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나락 말리기

 


  나락을 말린다. 자동차 뜸하게 다니는 시골마을이기에 길가에 나락을 말린다. 예부터 나락은 햇살이 키우고 햇볕이 말려 주었다. 사람들은 나락을 먹는다기보다 해를 먹고 살았다. 해님이 아이들한테 방긋 웃어 주고, 어른들한테 빙긋 웃어 준다. 온 식구 힘을 모아 나락을 길가에 널고, 다시금 온 식구 기운을 내어 나락을 푸대에 담는다. 몇 천 해 몇 만 해를 이렇게 살아왔을까. 다 함께 먹는 밥을 다 함께 거두고 돌보며 갈무리하던 삶이 참말 얼마나 오래 이어졌을까. 이제, 한 살이라도 젊거나 어린 사람은 몽땅 도시로 나아가는 판이라지만, 한 살 어리든 두 살 많든, 누구라도 밥을 먹고 해를 바라보며 물이랑 바람을 마셔야 숨결을 잇는다. (4345.1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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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콩 터는 할머니


  마을 할머니가 콩을 턴다. 마을 할머니 나이는 도시로 치자면 국민연금을 받을 나이일까. 마을 할머니 곁에서 나란히 콩을 터는 할아버지 나이는 도시로 치자면 보험급여를 받을 나이일까. 시골에서는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도 집구석에 드러누워 지내지 않는다. 밥술을 뜰 수 있는 기운이 있으면 들에서 몸을 움직인다. 밥술을 뜰 기운이 없으면 모두들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 새로운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한테 보험이나 연금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며 죽는다 할 적에 무엇이 곁에 있어야 할까. 돈? 아니, 돈 아닌 사랑스러운 살붙이가 곁에 있어야겠지. 사람이 즐겁게 살아갈 적에 무엇을 곁에 두어야 할까? 돈? 아니, 돈 아닌 사랑스러운 옆지기를 곁에 두어야겠지. (4345.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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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9. 마을 어귀


  마을 어귀는 논이다. 논 옆은 시멘트블록으로 쌓은 울타리가 있는 빨래터이다. 빨래터 한켠에는 백일홍나무가 자란다. 백일홍나무 곁에는 수국이 있고, 부추가 꽃을 하얗게 올린다. 마을 어귀 집부터 마을 끝자락 집까지 마당 한쪽에 감나무가 자란다. 논과 밭과 나무와 도랑과 샘물이 있어 마을이 이루어진다. 자그마한 숲이다. (4345.9.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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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울타리 고양이 식구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이끌고 돌울타리를 걷는다. 이 녀석들은 때때로 돌울타리를 무너뜨린다. 고양이라면 더 사뿐사뿐 조용히 예쁘게 걸으리라 여겼는데, 집 둘레에서 ‘우르르’ 소리를 곧잘 듣는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돌울타리를 무너뜨린다. 새끼 고양이도 어미 고양이처럼 돌울타리를 딛고 거닐다가 새삼스레 돌울타리를 와르르 무너뜨리려나. (4345.8.2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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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마실 나가기

 


  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침 마실을 나간다. 아침이라 하지만 새벽 여섯 시 반 무렵이다. 마을 어르신들 누구나 새벽 네 시 무렵이면 일어나 새벽일을 하고, 아침밥 지어 먹은 다음, 마실 나갈 일이 있으면 바지런히 움직인다. 새벽일을 할 때에는 일옷을 입고, 마실을 나갈 적에는 곱게 차려입는다. 할아버지는 경운기를 몰고 할머니는 경운기 뒷자리에 앉는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여름 햇살 맞으며 시원한 바람을 쐰다. 할머니는 우산을 펼쳐 해를 가린다. 푸르게 빛나는 들판 사이를 경운기가 천천히 조용히 달린다.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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