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일 침대맡 미술관 - 누워서 보는 루브르 1일 1작품
기무라 다이지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는 워낙 방대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어 제대로 감상하려면 며칠을

투자해도 부족한 곳이다. 아무래도 해외여행에서 한 미술관에 하루 이상의 시간을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특히 패키지 여행인 경우에는 두 시간 가량 관람시간을 배정하는 경우가 많아 나도 오래 

전에 패키지로 루브르를 관람해서 그런지 모나리자 등 정말 유명한 작품 정도만 기억에 남아 있다.

요즘처럼 해외여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선 온라인 등을 통한 비대면 미술관 관람이라도 하고 싶던

차에 루브르의 명작들을 1일 1작품으로 대표작 63개를 소개하는 이 책은 코로나로 해외 미술관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희소식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루브르에 있는 작품들 중 나라별로 작가당 대표작 한 작품씩만 선정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루브르의 역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는데 루브르가

12세기 말에 파리를 지키는 요새로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 파리가

발전하면서 14세기 샤를 5세에 의해 화려한 성관으로 승격(?)된 루브르는 16세기 프랑수아 1세때 드디어

왕궁의 반열에 오른다. 그 후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을 지어 이사가면서 예술과 과학의 전당이 

되었고, 19세기 나폴레옹 시대에 현대의 미술관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이런 유구한 역사를

지닌 루브르의 작품을 국가별로 분류해 서양회화의 큰 줄기를 설명하는데 먼저 이탈리아부터 시작한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인간미를 배제한 비잔틴 양식의 종교미술이 주를 이루었다면 르네상스 이후 인간

다움의 추구를 하게 되었는데 오늘날에도 이탈리아 여행의 삼대장인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미술이 발달하였다. 통칭 치마부에로 불리는 벤치비에니 디 페포의 '여섯 천사에 둘러싸인 성모와 아기

예수'를 필두로 시간 순으로 이탈리아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등장하는데 초반부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가 보티첼리를 거쳐 다빈치의 '모나리자', 라파엘로의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의 초상'

등을 만날 수 있었다. 라파엘로도 좀 낯선 작품이 선정되었는데 루브르에 더 유명한 작품이 없어선지

의아했다. 다음으론 프랑스 회화들이 소개되는데 역시 초반부엔 낯선 인물들과 작품들이 등장하다가

바토의 '키테라섬의 순례'를 비롯해 프랑수아 부셰, 자크 루이 다비드, 도니미크 앵그르 등 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외젠 들라크루아라고 하면 당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소개할 거라 생각

했지만 '사르다나팔로스의 죽음'을 소개하는 등 대중적 유명세와는 사뭇 다른 작품들을 소개한 점이

특색이라 할 수 있었다. 나폴레옹의 화가라 할 수 있는 자크 루이 다비드도 보통 대관식 그림을 꼽을

것 같은데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를 고른 걸 보면 저자의 선정기준이 좀 궁금했다. 


루브르에 스페인 화가의 작품이 얼마나 있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스페인 미술의 3대 거장이라는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스페인 미술 3대 거장도 보통 엘 그레코, 고야 등을 포함하는 것 같은데 기준이 좀 다른 듯 싶었다.

플랑드르 회화는 오늘날 벨기에 회화라 할 수 있는데 얀 반 에이크를 필두로 피터르 브뤼헬, 페테르

파울 루벤스 등 대스타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마지막 네덜란드 회화에선 프란스 할스, 렘브란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등이 등장했다. 사실 이 책을 보면서 놀라웠던 사실은 내가 루브르를 짧은 시간

이나마 가봤음에도 기억나는 작품이 모나리자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너무 오래된 것도 있지만 그땐

미술에 그렇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보고도 뭘 봤는지 아마 금방 잊어버린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미리 이런 책을 보고 갔으면 훨씬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기억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는 어쩔 수 없고 다시 루브르를 갈 기회가 꼭 오기를 바라면서 이 책으로 열심히 예습을 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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