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 명화에서 찾은 물리학의 발견 미술관에 간 지식인
서민아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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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그림을 잘 못 그려서 그런지 미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림을 보는 재미에 

빠져 미술 관련한 책들과 종종 만나고 있다. 재작년에 유럽 여행 갔을 때도 여러 미술관들을 누비며 

명화들을 직접 눈으로 보는 호강을 즐겼는데 미술은 순수하게 예술적인 관점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다른 각도로 접근해도 좋은 소재가 된다는 사실은 '경제학자의 미술관' 등 여러 책들을 통해 익히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물리학과 미술의 만남의 자리가 주선되었는데 물리학이 

미술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는 정말 몰랐다.


이 책에서는 '빛으로 그리고 물리로 색칠한 그림', '과학이라는 뮤즈를 그린 그림',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그린 그림', '물리학으로 되돌린 그림의 시간'이라는 총 네 챕터에 걸쳐 그림들 속에 숨겨진 

물리학의 얘기를 담아낸다. 첫 번째 얘기에서 브뢰헬의 '베들레헴의 인구조사'를 다루고 있는데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인 것 같아 확인해 보니 역시나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왕립(국립) 미술관에 갔을 때 

봤던 그림이었다. 브뢰헬의 '새덫이 있는 겨울 풍경'과 함께 그 당시의 날씨 얘기를 끄집어내면서 

그 시절 유럽을 강타했던 맹추위의 원인이 흑점 감소였다는 사실을 연결시키는데 이렇게 그림 속의 

풍경과 물리학적 지식을 관련 짓는 놀라운 신공(?)을 선보인다. 다음으로는 르누아르와 모네의 

'라 그르누예르'에서 표현된 물결을 통해 파동에 대해 설명하고, 존 컨스터블의 '구름 습작'을 통해 

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빛의 화가'로 알려진 렘브란트의 작품들을 통해 그가 명암 표현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의 변천사를 잘 보여준다. 한편 동양화와 서양화를 비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동양화에는 없고 서양화에만 있는 것이 빛과 그림자라고 말한다. 동양화는 작가의 정신과 관념을 

중시해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기보다는 대상이 갖는 의미나 개념을 중요시한 반면 

서양화는 자연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관찰 및 해부해 표현했다고 하면서 신윤복의 '단오풍정'과 

프리고나르의 '그네'의 그네 타는 여자 모습을 대비시켰다. 아무래도 그림과 관련하여 물리학적인 

얘기를 풀어내려고 하다 보니 빛과 색이 주된 소재로 등장하여 여러 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았지만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부분은 마지막 챕터에서 명화들을 

적외선, 테라헤르츠파, 엑스선 등으로 분석해 그림 속에 숨어 있는 부분들을 밝혀내는 내용이었다. 

'모나리자'도 특수 카메라로 촬영해 보니 그림 밑바탕에 다른 얼굴이 두 명 더 있었고, 베르메르의 

작품을 전문으로 위작해 나치까지 속였던 메헤렌의 얘기는 물론 다빈치의 또 다른 걸작 '최후의 

만찬'도 모작인 리졸리의 '최후의 만찬'을 참고해 복원했다고 하니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주인공 

준세이의 직업인 미술품 복원 전문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미술도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몰랐던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술 

관련한 책들을 꾸준히 계속 보는 이유가 아는 화가나 작품이라도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얘기나 

관점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인데 미술도 물리학과 상당히 친한 사이일 수 있음을 잘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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