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 -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파리의 관찰자 클래식 클라우드 24
이연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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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인 '페르메이르'편을 인상적으로 읽어 회사 도서실에서 발견한 이 

책도 집으로 모셔왔다. 흔히 인상파 화가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드가는 모네 등 다른 인상파 화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측면이 있는데 이 책이 드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먼저 드가의 생애와 예술 공간이라며 파리 시내의 드가와 관련된 장소 8곳을 소개한다.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죽은 드가는 찐(?) 파리지엥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선 드가를 여러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드가는 미술 사조에 있어 인상주의에 속한다고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자연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풍광을 담아냈던 인상파의 주류와는

달리 드가는 자연이 아닌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모습을 그려냈으며 신고전주의의 대가인

앵그르를 존경해 데생을 중시해 선명한 윤곽선을 고수했다.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며 고전주의 작품들의 영향을 받은 드가는 초기엔 주로 역사화를 그렸지만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

내진 못했다. 그런 그를 인상파와 어울리게 한 건 인상파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마네와의 만남이었다.

루브르에서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모사하다가 마네를 만난 드가는 마네의 영향을 받아 작품 경향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드가가 마네에게 '마네 부부'란 작품을 그려줬지만 마네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자신의 아내를 얼굴 부분 포함해 반이나 잘라내 버렸다는 것이다. 나중에 마네의 집에

방문했다가 자신의 그림이 절단난 걸 본 드가가 바로 가지고 나왔다는데 이 일로 마네와의 관계는 거의

파탄이 났다고 할 수 있었다. 이후 인상주의 전시회가 여덟 번 열릴 때마다 한 번을 제외하곤 적극적으로

출품했던 드가는 사실상 전시회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마네의 제수인 모리조의 출품에도 드가가

적극적으로 도왔고 메리 커셋이 인상주의 그룹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도 드가의 덕택이었다. 이렇게

여성 화가들의 자립을 돕고 자신의 작품 속에도 발레리나 등 여성들을 주로 그렸던 드가는 평생 독신으로

지낸 탓에 여성혐오자라는 오명(?)을 쓴다. 다른 책에서도 그런 취지의 글들을 많이 봤는데 이 책에선

오히려 드가는 여성에게 관심이 많았고 여성들을 동료로서 존중했다고 하니 단지 제대로 알려진 

연애사(?)가 없을 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특히 메리 커셋과는 썸(?)을 탄 게 확실한 듯 보이는데

말년에 서로 주고 받은 편지를 모두 태워버려 완전범죄(?)를 했기에 확실한 물증은 없는 상태다. 

정치적으론 반드레퓌스파로 보수적이었던 드가는 노년에는 거의 실명 지경에 이르는 등 제대로 된

작품활동을 하지 못했다. '일관된 아웃사이더'로 평생을 예술가로서의 삶에 몰두했던 드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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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 잠 못 드는 시리즈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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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밤을 꼴딱 새워 봤다는 책이나 드라마 얘기를 간혹 듣는데 이 책의 제목이 그래서 과연

어떤 미술 이야기이기에 그런 제목을 붙였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출판사에선 '~

해서 잠 못 드는' 시리즈를 여러 분야에 대해 출간하고 있었다. 여러 미술책을 봤지만 잠 못 들게 한

책은 없었는데 이 책이 그 정도나 되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보통 서양미술사 책들은 르네상스 전후부터 시작해서 현대미술까지 다루는데 이 책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동굴벽화부터 얘기한다. 구석기 시대가 자연주의 양식이었다면 신석기 시대는 기하학

양식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데 이후의 각종 사조들을 이 둘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는가로 표시해

보여줬다. 단순히 미술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 전반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서 세계사

책으로도 나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이집트의 아마르나 예술이나 그리스의 키클라데스, 아르카이크 

예술 등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용어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스에서 활동했던 소피스트들에 대해선

궤변론자라고 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책에선 소피스트의 철학이 인간 중심적인 

상대론에 기반을 둬서 그리스 민주주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는 신선한 해석을 들려준다. 이렇게 미술의

배경이 되는 당시의 역사나 사상 등을 함께 설명해주니 왜 그런 미술 사조가 등장하고 유행했는지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 이전까지에 거의 책의 절반 분량을 할애한 후 르네상스부턴

아무래도 친숙한 내용들이 펼쳐진다. 그래도 이탈리아의 바로크와 프랑스의 고전적 바로크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라거나, 칸트 이전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이 이미 정해져 있어 예술가는 이를 그대로

재현해내는 기술자에 가까웠던 반면 칸트는 진정한 예술이 자신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주관적인 성격을 강조했고 낭만주의도 여기서 시작하는 등 그동안 잘 몰랐던 내용들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후기 인상주의로 마무리해서 현대미술을 다루지 않은 점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선사시대

부터 근대미술까지를 새롭게 정리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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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는 남자 진구 시리즈 2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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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추리소설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되는 도진기 작가의 책은 크게 어둠의 변호사 고진 시리즈와

백수 탐정 진구 시리즈로 대별되는데, 진구 시리즈는 첫 편인 '순서의 문제'와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인

'가족의 탄생', '모래바람', '세 개의 잔'까지 읽었는데 두 번째 작품인 이 책을 읽지 못해 늘 아쉬웠다.

회사 도서실에 갔다가 마침 이 책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냅다 집으로 데려왔다. 


사실 진구 시리즈를 읽은 게 좀 시간이 지나(확인해 보니 마지막으로 읽은 게 4년 전이다) 구체적인 

내용들은 가물가물한 상태였는데 이 책에선 진구와 해미가 아직 잘 사귀던(?) 시점에서 진구가 특별한

알바(?)를 하다가 겪게 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각종 사건을 해결해주고 받는 돈으로 살아가는 진구는

여자 친구 해미의 지인 문성희가 이혼 직전의 별거 중인 남편 박민서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증거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마침 박민서가 다니던 회사에서 알바하던 진구는 박민서 주변 조사를 하다가

진구의 권유로 박민서의 휴대폰을 감청하던 문성희로부터 박민서가 여친을 만나러 인천을 가서 집을 

비우다는 정보를 받아 박민서의 집에 몰래 침입한다. 그런데 여친을 만나러 간 줄 알았던 박민서가

방에 있었고 그것도 칼에 찔려 죽은 채였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진구는 공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의 공작(?)을 하지만 경찰에 체포되어 구속영장심사를 받게 되는데...


박민서의 살인범으로 꼼짝없이 잡혀갈 뻔 했던 진구는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간신히 풀려나지만 경찰은

진구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거두지 않는다. 진구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박민서의

살인범을 직접 찾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데 박민서의 여친인 여교수 방수연, 문성희의 아버지인 

전직 경찰 문기동, 문기동과 사실혼관계인 조미연, 조미연의 전 남편 임재엽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사건의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문기동의 물건을 훔쳐 협박하던 임재엽이 퍽치기(?)를 당해 죽자 또 

다시 경찰은 진구를 주목하고 경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던 진구는 그동안 가려졌던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벗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죽음 속에 숨겨졌던 진실은 역시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오해가 불러일으킨 두 번째 살인보다 의외의 첫 번째 살인 속에 숨겨진 비밀이 보다 자극적

이라 할 수 있었는데 진구다운 결말을 보여준다. 역시나 도진기 작가 작품 특유의 재미를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진구 시리즈도 신작을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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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 루브르를 거닐며 인문학을 향유하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안현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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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관에 간 ~' 시리즈 중 '물리학자'편과 '화학자 2'편을 봤는데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을 과학의

측면에서 바라봐서 몰랐던 신선한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아직 시리즈 중 봐야 할 여러 책들이 있는데

마침 회사 도서실에 이 책을 발견해서 어서 데려왔다.  


앞서 봤던 책들은 특정 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작품들을 바라봤다면 이 책은 인문학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그보다 대상 작품들이 모두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이라는 게 더 특색일 것 같다. 이전에

루브르 박물관만 집중적으로 다룬 '63일 침대맡 미술관'과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을 통해

루브르 박물관의 주요 작품들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인문학의 관점에서 루브르의 핵심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너무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선 크게 '신화와 종교', '역사', '예술', '인간'이란

네 가지 테마에 따라 네 개의 챕터로 나누고 있는데 첫 테마인 '신화와 종교'의 첫 번째 작품은 안토니오

카노바의 '프시케를 깨우는 큐피드의 키스'였다. 작품마다 대부분 2장씩을 할애하면서 설명을 하는데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 왕의 죽음'은 3장) 특히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 설명 내용 중 일부를 그대로 

소개하는 부분이 다른 책들과 차이가 있었다. 루브르를 대표하는 작품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선택을 받을 '모나리자'가 독자적으로 다뤄지지 못하는 이변(?)을 낳았는데(다빈치의 '사례자 성 요한'의

들러리로 등장) 또 다른 인기작인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은 아예 소개조차 되지 못한 불운(?)을

겪었다. 총 67점의 작품 중 대부분 친숙한 작품이 많았지만 무리요의 '천사들의 부엌'이나 샤르댕의

'원숭이 화가', 브누아의 '흑인 여인의 초상' 등 이 책에서 처음 본 듯한 작품들도 간혹 있었다. 프랑스

최초의 누드화라는 장 쿠쟁의 '에바 프리마 판도라' 등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적지

않았는데 역시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새삼스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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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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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계의 화수분이라 할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상당한 작품들을 쏟아내면서도 다양한 소재를

선보여 항상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일본 작가 중에서는 아마 가장 많은 작품들을 읽어

본 것 같은데 여전히 봐야 할 책이 무수히 많은 상태인데 회사 도서실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해서

바로 대출해왔다.


책 제목만 보면 당연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용의자 X의 헌신'류의 짝사랑 얘기인가 

싶지만 예상 외의 얘기들이 전개된다. 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원들은 졸업 후에도 매년 11월에 함께

자리를 하면서 옛날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데 쿼터백이었던 데쓰로는 팀 매니저였던 달라진 모습의

미쓰키를 보고 놀란다. 미쓰키는 자신이 몸은 여자지만 남자의 마음을 가졌다고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예전에 미쓰키와 성관계도 가졌던 데쓰로는 더욱 충격을 받지만 그것으로 부족해 미쓰키는 자신이

바텐더로 일하던 '네코메'라는 가게의 가오리라는 호스티스를 스토킹하던 남자를 죽였다며 폭탄선언

까지 한다. 데쓰로와 아내 리사코 등 미식축구부 친구들은 미쓰키를 지키려 계획을 세우지만 기자를

하고 있는 다른 친구 하야타가 뭔가 냄새를 맡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최근에 읽은 '정욕'이란 작품도 특이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소재로 과연 올바른 욕망이 무엇인지에

대한 어려운 화두를 던지는데 이 작품도 남자와 여자라는 구별은 과연 절대적인가 하는 난제를 던진다.

육체적으로는 성염색체와 성기 등을 기준으로 비교적 쉽게 구별을 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남녀생식기를 모두 가진 반음양 등에 대해선 뭐라 해야 할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젠더'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더욱 복잡해지는데 미쓰키처럼 몸과 다른 성적 정체성을 자각하는 사람들은 요즘은 성적

소수자라며 그 나름의 존중을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거라며 예전과 같은 엄격한 구분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임을 설파하는데 소위 일반적인 몸과

맘이 동일한 남녀와는 다른 존재들이 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선 그런 사람들이

남녀 구별을 명확히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호적교환이란 기발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데 다수의 성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엔 저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들에겐 그만큼 절박한 사정일 수 있을 것 같다. 암튼 이 책에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겪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점은 '용의자 X의 헌신'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었다. 전형적인 미스터리물과는 사뭇

결이 다르긴 하지만 사회성이 짙은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절묘한 솜씨가

역시 돋보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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