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 창작 이야기 곧은나무 그림책 9
민퐁 호 지음, 홀리 미드 그림, 윤여림 옮김 / 곧은나무(삼성출판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6



우리 마음속 따순 숨결로

― 쉿!

 민퐁 호 글

 홀리 미드 그림

 윤여림 옮김

 곧은나무 펴냄, 2005.9.1.



  쉿. 아기가 잡니다. 조용히 하셔요. 쉿. 아기가 잠들려 합니다. 조용히 하셔요. 손전화도 끄고, 텔레비전도 끄고, 신문도 부스럭거리지 말고, 설거지도 하지 말고, 젓가락으로 접시를 건드리지도 말고, 문도 함부로 여닫지 마셔요. 아기가 새근새근 잘 수 있도록 모두 발소리를 죽이고 걸어요.


  쉿. 아기가 잡니다. 노랫소리를 줄이거나 자장노래로 바꾸셔요. 춤사위는 그치고 사근사근 보드라운 손길로 토닥토닥 아기 가슴을 어루만져요. 오토바이는 못 지나가게 하고, 자동차도 못 다니게 하고, 아기 자는 둘레에서 재잘거리면서 수다를 피우지도 마셔요.



.. 쉿! 누가 바람 속에서 우는 걸까? ..  (4쪽)





  언제 어디에서나 아기가 맨 먼저입니다. 버스에 탈 적에도, 버스에서 내릴 적에도, 언제 어디에서나 아기가 맨 먼저입니다. 다른 사람은 기다리셔요. 아무리 바빠도 아기를 밀치지 마셔요. 아무리 서둘러야 해도 아기 옆에서는 발걸음 사근사근 찬찬히 지나가셔요. 그리고, 아기 옆을 스쳐 지나갈 적에는 아기한테 빙그레 웃음을 지으셔요. 왜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요? 왜냐하면, 이녁도 아기였을 적에 이녁 이웃 아재와 아지매 모두 이렇게 했답니다. 따사로운 사랑이 흐르도록 모두 마음을 기울였고, 아름다운 숨결이 고이 쉬도록 모두 마음을 쏟았어요.



.. 도마뱀아, 도마뱀아! 그렇게 엿보지 말아라. 아기가 자고 있잖이? 도마뱀아, 도마뱀아!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라. 요 옆에서 우리 아기가 자고 있단다 ..  (8쪽)





  아기가 잘 적에는 컴퓨터도 하지 마셔요. 자판을 두들기거나 다람쥐를 콕콕 누르는 소리조차 아기한테는 안 좋아요. 다만, 창밖에서 멧새가 지저귀는 노랫소리는 괜찮아요. 집 앞으로 흐르는 개울물이 들려주는 노랫소리는 좋아요. 집 둘레 풀밭과 숲에서 퍼지는 풀벌레 노랫소리는 아름답지요. 구름이 흐르는 소리와 나뭇가지가 한들거리는 소리는 모두 예뻐요.


  아기는 저를 뱃속에서 품은 어머니가 포근하면서 아늑하게 감싸 주었듯이, 이 땅에서도 다른 어른들이 저를 포근하면서 아늑하게 보듬어 주기를 바라요. 아기한테만 따스한 손길이 아니라 모든 이웃한테 따스한 손길이 되기를 바라요. 아기한테만 살가운 눈길이 아니라 모든 이웃한테 살가운 눈길이 되기를 바라요.



.. 온 세상이 조용하고, 고요하네요. 엄마도 창턱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어요. 달이 나무 위로 떠다닐 뿐,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아요. 산들바람도 불지 않아요 ..  (31쪽)





  민퐁 호 님이 글을 쓰고, 홀리 미드 님이 그림을 넣은 《쉿!》(곧은나무,2005)을 읽습니다. 아시아에 있는 수많은 별 같은 나라 가운데 타이에서 날아온 그림책입니다. 타이라는 나라에서 시골자락 사람들 삶이 그림책에 잔잔하게 흐릅니다. 타이라는 나라에서 시골마을 어머니 사랑이 그림책에 차분하게 감돕니다. 따사로운 빛과 포근한 숨결과 아늑한 눈길이 골고루 어우러진 즐거운 노래가 고즈넉하게 퍼집니다.



.. 아기만 혼자 동그란 눈을 반짝이네요 ..  (32쪽)



  우리 마음속 따순 숨결로 사랑을 속삭입니다. 우리 마음속 따순 이야기로 꿈을 짓습니다. 우리 마음속 따순 노래로 삶을 가꿉니다. 우리 마음속 따순 웃음으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어머니는 가까스로 아기를 재웁니다. 이러는 사이 어머니도 살몃살몃 곯아떨어집니다. 이제 모두 조용합니다. 이제 모두 잠이 듭니다. 그런데, 이때에 아기가 말똥말똥 눈을 떠요. 모두 조용한 때에 아기는 혼자 눈을 뜨고는 까르르 웃으며 놀아요.


  이 사랑스러운 아기가 자라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됩니다. 사랑을 받으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된 아기가 새롭게 사랑을 꽃피우면서 새롭게 아기를 낳습니다. 그러고는 이윽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됩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모두 아기로 태어났고,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사랑을 기쁘게 베풉니다.


  사랑이 흐르고 흘러 삶이 되고, 사랑이 자라고 자라 삶꽃이 핍니다. 4347.11.1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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