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14. 누가 ‘사진 전문가’인가



  어느 갈래를 깊이 파고들어 아주 잘 알거나 다룰 수 있는 사람을 가리켜 ‘전문가’라고 합니다. 사진이라는 갈래에서도 ‘사진 전문가’가 있을 만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사진 전문가’라 할 만할까 궁금합니다. 온갖 기계와 장비를 두루 꿰는 사람이 전문가일까요? 때와 곳에 맞추어 기계를 잘 놀려 사진을 찍는 사람이 전문가일까요? 취재를 잘 하거나 취재원을 잘 구슬리는 사람이 전문가일까요?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면 전문가일까요? 사진책을 여러 권 펴냈거나 전시회를 열 차례 넘게 했으면 전문가일까요? 공모전에서 큰상을 받거나 외국에 사진을 팔았으면 전문가일까요? 대학교나 대학원을 마치고 사진비평을 쓰면 전문가일까요? 사진을 찍은 지 스무 해가 넘거나 마흔 해를 웃돌면 전문가일까요?


  아마 이 모든 사람이 전문가일 수 있습니다. 사진관에서 필름이나 디지털파일을 오래도록 만진 사람도 전문가일 테고, 이름난 사진가 옆에서 오래도록 심부름꾼을 맡은 사람도 전문가일 테지요.


  그런데, 오늘은 전문가라 하더라도 모레에는 다시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이 될 때에 비로소 즐겁게 사진을 누리는 삶이라고 느껴요. 전문가이기에 사진을 즐겁게 누린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오늘도 어제도 모레도 늘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과 같은 몸짓과 마음결과 생각과 사랑으로 사진을 마주할 때에 비로소 ‘사진을 기쁘게 누리’는 사람이 된다고 느낍니다.


  사진을 즐겁게 찍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아니, 사진을 즐겁게 찍는 사람은 이녁 스스로 ‘전문가’가 될 생각조차 없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늘 즐겁게 누리고 싶은 사진일 뿐, 남이 붙이는 이름으로든 스스로 붙이는 이름으로든 ‘사진 전문가’가 될 뜻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스스로 ‘사진가’라는 이름을 쓸 까닭은 없습니다. 사진을 오래 찍었다고 스스로 여기면서 ‘전문가’가 되었다고 생각할 까닭은 없습니다. 오늘도 모레도 늘 ‘첫걸음을 새로 내딛는 사람’이 되면 넉넉합니다. 오늘 찍는 사진은 오늘 새롭게 찍는 사진입니다. 모레에 찍을 사진은 모레에 새롭게 찍을 사진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새롭게 누려서 새로운 빛을 그러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짓는 사진벗입니다. 4347.12.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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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13. 딴짓과 놀이



  아이들이 놉니다. 노는 아이는 신이 나서 웃습니다. 신이 나서 웃으며 노는 아이는 노래를 부릅니다.


  어른들이 일합니다. 일하는 어른은 스스로 즐겁게 일하면 웃지만, 스스로 안 즐겁게 일하면 안 웃습니다. 즐겁게 일하며 웃는 어른은 저절로 노래가 터져나오지만, 안 즐겁게 일하기에 안 웃는 어른은 옆에서 노래를 시켜도 노래를 안 부르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이 어떠한지 알아야 합니다. 신이 나서 노는 아이와 같은 마음인지, 즐겁게 일하는 어른과 같은 마음인지, 따분한 한때를 죽이려고 억지스럽게 노는 아이와 같은 모습인지, 돈을 벌어야 하니까 지겨워도 억지로 일하는 어른과 같은 모습인지, 곰곰이 살펴야 합니다.


  신이 나서 놀듯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는 동안 언제나 웃을 테고,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 와하하 웃다가 노래를 불러요. 즐겁게 일하듯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으면서 빙그레 웃음을 지을 뿐 아니라, 사진에 찍히는 사람하고도 사이좋게 웃음꽃을 피우고 이야기꽃까지 피웁니다.


  그런데, 놀이와 딴짓은 다릅니다. 얼핏 보기에 놀이를 하는구나 싶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딴짓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놀이는 무엇이고, 딴짓은 무엇일까요. 혼자서만 신이 나서 ‘사진에 찍히는 사람’이라든지 ‘내 옆에 있는 이웃이나 동무’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이때에도 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사진에 찍히는 사람한테 웃음꽃을 피우지 못한다면, 놀이가 아닌 딴짓은 아닐까 궁금합니다. 이를테면, 온 식구가 여행을 갔는데 다른 식구는 생각하지 않고 혼자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사진만 찍는다면, 다른 식구는 재미없을 뿐 아니라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사진찍기가 사진놀이나 삶놀이가 아닌 ‘딴짓’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놀이를 하면서 웃되, 놀이를 하는 아이는 혼자만 웃지 않고, 다른 동무도 웃게 이끌고 둘레 어른까지 웃음을 짓도록 이끕니다. 일을 하면서 웃되, 즐겁게 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어른은 혼자만 즐겁거나 웃거나 노래하지 않고, 둘레에 있는 이녁 아이뿐 아니라 다른 이웃 어른한테까지 즐거운 기운을 나누어 줍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 한 장은 서로서로 어떤 숨결이 될까요? 4347.12.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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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2-2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웃음이 참 곱네요

숲노래 2014-12-24 15:06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도 오늘 하루 즐겁게 웃고 노래하셔요~ ^^
 

사진 찍는 눈빛 112. 왜 잘 찍어야 하는가



  사진을 잘 찍어야 할 까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못 찍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흔들리기에 못 찍는 사진이 아니고, 초점이나 셔터값을 못 맞추었기에 못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이야기를 담지 못할 적에 못 찍는 사진이 되고, 사랑이나 꿈을 싣지 못한다면 못 찍는 사진이 될 만합니다. 그러나, 어느 사진이든 ‘못 찍었다’ 할 수 없습니다. 잘 찍든 못 찍든, 사진마다 어떤 모습을 담아서 어떤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밥을 잘 지어야 하지 않습니다. 밥은 즐겁게 먹도록 지으면 됩니다. 밥을 즐겁게 먹도록 사랑을 담아서 지으면 나도 너도 맛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어설프다 싶으면 어설프다 싶은 대로 즐기는 사진입니다. 빈틈없다 싶으면 빈틈없다 싶은 대로 누리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안 어설퍼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은 빈틈이 없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설프지는 않되 재미가 없다면 이런 사진을 누가 볼까요? 빈틈이 없되 이야기가 없으면 이런 사진을 누가 쳐다볼까요?


  사진을 잘 찍으려고 애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진에 이야기를 담으려고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사진이 빈틈이 없도록 애쓸 수 있으나, ‘빈틈없는 기계값’에 마음을 빼앗기면, 정작 ‘왜 사진을 하는가’라는 대목을 놓치거나 잊기 마련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더 낫다 싶은 장비’를 굳이 다 갖추려고 하지는 않는 까닭을 읽어야 합니다. 장비는 쓸모에 따라 갖출 뿐이지, 빈틈이 없도록 찍으려고 갖추지 않습니다. 바닷속에 들어가 찍는다든지 하늘로 올라가 찍을 적에는 이에 걸맞게 장비를 갖춥니다. 아주 춥거나 더운 곳에서도 이에 맞추어 장비를 마련하고, 먼지바람이 많이 부는 데에서도 이를 살펴서 장비를 챙깁니다.


  그뿐입니다. 사진기 한 대, 사진기를 놀릴 두 손, 사진기를 들여다볼 내 눈망울, 사진기로 이루고 싶은 사랑, 사진을 찍어서 나눌 이웃, 사진을 찍고 나누면서 가꿀 삶, 이런 여러 가지를 두루 헤아립니다. 사진은 ‘그저 찍으’면 될 뿐입니다. 사진은 그저 찍되, 즐겁게 찍고 사랑스레 찍고 착하게 찍고 웃으며 찍고 아름다운 몸가짐과 넋이 되어 신나게 찍으면 됩니다. 4347.12.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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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11. 놀자 놀자 놀자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밥을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밥을 안 먹어도 기운이 넘칠 때가 있습니다. 밥을 먹을 적마다 속이 얹혀 더부룩하거나 거북하거나 고단할 때가 있습니다.


  밥을 먹기에 꼭 기운이 나지 않습니다. 밥을 안 먹기에 꼭 기운이 안 나지 않습니다.


  사진은 어떻게 찍을까요?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을 배워야 찍을 수 있을까요? 사진을 잘 배워야 잘 찍을까요?


  마음 가득 사랑이 흐르는 사람은 여러 날 굶은 몸으로도 놀랍게 기운을 내어 엄청나다 싶은 일을 해냅니다. 마음에 사랑이 한 조각조차 피어나지 않는 사람은 끼니를 거른 적이 없어도 놀랍게 아무 힘을 못 쓰면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은 배고픈 줄 모릅니다. 몇 시간을 뛰놀아도 배고프지 않을 뿐 아니라 지치지도 않습니다. 곁에서 어버이가 “얘, 배고프겠다. 밥 먹고 놀아라!” 하고 불러야, 비로소 ‘아하, 내가 배고픈가 보구나. 밥 먹고 또 놀아 볼까?’ 하고 생각합니다. 곁에서 어버이가 “얘, 힘들지 않니? 좀 쉬었다가 놀아라!” 하고 부르지 않으면, 아이들은 ‘힘든’ 줄 모르면서 놉니다.


  내 사진솜씨가 모자라다고 여기는가요? 그렇다면, 참말 내 사진솜씨는 모자랍니다. 내 사진솜씨가 좋다고 여기는가요? 그렇다면, 참말 내 사진솜씨는 좋습니다.


  실마리는 바로 여기에 아주 쉽게 있습니다. 내 생각과 마음결에 따라 모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즐겁게 사진을 찍는 사람은 ‘즐거운 기운을 사진에 즐겁게 싣’습니다. 즐겁지 못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즐겁지 못한 기운을 사진에 즐겁지 못하게 듬뿍 얹’고 맙니다.


  사진 찍은 햇수가 길어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잘 알아야 합니다. 사진 장비가 값비싸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잘 새겨야 합니다. 내 마음이 모든 것을 움직입니다. 내 몸가짐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놀아요. 놀고 또 놀아요. 놀고서 다시 놀아요. 노는 아이들처럼, 온마음을 쏟아요. 노는 아이들이 놀이에 온마음을 쏟듯이, 사진을 찍는 어른이라면 사진에 온마음을 쏟아요. 배고픔을 잊고 오직 사진에 매달려요.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어떠한 느낌이나 생각도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사진을 바라봐요. 그러면, 나부터 아주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데다가 멋스럽기까지 한 사진을 내 손으로 빚을 수 있습니다. 놀 때에 태어나는 사진이고, 놀 때에 자라는 사진이며, 놀 때에 피어나는 사진입니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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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10. 철 따라 흐르는 이야기



  학교나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배우려면, 배우려는 사람 스스로 마음가짐을 먼저 제대로 추슬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제대로 안 선 사람은 어디에 있든 아무것도 못 배웁니다.


  어쩌면, ‘마음 세우기’를 익히려고 학교나 학원에 다닐는지 모르지요. 그런데, 학교나 학원에 다니면서 ‘마음 세우기’를 익히려 하거나 익힐 수 있다면, 처음부터 학교나 학원에 안 다니고 집에 있는 동안에 얼마든지 ‘마음 세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요리학원에 가기에 요리를 배우지 않습니다. 요리를 배우려는 마음이 있기에 요리를 배웁니다. 주산학원에 가기에 주산을 배우지 않고, 주산을 배우려는 마음이 있기에 주산을 배워요. 사진강의를 들으면 사진을 배울까요? 아닙니다. 사진강의를 들으려는 내 마음이 설 때에 비로소 사진을 배웁니다. 그동안 자주 듣거나 ‘다 안다’고 여기는 사람은 누가 앞에서 강의를 하든 아무것도 못 배웁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자주 들은 이야기나 ‘다 안다’고 여기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앞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여겨듣는 사람은 언제나 새롭게 배웁니다.


  우리는 마음가짐으로 배웁니다. 우리는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때에 배웁니다. 책으로도 배우지 않고, 학교에서도 배우지 않으며, 스승한테서도 배우지 않습니다. 오직 스스로 마음을 세우면서 배웁니다.


  자전거학원은 따로 없습니다. 운전학원은 있지요. 그런데, 운전학원에 다니기에 자동차를 몰 줄 알지 않아요. 운전을 익히려는 마음이 섰기에 운전학원에도 다니면서 기웃거리고, 이모저모 살필 뿐 아니라, 손수 자동차를 몰며 씩씩한 마음이 되기에 자동차를 몰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은, 넘어지고 부딪히고 까지면서 스스로 배웁니다.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기에, 넘어져서 아프고 부딪혀서 다쳐도 다시 일어나서 자전거를 배워요.


  사진을 배우고 싶다면,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세워야 합니다. 사진을 배우려는 마음, 어떤 사진을 어떻게 배워서 어떻게 나누거나 누리려 하는가 같은 마음을 세워야 합니다.


  어느 대학교를 다니든, 어느 강좌를 찾아 듣든, 어느 책을 장만해서 읽든, 어느 사진기를 갖추든, 어느 사진감을 고르든, 스튜디오나 사진관에서 일자리를 얻든, 공모전에 내거나 안 내든, 집에서 식구들을 찍든, 무엇을 하든, 마음가짐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세울 적에 비로소 사진을 배웁니다.


  철 따라 흐르는 이야기를 읽어 보셔요. 그러면, 철 따라 흐르는 이야기가 내 사진으로 스며듭니다. 바람 따라 바뀌는 하늘과 날씨를 읽어 보셔요. 그러면 바람 따라 바뀌는 하늘과 날씨가 내 사진으로 젖어듭니다.


  학교나 학원이나 강의나 스승은 징검다리가 될 수 있으나,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바로 나 스스로입니다. 내가 징검다리를 건너야 내가 사진을 배웁니다. 이 대목을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깨달으면, 사진을 잘 배워서 잘 찍을 수 있습니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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