠? 젠장!” “너 말이야, 그런 기분으로 글씨 쓰면 즐겁냐?” (38쪽)


“그거야 올라가 봐야 아는 일이지. 보려고 하지 않으면 안 보이는 거니까.” (48쪽)


“선생님도 빨리 와. 이 벽을 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보여.” (49쪽)


“선생님은 있지, 이렇게 많이 쓰고도 여전히 좋은 글씨를 못 쓰겠대. 일도 되게 열심히 한다? 선생님은 재능이 없어서 이렇게 많이 쓰는데도 아직 멀었나 봐.”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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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ばらかもん #ヨシノサツ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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