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12. 왜 잘 찍어야 하는가



  사진을 잘 찍어야 할 까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못 찍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흔들리기에 못 찍는 사진이 아니고, 초점이나 셔터값을 못 맞추었기에 못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이야기를 담지 못할 적에 못 찍는 사진이 되고, 사랑이나 꿈을 싣지 못한다면 못 찍는 사진이 될 만합니다. 그러나, 어느 사진이든 ‘못 찍었다’ 할 수 없습니다. 잘 찍든 못 찍든, 사진마다 어떤 모습을 담아서 어떤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밥을 잘 지어야 하지 않습니다. 밥은 즐겁게 먹도록 지으면 됩니다. 밥을 즐겁게 먹도록 사랑을 담아서 지으면 나도 너도 맛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어설프다 싶으면 어설프다 싶은 대로 즐기는 사진입니다. 빈틈없다 싶으면 빈틈없다 싶은 대로 누리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안 어설퍼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은 빈틈이 없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설프지는 않되 재미가 없다면 이런 사진을 누가 볼까요? 빈틈이 없되 이야기가 없으면 이런 사진을 누가 쳐다볼까요?


  사진을 잘 찍으려고 애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진에 이야기를 담으려고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사진이 빈틈이 없도록 애쓸 수 있으나, ‘빈틈없는 기계값’에 마음을 빼앗기면, 정작 ‘왜 사진을 하는가’라는 대목을 놓치거나 잊기 마련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더 낫다 싶은 장비’를 굳이 다 갖추려고 하지는 않는 까닭을 읽어야 합니다. 장비는 쓸모에 따라 갖출 뿐이지, 빈틈이 없도록 찍으려고 갖추지 않습니다. 바닷속에 들어가 찍는다든지 하늘로 올라가 찍을 적에는 이에 걸맞게 장비를 갖춥니다. 아주 춥거나 더운 곳에서도 이에 맞추어 장비를 마련하고, 먼지바람이 많이 부는 데에서도 이를 살펴서 장비를 챙깁니다.


  그뿐입니다. 사진기 한 대, 사진기를 놀릴 두 손, 사진기를 들여다볼 내 눈망울, 사진기로 이루고 싶은 사랑, 사진을 찍어서 나눌 이웃, 사진을 찍고 나누면서 가꿀 삶, 이런 여러 가지를 두루 헤아립니다. 사진은 ‘그저 찍으’면 될 뿐입니다. 사진은 그저 찍되, 즐겁게 찍고 사랑스레 찍고 착하게 찍고 웃으며 찍고 아름다운 몸가짐과 넋이 되어 신나게 찍으면 됩니다. 4347.12.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