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11. 놀자 놀자 놀자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밥을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밥을 안 먹어도 기운이 넘칠 때가 있습니다. 밥을 먹을 적마다 속이 얹혀 더부룩하거나 거북하거나 고단할 때가 있습니다.


  밥을 먹기에 꼭 기운이 나지 않습니다. 밥을 안 먹기에 꼭 기운이 안 나지 않습니다.


  사진은 어떻게 찍을까요?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을 배워야 찍을 수 있을까요? 사진을 잘 배워야 잘 찍을까요?


  마음 가득 사랑이 흐르는 사람은 여러 날 굶은 몸으로도 놀랍게 기운을 내어 엄청나다 싶은 일을 해냅니다. 마음에 사랑이 한 조각조차 피어나지 않는 사람은 끼니를 거른 적이 없어도 놀랍게 아무 힘을 못 쓰면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은 배고픈 줄 모릅니다. 몇 시간을 뛰놀아도 배고프지 않을 뿐 아니라 지치지도 않습니다. 곁에서 어버이가 “얘, 배고프겠다. 밥 먹고 놀아라!” 하고 불러야, 비로소 ‘아하, 내가 배고픈가 보구나. 밥 먹고 또 놀아 볼까?’ 하고 생각합니다. 곁에서 어버이가 “얘, 힘들지 않니? 좀 쉬었다가 놀아라!” 하고 부르지 않으면, 아이들은 ‘힘든’ 줄 모르면서 놉니다.


  내 사진솜씨가 모자라다고 여기는가요? 그렇다면, 참말 내 사진솜씨는 모자랍니다. 내 사진솜씨가 좋다고 여기는가요? 그렇다면, 참말 내 사진솜씨는 좋습니다.


  실마리는 바로 여기에 아주 쉽게 있습니다. 내 생각과 마음결에 따라 모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즐겁게 사진을 찍는 사람은 ‘즐거운 기운을 사진에 즐겁게 싣’습니다. 즐겁지 못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즐겁지 못한 기운을 사진에 즐겁지 못하게 듬뿍 얹’고 맙니다.


  사진 찍은 햇수가 길어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잘 알아야 합니다. 사진 장비가 값비싸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잘 새겨야 합니다. 내 마음이 모든 것을 움직입니다. 내 몸가짐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놀아요. 놀고 또 놀아요. 놀고서 다시 놀아요. 노는 아이들처럼, 온마음을 쏟아요. 노는 아이들이 놀이에 온마음을 쏟듯이, 사진을 찍는 어른이라면 사진에 온마음을 쏟아요. 배고픔을 잊고 오직 사진에 매달려요.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어떠한 느낌이나 생각도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사진을 바라봐요. 그러면, 나부터 아주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데다가 멋스럽기까지 한 사진을 내 손으로 빚을 수 있습니다. 놀 때에 태어나는 사진이고, 놀 때에 자라는 사진이며, 놀 때에 피어나는 사진입니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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