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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과학이 뭐예요?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9
신나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0년 2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맑은책시렁 227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
신나미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0.2.18.
보이는 현상에서 보이지 않는 법칙을 발견해 내는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관찰과 실험입니다. (14쪽)
은하수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우리가 속한 은하의 옆모습이었습니다. 우리의 별인 해가 그 은하에 있는 별들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지요. (32쪽)
언뜻 보면 별들은 모두 똑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다채롭습니다. 노란 별, 조홍 별, 붉은 별, 초록 별, 푸른 별, 하얀 별이 있어요. (39쪽)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소와 산소의 원자핵도 우주 어딘가에 있는 뜨거운 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68쪽)
지렁이는 지구의 생태계에서 거의 최하위 소비자로 두더지, 고슴도치, 새 들을 비롯해 수많은 동물의 먹이가 됩니다. 살아서는 식물을 자라게 하고, 죽음으로써 동물을 자라게 하는 지렁이는 정말 귀중한 생물 아닌가요. (112쪽)
집에서 돌보는 푸나무라면 물을 꼬박꼬박 주어야 살아갑니다. 들이며 숲이며 길에서 자라는 푸나무라면 누가 물을 안 주어도 잘 살아갑니다. 언뜻 보면 아리송할 테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집풀하고 들풀이 왜 다른가를 손쉽게 알아챌 만해요.
집풀은 좁은 꽃그릇에서 살아가기에 뿌리를 뻗는 깊이나 너비가 얕아요. 더구나 집안에서는 언제나 메마른 터라 밤새 이슬이 내리지 못합니다. 들풀은 마음껏 뿌리를 내릴 뿐 아니라 이웃 들풀 뿌리하고 만나서 서로 도와요. 게다가 들풀은 밤새 이슬을 머금습니다. 때로는 비가 오고요. 꽃그릇은 좁은 틀이기에 비처럼 한꺼번에 줄줄이 내려도 물을 머금기가 어렵지만, 들판이나 숲에서는 둘레 풀뿌리랑 나무뿌리가 함께 물을 건사할 뿐 아니라, 커다란 나무가 몸에 품은 물을 틈틈이 조금씩 내놓으니, 들풀이며 숲풀은 가물어도 마르지 않습니다.
어린이하고 과학을 함께 생각하는 《선생님, 과학이 뭐예요?》(신나미, 철수와영희, 2020)를 읽다가 생각합니다. 이 작은 책은 초등학교 테두리에서 어린이가 알아둘 만한 과학 지식을 살살 짚기도 합니다만, 이보다는 과학이 태어난 바탕을 어린이 스스로 헤아리도록 북돋우지 싶어요.
뛰어난 재주꾼이나 길잡이가 알려주기에 알 만한 과학이지 않아요. 우리가 스스로 살펴보면 어느새 알아낼 만한 과학입니다. 학문이나 학교에서는 ‘탐구·실험·숙고’ 같은 일본 한자말을 쓰지만, ‘살펴보고 해보고 헤아리면’ 누구나 무엇이든 스스로 찾아냅니다. 살펴보기란, 스스로 깊고 넓게 보는 몸짓입니다. 해보기란, 남한테 맡기지 않고서 스스로 하는 몸짓입니다. 헤아리기란, 바로 내가 마음을 기울여서 생각하는 길입니다.
어른이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이름은 ‘누가 스스로 생각하고 살피고 곱씹은 끝에 짓기’ 마련이에요. 고장마다 사투리가 다르고, 나라마다 말이 다른 까닭을 알 만할까요? 모두 스스로 생각해서 바라보고 말하거든요.
다시 말하자면, 과학이란, 남한테 기대지 않고서 삶을 스스로 마주하고 부딪히고 헤아리면서 알아내는 길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과학만 이렇지 않아요. 문학도 수학도 철학도 스스로 마주하기에 알아냅니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언제나 스스로 바라보고 부대끼면서 알아내고 누려요. 오늘날 이 삶터 흐름도 어린이 스스로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새길을 일굴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