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의 장미 다산어린이 그림책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정숙경 옮김 / 다산어린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9



즐겁게 놀고 싶은 생각

― 노라의 장미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남주현 옮김

 두산동아 펴냄, 1996.11.13. (2012년에 다산어린이에서 새로 펴냄)



  하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 땅에 서서 맨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랗게 빛나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파란 빛깔을 넘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지 못합니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어 둘레에 불빛이 사라지면, 파란 빛깔 뒤에 무엇이 있는지 조금은 짚을 수 있습니다. 낮에는 거의 알아볼 수 없던 수많은 별을 헤아립니다. 다만, 도시에서는 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골에 있어야 별을 볼 수 있는데, 시골에서도 읍내나 면소재지를 벗어나야 하고, 조용하고 깊은 마을에서도 전깃불을 안 밝힌 데에 있어야 합니다.


  낮에 보는 하늘과 밤에 보는 하늘은 무엇이 다를까요. 낮에는 무엇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낮에는 어떤 터전을 느낄 수 있고 밤에는 어떤 삶자락을 알 만할까요.





.. 강아지 키키, 인형 마기와 곰인형 푸도 감기에 걸린 노라와 함께 방 안에만 있어야 햇습니다 ..  (2쪽)



  바다 너머는 그저 바다이지 않습니다. 바다 끝까지 보려고 하면 그저 바다만 보일는지 모르나, 저 바다 너머에는 다른 뭍이 있습니다. 우리 맨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 해서 바다 너머에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다. 바다 너머에는 우리가 발을 디딘 이곳과는 다른 터전이 있습니다. 바다 너머에서도 우리가 있는 이곳을 똑같이 바라봅니다.


  땅밑은 어떠한 터전일까요. 아직 땅밑으로 깊이 파고든 사람은 거의 없어서, 땅밑이 어떠한 터전인지 똑똑히 아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이를테면, 땅밑으로 십 킬로미터나 백 킬로미터쯤 들어가 본 사람이 없습니다. 땅밑으로 오백 킬로미터나 천 킬로미터쯤 들어가 본 사람이 없어요.


  과학은 아무것도 밝히지 않습니다. 과학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학에 기댄다면 아무것도 알 길이 없습니다. 과학이 들려주는 지식으로는 삶을 제대로 읽지 못합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 바로 생각입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생각을 기울이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온마음을 쏟아 생각을 밝히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 노라의 장미꽃은 이웃집에도 가고, 음악회에도 가고, 파티에도 갔습니다. “나도 가고 싶어…….” ..  (15쪽)



  이치카와 사토미 님이 빚은 예쁜 그림책 《노라의 장미》(두산동아,1996)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 ‘노라’는 그만 고뿔에 걸려 자리에 드러눕습니다. 꽤 여러 날 집에만 머뭅니다. 바깥에 나가 놀고 싶지만 바깥에 나가지 못합니다. 동무들과 어울리고 싶고, 신나는 잔치마당에 가고 싶지만, 아무것도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할 수 있습니다. 노라가 머무는 방에서 창문으로 장미나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노라네 집 앞으로 지나가는 이웃들이 노라네 집 장미나무에 맺힌 어여쁜 꽃송이를 하나씩 따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웃들은 노라네 장미꽃을 아주 반기면서 한 송이씩 꺾습니다. 노라는 창문으로 장미꽃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나도 나가서 놀고 싶다고, 나고 잔치마당에 가고 싶다고, 나도 훌훌 털고 일어나고 싶다고, 온갖 생각을 합니다.


  즐겁게 놀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 노라한테 장미꽃 넋이 찾아옵니다. 노라는 장미나라로 나들이를 갑니다. 장미나라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놉니다. 노라는 즐거운 놀이와 신나는 잔치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기에 두 가지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 즐거움과 기쁨을 어떻게 오래오래 건사하면서 누릴까 하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일을 한 가지 합니다.


  바로 그림입니다. 노라 스스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노라가 앞으로도 즐겁게 맞이하면서 기쁘게 사랑하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담아요.





.. 장미꽃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잘 말릴까요? 아니면, 말린 꽃잎을 조그만 단지에 넣어 둘까요? 향수로 만들면 어떨까요 ..  (27쪽)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 봅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알지 않습니다. 책을 읽거나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볼 수 있지 않고 알 수 있지 않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하나도 알아내지 못합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책을 안 읽고 학교를 안 다녔어도 스스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밥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옷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그리고 삶을 어떻게 지어야 할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짓지 못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집과 밥과 옷을 지으면서 하루를 새롭게 짓습니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뛰놀 수 있는 까닭은 오직 하나입니다. 즐겁게 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기 때문입니다. 4347.11.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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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1-22 13:17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넘 이뻐요

숲노래 2014-11-22 15:14   좋아요 0 | URL
그림을 그린 분이 어릴 적 겪은 일을 그렸나 하고
가만히 생각하면서
이쁜 그림을 한껏 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