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10. 철 따라 흐르는 이야기



  학교나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배우려면, 배우려는 사람 스스로 마음가짐을 먼저 제대로 추슬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제대로 안 선 사람은 어디에 있든 아무것도 못 배웁니다.


  어쩌면, ‘마음 세우기’를 익히려고 학교나 학원에 다닐는지 모르지요. 그런데, 학교나 학원에 다니면서 ‘마음 세우기’를 익히려 하거나 익힐 수 있다면, 처음부터 학교나 학원에 안 다니고 집에 있는 동안에 얼마든지 ‘마음 세우기’를 할 수 있습니다.


  요리학원에 가기에 요리를 배우지 않습니다. 요리를 배우려는 마음이 있기에 요리를 배웁니다. 주산학원에 가기에 주산을 배우지 않고, 주산을 배우려는 마음이 있기에 주산을 배워요. 사진강의를 들으면 사진을 배울까요? 아닙니다. 사진강의를 들으려는 내 마음이 설 때에 비로소 사진을 배웁니다. 그동안 자주 듣거나 ‘다 안다’고 여기는 사람은 누가 앞에서 강의를 하든 아무것도 못 배웁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자주 들은 이야기나 ‘다 안다’고 여기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앞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여겨듣는 사람은 언제나 새롭게 배웁니다.


  우리는 마음가짐으로 배웁니다. 우리는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때에 배웁니다. 책으로도 배우지 않고, 학교에서도 배우지 않으며, 스승한테서도 배우지 않습니다. 오직 스스로 마음을 세우면서 배웁니다.


  자전거학원은 따로 없습니다. 운전학원은 있지요. 그런데, 운전학원에 다니기에 자동차를 몰 줄 알지 않아요. 운전을 익히려는 마음이 섰기에 운전학원에도 다니면서 기웃거리고, 이모저모 살필 뿐 아니라, 손수 자동차를 몰며 씩씩한 마음이 되기에 자동차를 몰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은, 넘어지고 부딪히고 까지면서 스스로 배웁니다.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기에, 넘어져서 아프고 부딪혀서 다쳐도 다시 일어나서 자전거를 배워요.


  사진을 배우고 싶다면,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세워야 합니다. 사진을 배우려는 마음, 어떤 사진을 어떻게 배워서 어떻게 나누거나 누리려 하는가 같은 마음을 세워야 합니다.


  어느 대학교를 다니든, 어느 강좌를 찾아 듣든, 어느 책을 장만해서 읽든, 어느 사진기를 갖추든, 어느 사진감을 고르든, 스튜디오나 사진관에서 일자리를 얻든, 공모전에 내거나 안 내든, 집에서 식구들을 찍든, 무엇을 하든, 마음가짐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세울 적에 비로소 사진을 배웁니다.


  철 따라 흐르는 이야기를 읽어 보셔요. 그러면, 철 따라 흐르는 이야기가 내 사진으로 스며듭니다. 바람 따라 바뀌는 하늘과 날씨를 읽어 보셔요. 그러면 바람 따라 바뀌는 하늘과 날씨가 내 사진으로 젖어듭니다.


  학교나 학원이나 강의나 스승은 징검다리가 될 수 있으나, 징검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바로 나 스스로입니다. 내가 징검다리를 건너야 내가 사진을 배웁니다. 이 대목을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깨달으면, 사진을 잘 배워서 잘 찍을 수 있습니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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