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13. 딴짓과 놀이
아이들이 놉니다. 노는 아이는 신이 나서 웃습니다. 신이 나서 웃으며 노는 아이는 노래를 부릅니다.
어른들이 일합니다. 일하는 어른은 스스로 즐겁게 일하면 웃지만, 스스로 안 즐겁게 일하면 안 웃습니다. 즐겁게 일하며 웃는 어른은 저절로 노래가 터져나오지만, 안 즐겁게 일하기에 안 웃는 어른은 옆에서 노래를 시켜도 노래를 안 부르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는 마음이 어떠한지 알아야 합니다. 신이 나서 노는 아이와 같은 마음인지, 즐겁게 일하는 어른과 같은 마음인지, 따분한 한때를 죽이려고 억지스럽게 노는 아이와 같은 모습인지, 돈을 벌어야 하니까 지겨워도 억지로 일하는 어른과 같은 모습인지, 곰곰이 살펴야 합니다.
신이 나서 놀듯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는 동안 언제나 웃을 테고,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 와하하 웃다가 노래를 불러요. 즐겁게 일하듯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으면서 빙그레 웃음을 지을 뿐 아니라, 사진에 찍히는 사람하고도 사이좋게 웃음꽃을 피우고 이야기꽃까지 피웁니다.
그런데, 놀이와 딴짓은 다릅니다. 얼핏 보기에 놀이를 하는구나 싶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딴짓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놀이는 무엇이고, 딴짓은 무엇일까요. 혼자서만 신이 나서 ‘사진에 찍히는 사람’이라든지 ‘내 옆에 있는 이웃이나 동무’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이때에도 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사진에 찍히는 사람한테 웃음꽃을 피우지 못한다면, 놀이가 아닌 딴짓은 아닐까 궁금합니다. 이를테면, 온 식구가 여행을 갔는데 다른 식구는 생각하지 않고 혼자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사진만 찍는다면, 다른 식구는 재미없을 뿐 아니라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사진찍기가 사진놀이나 삶놀이가 아닌 ‘딴짓’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놀이를 하면서 웃되, 놀이를 하는 아이는 혼자만 웃지 않고, 다른 동무도 웃게 이끌고 둘레 어른까지 웃음을 짓도록 이끕니다. 일을 하면서 웃되, 즐겁게 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어른은 혼자만 즐겁거나 웃거나 노래하지 않고, 둘레에 있는 이녁 아이뿐 아니라 다른 이웃 어른한테까지 즐거운 기운을 나누어 줍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 한 장은 서로서로 어떤 숨결이 될까요? 4347.12.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