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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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페르메이르(얀 베르메르)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미술책을 통해 대략은 알고 있지만 다른

화가들에 비해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 작가가 된 그에 대해선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작년에 동유럽 여행을 갔을 때 드레스덴 고전거장회화관에서 페르메이르의 '뚜쟁이',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소녀'를 보고 페르메이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는데 이 책은 오로지 페르메이르의 삶과

작품 세계만을 다루고 있어 페르메이르에 대해 정말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책의 구성은 저자가 페르메이르와 관련한 여러 장소들을 다니면서 그곳에서 봤던 페르메이르의 작품,

그와 관련된 얘기들을 차근차근 소개하는 형식인데 예상 외로 일본에서 시작한다. 유난히 페르메이르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예전부터 네덜란드와의 교류에서 그 기원을 찾는데 2019년 오사카에서 열렸던

페르메이르 특별전에서 봤던 작품 6점에 대해 얘기한다. 작년에 오사카 여행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위 페르메이르 특별전이 열렸던 오사카 시립미술관이 공사 중이어서 운영을 안 한 것인데

우리보다 서양 미술쪽 소장품이 훨씬 많은 일본의 상황이 부러울 따름이다. 학자들은 페르메이르의

활동 시기를 크게 이탈리아 화가들, 특히 카라바조의 영향이 드러나는 1기, 빛의 효괴를 발견하는 2기,

단순하고 담백하면서 깊이가 느껴지는 3기로 나눈다고 하는데 페르메이르도 신화 속 얘기인 '디아나와

님프들'이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드렌스덴에서 봤던 '뚜쟁이'가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하니 그의 초기작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페르메이르의 조국 네덜란드로 떠나는데 페르메이르가 활동하던 시기의 네덜란드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신교를 믿는 공화국으로 시장경제가 발달했던 네덜란드는 당시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여서 페르메이르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등장하게 해주었다. 그가 평생을 살았던 델프트에서 페르메이르의 흔적을 찾아 여기

저기 누비는데 델프트가 헤이그와도 가까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돌아보는 여행을 가도 좋을 것

같았다. 무려 15명의 아이를 낳았다거나(그중 11명 생존) 장모 덕을 보기 위해(?) 칼뱅파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는 얘기 등 제대로 몰랐던 그의 흥미로운 사생활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진품으로

확인된 그의 작품은 대략 35점밖에 되지 않는데 비싸고 유난히 마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 재료들을

사용하고 그림의 구도나 효과를 계산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사용해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

한다. 이 책에선 페르메이르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도판과 함께 상세한 해설을 곁들이고 있어 페르메이르

교과서라 해도 손색이 없었는데 마지막에 '페르메이르 예술의 키워드'로 '17세기 네덜란드 사회', '빛',

'여염집의 방', '젊은 여인', '진주', '악기', '파랑과 노랑', '그림 속 그림'의 8가지를 제시한다. 그의

생애의 결정적 장면을 끝으로 마무리하는데 페르메이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필독서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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