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인사이트 - 문화 콘텐츠의 보고
박종성 지음 / 렛츠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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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은 당분간 어림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여행에 대한 욕구마저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행을 할 때 각자 취향대로 여러 컨셉의 여행이 가능하겠지만 이 책과 같이 문학여행도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의미 있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영문학자인 저자가 영문학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곳곳을 누비면서 영문학과 관련한 장소와 이에 얽힌 얘기들을

들려준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템스강을 중심으로 한 런던을 필두로 런던 근교의 대학도시들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거쳐 바스, 스트랫퍼드 등 잉글랜드의 주요 도시, 에든버러와 하일랜드의 스코틀랜드 

지역을 누비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마무리를 한다. 먼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런던 지역은 역시

영국의 수도답게 곳곳에 영문학과 관련한 명소들이 포진했다. 거의 런던의 주요 관광지들을 빼놓지 

않고 다니는 가운데 거기에 얽힌 작가들의 사연을 주저리주저리 들려준다. 밀레니엄 브리지와 관련해

전에 읽었던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언급되는데 좀 오래되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작가들뿐만 아니라 하이게이트 묘역의 대표스타인 칼 마르크스나 런던탑과 관련한 천일의 앤(앤 볼린),

이스트엔드에서 활약한(?) 세계 최초의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 등 유명인사들의 얘기도 뺴놓지 않는데

예전에 패키지로 여행갔을 때는 잘 몰랐던 런던 구석구석의 얘기들을 들려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책에서 언급한 곳들을 꼭 찾아가보고 싶었다.


아동문학 3인방인 톨킨, C. S. 루이스, 루이스 캐럴을 배출한 옥스퍼드 대학과 뉴턴, 다윈, 스티븐 호킹,

앨런 튜링 등 상대적으로 자연과학계 스타들이 더 많은 케임브리지 대학을 둘러본 후 본격적으로 

잉글랜드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온천으로 유명한 바스는 제인 오스틴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되었고,

스트랫퍼드는 셰익스피어의 고향으로 유명한데, 우리에겐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원래 토마스 칼라일이 '영웅숭배론'에서 한 말은 '언제간 (영국은) 인도 제국을 

잃게 될 것이나 셰익스피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결코 

셰익스피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여서 완전히 오역된 말이었다. 스코틀랜드는 좀 구색만 갖춘 듯한

느낌이 들었고 오히려 아일랜드가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해 오스카 와일드, 예이츠, 사무엘 베케트 등

영문학계 슈퍼스타들이 잔뜩 보유하고 있었다. 조지 버나드 쇼도 아일랜드 출신인데 그의 유명한 묘비명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도 원문은 '이 세상에서 오래 버티다 보면 이런 일(죽음)이 일어날 

줄 알았다'여서 과장되게 오역한 것이었다. 이렇게 영국과 아일랜드까지 영문학의 본고장의 이곳저곳을

책으로나마 여행하면서 영문학의 숨결이 스며든 여러 장소들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는데 

언제가 될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곳들을 직접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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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조 지무쇼 지음, 서수지 옮김, 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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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에는 어떤 전염병들이 인류를 괴롭혔는지

궁금해지는데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줄 만한 책이 바로 제목부터 딱 제격인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등 '세계사를 바꾼' 여러 주인공들을 다룬 책들을 만나왔지만 감염병의

위력은 현재진행형으로 체감하고 있다 보니 과연 어떤 감염병들이 등장할까 궁금했는데 당연히 포함될

코로나19는 아직 끝을 알 수 없어 이 책에선 다루지 않았다.


세계사 공부를 할 때 종종 등장했던 페스트가 당당히 첫 주자로 등장한다. 페스트가 여러 번 유행했지만

특히 14세기에 유럽 인구의 1/4~1/3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 유럽을 초토화시켰는데 이 책에선 이렇게

페스트의 맹활약이 유럽 근대화의 인큐베이터였다고 평가한다. 인구가 대폭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인건비 폭등이 뒤따랐고 신기술이 도입되었으며, 그동안 천대받던 장인, 상인, 농민의 지위향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신분이나 출신 가문과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새로운 지식 습득과 기술 연마를 한

새로운 인재가 등장하면서 변화를 주도했는데 페스트 팬데믹이 중세에서 근대로 도약하는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다음으론 인플루엔자가 등장하는데 특히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중

전 세계를 휩쓸며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전쟁을 중단시킬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친숙한(?) 전염병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콜레라가 원래 인도 등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던 풍토병

이었다가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진출했고, 열대성 전염병인 말라리아도 태평양 전쟁 등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질은 십자군 원정을 중단시키거나 백년전쟁의 판도에 큰

영향을 주는 등 여전히 활약 중인 반면 산업혁명 이후 널리 퍼진 결핵은 하얀 페스트로 불리며 끔찍

하지만 낭만적인 병이라는 묘한 대접을 받으며 현재 에이즈, 말라리아와 더불어 3대 감염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두는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완벽하게 퇴치했는데 소련 붕괴 후 생물 병기로 보관하고 있던 게 반출되어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백인이 아메리카대륙을 침략한 후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황열병과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을

패배로 몰고 간 티푸스를 거쳐 한때 불치병으로 여겨졌다가 페니실린의 등장으로 한결 약해진 매독으로

세계사를 바꾼 10대 감염병 소개를 마무리한다.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은 어떻게 보면 인류 역사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었는데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과연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과거 사례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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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2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흥미롭겠습니다!!!

sunny 2021-08-29 00:49   좋아요 0 | URL
네. 딱 시의적절하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 서울편 2 - 유주학선 무주학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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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 서울편 1'을 통해 서울에 있는 종묘, 창덕궁, 창경궁을 둘러

보았는데 이곳들을 가보기 전에 먼저 책을 읽어보고 갔더라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서 서울편 2권인 이 책에서 다루는 덕수궁은 꼭 책을 먼저 보고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마침 덕수궁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서 부랴부랴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서울편 2권에서는 서울 한양도성, 자문밖, 덕수궁과 그 외연, 동관왕묘, 성균관을 다루는데 모두 조선

시대 서울의 중심지들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먼저 한양도성은 한양이 조선의 새 도읍지로 지정되면서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잇는 총 길이 59,500척(약 18.6km)의 한양도성 공사를 시작하였는데

총 97개 구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백성들을 동원하였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요즘처럼 공사 실명제를 

해서 문제가 생기면 해당 지역과 공사자에게 책임을 묻게 했다는 점이다. 세종때 완성된 한양도성은

이후 일제강점기때 철거 등의 시련을 겪었고 청와대가 있는 쪽이 출입금지가 되는 등 제대로 방문하기

어렵다가 6개 구간의 한양도성 순례길이 정비된 상태라고 하니 언젠가 시간이 되면 순성놀이에 도전해

봐야겠다. '자문밖'은 한양도성 북소문인 창의문의 별칭이 자하문이어서 '자하문 밖'을 줄여 부르는

말이었다. 이 쪽으로는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 곳들이었는데 장의사, 홍지문, 세검정, 부암동 등

우리 역사 속 여러 사연들을 간직한 곳들이 많았다.


덕수궁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라 할 수 있는데, 원래 한양도성 건설 당시엔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정릉과 흥천사라는 원당 사찰이 있다가 태종이 정릉을 도성 밖으로 옮기면서 월산대군 후손의 저택이

있던 곳에 임진왜란으로 피난갔던 선조가 돌아오면서 임시 거처로 삼으면서 경운궁이란 궁궐이 있게

되었다. 선조가 살았던 석어당은 현재도 덕수궁 안에 있는데 덕수궁 내에 유일하게 2층 건물이었다.

이후 고종이 아관파천 이후 경운궁으로 환궁하면서 법궁이 되었고 고종이 석조전 등 서양식 건물을

지으면서 현재와 같은 다양한 양식의 건물들이 혼재하는 곳이 되었다. 이 책에선 광명문 안에 자격루와

신기전기 화차, 흥천사 범종이 있다고 해서 덕수궁 방문 때 열심히 찾아봤지만 이 책이 나온 이후 

광명문이 원래 자리로 옮기면서 자격루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기는 등 뿔뿔이 흩어져 헛고생만 했다.

미리 책을 읽고 갔음에도 그 사이 변동사항을 확인하지 못한 결과라 좀 아쉬웠다. 덕수궁 내 여러 

건물들의 역사와 사연들을 소개한 후 동관왕묘로 넘어간다. 관우를 모신 사당인 동묘는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 장수들에 의해 국내에 들어온 후 곳곳에 세워졌고 현재 동묘로 불리며 존재하는데 예전에는

사당동에도 남관왕묘가 있다가 몇 년 전에 해체되었다고 한다. 중국인 관광객 유인을 위해 동관왕묘를

제대로 조성할 것을 제안하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성균관 건물과 역사, 거기서

공부했던 유생들의 생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서울편을 통해 서울의 궁궐 등 주요

역사무대들을 꼼꼼한 안내로 답사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아쉬운 점은 주로 한양도성 내외의 

장소들만 다루고 있다는 점인데 언젠가 서울 내 곳곳에 존재하는 여러 문화유산들도 소개하는 후속작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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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예술가들 - 스캔들로 보는 예술사
추명희.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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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아무래도 일반인들과는 뭔가 다른 게 있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그들의 삶도 일반인들보다

훨씬 파란만장한 것 같다. 특히 예술가들이 이성들에게 좀 인기가 있다 보니 화려한(?) 연애사를 자랑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래서 아마 이 책의 제목에 '발칙한'이란 표현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음악가 15명과 미술가 15명의 시끌벅적한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음악가 쪽 저자는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의 저자였는데 음악가들의 사생활 뒷조사(?)

전문가라 할 수 있었다.


음악가쪽에선 대부분 등장인물과의 가상 인터뷰로 시작을 하는데 먼저 가짜 뉴스에 시달렸던 비발디로

시작한다. 사제이기도 했던 비발디가 제자였던 안나 지로와의 스캔들로 곤혹을 치루는데 법원 결정까지

받았음에도 염문설이 수그러들지 않자 비발디는 고향 베네치아를 떠나 빈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악처라는 얘기가 있지만 이 책에선 그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이들

부부가 금슬이 좋았다고 한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의 정체 탐구를 거쳐 남편 파가니니의 목숨같은

바이올린을을 박살내버린 아내 비안키의 얘기를 들려준다. 아무래도 남성 음악가와 그의 연인들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마리 플레옐이란 여성 피아니스트는 베를리오즈를 배신하고 부자와 결혼했다 리스트와

바람이 나서 국민 불륜녀의 오명을 썼고, 바람둥이 리스트도 카롤리네를 사랑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끝내 결혼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사랑은 일부러 그런 사람들만 골랐는지

모르겠지만 평탄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음악가들 못지 않게 미술가들도 사생활이 원만한 경우는 드물었는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다 빈치로 

포문을 연다. 다 빈치는 결혼을 하지 않은 동성애자였고 그와 견줄 수 있는 르네상스 대표 미술가인 

미켈란젤로도 결혼을 하지 않은, 남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미적 취향을 가졌다. 중세 이후로 

동성애가 금기시되었다가 최근에는 좀 관대해진(?) 편인데 마지막을 장식한 앤디 워홀과 데이비드 

호크니 모두 동성애자였다. 바람둥이 나쁜 남자들도 스타 미술가들의 기본 캐릭터(?)라 할 수 있었는데 

카미유 클로델을 망가뜨린(?) 로댕이나 정력을 주체 못한 피카소, 프리다 칼로를 더 유명하게 만들어준 

디에고 리베라 등의 활약상을 만날 수 있었다. 아들 때문에 마지못해 결혼했던 까칠한 남자 폴 세잔이나 

의외로 갈라라는 한 여자에게 충실했던 달리 등 그동안 몰랐던 얘기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예술가

들은 역시 좀 개성과 민감한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 보니 사생활에서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예술가들의 파란만장 로맨스는 그들의 빛나는 작품의 소중한 재료가 된 것 같은데 

역시나 뒷담화같은 예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사연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금 더 이해

하게 되는 시간을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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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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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 중 한 명인 애거서 크리스티와는 초등학교 시절 처음 만났다. 이 

책의 저자가 표현한 대로 해문출판사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80권 짜리 '빨간책'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에

입문했는데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나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들을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들이었다. 초딩이 보기에는 좀 난이도(?)가 있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금방 매력에 

빠져 유명 작품들은 대부분 읽은 것 같은데 대략 30권 정도는 읽은 것 같다.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덕후(?)라 할 수 있는 역사학자인 저자가 그녀의 작품들을 16가지 키워드로 재조명하고 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빨간책을 읽었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과연 어떤 얘기가 담겨 있을지 솔깃할 것 같다.


총 16개의 키워드는 '탐정', '집', '독약', '병역면제', '섹슈얼리티', '호텔', '교육', '신분 도용', '배급제',

'탈것', '영국성', '돈', '계급', '미신', '미시사', '제국'으로 각 키워드와 관련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 그녀의 삶, 그리고 당시의 시대 상황들을 엮어낸다. 먼저 '탐정'에선 그녀의 대표 캐릭터인

푸아로가 왜 벨기에인인지 관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다 근처에 살던 벨기에

난민 집단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의 또 다른 시그니처 캐릭터 미스 마플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에 등장하는 셰퍼드 의사의 누나 캐롤라인을 묘사하다가 노처녀 탐정을 창조하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가장 화두인 '집'과 관련해선 애거서 크리스트의 놀라운 능력을 알려준다. 그녀의 작품에 유독

다양한 집이 많이 등장해 집에 관심이 많은 줄은 알았지만 부동산 투기꾼이라 불릴 정도로 집을 많이

사고 팔았다고 한다. '독약'은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살해도구였는데 그것도 그녀의 전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였다 약제사로 활약했으니 그때의 경험과 전문성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낸

게 아닌가 싶다. '병역 면제'는 세계대전 당시 병역면제자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한 것과 관련해

설명하고, '섹슈얼리티'에선 비교적 그녀의 작품 속에서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이유를 탐구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속에 집, 탈것 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호텔'과 관련해선 '버트램 호텔에서'란

작품이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안 읽어본 작품이라 와닿진 않았고, '교육'에선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녀가 사립학교 출신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렸었던 경향을 얘기한다. '신분도용'에선 그녀의 유명한

실종사건을 시작으로 작품 속 신분도용 사례들을 거론하고,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비롯해 유난히 작품

속에 탈것을 많이 등장시킨 그녀가 자동차에 열광했음을 알려준다. '영국성'과 관련해선 그녀가 가장

힘들 게 썼던 작품으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꼽았던 걸 언급하면서 원제인 '열 명의 흑인 꼬마들'이

인종차별적 뉘앙스로 인해 미국판에선 제목이 바뀌었다고 한다. '돈', '계급', '제국'에선 지금 보면

조금은 민감한 사안들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와 '미신', '미시사' 등 그녀의 작품과는 좀 무관한 듯한

주제들도 흥미롭게 다룬다. 애거서의 덕후라는 저자는 16개의 테마로 관련된 그녀의 작품들 속 문장들을

술술 뽑아내는데 읽었던 작품들도 이런 문장들이 있었나 싶어 그녀의 작품들을 읽은 지가 너무 오래

되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소원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녀의 팬들은 물론 그녀의 작품 속 배경인 20세기 초중반의 영국 등의

사회상을 엿보는 데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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