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청에 편지를 쓰다 (사진책도서관 2015.5.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우리 사진책도서관 앞날을 헤아리면서 고흥군수님 앞으로 편지를 썼다. 곰곰이 돌아보니, 2011년에 고흥으로 처음 들어올 적에도 고흥군수님 앞으로 편지를 썼다. 그때에 고흥군에서 도와주어 이곳 고흥군 도화면 흥양초등학교(폐교) 건물 한쪽에 사진책도서관을 옮길 수 있었다. 다만, 고흥군에서 도와준 손길은 이 건물 한쪽에 사진책도서관을 옮겨서 짐을 풀 수 있는 데에서 끝났다.


  편지는 5월 25일에 썼고, 이튿날인 5월 26일에 군청에서 전화가 한 통 온다. 우리 도서관으로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한다. 고흥군립도서관에 계신 분이 세 사람 찾아온다. 군청과 교육청은 서로 다른 곳이라서 업무협조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군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고, 다른 폐교를 알아보려고 하면 군 교육청에서 도와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즈음, 군립도서관에 계신 분이 불쑥 ‘여기에서 이렇게 도서관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스치듯이 한 마디를 한다. ‘정식임대’를 하지 않고 ‘임대한 사람한테 다시 임대하는 일’은 불법이라고 덧붙인다. 이 말을 듣고 한동안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이분들이 군청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웠다. 자리에 누워 한숨 자고 일어났다. 몸도 마음도 많이 아프다. 예전 일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이 임대한 폐교에 들어와서 사진책도서관을 하도록 도운 곳’은 바로 고흥군청이다. 우리가 ‘불법으로 이곳에 사진책도서관 시설을 꾸며서 다섯 해를 지낸 일’은 ‘고흥군청에서 시킨(?)’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것을 따진들 무엇할까. 전남도청과 전남교육청과 고흥교육청과 고흥군청, 네 군데에 모두 민원을 넣으면서 길을 알아보았는데, 네 군데 모두 ‘도울 수 있는 길이 없다’는 말만 들려주었다.

  우리 사진책도서관이 있는 흥양초등학교 건물과 터를 오늘 곧바로 사들여서 쓸 수 있다든지(그러나 이 일은 군청도 교육청도 폐교재산활용법에 따른 행정으로 도와줄 수 없다고 하니까 까마득하기는 한데), 고흥에서 다른 폐교나 너른 터를 얻어서 쓸 수 있다면 모르되, 우리 도서관과 살림집을 고흥에서 버티거나 지킬 수 있는 길은 없구나 하고 깨닫는다.


  지난 다섯 해 동안 무엇을 했을까 하고 돌아본다. 여러모로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숲이 사람한테 얼마나 고마우면서 대단한가 하는 대목을 배웠다. 숲을 돌보고 들을 가꾸며 마당을 누리고 집을 손질하는 즐거움을 누릴 때에 아이들이 맑고 밝게 노래하면서 자랄 수 있구나 하고 배웠다.


  책은 종이책에도 있으나, 삶에 아름답게 있구나 하고 배웠다. 모든 책은 나무한테서 오지만, 꼭 종이에 얹어야 책이 아니요,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가 모두 따스한 책이라고 배웠다. 구름도 무지개도 빗물도 눈송이도 너른 책이요, 호미를 쥔 손과 나물을 뜯는 손도 모두 예쁜 책이라고 배웠다. 흙을 쪼고 마을 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몸짓도 모두 멋진 책이라고 배웠다. 사진도 이와 같다. 삶이 책이자 사진이요, 사랑이 사진이면서 책이다. 고흥 시골자락에서 다섯 해 동안 참으로 많이 배웠다. 고맙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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