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하시네요



  2001년에 일본에 왔을 적에 영어를 할 줄 알거나 하려고 하는 이웃을 좀처럼 못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때에는 서로 종이를 꺼내어 한자를 적어서 뜻을 나누곤 했어요. 2018년에 열일곱 해 만에 일본마실을 두 걸음째 하면서 새삼스레 느낍니다. 먼저 말을 걸지 않았는데 ‘내가 일본사람 아닌 외국사람인 줄 알아챈’ 일본 이웃이 영어로 바로 물어보네요. 그런데 이렇게 영어로 먼저 물어보니 외려 제가 어쩔 줄 몰라 말이 안 나와요. 곳곳에서 영어로 말을 잘 할 뿐 아니라, 영어를 잘 알아듣는 분을 만납니다. 이뿐 아니라 한국말까지 제법 알아듣는 분을 만나서 더 놀랍니다. 그러니까 온누리는 꾸준히 달라지는데, 요새 아주 빠르게 눈부시게 거듭나는 셈일 테지요. 할 줄 알며 쓸 줄 아는 영어 낱말을 차곡차곡 늘리려고 합니다. 2018.3.3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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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배웁니다



  몰랐어요. 참말로 몰랐어요. 그러니 배우지요. 여태 몰랐기에 오늘 새로 겪고서 하나씩 배웁니다. 부산 김해공항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일본 도쿄에 가는 2018년 3월 29일이었어요. 짐을 맡기는 곳에 가서 가방 둘을 올렸지요. 대한항공 일꾼은 아무렇지 않게 ‘가방이 따로 둘이면 돈을 7만 원 더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짐 무게는 10킬로그램하고 11킬로그램. 23킬로그램이 넘지 않았습니다만, 이곳 일꾼은 저더러 ‘가방 하나는 기내에 들고 가도 됩니다’ 하고 알려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비행기에 타고 보니 꽤나 크고 묵직한 짐을 들고 타는 사람을 많이 보았고, 일본에 내리고 보니 이곳에 계신 이웃님이 이만 한 집은 하나를 맡기고 하나는 들고 타면 된다고 알려주는군요. 그렇다고 김해공항 대한항공 일꾼이 거짓말을 하거나 속임수를 썼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그저 그분은 저한테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구태여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고, 다른 나라로 가는 비행기를 열일곱 해 만에 탄 저로서는 ‘그동안 규정이 이렇게 바뀌었나 보네’ 하고 여겨서 7만 원을 고스란히 치렀습니다. 2018.3.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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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표



  일본에 2001년에 한 걸음을 해 보았고, 2018년에 두 걸음을 합니다. 누리그물에서 표를 미리 끊었다고 여겼는데, 비행기를 타기 하루 앞서 누리글월이 왔기에 무언가 했더니 미리 한 일이란 표끊기가 아닌 ‘표값내기’였을 뿐, 오늘에 이르러 비로소 자리를 잡는 ‘표끊기’를 해야 한다고 알립니다. 어쩌면 두어 달 앞서 하는 일이란 ‘자리값내기’을 수 있군요. 시외버스를 타기 앞서 표를 끊듯 비행기표도 끊기가 어렵지 않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일본에서 길을 헤매지 않으려고 길그림을 잔뜩 뽑았습니다. 곧 속을 비우고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등짐을 짊어지면 새 걸음을 나서겠군요. 2018.3.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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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나날



https://www.youtube.com/watch?v=PIBdfdz98iU

  곁님이 먼저 보고서 알려주었기에 밤에 함께 본 연속극이 있습니다. ‘강덕순 애정 변천사’인데, 뒷모습이나 차림새나 말씨를 놓고 본다면 매우 엉성하지만, 줄거리를 풀어내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 알차요. 더욱이 1926년에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 발자취를 사내 아닌 가시내 눈높이에서 가시내 몸짓으로 보여주려는 흐름은 무척 돋보입니다. 우리는 틀림없이 나날이 발돋움하겠지요? 이 땅에서 우리는 참말로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새로운 길을 여는 슬기롭고 상냥한 삶을 짓겠지요? 2018.2.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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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만큼 떴어



  ‘높은 분’이 왔기에 다들 일어나서 차려 하며 서는 일을 떠올립니다. 높은 분은 아침이나 낮에 움직이시지요. 그러나 ‘낮은 놈’은 때나 자리를 가리지 않고서 움직여야 합니다. 이를테면, 군대에서 이런 일을 흔히 겪었습니다. 군대에서는 ‘낮 근무’하고 ‘밤 근무’가 있고, 비무장지대라고 하지만 정작 완전무장지대인 철책에서는 3교대를 해요. 3교대란 하루를 셋으로 갈라서 8시간 동안 꼼짝 없이 혼자서 그 자리를 지키는 경계근무입니다. ‘높은 분’이 보기에 8시간 경계근무는 그리 안 어려울 수 있어요. 딱히 다른 일을 안 하고 그저 한 손에 총을 들고 여덟 시간 동안 한 자리에 서서 가만히 한 곳만 바라보면 되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봐요. 00시부터 08시까지 여덟 시간 동안 경계근무를 섰다면 08시에 초소로 돌아와서 비로소 눈을 부치겠지요. 그리고요, 군대라는 곳에서 00시에 경계근무를 나가야 하더라도 21시까지 청소랑 이것저것 모두 마친 뒤에 22시까지 저녁점호를 받고서 비로소 잠자리에 들 수 있는데 00시부터 여덟 시간 경계근무에 나가야 하면 적어도 23시 30분에는 일어나서 장비를 챙겨야 해요. 계급이 낮으면 저녁은 저녁대로 온갖 치다꺼리를 다 하고서 밤새 꼬박 쉴 틈이 없이 철책 곁에 멍하니 서서 아침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리고 08시에 경계근무를 바꾸어 비로소 쉴 수 있어도 12시에 일어나서 낮밥을 먹어야 해요. 참 갑갑한 얼거리입니다. 이런 흐름에서 대대장이건 연대장이건 사단장이건 군단장이건 뭔 놈이건 ‘전방 순시’를 한답시고 찾아오면 그나마 네 시간 눈붙이기조차 못 하고 일어나서 차려 하고 서야 합니다. 어깨에 꽃이나 별이라는 계급장을 단 분들은 으레 말하지요. “해가 저만큼 떴어!” 하고. 겨울올림픽에서 얼음판을 지치는 이상화라고 하는 선수하고 얽힌 이야기를 얼핏 듣고는 군대에서 겪은 일이 떠오릅니다. 그분들은 늘 말씀하시더군요. “아니, 이 녀석들, 한낮인데 왜 퍼질러 자고 지랄이야!” 속으로 그분한테 여쭈었지요. “이보셔요. 밤새 우리더러 한잠도 못 자게 했는데, 어쩌라고요?” 2018.2.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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