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의 장미 다산어린이 그림책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정숙경 옮김 / 다산어린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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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9



즐겁게 놀고 싶은 생각

― 노라의 장미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남주현 옮김

 두산동아 펴냄, 1996.11.13. (2012년에 다산어린이에서 새로 펴냄)



  하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 땅에 서서 맨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랗게 빛나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파란 빛깔을 넘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지 못합니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어 둘레에 불빛이 사라지면, 파란 빛깔 뒤에 무엇이 있는지 조금은 짚을 수 있습니다. 낮에는 거의 알아볼 수 없던 수많은 별을 헤아립니다. 다만, 도시에서는 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골에 있어야 별을 볼 수 있는데, 시골에서도 읍내나 면소재지를 벗어나야 하고, 조용하고 깊은 마을에서도 전깃불을 안 밝힌 데에 있어야 합니다.


  낮에 보는 하늘과 밤에 보는 하늘은 무엇이 다를까요. 낮에는 무엇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낮에는 어떤 터전을 느낄 수 있고 밤에는 어떤 삶자락을 알 만할까요.





.. 강아지 키키, 인형 마기와 곰인형 푸도 감기에 걸린 노라와 함께 방 안에만 있어야 햇습니다 ..  (2쪽)



  바다 너머는 그저 바다이지 않습니다. 바다 끝까지 보려고 하면 그저 바다만 보일는지 모르나, 저 바다 너머에는 다른 뭍이 있습니다. 우리 맨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 해서 바다 너머에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다. 바다 너머에는 우리가 발을 디딘 이곳과는 다른 터전이 있습니다. 바다 너머에서도 우리가 있는 이곳을 똑같이 바라봅니다.


  땅밑은 어떠한 터전일까요. 아직 땅밑으로 깊이 파고든 사람은 거의 없어서, 땅밑이 어떠한 터전인지 똑똑히 아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이를테면, 땅밑으로 십 킬로미터나 백 킬로미터쯤 들어가 본 사람이 없습니다. 땅밑으로 오백 킬로미터나 천 킬로미터쯤 들어가 본 사람이 없어요.


  과학은 아무것도 밝히지 않습니다. 과학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학에 기댄다면 아무것도 알 길이 없습니다. 과학이 들려주는 지식으로는 삶을 제대로 읽지 못합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생각입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생각을 기울이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온마음을 쏟아 생각을 밝히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 노라의 장미꽃은 이웃집에도 가고, 음악회에도 가고, 파티에도 갔습니다. “나도 가고 싶어…….” ..  (15쪽)



  이치카와 사토미 님이 빚은 예쁜 그림책 《노라의 장미》(두산동아,1996)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 ‘노라’는 그만 고뿔에 걸려 자리에 드러눕습니다. 꽤 여러 날 집에만 머뭅니다. 바깥에 나가 놀고 싶지만 바깥에 나가지 못합니다. 동무들과 어울리고 싶고, 신나는 잔치마당에 가고 싶지만, 아무것도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할 수 있습니다. 노라가 머무는 방에서 창문으로 장미나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노라네 집 앞으로 지나가는 이웃들이 노라네 집 장미나무에 맺힌 어여쁜 꽃송이를 하나씩 따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웃들은 노라네 장미꽃을 아주 반기면서 한 송이씩 꺾습니다. 노라는 창문으로 장미꽃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나도 나가서 놀고 싶다고, 나고 잔치마당에 가고 싶다고, 나도 훌훌 털고 일어나고 싶다고, 온갖 생각을 합니다.


  즐겁게 놀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 노라한테 장미꽃 넋이 찾아옵니다. 노라는 장미나라로 나들이를 갑니다. 장미나라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놉니다. 노라는 즐거운 놀이와 신나는 잔치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기에 두 가지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 즐거움과 기쁨을 어떻게 오래오래 건사하면서 누릴까 하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일을 한 가지 합니다.


  바로 그림입니다. 노라 스스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노라가 앞으로도 즐겁게 맞이하면서 기쁘게 사랑하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담아요.





.. 장미꽃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잘 말릴까요? 아니면, 말린 꽃잎을 조그만 단지에 넣어 둘까요? 향수로 만들면 어떨까요 ..  (27쪽)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 봅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알지 않습니다. 책을 읽거나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볼 수 있지 않고 알 수 있지 않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하나도 알아내지 못합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책을 안 읽고 학교를 안 다녔어도 스스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밥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옷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그리고 삶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짓지 못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집과 밥과 옷을 지으면서 하루를 새롭게 짓습니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뛰놀 수 있는 까닭은 오직 하나입니다. 즐겁게 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기 때문입니다. 4347.11.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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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1-22 13:17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넘 이뻐요

숲노래 2014-11-22 15:14   좋아요 0 | URL
그림을 그린 분이 어릴 적 겪은 일을 그렸나 하고
가만히 생각하면서
이쁜 그림을 한껏 누렸습니다~
 
화가 난 수박 씨앗 호호할머니의 기발한 이야기 4
사토 와키코 글.그림, 박숙경 옮김 / 한림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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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8



씨앗 한 톨과 온누리

― 수박 씨앗

 사토 와키코 글·그림

 박숙경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5.7.15.



  수박씨는 아주 작아요. 참으로 작지요. 커다란 수박을 커다란 칼을 숙 집어넣어 쩍 하고 갈라 보셔요. 촘촘히 박힌 까맣거나 하얀 씨앗은 참으로 작습니다. 다만, 다른 풀씨와 견주면 아주 큽니다. 이를테면, 배추씨나 당근씨하고 수박씨를 대면, 수박씨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겁습니다. 민들레씨나 고들빼기씨하고 수박씨를 대면, 수박씨는 몹시 크고 무겁지요. 나팔꽃씨랑 부추씨하고 견주어도 수박씨는 참으로 크고 무거워요.


  호박씨도 꽤 큽니다. 여느 풀씨에 대면 퍽 큽니다. 호박씨나 수박씨는 서로 엇비슷합니다. 같은 ‘박’이라 그럴 수 있는데, 다른 풀씨와 견주어 무척 크다 싶은 수박씨이지만, 나중에 수박잎이 나고 수박덩굴이 뻗으며 수박알이 맺는 모습을 보면, ‘어쩜 이리 작은 씨앗에서 어쩜 이리 큰 열매가 맺나’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합니다.



..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는 기분 좋은 날. 호호할머니는 정원에 수박 씨앗을 심었습니다. 구멍을 파서 씨앗을 넣고, 조심조심 흙을 덮었습니다. “맛있는 수박이 열리도록 해 주세요.” 하고 빌면서 말입니다 ..  (2쪽)





  도시에서는 수박씨나 호박씨를 심어서 거두기에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그마한 골목집에서 살며 수박씨를 알뜰히 심어 넝쿨이 찬찬히 뻗으면서 큼지막한 호박알이 맺도록 하는 할매가 꽤 많아요. 날마다 살피고 찬찬히 건사하면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호박알을 얻어요. 수박알을 도시에서 얻기란 만만하지 않을 테지만 빈터를 살리면 수박씨도 심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수박씨를 심어서 수박꽃을 보고 수박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학교마다 아스콘을 까느니 인조잔디를 까느니 하는데, 이런저런 것은 다 덧없어요. 엉뚱한 곳에 돈을 쓰지 말고 수박씨를 심으면 아주 즐겁습니다. 수박씨를 심어서 기르기 어려우면 수박싹(수박 모종)을 사다가 심어도 돼요.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수박풀을 바라보면서 ‘우와, 수박알은 이렇게 맺는구나!’ 하고 놀라리라 생각해요. 가게에서 사다 먹는 수박이 아니라, 동네나 학교에서 손수 심어서 손수 거두는 수박알이란 대단히 맛나고 시원하리라 생각해요.



.. 여우가 자리를 뜨자마자, 호호할머니는 얼른 땅을 파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까만 수박 씨앗만 나왔습니다. “이게 뭐야, 수박 씨앗이잖아. 아하, 아까 내가 심었던 거구나.” 그러자 갑자기 까만 수박 씨앗이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  (13쪽)




  사토 와키코 님이 빚은 그림책 《수박 씨앗》(한림출판사,2005)을 읽습니다. 수박씨는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자라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아이입니다. 수박씨는 흙에 깃들면서 가장 씩씩하고, 흙과 함께 지내면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아무렴, 씨앗인걸요.


  모든 씨앗은 흙을 좋아합니다. 아니, 모든 씨앗은 흙에서 살아갑니다. 모든 씨앗은 흙 품에 안겨서 해님과 비님과 바람님이 베푸는 숨결을 먹으며 살아요. 여기에, 지구별에서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 손길을 곱게 받으면서 큽니다.


  그런데, 그림책 《수박 씨앗》에 나오는 수박씨는 좀처럼 사랑을 못 받아요. 모두들 ‘땅에 대단한 보배’가 묻혔다고 여기면서 자꾸 파서 들춥니다. 이러고는 ‘고작 수박씨’가 있다면서 섭섭해 합니다. 흙 품에 안겨서 고이 잠들어 새로 깨어나야 할 수박씨는 잠도 못 잘 뿐 아니라, 아주 골이 날 만한 말만 잇달아 듣습니다.




.. 수박을 먹을 때도 시끄럽습니다. 칼로 수박을 쩍 갈랐더니 안에서 이런 고함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이래도, 이래도 내가 시시해 보여? 엉!” ..  (27쪽)



  씨앗을 심었으면 흙을 믿어야 해요. 씨앗을 심은 뒤에는 볕이 잘 들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해요. 씨앗을 심은 자리에 빗물과 바람이 골고루 찾아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릅니다. 씨앗은 이 모든 기운을 받아 숙숙 올라오고, 멋진 꽃을 피우며, 알찬 열매를 맺어요.


  씨앗 한 톨에 온누리가 깃듭니다. 씨앗 한 톨에서 모든 목숨이 비롯합니다. 씨앗 한 톨에 꿈이 깃들고, 씨앗 한 톨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자랍니다.


  우리 모두 씨앗을 심어요.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우리 함께 씨앗을 심어요. 삶을 가꾸고, 밭을 가꾸며, 사랑을 가꾸어요. 4347.11.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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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과 사이먼 베틀북 그림책 90
바바라 매클린톡 지음, 문주선 옮김 / 베틀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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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7



내가 너 때문에 산다

― 아델과 사이먼

 바바라 매클린톡 글·그림

 문주선 옮김

 베틀북 펴냄, 2007.10.10.



  동생한테는 누나가 있어서 즐겁습니다. 누나한테는 동생이 있어서 즐겁습니다. 둘은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둘은 서로 보듬고 아끼면서 하루를 마음껏 즐깁니다. 누나는 칠칠맞은 동생을 건사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상냥하게 웃으면서, 때로는 부아를 내면서, 예쁜 동생을 데리고 이곳저곳 나들이를 다닙니다.


  바바라 매클린톡 님이 빚은 그림책 《아델과 사이먼》(베틀북,2007)에 나오는 아델과 사이먼은 서로 아끼는 사이좋은 누나와 동생 사이입니다. 누나는 동생을 돌보다가 으레 골이 납니다. 제발 네 물건을 아무 데나 흘리면서 잃지 말라고 말하지만, 동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줄줄이 흘립니다. 어디에서 잃는지 하나도 모르고, 잃었어도 근심을 하지 않아요. 장갑 한 짝을 떨어뜨려도 다른 한 짝이 아직 남았다 말하고, 다른 한 짝마저 어느새 길에 흘립니다.





.. 아델과 사이먼은 길모퉁이 채소 가게에서 비스킷 아주머니를 만났어요. 아주머니는 사과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사이먼이 아델의 옷을 잡아끌었어요 ..  (6쪽)



  일곱 살 아이가 네 살 동생한테 책을 읽어 줍니다. 졸음이 얼굴에 가득한 네 살 동생은 잠자리로 파고들면서 말합니다. “나, 누워서 읽을래.” 일곱 살 아이는 동생이 바라는 대로 잠자리에 누워서 읽도록 해 줍니다. 그림책을 들고 와서 동생한테 종알종알 읽어 줍니다. 일곱 살 아이는 ‘책 읽어 주기’를 오래오래 합니다. 한 권 읽고 두 권 읽고 세 권 읽고, 거침없고 지치지 않습니다.


  참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지칠 일이 없습니다. 참말 즐기는 놀이라면 고단할 턱이 없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라면 지치지 않고 고단하지 않아요. 늘 웃음이 피어납니다. 늘 따스한 손길과 눈길이 되어 마음 가득 기쁜 웃음이 샘솟습니다.





.. “있잖아, 누나. 내 장갑 한 짝 못 봤어?” “또야?” 둘은 장갑을 찾아 여기저기 다녔어요. 하지만 끝내 찾지 못했지요. 그래도 사이먼은 하나도 걱정하지 않았어요. 아직 한 짝이 남아 있잖아요 ..  (12∼13쪽)



  큰아이는 작은아이를 바라보면서 삽니다. 작은아이는 큰아이를 바라보면서 삽니다. 어버이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살고, 아이는 어버이를 바라보면서 삽니다. 사람들은 서로 바라보면서 삽니다. 서로서로 따사로운 손이 되고, 너그러운 마음이 됩니다.


  그림책 《아델과 사이먼》은 여러모로 재미있습니다. 꼬물꼬물 앙증맞으면서 애틋한 그림이 가득한 책에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얼거리이면서, 두 아이가 씩씩하게 돌아다니는 동네 모습이 넉넉하게 흐릅니다. 두 아이는 온갖 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이웃을 만납니다. 두 아이(가 아닌 동생 혼자)는 온갖 물건을 흘리지만, 따순 이웃은 이 아이(가 아닌 동생 혼자)가 흘린 물건을 찬찬히 찾고 주워서 집으로 가져다줍니다.


  모든 것은 언제나 제자리로 갑니다. 모든 것은 언제나 제길로 흐릅니다. 모든 것은 언제나 제대로 짝을 찾습니다. 모든 것은 언제나 제 넋을 빛냅니다.




.. “누나, 내일도 나 데리러 올 거지?” “응, 그래야지.” 아델이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사이먼은 누나가 잔소리를 시작하기 전에 얼른 잠들어 버렸답니다 ..  (31쪽)



  그림책을 덮습니다. 나한테도 사랑스러운 형이 한 사람 있습니다. 우리 형한테도 사랑스러운 동생이 한 사람 있을 테지요. 우리 집 곁님한테는 사랑스러운 동생이 두 사람 있습니다. 우리 집 곁님을 사랑스러운 언니와 누나로 여기는 동생은 오늘도 저마다 제 삶자리에서 즐겁게 하루를 빚을 테지요.


  서로 아끼는 마음이 모여 보금자리를 이룹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어우러져 마을을 이룹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지구별을 이룹니다. 4347.11.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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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 창작 이야기 곧은나무 그림책 9
민퐁 호 지음, 홀리 미드 그림, 윤여림 옮김 / 곧은나무(삼성출판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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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6



우리 마음속 따순 숨결로

― 쉿!

 민퐁 호 글

 홀리 미드 그림

 윤여림 옮김

 곧은나무 펴냄, 2005.9.1.



  쉿. 아기가 잡니다. 조용히 하셔요. 쉿. 아기가 잠들려 합니다. 조용히 하셔요. 손전화도 끄고, 텔레비전도 끄고, 신문도 부스럭거리지 말고, 설거지도 하지 말고, 젓가락으로 접시를 건드리지도 말고, 문도 함부로 여닫지 마셔요. 아기가 새근새근 잘 수 있도록 모두 발소리를 죽이고 걸어요.


  쉿. 아기가 잡니다. 노랫소리를 줄이거나 자장노래로 바꾸셔요. 춤사위는 그치고 사근사근 보드라운 손길로 토닥토닥 아기 가슴을 어루만져요. 오토바이는 못 지나가게 하고, 자동차도 못 다니게 하고, 아기 자는 둘레에서 재잘거리면서 수다를 피우지도 마셔요.



.. 쉿! 누가 바람 속에서 우는 걸까? ..  (4쪽)





  언제 어디에서나 아기가 맨 먼저입니다. 버스에 탈 적에도, 버스에서 내릴 적에도, 언제 어디에서나 아기가 맨 먼저입니다. 다른 사람은 기다리셔요. 아무리 바빠도 아기를 밀치지 마셔요. 아무리 서둘러야 해도 아기 옆에서는 발걸음 사근사근 찬찬히 지나가셔요. 그리고, 아기 옆을 스쳐 지나갈 적에는 아기한테 빙그레 웃음을 지으셔요. 왜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요? 왜냐하면, 이녁도 아기였을 적에 이녁 이웃 아재와 아지매 모두 이렇게 했답니다. 따사로운 사랑이 흐르도록 모두 마음을 기울였고, 아름다운 숨결이 고이 쉬도록 모두 마음을 쏟았어요.



.. 도마뱀아, 도마뱀아! 그렇게 엿보지 말아라. 아기가 자고 있잖이? 도마뱀아, 도마뱀아!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라. 요 옆에서 우리 아기가 자고 있단다 ..  (8쪽)





  아기가 잘 적에는 컴퓨터도 하지 마셔요. 자판을 두들기거나 다람쥐를 콕콕 누르는 소리조차 아기한테는 안 좋아요. 다만, 창밖에서 멧새가 지저귀는 노랫소리는 괜찮아요. 집 앞으로 흐르는 개울물이 들려주는 노랫소리는 좋아요. 집 둘레 풀밭과 숲에서 퍼지는 풀벌레 노랫소리는 아름답지요. 구름이 흐르는 소리와 나뭇가지가 한들거리는 소리는 모두 예뻐요.


  아기는 저를 뱃속에서 품은 어머니가 포근하면서 아늑하게 감싸 주었듯이, 이 땅에서도 다른 어른들이 저를 포근하면서 아늑하게 보듬어 주기를 바라요. 아기한테만 따스한 손길이 아니라 모든 이웃한테 따스한 손길이 되기를 바라요. 아기한테만 살가운 눈길이 아니라 모든 이웃한테 살가운 눈길이 되기를 바라요.



.. 온 세상이 조용하고, 고요하네요. 엄마도 창턱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어요. 달이 나무 위로 떠다닐 뿐,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아요. 산들바람도 불지 않아요 ..  (31쪽)





  민퐁 호 님이 글을 쓰고, 홀리 미드 님이 그림을 넣은 《쉿!》(곧은나무,2005)을 읽습니다. 아시아에 있는 수많은 별 같은 나라 가운데 타이에서 날아온 그림책입니다. 타이라는 나라에서 시골자락 사람들 삶이 그림책에 잔잔하게 흐릅니다. 타이라는 나라에서 시골마을 어머니 사랑이 그림책에 차분하게 감돕니다. 따사로운 빛과 포근한 숨결과 아늑한 눈길이 골고루 어우러진 즐거운 노래가 고즈넉하게 퍼집니다.



.. 아기만 혼자 동그란 눈을 반짝이네요 ..  (32쪽)



  우리 마음속 따순 숨결로 사랑을 속삭입니다. 우리 마음속 따순 이야기로 꿈을 짓습니다. 우리 마음속 따순 노래로 삶을 가꿉니다. 우리 마음속 따순 웃음으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어머니는 가까스로 아기를 재웁니다. 이러는 사이 어머니도 살몃살몃 곯아떨어집니다. 이제 모두 조용합니다. 이제 모두 잠이 듭니다. 그런데, 이때에 아기가 말똥말똥 눈을 떠요. 모두 조용한 때에 아기는 혼자 눈을 뜨고는 까르르 웃으며 놀아요.


  이 사랑스러운 아기가 자라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됩니다. 사랑을 받으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된 아기가 새롭게 사랑을 꽃피우면서 새롭게 아기를 낳습니다. 그러고는 이윽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됩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모두 아기로 태어났고,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사랑을 기쁘게 베풉니다.


  사랑이 흐르고 흘러 삶이 되고, 사랑이 자라고 자라 삶꽃이 핍니다. 4347.11.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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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좋아 비룡소의 그림동화 102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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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5



나도 네가 좋단다

― 아빠가 좋아

 사노 요코 글·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펴냄, 2003.7.18.



  낮에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옵니다. 모처럼 면소재지 빵집에 들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빵을 한 조각씩 고르고, 어머니 몫으로 하나 더 고릅니다. 두 아이는 자전거에 앉아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맛나게 빵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나는 집에 닿은 뒤 빵을 곧바로 내주지 않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 빵을 주겠노라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밥 먹고 빵 먹어요? 알았어요.” 하고 말하더니 놀면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아니, 작은아이는 놀이에 빠져들어 밥도 빵도 잊습니다. 이와 달리 큰아이는 배가 퍽 고픈 듯합니다. 마룻바닥에 엎드려 손으로 가리면서 한참 무엇인가 쓰더니 종이를 척척 접어서 나한테 건넵니다. “자, 편지예요. 보세요.” 저녁밥을 짓느라 부산을 떨다가 살짝 겨를을 내어 큰아이 편지를 엽니다. 큰아이는 그림편지를 썼습니다. 큰아이는 ‘빵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커다란 종이에 가득가득 쓰면서 온갖 빵 그림을 신나게 그렸습니다. 그렇구나, 참말 먹고 싶구나. 기다리렴, 오늘 저녁은 아주 맛나게 차릴 테니까.




.. 아기 곰이 물었어요. “엄마, 아빠는 언제 돌아오세요?” 엄마 곰이 대답했지요. “머지않았단다. 목련꽃이 필 때쯤이면 돌아오실 거야.” ..  (6쪽)



  보글보글 밥이 끓습니다. 알맞게 물을 맞춘 뒤 냄비에 불을 넣으면, 냄비에 담긴 물은 천천히 끓으면서 쌀알을 익힙니다. 딱딱한 쌀알은 천천히 익으면서 살살 풀어집니다. 보드라운 밥이 됩니다. 밥이 익을 무렵 아이들은 밥내음을 맡습니다. 마루에서 놀다가 밥내음을 킁킁 맡으면서 까르르 웃습니다. 놀다가 웃는 아이들은 어느새 노래를 부릅니다. 곧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밥내음을 맡으면서 웃고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니, 밥을 짓는 어버이 손길은 한결 부산하고 정갈합니다.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로 밥을 짓습니다.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로 밥을 지으니, 이 밥을 먹는 아이들은 새삼스레 웃음과 노래를 받아먹습니다.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서 내주는 어버이도 아이와 함께 밥을 먹는 동안 어느새 새롭게 웃음과 밥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함께 먹을 밥을 차리니 즐겁습니다. 함께 먹을 밥을 지을 수 있으니 기쁩니다. 어버이 자리에 서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북돋울 밥 한 그릇 내놓을 수 있으니 반갑습니다. 어버이로서 날마다 밥을 지어 오순도순 하루를 열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목숨을 잇는 밥을 손수 짓는 하루는 사랑을 짓는 삶입니다.





.. 아기 곰이 말했어요. “아빠, 산책하러 가요.” “좋지” ..  (12쪽)



  사노 요코 님이 빚은 그림책 《아빠가 좋아》(비룡소,2003)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서도 ‘가시내(어머니, 여자, 암컷)’가 집일을 도맡고, 집에서 밥을 짓습니다. 사노 요코 님은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라든지 《산타클로스는 할머니》 같은 그림책을 그리기도 했는데, 《아빠가 좋아》라는 그림책에서는 ‘어버이 구실’을 조금 더 넓게 헤아리면서 담지는 못합니다. 아무래도 한국 사회이든 일본 사회이든, 밥짓기나 집살림은 ‘사내(아버지, 남자, 수컷)’가 거의 안 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여러 나라와 사회에서 사내가 집일도 집살림도 밥짓기도 거의 안 한다 할지라도, 어린이책과 그림책에서 이 대목을 한결 슬기롭고 아름답게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밥을 짓고, 함께 살림을 가꾸며, 함께 아이랑 놀며 사랑을 보여주는 착한 어버이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요.





.. 아기 곰이 말했어요. “아빠, 다리가 떠내려갔어요.”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 아빠 곰은 길죽한 나뭇가지를 뚝 꺾어 ..  (20쪽)



  저녁을 새로 지어 두 아이와 곁님을 먹입니다. 두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밥을 먹고 샛밥을 먹고 주전부리를 먹고 나서 새근새근 곯아떨어집니다. 낮에 면소재지 빵집에서 장만한 빵은 두 아이가 모두 먹었습니다. 큰아이는 아주 작은 조각을 아버지한테 나누어 주었으나, 큰 조각과 큰 덩이는 두 아이가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래, 너희가 참으로 쑥쑥 크려고 이렇게 많이 먹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나도 어버이 자리 아닌 아이 자리에 있던 지난날에 이렇게 배 똥똥 나오도록 밥을 먹고 샛밥이랑 주전부리까지 알뜰히 먹었습니다.


  평화는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가만히 헤아립니다. 밥 한 그릇에 평화가 있고, 빵 한 조각에 사랑이 있습니다. 웃음에 평화가 있고, 노래에 사랑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평화를 낳고, 어머니는 사랑을 낳습니다. 아이들은 평화와 사랑을 골고루 물려받습니다.


  얘들아, 너희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좋지? 아버지와 어머니도 너희가 좋단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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