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세계사 - 1000개의 조각 1000가지 공감
차홍규 엮음, 김성진 아트디렉터, 이경아 감수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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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한 책들을 많이 봐 왔지만 대부분 그림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고 조각은 어쩌다 구색만 갖추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오로지 조각만 다루고 있어 조각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그것도 무려 1000점이나 소개하고 있는데 저번에 아쉽게 못 봤던 '1000개의 그림

1000개의 공감'이라는 책과 기본 설정이 동일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조각에 대해서는 거의 잘 몰라

과연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조각의 역사'와 '조각가 열전'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먼저 '조각의 역사'

에선 인류 최초의 조각이라 불리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영예의 첫 번째 주자였다. 낯익은 작품이라

반가웠는데 뒤를 이어 여러 원시시대의 비너스들이 등장했다. 시대순으로 대표적인 작품들이 차례대로

등장하는데 함무라비 법전 조각상, 투탄카멘 황금 마스크, 스핑크스 등 누구나 알 만한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조각이라고 보통 생각하는 범주를 넘어서는 작품들도 의외로 포함되어 있었는데 파르테논

신전 등 건축물이라 할 수 있는 사이즈의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처음을 장식했던 비너스도 헬레니즘과

로마 시대에 다시 등장하는데 조각 작품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밀로의 비너스를 비롯해 다양한 비너스를

만날 수 있었다. 로마의 개선문은 부조의 보고라 할 수 있는데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은 여러 부분들을

따로 떼어내 별도로 다뤘다. 고딕 시대 이후는 생 드니 대성당을 필두로 여러 대성당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내가 가본 쾰른 대성당과 호헨촐레른 다리에 있는 기마상들이 등장해 더욱 반가웠다. 교회 지붕

네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조각상을 가고일이라고 하는데 괴물들이나 독특한 모습의 장식들이 이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조각가 열전에선 로마네스크 양식의 조각가 니콜라 피사노부터 알베르토 자코메티까지를 다룬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캄비오, 조토, 브루넬레스키, 기베르티 등은 그나마 친숙한 이름들이어서 낯설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조각 하면 미켈란젤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림보다 조각을 더 우위에 둔 미켈란젤로의

여러 대표작들을 감상한 이후에는 거의 생소한 작가들이 계속 등장했다. 작품은 친숙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작가는 이번에 알게 된 경우가 많았는데 그림으로도 유명한 제롬이나 드가 정도가 그나마

알만한 사람이고 로댕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아는 조각가가 나와서 조각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조각의 세계사란 제목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무수한 작가와 작품을

다루는데 거의 서양쪽 조각들만 다루고 동양쪽은 언급조차 안 하는 부분은 좀 아쉬웠다. 암튼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조각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조각도 그림처럼 자주

보고 감상하면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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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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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이변들이 잦아지면서 기후 위기가 점점 피부로 와닿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섬뜩한

여섯 번째 대멸종을 내세우고 있다. 지구가 탄생하고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로 지구상에 이미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예전에 읽은 '지구와 생명의 역사는 처음이지?'라는 책을 통해 대략의 내용은 이미

접한 적이 있다. 이전에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과는 달리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이 주연이라는 점에서 확연히 다른데 퓰리처상 논픽션 부분 수상작인 이 책은 실제 멸종된

동물들의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기존에 일어났던 대멸종과 여섯 번째 대멸종을 비교, 설명한다.


조금은 낯선 파나마황금개구리의 사례로 얘기를 시작하는데 양서류가 지구상의 동물 중 가장 위기에

처한 '강'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개구리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시골에서도 개구리를 보기

어렵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멸종 연구의 역사를 차근차근 살펴보는데 아메리카마스토돈,

큰바다쇠오리의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준다. 멸종이란 개념 자체가 프랑스대혁명기의 퀴비에란 학자에서

유래한다니 멸종을 인간이 인식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다윈에게 있어선

멸종은 진화의 부작용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대세가 된 소행성 출동설도 앨버레즈 부자가 처음 

논문을 발표한 1980년엔 흥미를 끌긴 했지만 학자들 사이에선 '헛소리'로 간주될 정도였는데 과학적인 

증거들이 축적되면서 이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겸연쩍게 만들었다. 멸종 연구도 토마스 쿤이 말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분야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다양한 사례와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대멸종은 기후 변화로 초래된 것으로 기후 변화의 원인으론

오르도비스기 말에는 빙하의 발달이, 페름기 말에는 지구 온난화와 해양의 화학적 변화가, 백악기 말에는

소행성 충돌이 멸종을 초래했으나 여섯 번째 대멸종은 바로 사람들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지금은

세계가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금방 다른 곳에도 

영향을 준다. 이 책에선 이미 멸종된 여러 종들, 특히 인간과 가까운 네안데르탈인의 사례까지 다루면서

인간도 멸종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잘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보니 그 심각성을 빨리 인식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여전히 나와는

무관한 일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참여한 여러 멸종 위기

종들의 연구 사례들을 통해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여섯 번째의 대멸종에 대해 제대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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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손 안의 미술관 4
김영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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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스페인 여행을 가보지 못해 당연히 프라도 미술관도 가보지 못한 상태다. 프라도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에 꼽힐 정도로 명작들을 소장한 대표적인 미술관인데 스페인의 대표 미술관들을 다룬 

'올라, 프라도 차오, 빌바오'나 세계 10대 미술관의 소장품들을 소개한 '나는 미술관에 간다'라는 책 

등을 통해 프라도 미술관의 대표작들은 충분히 알게 되었지만 오직 프라도 미술관만을 다룬 책을 찾던

중에 프라도 미술관의 대표작 100점을 선정한 이 책이 딱 제격일 것 같았다.


본격적인 작품 감상에 앞서 프라도 미술관과 스페인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는데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에도 등장하는 펠리페 4세 등이

수집한 미술품들이 현재 프라도 미술관 컬렉션의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작품 소개는 시대순이라

할 수 있는데 예상 외로 스페인 작가 작품들이 아닌 15~16세기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작가 작품들이

먼저 등장한다. 영광의 첫 주인공인 르네상스의 3대장 중 한 명인 라파엘로로 '추기경' 등 세 작품을

소개하는데 라파엘로 작품 중에선 비교적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이었다.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보티첼리의 작품도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 이야기' 네 점 중 세 점이 등장하고, 뒤러의 자화상이나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쾌락의 정원' 등 인상적인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16~17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 작가 작품들에선 카를 5세의 총애를 받았다는 티치아노의 작품이 네 점이나 소개되고 문제아

카라바조의 '다윗과 골리앗'도 등장했다.


엘 그레코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페인에서 활약한 화가들이 집중 소개된다. 엘 그레코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인데 리베라나 무리요 등 스페인 출신의 유명 화가들 작품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17세기로

넘어가면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벨라스케스가 등장한다. 아마 프라도 미술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시녀들'이 제일 먼저 소개되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더 

성장한 모습을 그린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유럽 미술관에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루벤스의 작품 

중 '파리스의 심판', '삼미신' 등도 있었고, 벨라스케스와 견줄 수 있는 고야의 작품들이 대미를 장식

한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마하'와 '5월 2일', '5월 3일' 등 고야의 명작들로 프라도 미술관 투어를

마쳤는데 작품 소개때 관련된 그림들을 끝에 주석으로 소개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아무래도 스페인

화가들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프라도 미술관에는 역시 꼭 봐야 할 작품들이 수두룩했는데 언젠가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물론 프라도 미술관은 숨은 명작들까지 꼭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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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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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아오세는 아오세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는 건축주 요시노의 의뢰를 받고 시나노오이와케에

목조 주택인 'Y주택'을 지어 '헤이세이 주택 200선'이란 책에 소개될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자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Y주택에 요시노 가족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가보지만 입주한 흔적조차

없고 의자만 덩그러니 있는데 과연 요시노 가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찰소설의 진수를 보여준 '64'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요코야마 히데의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도 연상되었지만 이후 전개는 완전히 달랐다. 특별한 의뢰를 바탕으로 필생의 역작을 만들어낸 

아오세는 Y주택이 방치되어 있는 상황에 충격을 받고 요시노 가족의 전 주소지 등을 수소문하지만 

그의 행방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무서운(?) 남자가 그를 찾아다녔다는 얘기와 행복한 

가족인 줄 알았는데 그 당시 이미 이혼한 상태였다는 사실에 놀란다. 요시노의 행방과 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찾는 와중에 아오세가 소속된 건축사무소 소장 오카지마는 후자미야 하루코라는 화가의 

기념관 설계 공모전에 도전해 지명 업체 중 하나로 선정되어 아오세를 비롯한 직원들이 설계 작업에 

착수하지만 시장과 설계업자의 유착 기사가 크게 보도되면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한 오카지마가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설계 공모 참가는 난관에 봉착하고 수소문 끝에 

요시노와 연락이 닿아 요시노가 숨겼던 진실을 알게 되는데...


요코야마 히데오의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에 비하면 조금은 평이한(?) 스토리였다. 건축가가 주인공이다

보니 건축과 관련한 얘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집에 대해서는 여러 TV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관심이

좀 생겨서 그런지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었다. Y주택을 그림이라도 보여줬으면 훨씬 실감이 났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거기에 담아낸 아오세의 생각과 마음은 대략 짐작이 갔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묘하게 교차하면서 나름 훈훈한 마무리를 선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살벌한 세상에 끔찍한 사건들이

난무하는 미스터리들이 많지만 나름 따스한 온기와 장인정신을 함께 잘 버무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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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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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배기 어린 딸 유미가 베란다에서 노는 걸 아내 에쓰코 몰래 방치하던 유키히토는 유미로 인해

에쓰코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이를 유미가 모르게 비밀로 한 채 살아간다. 어느새 유미가 스무 

살이 된 어느 날 낯선 남자에게서 딸이 저지른 짓을 딸에게 폭로하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전화가 오더니

유키히토가 운영하는 식당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자 유키히토는 유미와 누나 아사미와 함께 고향인

하타카미로 잠시 떠나는데...


믿고 보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인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확인해 보니 '외눈박이 원숭이' 이후

6년만이었다. 이 책은 제목도 그렇고 띠지에 '내 딸이 아내를 죽였다'라는 섬뜩한 문구를 적어놓아 

과연 어떤 얘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협박범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고향을 찾은 유키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가족들이 그곳을 떠나야 했던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31년 전 매년 11월 

마지막 일요일에 라이덴 신사에서 열리는 신울림제 음식을 준비하러 갔던 유키히토의 어머니가 연락도

없이 행방불명되었다가 그날 밤 강가에서 발견되었지만 죽게 된다. 그 다음 해 열린 신울림제 축제에선

마을을 좌지우지하는 네 명의 '갑뿌'가 독버섯이 들어간 버섯국을 먹고 두 명은 죽고 두 명은 간신히

살아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사미가 벼락을 맞아 의식을 잃고 옆에 있던 유키히토도 겨우 

정신을 차리는데 라이덴 신사의 신관 다라베 요코가 자살하면서 범인으로 유키히토의 아버지를 지목

하는 편지를 남기지만 간신히 깨어난 아사미의 알리바이 증언으로 혐의를 벗은 후 유키히토 가족은 

마을을 떠나게 된 것이었다.  


30년 전 사건의 범인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의심하던 유키히토는 조금씩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자신을 협박하던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벼락이 치던 날 그 남자가 죽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 살아남았던 남자들에게 들이닥치는 죽음의 그림자와 드디어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은 예상 밖이었다. 유키히토 집안에 불어닥친 비극과 그런 비극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은 어떻게 보면 유전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미치오 슈스케의 능수능란한 스토리

텔링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무려 30년이 넘게 숨겨져 있는 진실을 파헤친 집념도 결국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었는데 현실에서도 잘못이 언젠가는 바로잡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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