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마늘밭 품앗이
할머니들 옹기종기 모여서 마늘밭 품앗이를 한다. 서로서로 집집이 돌아 마늘뽑기 함께 한다. 오늘은 이 집 마늘 함께 뽑고, 이듬날에는 저 집 마늘 함께 뽑는다. 오랜 나날 한 마을에서 함께 살아온 이야기 두런두런 나누는 밭자락 알록달록 빛난다. 4346.5.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012. 물고기 말리기
한겨울에도 더할 나위 없이 따사롭고 바람이 적은 고흥. 읍내 한켠 가로지르는 조그마한 냇물이 있고, 냇둑에는 읍내에서 물고기를 파는 아주머니 할머니 들이 그물판을 펼쳐 물고기를 말린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한낮이 흐른다. 물고기는 가지런히 누워 해바라기를 하고, 드문드문 천천히 오가는 사람들은 따사로운 바람을 쐬면서 저잣거리에서 물건을 산다. 4346.1.26.흙.ㅎㄲㅅㄱ
- 인천 동구 송림3동.
2012.12.11.
눈이 멎은 지 여러 날 지났으나 골목집 지붕에는 아직 소복소복 하얗게 빛난다. 빌라가 좋으니 아파트가 나으니 하는 말이 많더라도, 예전 사람들 지은 집은 칸이 작고 조그마한 보금자리라 하지만, 이웃집과 내 집 모두 볕이 잘 드는 어여쁜 살림터였다고 느낀다. 도시에서도 작은 마당 마련해 나무 한 그루 돌볼 줄 아는 골목집이란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최종규 . 2012)
인천 남구 도화2동.
겨울날이 되도록 감알을 그대로 두면, 감알은 나무에 달린 채 빨간감이 된다. 달콤하고 야물딱진 누런감도 맛나지만, 겨울 추위에 공공 얼어붙는 빨간감도 맛난다. 더욱이, 겨울날 꽁꽁 얼어붙은 빨간감은, 감나무 있는 골목집이 얼마나 어여쁜가를 한껏 뽐낸다. 입으로 먹어도 맛나지만, 눈으로 보아도 아름답기에, 날마다 감나무 한 그루한테서 너른 사랑을 물려받는다.
- 2012.12.11.
인천 동구 송림3동.
인천 동구 송림3동은 '동부동'과 '서부동'이 있었단다. 나는 이렇게 갈렸을 적 너무 어렸으니 두 갈래가 어찌 다른가를 모른다. 다만, 오늘에 이르러 골목집 문간에 조그맣게 붙은 쇠딱지나 문패에 남은 글월 한두 마디를 살피면서, 그무렵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고 그림을 그려 본다. 송림3동이라 하는 골목동네를 천천히 거닐자면, 하루 내내 또는 이틀 내내 걸어도 송림3동 모든 집 앞을 다 지나갈 수 없다. 참 넓고 깊다. 그러니 동부동이랑 서부동으로 나눌 만하다. 그러면, 오늘날 송림3동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환하게 훑으면서 이곳을 돌아다니려는 '마실꾼'들은 송림3동 발자국을 어떤 이야기로 되새길까. 역사는 역사책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