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숲’이 나아갈 길은 ‘숲노래’ (사진책도서관 2015.5.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우리 집은 ‘책숲’이다. 나는 그동안 책을 몹시 가까이에 두면서 살았기에 책숲을 이루었는데, 책숲을 이루며 사는 동안 언제나 마음 한쪽에 ‘나무숲’이랑 ‘풀숲’을 함께 이루자는 꿈을 키웠다. 시골로 삶터를 옮겨서 뿌리를 내리려 한 까닭에도 이런 마음이 흐른다.


  2011년에 고흥으로 들어와서 사진책도서관을 꾸리는 동안, 이곳을 우리 책터이자 책숲으로 제대로 가꿀 수 있다면, ‘도서관’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일도 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국어사전 박물관’하고 ‘헌책방 박물관’ 같은 일이다. 사진책도서관을 지키는 밑힘은 여러 지킴이 이웃님하고 ‘한국말사전 엮는 일을 하며 글을 써서 버는 돈’이다. 이리하여, 그동안 그러모은 여러 가지 한국말사전과 자료를 바탕으로 ‘국어사전 박물관’을 꾸밀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하면서 참으로 바지런히 드나든 헌책방 이야기를 발판으로 삼아서 ‘헌책방 박물관’을 열 수 있다.


  가만히 보면, 이제껏 내가 헌책방을 다니며 찍은 사진만 한 장씩 뽑아서 모아도 ‘헌책방 박물관’ 모습을 꾸밀 수 있다. 이래저래 그러모은 ‘한국말사전 자료’로도넉넉히 ‘국어사전 박물관’이 된다. 다만, 이제껏 ‘사진책으로 꾸미는 도서관’에 더 마음을 쏟았을 뿐이다.


  앞으로 우리 책숲이 나아갈 길은 사진책 한 가지만이 아니다. 사진책을 보는 도서관이면서 국어사전이나 헌책방을 읽는 도서관도 되고, 사진책과 국어사전과 헌책방과 얽힌 이야기를 그러모은 박물관도 된다. 이러한 책터가 시골자락에 깃들어 나무한테 둘러싸인 포근하며 짙푸른 ‘책숲’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새삼스레 가슴에 꿈으로 품는다. 그래서 내 글이름도 얼마 앞서 바꾸었다. 앞으로 우리 도서관을 새터로 옮길 수 있다면, 도서관 이름도 바꿀 생각이다. ‘함께살기’는 이제 마무리를 짓고, ‘숲노래’로 나아갈 생각이다. 그러니까, ‘숲노래 도서관’이나 ‘숲노래 박물관’이 될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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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흥군청에 편지를 쓰다 (사진책도서관 2015.5.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우리 사진책도서관 앞날을 헤아리면서 고흥군수님 앞으로 편지를 썼다. 곰곰이 돌아보니, 2011년에 고흥으로 처음 들어올 적에도 고흥군수님 앞으로 편지를 썼다. 그때에 고흥군에서 도와주어 이곳 고흥군 도화면 흥양초등학교(폐교) 건물 한쪽에 사진책도서관을 옮길 수 있었다. 다만, 고흥군에서 도와준 손길은 이 건물 한쪽에 사진책도서관을 옮겨서 짐을 풀 수 있는 데에서 끝났다.


  편지는 5월 25일에 썼고, 이튿날인 5월 26일에 군청에서 전화가 한 통 온다. 우리 도서관으로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한다. 고흥군립도서관에 계신 분이 세 사람 찾아온다. 군청과 교육청은 서로 다른 곳이라서 업무협조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군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고, 다른 폐교를 알아보려고 하면 군 교육청에서 도와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즈음, 군립도서관에 계신 분이 불쑥 ‘여기에서 이렇게 도서관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스치듯이 한 마디를 한다. ‘정식임대’를 하지 않고 ‘임대한 사람한테 다시 임대하는 일’은 불법이라고 덧붙인다. 이 말을 듣고 한동안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이분들이 군청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웠다. 자리에 누워 한숨 자고 일어났다. 몸도 마음도 많이 아프다. 예전 일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이 임대한 폐교에 들어와서 사진책도서관을 하도록 도운 곳’은 바로 고흥군청이다. 우리가 ‘불법으로 이곳에 사진책도서관 시설을 꾸며서 다섯 해를 지낸 일’은 ‘고흥군청에서 시킨(?)’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것을 따진들 무엇할까. 전남도청과 전남교육청과 고흥교육청과 고흥군청, 네 군데에 모두 민원을 넣으면서 길을 알아보았는데, 네 군데 모두 ‘도울 수 있는 길이 없다’는 말만 들려주었다.

  우리 사진책도서관이 있는 흥양초등학교 건물과 터를 오늘 곧바로 사들여서 쓸 수 있다든지(그러나 이 일은 군청도 교육청도 폐교재산활용법에 따른 행정으로 도와줄 수 없다고 하니까 까마득하기는 한데), 고흥에서 다른 폐교나 너른 터를 얻어서 쓸 수 있다면 모르되, 우리 도서관과 살림집을 고흥에서 버티거나 지킬 수 있는 길은 없구나 하고 깨닫는다.


  지난 다섯 해 동안 무엇을 했을까 하고 돌아본다. 여러모로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숲이 사람한테 얼마나 고마우면서 대단한가 하는 대목을 배웠다. 숲을 돌보고 들을 가꾸며 마당을 누리고 집을 손질하는 즐거움을 누릴 때에 아이들이 맑고 밝게 노래하면서 자랄 수 있구나 하고 배웠다.


  책은 종이책에도 있으나, 삶에 아름답게 있구나 하고 배웠다. 모든 책은 나무한테서 오지만, 꼭 종이에 얹어야 책이 아니요,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가 모두 따스한 책이라고 배웠다. 구름도 무지개도 빗물도 눈송이도 너른 책이요, 호미를 쥔 손과 나물을 뜯는 손도 모두 예쁜 책이라고 배웠다. 흙을 쪼고 마을 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몸짓도 모두 멋진 책이라고 배웠다. 사진도 이와 같다. 삶이 책이자 사진이요, 사랑이 사진이면서 책이다. 고흥 시골자락에서 다섯 해 동안 참으로 많이 배웠다. 고맙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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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집인 우리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5.5.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삽차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끄러운 도서관으로 간다. 삽차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땅을 파내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더라도 이곳은 우리 책집이요 도서관이니 즐겁게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이끌고 도서관 문간까지 간다. 나는 도서관 책을 갈무리하고, 두 아이는 바깥에서 도랑에 돌을 던지면서 논다. 도서관 둘레에 우거졌던 나무가 몽땅 사라지고, 우리가 도서관 문간에 옮겨심은 나무도 없어졌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이런 곳에서도 새롭게 놀이를 찾는다. 아이들 키높이만큼 되는 깊은 도랑 둘레를 달리면서 돌과 흙을 줍는다.


  학교나 도서관이라면 운동장이나 너른 터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아이도 어른도 운동장이나 너른 터에서 신나게 뛰거나 달리면서 마음껏 몸을 놀리고 노래할 수 있어야 삶이 즐겁겠다고 느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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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피는 찔레꽃 (사진책도서관 2015.5.1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건물 둘레는 삽차로 파헤쳐진다. 그동안 도서관 둘레에 우거졌던 나무와 풀은 몽땅 사라졌다. 해마다 봄에 하야말간 꽃을 보고 여름부터 동그스름한 열매를 보던 탱자나무도 없다. 오월이면 딸기알이 새빨갛게 익고 찔레꽃이 새하얗게 눈부셨는데, 이런 모습도 도서관 둘레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딸기넝쿨이 모조리 사라져서 딸기알을 못 보지만,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들딸기를 잔뜩 훑어서 배부른 하루를 누리지 못하지만, 모조리 파헤쳐진 땅뙈기 한쪽에서 찔레덩굴이 올라와서 찔레꽃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목숨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어쩜 이렇게 씩씩하게 다시 줄기를 올리고 꽃송이를 틔울 수 있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나도 아이들도 찔레꽃처럼 노래하면서 웃는 숨결로 거듭나야 할 노릇이겠지. 찔레꽃처럼 까르르 노래하고, 찔레꽃마냥 호호호 웃는 예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노릇일 테지.


  꽃아, 고맙다. 시골순이와 시골돌이는 풀빛이 사라진 메마른 땅에서도 신나게 달리면서 힘차게 노는구나. 너희도 모두 멋있고 아름답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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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닷컴> 2015년 5월호에 실은 글입니다 ..


시골도서관 풀내음

― 숲에서 태어난 말



  우리 집 큰아이는 올해 여덟 살이고, 학교에 안 갑니다. 이 아이는 시골마을에서 시골아이로 살면서 날마다 놉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놀고, 낮에는 스스로 “아, (노느라) 힘들다. 이제 좀 누워서 쉬어야겠다!” 하고 말하면서 한 시간쯤 느긋하게 낮잠을 잡니다. 낮잠에서 깨어난 뒤 저녁까지 놀고, 별빛이 초롱초롱 온 마을을 비출 무렵 ‘더 놀지 못해 아쉬운’ 몸짓으로 비로소 이부자리에 듭니다.


  아이한테는 놀이가 밥입니다. 아이와 하루 내내 붙어 지내면서 느끼는 생각입니다. 아이한테 놀이를 빼앗거나 막으면, 아이 얼굴에는 웃음이 곧바로 사라질 뿐 아니라, 입을 굳게 다뭅니다. 아이한테 놀이라는 밥을 건네면, 아이 얼굴에는 웃음이 곧바로 나타나면서 신나는 노래가 맑은 춤사위와 함께 솟아납니다.


  시험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중학교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어 고등학교에서도 이 성적을 지켜 ‘서울에 있는 이름난 대학교’에 척하고 붙어야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대학교 졸업장을 거머쥔 뒤 ‘서울에 있는 연봉 높은 회사’에 척하고 들어가야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대학교를 가는 일은 나쁘지 않고, 연봉 많이 받는 일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와 높은 연봉이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는 뜻’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페트라 켈리 님이 쓴 《희망은 있다》(달팽이,2004)라는 책을 읽으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사랑이 우위에 놓인다면 인간은 더 이상 미움과 경멸에 사로잡혀 사물과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178쪽).” 같은 이야기가 넌지시 흐릅니다. 독일에서 ‘녹색당’을 함께 연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페트라 켈리 님은 정치운동과 환경운동과 평화운동 어느 곳에서나 늘 ‘사랑’을 힘주어 말했습니다. 모든 운동과 정치와 교육에서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내와 가시내가 살을 섞거나 짝을 짓는 몸짓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숨결이 ‘사랑’입니다. 어버이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가 어버이를 사랑합니다. 사람이 풀과 나무를 사랑하고, 꽃과 나비가 사람을 사랑해요.


  요즈막에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가 정부 입김에서 불거집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초등학교조차 안 다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불거지건 말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 이웃과 동무는 초등학교에 다녀요. 이웃 아이와 동무한테는 참으로 버거운 짐입니다.


  나라(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언제나 정책을 세우거나 내놓습니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언제나 ‘사랑’은 안 살핍니다. 복지나 문화나 경제 같은 이름은 씌우지만, 서로 아끼면서 보살피는 ‘사랑’으로 정책을 꾸리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어른이라면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쓰겠다고 밝힐 수 있을까 궁금해요. 어린이를 사랑하는 어른이라면 오늘날 중·고등학교를 입시지옥으로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요. 푸름이와 젊은이를 사랑하는 어른이라면 오늘날 대학교를 취업지옥으로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요.


  한자를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영어를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한국에서 한국사람으로 살기에, 무엇보다 한국말을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안 배웠으면, 수학이나 과학도 제대로 못 배웁니다. 어떤 말로 배우겠어요? 못 배우지요. 한국말을 제대로 배워야 영어나 한자도 비로소 제대로 배울 수 있어요.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넣느니 마느니 하고 다툼을 일으켜서는 안 되지요. 초등학교 교과서를 ‘한국말로 슬기롭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게 가꾸는 일’을 해야지요. 시험공부만 시키는 교과서가 아니라 삶을 사랑스레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되어야 할 교과서입니다.


  우리 도서관 어귀에 나무 한 그루를 옮겨심었습니다. 우리 마을 어귀에 군청에서 정자를 하나 세워 주면서 예전 자리에 있던 나무를 뽑아서 버렸어요. 제법 큰 나무는 뿌리가 뽑힌 채 열흘 남짓 길바닥에서 굴렀습니다. 나무가 안쓰러워서 이 나무를 수레에 실어 도서관으로 옮긴 뒤 혼자 낑낑거리며 옮겨심었는데, 달포쯤 지나자 비로소 움이 트고 새잎이 돋습니다. 아이들과 도서관 나들이를 할 적마다 나무한테 인사하면서 기쁘게 웃습니다.


  마당 한쪽에서 자라는 별꽃나물을 훑어서 즐겁게 먹습니다. 아이들은 두부에 별꽃나물을 콕 박으면서 “별꽃 나무 심었다!” 하며 좋아합니다. 마당 한쪽에 있는 동백나무가 커다란 꽃송이를 툭툭 떨구면 두 아이가 쓰레받이와 빗자루를 들고 쓸어서 나무 둘레로 던져 줍니다. 일본사람이 붙인 ‘개불알풀’이 아닌 한국에서 시골지기가 붙인 ‘봄까지꽃’이 흐드러지던 때에 아이들은 코를 ‘들꽃밭’에 박으며 냄새를 맡습니다. 마당에서 뜯은 부추잎을 입에 물고 놉니다. 군청에서 ‘경관사업’으로 심은 유채가 노란 꽃을 가득 피우는 들길을 거닐면서 함께 춤춥니다.


  우리한테는 우리를 둘러싼 마을과 숲과 들과 하늘이 교과서요 책이며 학교입니다. 겨울을 나고 새봄에 씩씩하게 돋는 잎사귀가 교과서요, 나물을 훑는 손길이 책입니다. 꽃내음을 알아차리고, 흙을 두 발로 밟으면서 두 손으로 어루만지는 하루가 온통 학교입니다.


  아이들과 ‘입으로 말할’ 적에는 ‘내 말’이 한자로 어떻게 적는가를 밝힐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가장 쉬운 말을 가리고, 이 쉬운 말을 아름답게 가다듬으며, 다시 사랑스레 들려줍니다. 교과서뿐 아니라 신문과 책과 인터넷과 방송 어디에서나 쉽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숲말’이 넘실거릴 수 있기를 꿈꿉니다. 먼먼 옛날부터 숲에서 손수 삶을 지은 사람들이 기쁘게 지어서 주고받은 ‘숲노래’를 가슴에 품으면서 새로운 꿈을 짓습니다. 4348.4.15.물.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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