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97] 책걸상

 


  일곱 살 큰아이가 밥을 먹는 자리에서 문득 묻습니다. “아버지, 왜 책하고 컴터(컴퓨터로 보는 만화영화)에서는 ‘어머니 아버지’라 안 하고 ‘엄마 아빠’라고만 해?” “그래, 왜 그렇게 나올까.” “음, ‘어머니 아버지’라고 나오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이나 만화영화를 보면 ‘책걸상’ 가운데 걸상을 걸상이라고 이야기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으레 ‘의자’라고만 나오며, 둘레 어른들도 걸상이라 말하지 않아요. 책을 보든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든 아이들은 걸상이라는 말을 모르는 채 의자라는 말만 듣고 익숙합니다. 폭신하게 앉는 걸상도, 조그마한 걸상도, 나무로 짠 걸상도, 여럿이 앉을 만한 긴 걸상도, 그루터기로 삼는 걸상도 모두 걸상이지만, 걸상은 제 이름을 못 찾습니다. 걸터앉으면서도 걸상이 되지 못합니다. 4347.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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