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허수아비의 모험 비룡소 걸작선 52
필립 풀먼 지음, 피터 베일리 지음, 양원경 옮김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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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01


《겁없는 허수아비의 모험》

 필립 풀먼 글

 피터 베일리 그림

 양원경 옮김

 비룡소

 2009.2.10.



안으로 들어간 잭은 고무래, 괭이, 빗자루, 삽, 갈퀴 등에 둘러싸인 채 짚단 위에 앉아 있는 허수아비를 발견했다. 잭이 보기에 그것들은 모두 벽에 기대어 서서 허수아비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적어도 잭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잭이 헛간에 있다는 걸 농기구들이 알아챘다고 여겨진 순간, 그 물건들은 다시 평범한 고무래와 괭이 등의 농기구로 보였다. (83쪽)


“늘 이런 식으로 식료품을 구하나요? 농부들에게서 그냥 가져오냐고요.” 요리사가 설명했다. “군대를 유지하라고 농부들이 기증하는 거야. 봐라, 우리가 여기서 농부들을 지켜 주지 않으면 브룬즈윅 공작이 와서 몽땅 가져가 버릴걸.” “그러니까 군인들이 농부들의 식료품을 가져가지 않으면 공작이 그럴 거라고요?” (141쪽)


“말도 안 돼요. 죽어 가는 사람들이 그런 슬픈 노래를 듣고 퍽이나 고마워하겠네요. 어쨌거나 허수아비들은 달라요. 노래와 춤, 농담, 옛날이야기 같은 것들이 필요해요. 안 해 주실 거면 다들 집으로 돌아가세요.” (266쪽)



  우리가 먹는 밥알이 모두 목숨이요, 우리랑 똑같이 말하는 줄 안다면, 우리는 밥상맡에서 어떻게 보낼까요? ‘말하는 밥알’이라니 끔찍하거나 무서워서 그만 밥을 못 먹을까요, 아니면 밥알하고 늘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다가 “반가워! 아름답게 내 몸이 되렴!” 하고 외치면서 먹을까요?


  우리가 손에 쥔 연필한테 마음이 있어, 우리가 연필을 써서 닳고 닳을 적마다 연필이 “아, 이제 내 몸이 거의 사라지네.” 하고 말한다면, 우리는 깜짝 놀라서 연필을 집어던질까요, 아니면 연필한테 “응, 여태 온갖 이야기를 적도록 몸을 내주어 고마워. 몽당연필이 되더라도 널 잊지 않아.” 하고 속삭일까요?


  허수아비가 먼먼 마실길을 나서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겁없는 허수아비의 모험》(필립 풀먼/양원경 옮김, 비룡소, 2009)입니다. 허수아비한테는 두렵거나 꺼리는 마음이 없다고 합니다. 모든 하루가 새롭고, 새로운 하루에 맞닥뜨리는 모든 일이 즐거우며, 언제나 둘레 모든 이웃이며 동무하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한다지요.


  시골자락 들판에 서던 허수아비는 시골집 테두리만 보고 듣고 알았습니다. 바야흐로 시골마을을 떠나 큰고장을 이리저리 돌면서, 또 숲을 가로지르면서, 날마다 마주하는 모든 살림이며 숨결이 재미나고 놀랍습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짓을 일삼는 사람들이 아리송하면서 궁금하다지요. 이 아름다운 터전에서 이 아름다운 나날을 왜 어리석은 짓을 하면서 보내는지 알 길이 없다지요.


  허수아비는 길을 가며 노래합니다. 허수아비는 길고긴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웃습니다. 허수아비는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삶길을 싱그럽게 꿈꿉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마음을 가꾸며 스스로 오늘을 이야기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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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 - 첫 선거 설렘이 민주주의 성숙으로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6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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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푸른책시렁 155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0.3.1.



완강한 반대론자들은 18살이면 투표하기에 아직 어리고 학교가 정치로 난장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찬찬히 짚어 보죠. 과연 나이가 많다고 정치적 판단이 성숙하는 걸까요? (5쪽)


적잖은 사회학 개념이 그렇듯이 일본이 ‘대통령’으로 옮긴 번역어가 그대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 일본에선 ‘통령’이란 말이 고대부터 통용되어 익숙한 말입니다. 사무라이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 통령은 ‘무사들을 통솔하는 우두머리’를 뜻했습니다. 지금도 통령이란 말은 일본의 신사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77쪽)


분명한 사실은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모두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대형금고를 설치해두고 애용했다는 점입니다. 전두환이 자신을 따르는 군부의 장성들과 장차관들은 물론,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도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돈 봉투를 선심 쓰듯 나눠 주었다는 증언들은 그 대형금고가 30여 년 지속된 군부독재 시대에 어떤 구실을 했는지 짐작케 합니다. (155쪽)


언론이 호남 독자가 아닌 영남 독자를 확보하려고 ‘신경’ 쓰는 까닭을 알고 나면 너무 단순하여 믿어지지 않을 텐데요, 영남 지역 인구가 호남 지역 인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74쪽)


남쪽의 부익부빈익빈 체제나 북쪽의 ‘수령경제 체제’ 모두 겨레의 미래일 수 없습니다. 남쪽 사회는 자살률, 출산율, 노동시간, 사회복지를 비롯한 삶의 여러 지표에서 ‘경제 선진국’을 자부하기 어렵습니다. 북쪽은 과도한 명령경제 체제가 이어지면서 ‘대량 아사’까지 겪었습니다. (211쪽)



  열여덟 살 푸른나이에 비로소 투표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투표권은 더 넓게 펴야지 싶습니다. 열다섯 살 푸름이도 이 나라에서 꿈을 키우며 살아가기에, 푸름이 앞길을 헤아리는 일꾼을 가리자면 푸름이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자리가 있어야 해요. 어린이도 매한가지입니다. 어린이가 이 땅에서 어린이다우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마음을 펴는 길은, 바로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고서야 나라길로 삼지 못합니다. 열 살 어린이부터 누구나 투표권을 누릴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이와 맞물려 푸름이하고 어린이는 모둠살이라고 하는 길을 생각해야겠지요. 어른을 흉내내어 저지르든, 어른보다 모질게 저지르든, 어른하고 똑같이 저지르든, 학교나 마을에서 어린이·푸름이가 일으키는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놓고 달게 값을 치를 노릇이지 싶습니다. 이 대목을 함께 밝히면서 투표권에 다가서야지 싶어요.


  2020년 4월에 치르는 선거부터 열여덟 살 푸름이가 함께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길을 내다보는 푸름이한테 선거하고 투표권이란 무엇인가를 짚어 주는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손석춘, 철수와영희, 2020)를 읽습니다. 글쓴님은 이 책으로 여러 가지를 다루려 합니다. 열여덟 살 나이라고 해서 ‘삶을 읽는 눈’이 얕은가 하고 물어요. 어떨까요? 스물여덟 살이나 여든여덟 살이기에 ‘삶을 읽는 눈’이 깊을까요? 열일곱이나 열여섯이나 열다섯은 어떨까요?


  흔히 ‘어린이한테서 배운다’고 말합니다. 줄세우기나 돈힘이나 이름값에 하나도 매이지 않는 어린이 마음이기에 어느 일이든 더 또렷하면서 환하고 맑으면서 정갈하게 밝힌다고 하지요. 티가 없는 마음으로 참하면서 착하게 말한다고 합니다.


  모둠살이에 찌들거나 얽매여 참소리를 내지 않거나 못하는 어른이 많다면, 외려 ‘나이 많은 사람’은 투표권을 못 쓰도록 할 일은 아닐까요? 이를테면 잘못을 숱하게 일으킨 사람한테는 투표권을 없애듯이 말이지요.


  뒷돈을 주고받은 어른 모두, 헐뜯기를 일삼는 어른 모두, 누리판에서 몰래 남을 괴롭히거나 흉보는 어른 모두, 교통법규를 툭하면 어기는 어른 모두, …… 투표권을 없애고 세금을 더 내도록 나라틀을 세울 노릇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2020년 4월에 치르는 선거를 놓고서 전남 고흥이란 고장에서 국회의원에 나서려는 이들이 내놓은 정책을 보니, 하나같이 삽질입니다. 이런 찻길을 더 놓고, 저런 다리를 더 놓으며, 그런 산업을 꾀하도록 끝없이 파헤치고 시멘트집을 세우는 정책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이 삽질을 더 바라기에 삽질 정책만 가득 선보일까요? 삽질 정책을 펴야 이곳저곳에서 떡고물이 많이 떨어지니 이러한 모습을 자꾸 되풀이할까요?


  투표권하고 비례대표도 찬찬히 볼 노릇입니다만, 선거 후보자로 나서는 이가 ‘삽질 정책’만 쏟아내지 않도록 ‘돈을 들여서 펼 정책’하고 ‘돈을 안 들이고도 틀을 고치거나 바로잡으면서 알차게 일할 정책’을 나란히 밝혀서 지키도록 다스리기도 해야지 싶습니다. ‘돈을 들여서 펼 정책’은 ‘어느 부피를 넘지 못하도록’ 막고, 이를 어기면 후보자 등록을 취소하는 틀도 있어야지 싶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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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표 영어 구구단 + 파닉스 2단 : 일반동사 - 알파벳 없이 입으로 익히는 어린이 영어 아빠표 영어 2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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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590


《아빠표 영어구구단+파닉스 2단 동사》

 마이크 황

 miklish

 2018.5.5.



한국말하고 영어는 다르고, 한국말하고 일본말은 다르며, 한국말하고 중국말은 다르다. 모든 말은 다른데, 한국말뿐 아니라 모든 나라 모든 말은 고장마다 다르다. 말을 배운다고 할 적에는 언제나 이 다른 결을 느끼면서 헤아려야 한다. 한국말을 처음 배우는 아기도 사람들이 내는 소릿결이 다르구나 하고 알아차리기에 혀랑 입술이랑 입이랑 모두 다르게 가누면서 소리를 터뜨리고, 귀를 열며, 생각을 움직인다. 《아빠표 영어구구단+파닉스 2단 동사》는 ‘움직씨’를 짚는다. 왜 움직씨일까? 움직이는 삶을 담아내니까. ‘움직씨’ 가운데 몇 낱말, ‘like’하고 ‘give’하고 ‘have’를 다루는데,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낱말을 다뤄도 될까 궁금하다. 고작 세 낱말이 뭐가 많냐고 할 테지만, 한국말하고 영어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like’이든 ‘give’이든 ‘have’이든 한 가지로만 풀어낼 수 없다. 더욱이 영어를 가르치는 분들은 ‘have’를 ‘가지다’ 하나로만 풀어내면서 끝내기 일쑤인데, 그러면 안 된다. 왜냐하면 한국말에서 ‘가지다’는 잘 안 쓰니까. 제법 쓰는 말인 ‘가지다’이지만, ‘가다’에 대면 ‘가지다’는 안 쓴다고 할 만하고, ‘있다’를 헤아리면 ‘가지다’는 쓰임새가 아예 없다고까지 할 만하다. “I have ice”는 “나는 얼음을 가진다”일 수 없다. “나는 얼음이 있다”나 “나한테 얼음이 있다”여야 맞다. 《아빠표 영어구구단+파닉스 2단 동사》에 나온 사진으로 보자면, 손바닥에 얼음을 얹었으니 “내 손에 얼음을 놓았다”나 “난 얼음을 쥔다”처럼 풀어도 되겠지. 다시 말하자면, 영어 낱말 하나를 놓고 한국말로 얼마나 다르게 풀어내는가를 보여주고, 한국말 한 마디를 놓고 영어로 또 얼마나 다르게 풀어내는가를 먼저 보여주고서 여러 낱말을 두루 짚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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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표 영어 구구단 + 파닉스 1단 : 명사 - 알파벳 없이 입으로 익히는 어린이 영어 아빠표 영어 1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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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589


《아빠표 영어구구단+파닉스 1단 명사》

 마이크 황

 miklish

 2018.5.5.



영어를 배우는 길은 여럿이다. 학교를 다니며 배울 수 있고, 집에서 배울 수 있으며, 마을에서 배울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다 좋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 가서 영어를 배워도 좋으며, 한국에 살며 영어를 배워도 좋다. 교과서를 쓰든 교재를 쓰든 대수롭지 않다. 《아빠표 영어구구단+파닉스 1단 명사》는 영어를 배울 어린이한테 맞추려는, 아무래도 초등학교나 교과서나 여러 교재가 아쉽다고 여긴 대목을 글쓴님 나름대로 이녁 아이하고 배우는 길에 깨달은 바를 풀어낸 책이라고 할 만하다.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를 본 분이라면 ‘아빠표 영어구구단’이 얼마나 단출하면서 쉽게 짚어 주는가를 알리라 본다. 왜 초등학교 교과서는 이처럼 엮거나 풀어내지 않을까? 왜 초등학교라는 자리에서는 더욱 가벼우면서 부드러이 짚는 길을 가지 않을까? 참으로 마땅하지만, 초등학교에는 시험이 있고, 점수를 매긴다. 게다가 줄을 세운다. 초등학교를 마친 다음에 중·고등학교로 가면 이윽고 대학시험을 쳐다봐야 하고, 대학교에 들어간 다음에도 자꾸자꾸 ‘영어시험’에 휘둘려야 한다. 이러다 보니 이 나라에서는 영어 배우기를 놀이처럼 즐기지 못하고 머리에 외우는 틀로 갇히기 쉽다. 《아빠표 영어구구단+파닉스》 꾸러미는 이 대목에서 좋다. 무겁게 배워야 할 까닭이 없고, 우리 둘레에서 늘 마주하는 삶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소릿결’을 느끼면 된다.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이름씨’를 다루는 영어를 아버지인 내가 우리 아이들한테 들려주려 할 적에, ‘숲’이 무엇인지 ‘나무’가 무엇인지 ‘바람’이 무엇인지 ‘물’이랑 ‘비’랑 ‘해’랑 ‘별’이랑 ‘꽃’이랑 ‘풀’이랑 ‘노래’랑 ‘눈’을 먼저 짚겠지. 눈도 바라보는 눈하고 내리는 눈하고 푸나무에 트는 눈이 있으니, 이러한 이야기를 이름씨로 먼저 다루고 싶다. 아쉽다기보다 한국에 있는 모든 영어 교과서나 교재는 숲도 들도 바람도 너무 멀리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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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과학이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9
신나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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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7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

 신나미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0.2.18.



보이는 현상에서 보이지 않는 법칙을 발견해 내는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관찰과 실험입니다. (14쪽)


은하수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우리가 속한 은하의 옆모습이었습니다. 우리의 별인 해가 그 은하에 있는 별들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지요. (32쪽)


언뜻 보면 별들은 모두 똑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다채롭습니다. 노란 별, 조홍 별, 붉은 별, 초록 별, 푸른 별, 하얀 별이 있어요. (39쪽)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소와 산소의 원자핵도 우주 어딘가에 있는 뜨거운 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68쪽)


지렁이는 지구의 생태계에서 거의 최하위 소비자로 두더지, 고슴도치, 새 들을 비롯해 수많은 동물의 먹이가 됩니다. 살아서는 식물을 자라게 하고, 죽음으로써 동물을 자라게 하는 지렁이는 정말 귀중한 생물 아닌가요. (112쪽)



  집에서 돌보는 푸나무라면 물을 꼬박꼬박 주어야 살아갑니다. 들이며 숲이며 길에서 자라는 푸나무라면 누가 물을 안 주어도 잘 살아갑니다. 언뜻 보면 아리송할 테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집풀하고 들풀이 왜 다른가를 손쉽게 알아챌 만해요.


  집풀은 좁은 꽃그릇에서 살아가기에 뿌리를 뻗는 깊이나 너비가 얕아요. 더구나 집안에서는 언제나 메마른 터라 밤새 이슬이 내리지 못합니다. 들풀은 마음껏 뿌리를 내릴 뿐 아니라 이웃 들풀 뿌리하고 만나서 서로 도와요. 게다가 들풀은 밤새 이슬을 머금습니다. 때로는 비가 오고요. 꽃그릇은 좁은 틀이기에 비처럼 한꺼번에 줄줄이 내려도 물을 머금기가 어렵지만, 들판이나 숲에서는 둘레 풀뿌리랑 나무뿌리가 함께 물을 건사할 뿐 아니라, 커다란 나무가 몸에 품은 물을 틈틈이 조금씩 내놓으니, 들풀이며 숲풀은 가물어도 마르지 않습니다.


  어린이하고 과학을 함께 생각하는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신나미, 철수와영희, 2020)를 읽다가 생각합니다. 이 작은 책은 초등학교 테두리에서 어린이가 알아둘 만한 과학 지식을 살살 짚기도 합니다만, 이보다는 과학이 태어난 바탕을 어린이 스스로 헤아리도록 북돋우지 싶어요.


  뛰어난 재주꾼이나 길잡이가 알려주기에 알 만한 과학이지 않아요. 우리가 스스로 살펴보면 어느새 알아낼 만한 과학입니다. 학문이나 학교에서는 ‘탐구·실험·숙고’ 같은 일본 한자말을 쓰지만, ‘살펴보고 해보고 헤아리면’ 누구나 무엇이든 스스로 찾아냅니다. 살펴보기란, 스스로 깊고 넓게 보는 몸짓입니다. 해보기란, 남한테 맡기지 않고서 스스로 하는 몸짓입니다. 헤아리기란, 바로 내가 마음을 기울여서 생각하는 길입니다.


  어른이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이름은 ‘누가 스스로 생각하고 살피고 곱씹은 끝에 짓기’ 마련이에요. 고장마다 사투리가 다르고, 나라마다 말이 다른 까닭을 알 만할까요? 모두 스스로 생각해서 바라보고 말하거든요.


  다시 말하자면, 과학이란, 남한테 기대지 않고서 삶을 스스로 마주하고 부딪히고 헤아리면서 알아내는 길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과학만 이렇지 않아요. 문학도 수학도 철학도 스스로 마주하기에 알아냅니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언제나 스스로 바라보고 부대끼면서 알아내고 누려요. 오늘날 이 삶터 흐름도 어린이 스스로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새길을 일굴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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