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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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이문열 작가의 책은 1년 전 정도부터 '시인'과 '선택'을 읽어본 게 

전부인데 이번에는 각종 상을 수상했던 그의 중단편 6편을 모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먼저 '새하곡'은

군대에서 전투검열(?)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마치 실제 전쟁을 하는 것처럼 실감 넘치는 내용들을

선보인다. 진짜 전쟁 상황인지 훈련 상황인지가 헷갈릴 정도였는데 군대에서 검열로 고생했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통신장교인 이 중위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군대의 모습은 나름의 리얼리티를 부여

하기에 충분했다. '금시조'는 예술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인데, 예술

지상주의자라 할 수 있는 고죽이라는 인물과 도의 경지를 추구하는 그의 스승 석담의 갈등을 통해

예술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추구한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스승을 떠나 처자식도 저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기 재주를 부리며 한평생 살았던 고죽은 말년에서야 자신이 남긴 작품들을 모두 거두어

들이기 시작하는데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그토록 보고 싶었던 금시조를 보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영화화되어 유명한 작품이라 영화의 장면들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시골

학교의 독재자 엄석대 왕국에 서울에서 전학 온 한병태가 혼자서 나름 저항해보지만 결국 석대에게

무릎꿇게 되는데 학년이 올라가고 담임교사가 바뀌면서 석대의 왕국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우리의 일그러진 현실을 시골 학교에 고스란히 담아낸 수작이라 할 수 있었는데

영화와는 마지막 부분이 사뭇 달랐던 것 같다. 영화와 비교해 보면 훨씬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과 도둑'은 전에 봤던 '시인'의 토대가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시인과 도둑'을 장편으로 늘려

쓴 게 바로 '시인'이라 복습하는 느낌이었다.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은 1997년 IMF사태와 정권

교체의 와중에 젊은 여자와 바람난(?) 남교수의 얘기인데 시대의 격변을 개인의 인생사와 비교해볼

수 있었고, 마지막 '익명의 섬'은 외딴 마을에 무위도식하는 깨철이라는 존재와 그와 마을 여자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묵인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분위기를 그려낸 작품이었다. 수록된 작품들이

흥미로운 얘기들을 많이 담고 있었지만 중단편이라 풍부하고 방대한 서사를 담아내긴 아쉬운 측면이

없진 않았다. 이문열 작가의 장편 대표작들을 읽어봐야 그의 진가를 좀 더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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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강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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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미술은 그리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경제가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경제와 미술도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 예전에 '경제학자의 미술관'이란 책을 통해 경제학의 관점에서

미술을 바라봤다면 이 책은 유럽의 경제사를 살펴보면서 관련된 그림들을 곁들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유럽 부의 지도를 그려나간 재화 16'과 '유럽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은 사건 13'이란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유럽 경제를 좌지우지한 재화와 사건 29가지를 통해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아테네를 먹여 살린 올리브 얘기로 시작하는데 그리스 신화에 아테네의 수호신 경쟁에서 아테나가

제공한 올리브를 선택했던 아테네는 올리브유가 특산품으로 인기를 끌어 그 판매수익으로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했다. 그리고 은광 발견으로 선박 건조를 통해 해양국가로 성장한 아테네는 페르시아를

물리치면서 지중해의 패권국가가 되었다. 소금으로 부를 쌓기 시작한 로마는 길을 통해 제국으로 성장

했고, 식량 생산이 어려웠던 스위스는 용병 수출로 돈벌이를 했는데 용맹은 물론 신뢰도 보여줘 현재도

교황청 근위대를 스위스 용병이 하고 있다. 르네상스의 주역으로 유명한 메디치 가문이 이 책에도 등장

하는데 교황청의 금고지기를 하면서 크게 성장했고, 맥주로 유명한 독일에서 맥주순수령(보리, 물, 

홉만 사용)에 얽힌 에피소드도 만날 수 있었다. 대구가 유럽의 역사 아니 세계 역사를 바꾼 사실이나

네덜란드를 일으켜 세운 청어 얘기는 '세계사를 바꾼 37가지 물고기 이야기'란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다시 복습할 수 있었고, 대항해시대의 신호탄이 된 후추도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에서 봤던 걸

다시 정리하게 해주었다.


유럽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건들로는 쟁기의 발명으로 시작된 농업혁명을 시작으로 포에니 전쟁,

한자동맹의 탄생, 페스트의 창궐, 칼레해전, 금융혁명, 튤립버블, 인클로저운동, 아편전쟁 등을 꼽고

있다. 대부분 친숙한 내용들이었는데 중세시대 시장의 중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에 가장 중요했던 곳이

오늘날 샴페인의 도시로 유명한 상파뉴였다는 사실이나 4차 십자군 원정에서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약탈한 십자군과 베네치아의 만행, 인클로저운동이 현대 자본주의시대의 시작을 알린 것이라는 점 

등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제목과 같이 관련 그림 등이 함께 소개되는데 내용에 딱 맞는 작품들을 

찾아내는 저자의 능력도 돋보였다. 주로 경제와 관련된 내용들이라 과연 어떤 그림들이 등장할지 궁금

했는데 절묘하게도 적절한 그림들이 배치되어 그림을 감상하면서 관련 내용의 이해도 높일 수 있었다. 

딱딱할 것만 같은 유럽의 경제사도 얘기와 그림을 곁들이니 한결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 소화하기 좋게 

잘 엮어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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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갑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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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에 이 책의 전작인 '시인장의 살인'을 읽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좀비들이 등장하는

조금은 독특한 설정의 본격 미스터리였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살인의 향연(?) 속에서 살아

남은 하무라와 겐자키는 둘이서 미스터리 애호회를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 전작의 좀비들이 출몰하는 

상황을 야기했던 마다라메 기관이 초능력 연구를 했던 장소를 알아낸 겐자키 히루코가 혼자 그곳을

찾아가려 하자 하무라가 기어이 따라나서는데...   


전작에 이어 이 책에서도 하무라와 겐자키가 외딴 곳에 있는 마안갑이라는 건물을 방문하고 그곳에

우연히 7명의 방문객들이 도착한다. 마안갑에는 사키미라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가진 할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앞으로 이틀 동안 남자 2명, 여자 2명이 죽는다고 예언을 한 상태로 이웃한

요시미 마을 사람들은 사키미의 예언을 두려워해 마을과 마안갑 사이의 유일한 연결통로인 다리에 

불을 질러 마안갑에 있는 사람들을 고립시킨다. 사키미와 사키미의 시중을 드는 핫토리까지 총 11명이

마안갑에 감금(?)된 상태가 되면서 주변에 탈출구가 없는지 살펴보지만 난데없이 일어난 산사태로 

기자 우스이가 파묻히면서 죽음의 예언이 실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된다.

하무라가 일산화탄소중독의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고 예지 능력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도이로는 사키미가

독극물을 마신 것까지 그림으로 미리 그려 오히려 의심을 받아 자기 방에 사실상 감금상태로 있기로

한다. 그런 와중에 사람수만큼 있던 인형들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라지면서 딱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도이로를 제외하고 한 곳에 모여 서로 감시하기로 하지만 

죽음의 예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전편에 이어 예지 능력이라는 초능력을 다뤄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본격추리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예언이 점점 실현되는 상황에서 고립된 공간에 

죽음의 운명을 피하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예인이 실현된 후 겐자키는 사건의 

진실을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흥미로운 트릭들이 사용되었고 놀라운 진실이 드러난다. 전작에 이어 

파격적인 설정으로 추리소설의 묘미를 극한으로까지 몰고 갔는데 마지막에 남긴 여운이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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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미술관 - 그림으로 만나는 생의 모든 순간
장혜숙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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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소재는 무수히 많지만 아무래도 인간이 가장 중요한 소재가 아닐까 싶다. 지금이야 휴대폰에도

카메라가 있어 언제든지 사진을 찍어 남길 수가 있지만 카메라가 없던 과거에는 그림이 사진의 역할을

대신했다고 할 수 있는데 출생부터 죽음까지 인간의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중요한 순간들도 그림으로

담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생의 모든 순간을 담은 그림들을 소개하면서 우리 삶의 순간들이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에선 삶의 주요 장면들을 '탄생과 유년', '교육', '사랑', '삶의 기쁨', '죽음과 장례'의 다섯 부분으로

나눠 각각 5~6점의 관련된 그림들을 소개한다. 인생의 첫 장면은 베르트 모리조의 '요람'이 차지했다.

요람에 있던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지만 누구에게나 요람에 누워 부모의 보살핌을 받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림에 얽힌 사연과 저자의 감상 등을 들려준 후 '작가 알기'와 '미술사 맛보기'를 

끝에 둬서 심화학습을 시도한다. 다음으론 밀레의 그림을 모사한 고흐의 '첫 걸음, 밀레 이후'로 걸음마를

시작했던 시절을 보여주고 이후 좀 더 성장해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 학교에 가는 모습이 등장한다. 

청년시절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들을 보여주는데, 예전엔 어릴 때 장래희망으로 과학자가 

많이 꼽혀 그런지 조금 뜬금없이 '17세기 네덜란드의 과학'이란 주제로 페르메이르의 '천문학자'와 

'지리학자'가 선보인다. 특히 '지리학자'는 독일 여행 갔을 때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에서 직관한 

작품이라 더 반가웠다.


인생의 절정기엔 역시 '사랑'이 빠질 수 없다. 사랑과 결혼, 자녀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차례로

보여지는데 결혼생활은 현실이라 그런지 오래 가지 않아 시들해지는 모습이 로제 드 라 프레네의 '결혼

생활'에 잘 담겨 있었다. '삶의 기쁨'을 거쳐 바로 '죽음과 장례'에 이르는데 삶의 덧없음을 잘 보여주며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나?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로 마무리를 한다. 삶의 여러

순간들을 담은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관련된 저자의 사연들을 듣는 재미가 솔솔했는데 작가와 미술사까지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어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미술에 대한 지식을 함께 쌓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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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1 -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1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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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너무 친숙한 고전이라 여러 분야의 소재로도 활용되거나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 책은 삼국지의 여러 등장인물 중 조조를 중심으로 현대심리학의 관점에서 언행을 분석해

보여주는데 확인해 보니 예전에 '심리학, 삼국지를 말하다'라는 책도 읽었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삼국지 등장인물들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이미지가 완전히 깨졌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선 과연 

조조를 비롯해 여러 인물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조조가 주인공이다 보니 총 4부에 걸쳐 '조조의 승리의 기술', '조조의 마음 다스리기, '조조

리더십의 원칙', '조조의 위기관리 기술'을 다룬다. 삼국지의 시간 순으로 주요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조조는 물론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분석한다. 시작은 조조가 동탁 암살에 참여해 주동자인 왕윤으로부터

보검을 받는 장면이다. 조조는 자신이 동탁을 죽이겠다면서 왕윤에게 보검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왕윤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걸 았았던 조조가 왕윤의 보검을 요구한 것은 미리 대가를 받음으로써 왕윤의 

신임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한다. 조조는 동탁이 혼자 술에 취해 누워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

하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동탁에게 들키자 왕윤에게 받은 보검을 동탁에게 바친 후 부리나케 도망가는데 

이는 전형적인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심리학에선 '투명도착각'이 작용했다고 한다. 투명도착각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알 수 있으리라는 착각으로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용어이다. 이런 식으로 매 에피소드들마다 마지막에 '심리학으로 들여다보기'를 두어 앞의 내용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간략히 정리를 해준다. 


조조가 악명을 높이게 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바로 여백사 사건인데, 자신을 구해준 진궁과

함께 도망가다가 여백사 집에 머물 때 자신을 죽이려는 줄 오인하고 여백사 집안을 몰살시키고 여백사

마저 죽인 끔찍한 사건이다. "내가 세상 사람을 저버릴지언정 세상 사람은 나를 저버리지 못하게 할

것이오"라는 명언(?)을 남기면서 조조를 살려준 진궁도 심한 충격을 받게 했는데 전형적인 자기합리화의

대표적인 예였다. 이렇게 조조를 중심으로 한 삼국지의 얘기를 차근차근 살펴가면서 조조뿐만 아니라

관련된 에피소드의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현대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는데 단순히 삼국지를

읽을 때보다는 여러 인물들의 언행을 이면까지 자세히 엿볼 수 있어 훨씬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조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부터는 종종 '지금 죽여야 하나? 아니면 살려둬야 하나?' 하는 생사여탈권을

쥔 조조의 고민을 흥미롭게 보여주는데 유비, 여포 등 주요 인물들은 물론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못해

자신도 그 대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서주성을 유비와 여포 등이 뺏고 뺏기는 우여

곡절을 그리는 부분에서 마무리되어 본격적인 삼국의 경쟁은 2권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삼국지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니 인생의 교과서라는 삼국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훨씬 다채롭고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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